[한자 이야기]<597>孰謂微生高直이리오. 或乞醯焉이어늘…

‘논어’ 公冶長(공야장) 편의 이 장에서 공자는 생활의 친근한 예를 통해 인간의 곧은 본성과 성실함에 관해 성찰하라고 촉구한다. 곧을 直(직)을 다룬 중요한 구절이다.
孰(숙)은 익을 熟(숙)의 원글자이되, ‘누구’라는 의문사로 빌려 쓴다. 孰謂(숙위)는 ‘누가 ∼라 하는가’라고 풀이하되, ‘∼라고 할 수 없다’라는 부정의 뜻을 함축한다. 微生高(미생고)는 魯(노)나라 사람으로 아주 정직했다. ‘장자’ 등에 나오는 ‘尾生(미생)의 信(신)’이 그를 가리킨다고 한다. 或(혹)은 或人(혹인)과 같아서 ‘어떤 사람’이란 뜻이다. 乞(걸)은 본래 구름 기운을 나타냈지만 ‘빌리다’의 뜻으로 차용해 쓴다. 醯(혜)는 식초이다. 焉(언)은 종결사로, ‘∼에게’의 뜻도 지닌다.
諸(저)는 ‘그것을 ∼에서’를 뜻한다. ‘제’로 읽으면 ‘모든’이란 뜻이니 諸君(제군)은 ‘여러분’을 나타낸다. 隣(린)은 ‘이웃’의 뜻이다. 而(이)는 앞의 말과 뒤의 말을 연결해 준다. 與(여)는 ‘주다’의 뜻을 지닌 동사이다. 與信(여신)의 與도 같다. 之(지)는 앞의 것을 되받는다. 여기선 ‘빌린 식초’를 가리킨다.
자기 집에 없는 물건을 이웃에서 빌려다 주면 친절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공자는 옳다 여기지 않았다. 자기 집에 없으면 없다고 해야 하거늘 그러지 않았고 이웃에 가서는 자기가 쓸 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주자(주희)는 본뜻을 굽히고 외물에 따르는 곡의순물(曲意徇物)의 잘못과 미덕을 약취하고 은혜를 파는 掠美市恩(약미시은)의 잘못을 지적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해도 성실하지 않으면 마음을 제대로 기를 수 없다고 경계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한자 이야기]<598>有顔回者가 好學하여 不遷怒하며…
‘논어’ 雍也(옹야)편의 이 장에서 공자는 제자 顔回(안회)의 죽음을 비통해하였다. 안회의 字(자·성인 때 이름)는 子淵(자연)이므로 顔淵(안연)이라고도 한다. ‘史記(사기)’에서는 29세로 머리가 희어져 죽었다고 했으나 ‘孔子家語(공자가어)’에서는 32세로 죽었다고 했다. 魯(노)나라 哀公(애공)이 공자에게 “門人(문인, 제자) 중 누가 가장 학문을 좋아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안회가 그런 제자였으나 불행하게도 단명했다고 말했다.
有顔回者(유안회자)는 ‘안회라는 자가 있다’로 풀이하지만 조선시대 언해에서는 有를 새기지 않아서 有顔回者 다음에 주격 조사 ‘가’를 붙였다. 好學(호학)은 ‘학문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不遷怒(불천노)는 ‘노여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 정약용은 ‘하늘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하지 않는다’로 보았다.
不貳過(불이과)는 ‘잘못을 두 번 거듭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貳(이)는 세발 솥 鼎(정)의 새김 글자를 창으로 깎아 고치는 일을 가리켰으나, ‘거듭’이나 ‘둘’의 뜻으로 쓰인다. 不幸(불행)의 幸(행)은 수갑을 나타냈지만, 형벌을 받되 수갑 차는 정도로 그치면 다행이라 ‘행복하다’의 뜻을 갖게 된 듯하다. 短命(단명)은 壽命(수명)이 짧은 것을 말한다. 矣(의)는 종결의 어조를 지닌다.
안회가 仁에 대해 묻자 공자는 “자기의 사사로움을 극복하여 예로 돌아가는 克己復禮(극기복례)가 仁이다”라고 가르쳤다. 주자(주희)는 안회가 克己(극기) 공부를 했기에 ‘不遷怒(불천노) 不貳過(불이과)’했다고 해설했다. 안회는 인격 주체를 성장시키는 참된 공부를 했던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