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 2007. 3. 17(토)
2.
장소/시간 : 구룡산
[언남초등학교(12:15) -> 코트라 갈림길(12:25) -> 구룡약수터
갈림길(12:35)
-> 능인선원 갈림길(12:45) -> (중식)
-> 산불 감시탑(13:5) -> 구룡산 정상(13:15) -> 염곡약수터
하산(14:10)]
3.
동행 : 홀로
4.
뒤풀이 : 없음
5.
산행일기
토요 근무 일이다. 내일 본가에 갈 일이 생겨 매주 산행을 거르지 않으려면
오늘 무리를 해서라도 산행을 강행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며칠 전부터 계속되었다. 구룡산 신 코스를
개발할까, 아예 청계산 넘어 안양 청계사로 퇴근해 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R&D 중역 산행이 청계산으로 잡힌 것을 보고 혹 매봉으로 갔다가 마주치면
어색할 것 같아 구룡산으로 코스를 정했다. 지난 봄 현경, 강형과
함께 일원동에서 출발하여 대모산, 구룡산으로 오른 경험이 있어 오늘은 역으로 올라 볼 계획이다.
이왕이면 새로운 코스를 택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적용되어, 도상 연습을 해본 결과 언남초등학교에서 오르는 코스가 좋을 것 같았다. (실제
산을 오르다 보니 코트라 뒤 편으로 오르는 코스가 접근도 측면에서 보다 수월할 것 같았다) 버스를 내려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니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밭 등에서 농사준비를 하는지 주위가 어수선하고 복잡했다. 약 10여분을 오르니 코트라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아하 다음에는
그리로 올라봐야지! 능선 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니 구룡약수터 갈림길, 능인선원 갈림길 등이 나오며 좌측으로 서울 강남의 전경이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인다. 양재대로길, KT연구센터, 우면동
아파트 단지, 일원동 삼성병원, 삼성역 주변 호텔과 주상복합건물
들, 저 멀리 한강 등의 모습이 새롭다. 서울은 정말 복잡한
도시이다. 높고 낮은 건물들로 빽빽한 이 도시가 그래도 초봄 맑은 햇살에 비추어지는 모습이 그런대로
보아줄 만하다. 허나 햇살이 없는 흐린 날에는 왠지 복잡함이 우중충함으로 변하여 초라하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불 감시탑 부근 꾀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니 어느덧 구룡산 정상이다. 300미터 남짓한 나지막한 산에서 서울 강남을 다시 한 번 조망해 보고, 미련없이
하산 길에 나선다.
헌인릉 쪽 하산 길을 쉽게 찾을 것 같지 않고 점심으로 먹은 김밥이 소화가 되질 않아 뱃속도 불편하며
바로 하산 길로 접어든다. (집에 와 확인해 보니 헌인릉은 본사에서 버스로 성남 방향으로 2-3 정거장 더 위쪽에서 오르게 되고 구룡산 쪽에서 내려오는 길은 마땅하지 않은 것 같다) 능원선원, 구룡약수터, 코트라
길 등을 고민하다가 구룡약수터 길을 선택해 내려오다 보니 염곡약수터라는 표지가 좌측으로 나있어 그 길을 택했다.
염곡약수터는 양재대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며, 농원과 비닐하우스 시설재배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길을 따라 내려오니 다시 도시와 한 몸이 되었다. 등산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짧고 평이했던
산행이어서 차라리 도시락 싸서 다녀온 봄소풍 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다시
회사로 와서 차를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오는 길 농수산물 시장에 들려 부모님께 드릴 광어회와 한치회를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 아버지의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선하다. 살아
계실 때 잘해 드려야지 하고 다시 다짐한다. 가끔 부모님이 안 계시는 세상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다른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은 성격이라 생각되는데 부모님의 경우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비치니 혈육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