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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한약은 쓴맛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쓴 한약을 먹고 나면 으레 사탕이나 계피로 입가심을 하곤 했다.
입안이 매워서 쩔쩔매기도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달콤함 맛과 독특한
향기의 매력 때문에 쓴 한약을 마셔야 하는 것도 참아낼 수 있었다.
계피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계수나무의 껍질을 말린 것이다.
흔히 수정과를 만들거나 떡을 만들 때도 사용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우리 생활에
익숙하게 이용되어 온 한약재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먼 달나라에서도
계수나무 아래서 옥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것으로 알았을 정도로 계피를 중요시 하였다.
당연히 한의학에서도 오래 전부터 약용으로 사용하여 왔다.
계피는 맛이 맵고 달다. 대체로 매운 맛을 가진 약재는 성질이 뜨겁다.
뜨거운 성질을 가진 약재는 기를 덥히고 혈액을 따뜻하게 하여 온몸을 잘 돌도록 하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도 계피는 위를 따뜻하게 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며
간과폐의 기를 따뜻하게 하여 곽란으로 근육이 뒤틀리는 증상을 다스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계피는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기와 혈액의 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몸의 양기가 적어져서 정력이 약해지고
몸이 차가워지면서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프며 소변은 잦아지면서 시원하지 않은
증상을 치료하는 약재이다.
이 밖에도 몸이 허약하고 몸은 차면서 식은땀이 나거나 아랫배가 차면서
아픈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체의 병들거나 나이가 들어서
오는 허약한 증상을 보하는 효과가 있고 눈과 귀를 밝게 하며 정력을 보강하고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생리통이 심하거나 산후 어혈로 복통이 심할 때에도 사용한다.
중국 역사에서 경국지색이라 일컫는 뛰어난 4대 미인 중에 서시가 있다.
어느 날은 서시가 가야금을 타면서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데 그만 목이 심하게 뜨거우면서 아파오게 되어 노래도 부르기가 어렵고 물을 삼키기도 어렵게 되었다.
목의 뜨겁고 아픈 증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염증을 가라앉히는
많은 차가운 성질의 약을 써봤지만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명의를 불러 진료하게 하였다.
명의는 서시의 손발이 몹시 차고 맥이 약한 것을 보고 계피를 치료약으로 처방하였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은 목이 아픈 증상에 열을 가라앉혀서 치료해야 하는데
오히려 열을 돋우는 계피를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비웃었다.
하지만 서시가 계피를 달여 마시자 아프던
목의 통증이 사라지고 음식을 삼킬 수 있게 되었다.
명의는 서시의 목이 아팠던 이유는 바로 몸이 너무 허약하여
음기가 허해지다 보니 오히려 화가 발생하여 목에 염증이 생긴 것이므로
뜨거운 약재를 써서 몸을 보하여 화기를 없애 병을 낫게 한 것이라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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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계피는 보약의 대명사로 알려진 십전대보탕에 들어가 있다.
십전대보탕이라는 게 혈을 보하는 네 가지의 약재와 기를 보하는
네 가지의 약재로 구성된 것인데 여기에 혈액 순환도 촉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활발하게 순환시키기 위하여 계피를 더하여 만든 처방이다.
또 나이가 들어 몸이 차갑고 특히 아랫배 이하가 차가워지면서 정력도 쇠약해지고
소변은 잦아지는 증상에 사용하는 팔미지황탕이라는 처방이 있다.
이 처방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정력을 보하기 위하여 우선 따뜻해진
혈액의 순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부자와 더불어 계피를 더하여 만든 처방이다.
또 여름에 마시는 전통적인 음료의 하나가 수정과이다. 당연히 수정과는
보통 차게 해서 마신다. 더운 날 갈증을 없애는 데는 맛으로 보나 향기로 보나
효능으로 보나 감히 서양에서 유래된 탄산이 함유된 음료에 비하여 여러 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음료이다.
그런데 이 수정과를 만드는데 주 재료중의 하나는 바로 계피이다.
갑자기 차가운 음료를 마시게 되어 배가 냉해져서 배탈이나 설사가 날 것을 염려하여
성질이 따뜻한 계피를 넣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한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기도 하다.
현대 의학적으로 계피는 혈관확장작용이 강하여 혈액 순환을 증가시킨다.
특히 심장으로 들어가는 관상동맥의 혈류량과 뇌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혈압을 내리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또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 쉽게 혈액이 엉기는 증상을 억제하고 심장 근육의
손상을 방어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염증으로 열이 나는 증상이 있을 때
체온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궤양에도 효과가 좋아서 위궤양을 막고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위점막의 혈액량도 증가시키는 효능도 있다.
혈액순환의 증가로 몸을 따뜻하게 하여 장내 이상발효를 억제하여
뱃속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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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계피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방향성은 식욕을 촉진시킨다.
진통작용도 뛰어나다. 그래서 감기로 인한 통증은 물론이고 기타 관절통이나
생리통에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이 밖에도 계피는 그람 양성균에 대한 살균작용도 가지고 있다.
충치를 일으키는 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항산화 효과나 항암 효과까지 보고되고 있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고 인슐린의 저항성을 개선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실 계피가 약용으로 사용된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오래 되었다.
서양에서도 계피는 감기를 치료하는 효과적인 약으로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고
설사나 위장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배가 심하게 뒤틀리거나
속이 메스껍고 토하고 설사하는 증상에 계피를 처방하였다.
심한 생리통에도 계피를 사용하였다.
요즘도 계피는 치약이나 양치액 또는 향수나 비누에도 사용된다.
당연히 껌에도 계피를 사용하고 감기시럽이나 심지어는 콜라의 제조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계피를 껍질의 두께나 부위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계피는 비교적 계수나무의 껍질 중에서 거친 겉 부분을 긁어 낸 것을 말한다.
비교적 성질이 가볍다고 할 수 있다.
껍질 부분을 깍아 내고 속 부분만 남겨둔 것을 계심이라 한다.
오목 가슴이나 심장 부분이 매우 아프고 배가 몹시 차면서 통증이 오는 증상을
치료하는데 사용한다.
아울러 몸이 허약해진 것을 보하고
관절을 부드럽게 하며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계피보다 비교적 두꺼운 껍질을 육계라 한다.
육계는 우리 몸의 아랫부분을 덥히는 효능이 비교적 강하여 장이 약해지거나
정력이 쇠약해진 증상에 주로 사용한다.
계수나무의 가지의 껍질을 계지라 한의학에서는 분류한다.
계지는 발산하는 성질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몸이 차거나
식은땀이 나는 증상 등에 주로 사용한다.
요즘에는 계피향이 가득한 국산차도 많다. 심지어는 서양 커피에도
계피 맛이 나는 것도 있고 빵에도 계피가루를 섞은 것도 있다.
아마도 여러 가지로 바쁜 일상에서 쉽게 아파오는 뱃속을 편안하게 하고
식욕을 높이려는 목적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