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간 죽은듯이 자고 일어나보니 날이 밝았다. 태양을 완전히 가렸던 구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출발하기 직전에 바하캘리포니아로 향하던 태풍이 방향을 틀어서 힘을 잃었다고 하지만 약간 불안했는데, 맑은 하늘을 보니 걱정이 사라진다.
어제 밤에는 여행하러 오기에는 너무 을시년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보니 개발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자연환경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찍은 사진)
정신을 차리자마자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바다로 나갔다. 묵었던 곳에서 바다는 그리 멀지 않았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호수같았다. 파도도 거의 치지 않았고, 물이 너무 맑았다. 간혹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내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호수라고 해도 믿었을거다.
(바다에 같이 나갔던 이미영님과 누리 그리고 윤성운님)
여행을 오기전에 바하캘리포니아의 해안도 파도가 좋아서 서핑을 많이 하는 곳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스노쿨 장비는 하나도 가져오지 않고 부기보드만 챙겼는데, 실수했다.
바다구경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박영준 소장님의 배가 돌아온다. 내일 낚시에 쓰기 위해 미끼로 쓸 고등어를 잡으러 나갔다고 한다. 배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일행을 2개조로 나눠서 바다에 나가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잠을 자는 사이에 바다에 먼저 나갔던 사람들이 막 돌아오고 있었다.
아침 일찍 나간 덕분에 돌고래와 물개도 많이 보고, 20여마리의 고등어를 잡았다고 한다. 낚시대를 넣기만 하면 바로 입질이 왔단다. 처음 바다에 나간 그룹에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아주 신났다.
(바다에 나갔다 고등어를 잡고 막 귀환하던 첫그룹.)
(카메라에는 잘 잡히지 않았는데, 내부에는 20마리의 고등어가 보관됐다.)
나도 나가면 고등어 낚시와 바다구경을 할것이라는 기대속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바다에 나가고 싶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첫번째 그룹이 재미를 봤다는 입소문이 확 번진데다 이쯤에는 대부분 여행의 피곤에서 회복됐었다. 좀 아쉽지만 다른사람들에게 양보했다.
(바다에 나가던 두번째 그룹. 잡은 고등어중 몇바리를 던주주니 펠리칸이 애교를 부린다.)
배를 보내고 바다 근처를 돌아봤다. 스노쿨 장비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그런 장비를 파는곳이 있을까 돌아봤는데, 그런걸 파는곳은 없었다.
대신 낚시장비와 기념품들을 팔았다.
어느 중년 사나이가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데, 영어를 잘 하기에 잠시 대화를 해봤는데, 박소장님을 안다고했다. 작은 시골마을이라서 서로 너무 잘 아는것 같다. 하긴 3개월정도 장기거주하고 캐빈을 직접 지은 한국계 미국인이 이 마을에 흔할리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이 바다가 바로 앞의 Old Mill이라는 식당의 주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식당 건너편에 호텔을 짓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후에는 10대정도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부두에서 다이빙을 하고 놀았다. 스페인어가 통하지는 않지만, 누가 더 멀리 다이빙을 하는가를 겨루는것 같아 보였다. 나보고도 다이빙을 해보라는데, 일행이 바다로 나가고 나 혼자 바다에 들어가기가 꺼려져서 일단 거절했다. 모든걸 훨훨 잊고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이 청년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카메라도 챙겨야 했고, 수영복도 부족했다. 아직도 나는 극복할것이 많은가보다.
(다양한 색상의 기념품을 팔던 노점상.)
(부두에서 다이빙을 마치고 물놀이를 하던 청년들. 바로 옆에서는 배가 육지로 올라간다.)
사실 부두에서 구경을 하면서 두번째 그룹이 귀환하면 정박을 도와줄 계획도 있었는데, 한시간정도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니 일단 숙소로 귀환했다. 숙소에는 우리가 주문한 돼지한마리가 천천히 익고있었다. 나무 중에서도 뿌리부분만 골라서 불을 지피고 천천히 구워가고 있었다.
두번째 그룹이 돌아왔는데, 생각보다 실망이란다. 첫번째 그룹이 미친듯이 고등어를 낚았던 지점으로 다시 가봤는데, 거의 반응이 없어서 가까스로 10마리 정도를 잡았다고 한다. 단 이번에는 돌고래가 같이 놀자고 귀환하는 배 옆을 따라가면서 묘기를 부려줘서 볼거리는 많았다고 들었다.
(트럭으로 견인되어 숙소로 돌아온 두번째 그룹)
(돼지 바베큐 통구이)
그 다음 일정은 조재와 소라잡기. 박소장님의 캐빈이 원래 지어졌던 땅 바로 앞에는 뻘이 있는데, 오후 4시 30분에 썰물이 극에 이른다고 해서 바다로 향했다. 조개를 별로 캐본적이 없다보니 어떤 사람은 장비로 쇠몽둥이를 가져가기도했고, 삽을 가져가기도 했다. 조개를 캐는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벌 한가운데에는 누군가가 왕창 챙겨먹은 소라껍질이 있었는데, 우리는 소라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처음 벌에 구멍이 많다보니 구멍 밑을 열심히 파봤다. 하지만 조개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소 뒷걸음질에 쥐잡듯이 바닥을 샅샅히 뒤지다가 조개를 잡아가면서 조개를 잡는법을 터득해갔다. 기본적으로 조개는 해초를 먹는지, 신선한 해초가 있는곳을 살펴보면 해초를 물고있는 조개를 찾을 수 있었다.
비닐봉지를 여유있게 가져갔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봉지가 부족할정도로 많은 조개를 잡았다. 내가 들고가던 봉지는 조개의 무게로 찢어졌었다. 그렇게 챙긴 조개는 바스켓으로 두개.
(조개 잡는법을 잘 몰라서 무작정 깊이까지 파보던 일행들)
(벌이 참 아름답다)
돌아오니 저녁 5~6시쯤이었다. 휴대폰을 시계 대용으로 쓰다가 휴대폰을 쓰지 않아서 치워놓으니 시간감각이 사실상 없어졌다. 전형적인 자연의 삶일수도 있겠다. 우리는 이런 여유를 마음것 즐겼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보니 구워가던 돼지 한마리가 바베큐소스를 머금고 그럴듯 하게 구워졌다.
(거의 완성된 돼지 바베큐 통구이)
(느긋하게 술과 담소를 즐기던 일행들. 왼쪽의 박용석님. 그리고 아래 강아지는 로보. 스페인어로 물개라고 한다.)
(담소를 즐기던 노태현님 가족들)
마냥 느긋하게 앉아 놀고있는데, 고기를 굽던 사람들이 완성된 고기를 가져왔다. 글자그대로 통구이. 그냥 먹을 수 없어서 칼을 꺼내다 잘랐다. 이렇게 구운 바베큐는 이제까지 먹어본 어느 돼지고기보다도 야들야들했다. 돼지고기도 소고기처럼 결따라 찢어지도록 요리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까지 했다. 다들 감탄을 멈추지 못하면서 고기를 챙겼다. 우리 인원으로는 돼지 한마리를 절대 끝낼 수 없을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우리가의 생각이 짧았다. 고기를 구워준 일행이 고기 일부를 떼어가고 남은 한마리를 거의 다 먹어치웠다. 만약 속이 완전히 익지 않아서 다시 굽는 사건만 없었다면 그자리에서 완전히 돼지고기를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한참 신나게 먹다가 식사가 중단되자 사람들은 다른 먹거리로 관심을 돌렸다. 바로 조개. 모래가 빠지려면 바닷물에 오래 담가둬야 하는것은 아닐까 싶어서 조심스레 시험삼아 구워먹어봤는데, 모래도 거의 없고 정말 맛있었다. 양영수님은 한국 벌교의 꼬막이나 피조개맛이 난다며 좋아했다.
(열심히 돼지고기를 썰던 일행들.)
(돼지고기를 즐기던 양영수님)
(덜익은 고기는 다시 구워졌다.)
(일행들과의 담소는 끝날줄 모르고 이어진다.)
(정말 맛있던 조개구이)
(밤이 늦어도 끝나지 않았던 먹거리 파티)
돼지고기 바베큐 통구이부터 조개구이에다 유기농 쌀과 총각김치 등등 정말 먹거리가 넘쳐나던 날이었다. 먹거리가 끊이지 않았지고, 그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던 먹자파티였다.
밤이 깊어서 보름달이 중천에 떳건만 담소는 그치지 않았다. 보름달 덕분에 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지역은 공해가 적어서인지 밤에 별이 가득하다던데...
(셋째날 여행기는 다음번에...)
첫댓글 보기 좋네요 기억에 남는 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