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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28 (목)
어제 오후쯤 그물코 짱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희식님과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똥꽃'이 나왔다고 적극 홍보(^^)를 해달라고 한다. 그물코를 아끼는 가까운 사람들이 책이 나오면 홍보 좀 하라 사정을 하여도 여즉 꿈쩍않던 사람이 오히려 방금 따끈따끈한 책이 나왔으니 '똥꽃'을 많이 알려달라 부탁까지 하는 것이다. 좋고 반갑고 고맙고.... 그렇다. '똥꽃'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섬기는 전희식(목암)의 이야기로 이미, 인간극장에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을 펴낸 그물코 짱의 아버님이 투병중이시어 책을 만들어낸 맘이 더욱 애틋하다. 밤새, '똥꽃'을 생각해보고, 그물코를 생각해보고, 그리고,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침을 맞았다. 다시 내 어머니를 떠올리며 뭐라 쓰려니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치매의 삶을 존엄케하는 목암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전희식어머니와 자식의 그림자만을 기다리며 스스로의 삶을 상실당한 내 어머니의 쓸쓸함에 맘이 헝크러진다. 4년 전에 써둔 날적이를 뒤적거려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여전하며, 엄마는 내 목소리만 들어도 어린아이처럼 칭얼대시긴 매한가지다.
2004.12.24, 엄마 이젠 제발 그냥 사세요.
엄마만 보면 신경질이 난다.
자꾸 맘 같지 않게 말이 헛 나간다.
오늘은 엄마를 내내 지켜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쩔뚝거리며 거실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뱅글뱅글 돌다가
쇼파 한 귀퉁이에 앉아 고양이 세수를 하시고는,
아침상이 차려지면 어설프게 밥을 드시기 시작한다.
몸이 온전치 못한지라, 왼쪽 손으로 떠대는 숟가락질이 식탁을 어지럽힌다.
워낙 깔끔을 떠시느라, 흩어진 밥알들을 그냥 두지 못하고 치운다는 것이 밥알들을 짓이겨 놓는다.
여기저기서 가족들의 지청구가 또 쏟아지기 시작한다. 9살 조카까지 말을 보탠다.
하루종일 거실 쇼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가끔 뒤뚱거리는 위험스러운 걸음걸이로 거실을 맴맴 돌다가 넘어지고,
기껏해야 빼꼼 창문을 열고 바깥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다이다.
치아 사이로 빠져버린 말들을 무수히 쏟아내건만 누구 하나 귀담아 들어주지 않고,
조금만 옴짝댈라치면 또 넘어질까 지레 겁먹고 거실 붙박이장으로 만들어 놓는다.
목욕탕에서 본 엄마의 벌거숭이 몸에는 멍투성이다. 식구들 없는 사이에 혼자
이리저리 움직이다 넘어지고 부딪혀서 피멍이 들었는데도 아버지의 서슬처럼 꽂히는
욕을 들을까봐 무서워 아파도 아프단 소리도 못하고 혼자 덕지덕지 파스를 붙이며
멍이 검붉게, 파랗게, 빠알갛게 피었다 지었다하는 동안 신음소리 한 번 못내며 아픔을
삭히고 계셨던 것이다.
엄마는 가끔 보는 내게 매달리신다.
나는 마술사가 되고, 도깨비 방망이가 되어 뚝딱뚝딱` 엄마의 갖은 소리들을 다 들어준다.
솔직히 이젠 힘에 부친다. 도대체 뭉쳐지지 않는 모래알 같은 식구들, 제각각 내 발목을 잡아채기만 한다.
어느날 엄마가 사진 한 장을 슬그머니 내미신다.
“이게 제일 예쁜 거야, 꼭 넣어 갔고 댕겨라.”
스스로 움직이실 줄 아실 때, 동네 계모임에서 벚꽃나들이를 가서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사진 하나도 변변히 찍어 보지 못한 그런 엄마,
벚꽃나들이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관광 춤을 추고 놀고 있을 때, 엄마는 그렇게 울었단다.
난생 처음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사는 게 너무너무 팍팍해서, 사는 게 너무너무 뒷구멍까지
찢어지도록 힘들어서 온전히 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던 게 그렇게 서러웠다 하신다.
처음 가본 신촌 재즈 까페에서 흥에 겨워 춤을 춰대던 사람들을 보며, '이런 세상도 있는데
나 뭐하며 살았나...' 내 서럽게 울어댔던 것처럼......
엄마는 벚꽃 피던 날,
딸은 밤꽃이 지던 날,
그리 서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엄마는 지금도 직접 딸에게 밥 한 끼 못해주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내 머리, 얼굴을
하염없이 쓰다듬으며 안쓰러워 하시네. 자신 몸조차 가누지 못하면서... 엄마에겐 끝이 없다.
2008.2.29 (금)
‘똥꽃’ 은 그물코 출판사에서 마흔번째로 펴낸 책입니다.
농부 전희식이 치매어머니의 삶을 존엄케하는 섬김과 자연치유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 <신동아>에 실린 김광화 선생님이 쓰신 전희식론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지내는 방에 가보면 그 안에 다 있어요. 티브이 있겠다. 개인 옷장, 면경 다 있어. 밥도 다 갖다 드리겠다. 거기서 어머니가 나오는 일이 없어요. 방안 온도도 20도로 맞추어져 있어요. 추운지 더운지,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몰라요. 사계절을 느끼고 살아야 오감도 살잖아요? 게다가 기저귀까지 차고 있으니 배뇨기를 느끼기가 더 어렵단 말이에요. 점점 더 몸이 감각을 잃어버리는 거지요.”
목암은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흥분한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아주 논리 정연했다.
“또 하나는 노인네를 배척하는 문제인데. 국외자로 낙인 찍는단 말이에요. 문밖에만 나가려고 하면 ‘가만 계세요’. 다치거나 길 잃어버린다고. 물 좀 마시려고 해도 ‘가만히 계세요’. 잘못하면 그릇 깨뜨리니까. 우리 형님이 잘못하는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한다고 봐요.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모든 사물로부터 소외당한단 말이에요. 모든 게 기계화가 되어 있으니 청소 하나 마음대로 못한단 말이지요. 노인네라 청소기도 쓸 줄 모르는데다가 청소기 소리는 또 얼마나 무섭고 낯설어요. 자식은 잘 모신다고 하지만 어머니 처지에서는 수용소나 다름없는 거지요.”
8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내 어머니에게 나 또한 그렇게 해왔네요.
‘그냥 가만 계세요’ ‘하지 마세요’ 어머니를 생각하고 걱정한다면서 오히려 세상에서 소외당하게 하고 어머니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렸습니다. 그 몹쓸 효도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시대는 점점 고령화 되어가면서 우리의 어머니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 의료과학의 힘에 끌려 다니며, 어느덧 약과 병원, 요양소로 옮겨 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똥꽃’의 어머니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힘, 삶 자체의 존엄성을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사람은 세 번 다시 사는듯해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를 모시면서 말이지요. 된장냄새 풍기는 노오란 똥꽃이 그리 구수하고 고색창연한 봄날로 피어날 수 있음에 가슴 뭉클합니다. 판소리로 듣는 ‘똥꽃’은 더욱 아릿합니다.
내 어머니의 "올 봄엔 벚꽃 놀이 가고 싶다” 고 하신지가 벌써 몇 년째이건만 아직도 그 소원을 못 들어 드렸습니다. 이번엔 꼭` 휄체어 끌고 가까운 수봉산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구경 시켜드려야 겠습니다. ‘똥꽃’은 내겐 참 고마운 책입니다. ‘똥꽃’이 여러분에게도 구수하게 읽히기를 바라며, 책 내용을 덧붙입니다.
똥꽃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전희식, 김정임 지음
252쪽 / 신국판변형 / 12,000원 / 그물코출판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2006년 노인인구 460만명, 전 인구대비 9.5%)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성 치매도 늘어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8.3%(약 36만명)가 치매를 앓고 있고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이 치매인데, 그 이유는 본인이 겪는 아픔보다 옆에서 수발을 해야 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실에서 치매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이나 한 가정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 이야기이다. 그런데 흔히 치매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습들이 이 책에서는 본바탕에서 뒤집어진다. 어머니는 20년 가까이 지내던 아파트를 벗어나 아들 전희식씨가 빈집을 구해 1년 넘게 고물로 고친 산골짜기 허름한 집에서 사시사철 계절을 몸으로 느끼며 지내신다.
귀도 멀고 똥오줌도 잘 못 가리는 어머니가 계실 곳은 결코 서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사시사철 두 평 남짓한 방에서만 지내면서 밥도 받아먹고 똥오줌도 방에서 해결하는 것은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편할지 모르지만 여든여섯 노쇠한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가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에게 파란 하늘도 보여 드리고 바위와 나무, 비나 눈, 구름도 보여 드리려고 한다. 어머니가 철따라 피고 지는 꽃도 보시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계곡의 바람결도 느끼시고 크고 작은 산새들이 처마 밑까지 와서 노닥거리는 것도 보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32쪽)
“아이가! 저기 눈 아이가? 눈이 다 내리네. 이기 몇 년 마이고.”
눈 내리는 풍경을 보고 놀라는 어머니 모습이 더 놀라웠던 나는 신문지에 눈을 받아 방으로 들어왔다.
“눈 맞아요. 이기 눈인 기라요.”
그러면서 나는 어머니 손에 눈을 털어 놓았다.
“그래, 눈 맞네. 세상 참 좋아졌네. 눈 내리는 것도 다 볼 수 있고.”
눈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이 세상 좋아진 것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여러 해를 햇볕 한 줄기 들어오지 않고 잿빛 하늘을 손바닥만한 창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도시의 방안에서 형광등 불빛만 의지해 사셨던 생각을 하면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42쪽)
어머니를 모시기로 작정하고 시도한 일 가운데 하나가 기저귀 없이 생활하는 것이었다. 기저귀는 3년 전에 내가 어머니를 모시기로 작정한 결정적인 계기기도 했다. 3년 전에 나는 늘 어머니에게 기저귀를 채워 놓는 것은 ‘똥오줌도 못 가리는 애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공인하는 과정이라고 여겼다. 노출되지 않은 개인의 수치와는 달리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 인정되어 버리면 심리 상태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두 달 이상 거치면서 어머니의 배뇨감각이 회복된 것은 물론 당신 스스로 안방 뒷문을 열고 나가서 내가 특별히 고안해 만든 어머니 전용 뒷간에서 똥오줌을 보실 수 있게 되었다.
(145~146쪽)
사고로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되신 어머니는 예전 같으면 늘 방안에 앉아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괴로우셨겠지만 시골집에 오셔서는 그럴 시간이 없다. 전희식씨가 그럴 틈을 만들지 않는다. 어머니는 불편한 몸을 끌고 마당에 나와 텃밭에 물을 주고, 필사적으로 부엌 문턱을 넘어 아궁이불을 지피기도 하신다. 어릴 적 먹던 가죽자반을 만들고 20년만에 수제비를 만들어 자식 밥상을 차려주셨다. 늙고 병든 노인들이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한없이 위축되지만, 전희식씨는 어머니가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드린다. 어머니는 자신감을 되찾고 일을 하면서 예전의 기억들이 서서히 재생되기 시작한다.
전희식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히신 어머니에게 그만의 방법으로 현실감각을 되찾아드린다. 일부러 양말에 구멍을 내 어머니에게 슬쩍 내밀면 어머니의 분노는 어느새 사라지고 바느질에 집중하신다. 전희식씨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할 때 끼어드는 것이 망상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백기를 들어버린 치매는 이 책에서‘포기한 삶의 틈새로 끼어든 이물질’일 뿐이다. 86년을 살아오신 어머니 삶의 고단함이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그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하늘의 이치에 귀 기울일 때, 치매는 병이 아니라 치유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은 전희식씨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3년 여 동안 수많은 관련 책과 자료, 노인병원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얻게 된 것이다. 10년 전 귀농을 하면서 생태적인 삶에 눈을 뜨고 모심과 돌봄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현대의학은 치매의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선언했다. 완치는 없고 진행을 완화시키는 약이 있을 뿐이라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대뇌피질 속에 쌓이는 특수한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세포를 파괴하는 데 따른 기억 손실과 분별력 상실이 치매 증상이라는 진단은 일찍이 했지만 손상된 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베타아밀로이드가 왜 과잉되어 도리어 세포를 공격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나는 나름대로의 치매 원인도 알고 처방도 알고 돌보는 방법도 알았다.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것,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며 거기서 삶의 이치와 하늘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99쪽)
전희식씨는 책읽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동화나 옛이야기를 찾아서 읽어 드리다 정작 노인들이 읽을 만한 책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젊은 것들’이 봐야 할 효도를 주제로 한 이야기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도 어머니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전희식씨는 직접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노화老話’이다. 노인을 소재로 하거나 노인문제를 다룬 책들은 있지만, 노인이 읽을 만한 이야깃감으로 만들어진 책은 거의 드문 현실에서‘노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된 것이다. 노화는 어머니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한 편, 두 편 노화가 만들어지면서 어머니의 기억들이 또렷하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내가 동화를 쓰기로 했다. 아니 노화를 쓰기로 했다. ‘젊은 것들’보는 책이 아니라 ‘늙으신 분들’ 보는 책 말이다. 적당한 동화책 이야기를 뼈대로 삼아 어머니의 옛 생활과 연결시키고 어머니의 한결같은 소원인 ‘벌떡 일어나 남들처럼 돌아댕기는’ 이야기를 곁들여 만들었다. 옷에 똥오줌 싸는 할머니를 등장시켜 그것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도 만들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가가 있듯이 치매부모 돌보는 ‘효도휴가’라는 제도도 만들어 이야기 속에 넣었다. (218쪽)
어머니를 모시면서 전희식씨 가슴에 가장 깊게 자리잡은 것은 바로‘존엄’이다. 늙고 병든 노인은 인간이라기보다는‘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저지르는 무례와 무시는 바로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임을 깨닫고 전희식씨는 어머니에게 절대 반말을 쓰지 않는다. 집을 나가고 들어올 때는 언제나 큰절로 인사를 드리고 무슨 일이든 어머니에게 먼저 알리고 한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결코 흘려듣는 법이 없다.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된 것도 어머니의 말씀에 온전히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로부터 되살려지는 기억들을 통해 오히려 전희식씨가 새로 배우고 깨닫는 것이 더 많았다. 자연치유는 어머니와 더불어 어머니를 모신 아들에게도 가닿은 것이다. 일하러 나갔다 온 사이 혼자 뒷간에 못 가시고 방에 누신 어머니 똥이 꽃으로 보이는 놀라운 치유의 힘.
똥꽃
감자 놓던 뒷밭 언덕에
연분홍 진달래 피었더니
방안에는
묵은 된장 같은 똥꽃이 활짝 피었네.
어머니 옮겨 다니신 걸음마다
검노란 똥자국들.
어머니 신산했던 세월이
방바닥 여기저기
이불 두 채에
고스란히 담겼네.
어릴 적 내 봄날은
보리밭 밀밭에서
구릿한 수황냄새로 풍겨났지.
어머니 창창하시던 그 시절 그때처럼
고색창연한 봄날이 방안에 가득 찼네.
진달래꽃
몇 잎 따다
깔아 놓아야지.
이 책의 모든 소재들을 제공하고 이야기 줄기를 엮은 어머니가 공동저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 관계 맺기, 치매에 대한 새로운 접근, 치유와 생명의 존엄, 여성성의 발견, 노인문학에 대한 창조적 접근…. 전희식 씨는 이러한 내용들을 전문가처럼 어깨 힘주고 어렵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어머니와 일상 삶에서 주거니 받거니, 울고 웃으며 겪은 일들을 친근하게 풀어간다. 그러니 독자는 편하게 읽을 수 있되 읽을수록 삶의 속살을 되새김질하게 해 준다. -발문 중에서
자식이 없는 삶은 가능하지만 부모가 없는 삶은 없다. 이 책은 치매라는 병을 넘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전희식씨의 어머니를 넘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을 깨닫게 한다.
지은이
전희식(全喜植)
1958년 경남 함양의 황석산 아래 동네에서 태어났다. 곡절 많은 학창시절과 청장년기를 거쳐 1994년에 전라북도 완주로 귀농했다. 자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농사를 생활의 중심에 두고 자연 속에서 만물과 소통하는 삶을 추구하며 산다.
현재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로 일하면서 ‘보따리학교’와 ‘스스로 세상학교’일에 열성이다. 귀농생활을 정리한 책『아궁에 불에 감자를 구워먹다』(역사넷, 2003)를 냈다. nongju@naver.com
김정임(金貞任)
1922년 경남 함양 서하의 한 마을에서 태어나 서당 훈장이신 아버지 밑에서 대여섯 살 때부터 고전들을 읽으며 자랐다. 당시 여자아이로는 드물게 소학교를 다니면서 읽기와 쓰기를 배웠고 남편을 따라 일본에 가서 5년여를 살았다. 열네 살에 결혼하여 열두 남매를 낳았다고 주장하지만, 가족들이 아홉 남매였다고 하는 걸 보면 유산된 아이까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5~6년 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였는데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몸과 정신에 긍정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이 책의 모든 소재를 제공하셨고 질박한 지방어로 책의 줄거리를 엮었다.
눈 많이 내린 오늘 그물코 마흔번 째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울고 웃으면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자식이 없는 삶은 가능하지만 부모가 없는 삶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누구 가슴에나 깊숙이 다가간다고 믿는다.
발문을 써 주신 김광화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여러분들께 내놓습니다. - 그물코 홈피에서
첫댓글 뒤돌아 보고 부끄러워 지는...하지만 내리 사랑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긴 하더군요. 자식과 자식으로 이어져 내려갈. 그래서 부모된 이는 아낌없이 주어버리고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암튼 사는 것에 정답이 없고 어떤 삶이 잘 살아내는 삶인지는 각자 시선의 몫 이긴 하나 어느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글을 읽으며 눈물이 차 올라왔습니다~! 참으로 진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내시는 분이구나~! 하고요~! 지독한 여인네 그대도요~! 십여년전 돌아가신 시아버님을 떠올리며... ㅠㅠ
이 책이 널리 읽히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똥꽃`이 잘 팔리어 올곧은 그물코 출판사가 좋은 책들을 많이 엮어 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