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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송홍선의 풀꽃나무 둘러보기 원문보기 글쓴이: 송홍선
동백나무 형상의 생활문화적 상징성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Ⅰ. 시작말
동백나무는 우리 나라의 제주도․홍도․거문도․거제도를 비롯해 충남의 외연도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서쪽에 위치한 동백섬에도 자라고 있다. 이 섬은 옛날에 동백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데서 이 이름이 지어졌으나 지금은 소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그리고 울릉도와 경기도 서해안에 있는 대청도, 남해안에 있는 보길도․오동도 등 주로 섬에 분포하고 있으며 내륙으로는 백양사․천은사․선운사․백련사 등에서 볼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일본과 함께 동백나무의 산지이고 기후풍토상으로 보아 분포지역이 넓어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 등 서양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현재 3천여종의 품종을 만들어 낼 정도로 성과가 좋다고 한다. 주로 관상용이나 조경용으로 새로운 품종이 육성되고 있는데, 이는 동백나무가 전세계적인 생활 속의 나무로 각광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내륙지방은 월동에 있어서 식재 범위에 제한이 있지만 실내의 화분용이나 조형의 장식물로서 동백나무를 폭넓게 이용하고 있어 쓰임의 범위가 자생지의 남해안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옛날의 문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본 고는 옛날의 문헌에 나타난 동백나무를 생활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상징적 이미지를 파악하는데 의의를 뒀다.
Ⅱ. 형상의 특징
1. 형태와 이름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작은큰키나무로, 학명은 Camellia japonica L.이다. 높이는 보통 5~8m에 달하며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어린 가지는 갈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길둥근꼴이며 길이 5~12cm로서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잔 톱니가 있다. 꽃은 4월에 붉은빛으로 핀다. 꽃은 2~4월에 남쪽지방에서 먼저 피지만 장소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가지 끝에 한 개씩 달리고 꿀샘이 발달해 있다. 꽃잎은 5~7개가 밑에서 합쳐지며, 꽃받침은 5개이다. 암술대는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며 둥글고 10월에 익는데, 3실(三室)이며 암갈색의 길둥근 종자가 들어있다. 동아시아 원산으로, 한국․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 나라에는 남쪽 해안이나 도서지방에 자생하며 북방한계선은 대청도이다.
한자로는 산다목(山茶木)․동백목(冬柏木, 冬栢木) 등으로 부르고 동백(冬柏, 冬栢)이라 쓰며, 산다화(山茶花)․다산화(茶山花)․다화(茶花)․해석류(海石榴)라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춘(椿)․춘학단(椿鶴丹)이라고 부른다.
산림경제(1715)에는 동백을 산다화로 표현하면서 그 품종과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다. 규합총서(1815)에서도 산다화라 하여 그 성질과 재배법을 기록했으며, 군방보(群芳譜)에서도 산다라 하여 품종과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 때의 삼재도회(三才圖會)에서도 동백을 산다라 하고 있으며 품종과 꽃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모란․목련․해당화․진달래․자귀나무․치자․능소화․장미 등과 함께 꽃의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왜한삼재도회(倭漢三才圖會)는 1711년에 명나라 때의 삼재도회를 참고해 쓴 일본서적인데, 이 책에서 해석류(海石榴)는 참죽나무(椿)와는 다른 것이지만 일본사람들은 동백나무에 춘(椿)자를 쓰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서의 해석류는 동백나무과를 뜻하는 것이고 산다화는 그 과에 속한 한 종을 일컫고 있다.
한편 동백(冬栢)이라는 이름은 1400년대 조선시대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의 시조에 나타나지만 우리 나라 임업시험장 시보(1926) 제5호에는 산다를 동백(棟栢)나무로 표현하면서 목재와 동백기름의 이용을 다뤘다.
내동화(耐冬花)ː겨울을 이겨내는 꽃이라는 뜻
다산화(茶山花)․다산화(茶花)ː일본에서 현재 동백나무와 비슷한 일본특산의 나무를 일컫는 이름
동백(棟栢)ː1926년 우리 나라 임업시험장 보고서의 기록
동백(冬栢, 冬柏)․동백목(冬栢木)ː눈이 내리는 동쪽나라에서 꽃을 피우는 나무라는 뜻이고, 오늘날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한자 이름이며, 백(栢)은 백(柏)의 속자
산다(山茶)․산다목(山茶木)․산다화(山茶花)ː차나무와 비슷한 야생의 나무라는 뜻으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중국에서 쓰고 있는 이름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옛 서적에서만 사용되며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음. 일본에서는 현재 다산화와 같이 쓰는 용어이며 동백나무와 비슷한 일본특산의 나무를 일컫고 있음
춘(椿)ː참죽나무를 뜻하지만 동백나무를 의미하는 이름으로도 쓰이며, 일본에서는 주로 동백나무를 일컫고 있음
학단(鶴丹)․춘학단(椿鶴丹)․학정홍(鶴頂紅)ː꽃의 빛깔이 붉은데서 붙여진 이름
해석류(海石榴)․해류(海榴)ː해(海)는 중국의 남쪽지방을 뜻하며, 남쪽지방의 해안가 근처에서 자라는 식물을 일컫고 있음
2. 보색의 대비와 아름다움
동백나무의 잎은 광택과 함께 짙은 녹색을 띠며, 꽃은 적색을 나타낸다. 색상환으로 볼 때 적색과 녹색은 반대의 빛깔로서 대비를 이루고 있으며, 이 두 빛깔은 보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합쳐지면 무채색이 된다.
녹색은 자연계에서 풀나무의 잎으로서 생명의 색인 동시에 낙원의 색으로 상징된다. 예를 들면 고대 이집트의 사자신(死者神)의 몸 빛깔이 녹색으로 표현되는 것은 풍요신으로서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사막지대에 많은 이슬람의 사원에 녹색타일을 사용했던 것은 푸르름을 갈망하는 주민의 심리표현이다. 또한 녹색은 생명의 부활을 나타내는 색이며 성장과 번영의 색이다. 서양 중세의 색체예술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종종 녹색으로 묘사돼 있는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며, 봄에 녹색의 싹이 돋아나 자라는 것은 성장과 번영을 의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녹색을 의미하는 영어의 ‘green’과 독일어의 ‘grun’ 등은 원래 ‘자라나다(grow)’를 뜻하는 말과 어원을 같이하고 있다.
적색은 태양․피․불꽃을 연상할 수 있는 색이며, 화려함․따뜻함․강함․정열적․정적․흥분됨 등의 이미지가 있는 색이다. 이와 같이 적색의 인상은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시킨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적색은 자극적인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눈에 띄기 쉽다.
이렇듯 동백나무의 아름다움은 보색의 대비와 사람의 눈에 잘 띄는 빨간빛의 꽃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꽃의 모양도 아름답거니와 다른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지 않는 겨울이 지나가는 찰나에 피기 때문에 아름다움의 가치가 매우 높다.
3. 조엽수림문화의 대표 수종
조엽수림(照葉樹林)은 잎이 늘푸르고 홑잎이며 달걀꼴이나 길둥근꼴을 하고 표면에 큐티쿨라층이 발달해 광택을 띠는 나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삼림구계이다. 조엽수림은 일부 아열대림에도 있지만 대부분 난온대림에 분포하며 높이는 10~30m에 달한다. 겨울눈은 비늘조각으로 보호돼 추위와 건조에 잘 견딘다. 우점종은 동백나무와 사스레피나무 등의 차나무과 식물, 구실잣밤나무․가시나무 등의 참나무과 식물, 녹나무․후박나무 등의 녹나무과 식물이다. 조엽수림대는 태고부터 인류의 생활권이었기 때문에 자연식생이 가장 많이 파괴됐다.
조엽수림은 동아시아 특유의 삼림형이며, 조엽수림대는 생태학적으로 공통적인 풍토를 갖고 있으며 인간의 생활에서도 공통성을 지니고 있어 그것을 조엽수림문화라고 하고 있다. 즉 조엽수림문화는 조엽수림대의 농경문화를 일컫고 있다.
조엽수림문화에서는 화전재배에서 시작한 참마․토란․잡곡을 재배했다. 벼 재배도 조엽수림대에 속하는 동남아시아 또는 중국 윈난성 남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요소의 쌀은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익혀 먹고 찹쌀은 쪄서 가공하며, 부식으로는 물고기를 이용하고 젓갈을 담근다. 또한 오늘날 일본요리의 하나인 물고기 뱃속에 쌀밥을 채워 만든 생선초밥을 먹는 풍습도 널리 볼 수 있으며, 콩을 재배해 메주를 만들기도 하고 찻잎을 음료용으로 가공하기도 한다.
Ⅲ. 생활 속의 동백나무
1. 전설 속의 탄생화
충청북도 서천군(舒川郡) 서면 마양리 동백나무 숲의 전설에는 300년전 마양첨사(馬梁僉事)가 꿈에 꽃뭉치가 바닷물에 떠 있는 것을 보고 이 꽃을 증식시키면 이 마을에 웃음 꽃이 필 것이라는 영감을 받았다. 마양첨사는 꿈이 너무도 이상해서 아침에 바닷가에 가보았더니 동백꽃이 둥실둥실 물위에 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여수의 오동도 전설에는 아낙네가 도둑에 쫓겨 물에 빠져 죽은 뒤 그녀의 무덤가에서 동백나무가 자라났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동북 지방의 동백산 이야기가 유명한데, 어느 소녀를 사랑하는 청년은 남쪽 나라로 떠나면서 소녀에게 돌아올 때는 동백 열매를 선물로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소녀는 청년을 기다리다 지쳐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청년은 그녀의 산중턱 무덤가에 남쪽 나라에서 가지고 온 동백 열매를 묻었다. 그후 이 산에는 온통 동백나무가 자라났다고 한다.
2. 민속과 풍속에 나타난 속신
전남 여천군(麗川郡)에 속하는 거문도(巨文島)는 다도해 남단에 위치하는 섬으로, 옛날에는 군사상 요충지대였다. 거문도에는 동백나무가 많이 자라는데, 특히 거문리(巨文里)의 동백나무 숲이 유명하다. 이 마을에는 흰꽃이 피는 동백나무의 열매가 붉은 꽃이 피는 동백나무의 열매와 다르다고 한다. 옛날 거문도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뜨거운 물에 동백꽃을 우려서 그 물로 목욕하는 풍속이 있었다. 동백꽃은 원래 2~3월에 피는 꽃이지만 거문도에서는 섣달에도 많은 동백꽃을 피운다. 이곳 사람들은 동백꽃을 우린 물로 목욕을 하면 종기에 약이 되고 평소에는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믿었다. 동백꽃목욕은 지금부터 30년 전까지만 해도 성행했다고 하지만, 이 습속은 지금 거의 없어져 행하는 사람이 드물다.
한편 옛 사람들은 꽃을 불전에 바치거나 동백나무 망치를 만들어 주술에 이용하거나 병마를 막았는데, 이것을 마루에 놓으면 영계(靈界)와의 교류가 끊어지는 것으로 믿었다.
일본에서는 전염병이나 재난을 막기 위해 이 망치를 허리에 차는 풍속이 전한다. 또한 역병(疫病)의 귀신이 동백나무의 꽃 속에 숨어 있다가 꽃이 질 때 함께 떨어져서 죽는다는 속신이 있으며, 동백나무의 가지에 부작을 달아놓으면 해충이 제거되는 것으로 알았다. 동백나무의 막대기는 승려의 지팡이로도 이용됐다.
3. 바닷가 처녀의 생활을 노래
동백타령은 최근에 생긴 전라도의 신민요이다. 짧은 4절로 짜여진 둥글고 경쾌한 선율을 가지는데 동백타령이라는 이름은 이 노래의 후렴에서 온 것이다. 동백타령은 바닷가 처녀들의 형편을 노래한 것으로, 가사의 일부를 살펴보면 ‘물새울고 파도치는데 섬새악씨 노랫소리. (후렴) 가세 가세 동백따러 가세’ 등과 같다.
‘동백타령’은 전라도 지방에서 채록된 것이 많고, ‘동백따는 처녀 노래’는 대구 지방에서 채록된 것이 많이 알려져 있다. 한편 동백나무의 꽃을 따는 처자(處子)들을 노래한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절) 저 멀리 바다에는 아낙네들이 조개를 줍고 우리 고장 뭍에서는 큰 애기들이 동백을 따네.
(제2절) 노란 노란 동백따다 기름짜서 호롱등에 불을 밝혀 놓고 큰애기 시집갈 혼수만드네 살기좋은 내고장일세.
(제3절) 빨간 동백 따다가는 임 계신 방 꽂아주고 하얀 동백따다가는 부모님 방에 꽂아 놓세.
(제4절) 십오야 둥근달이 온 천하 비쳤을 때 우리 꽃잎은 수줍다고 얼굴을 돌리네 고개를 숙이네.
또한 동백나무의 꽃은 우리 나라 대중가요에도 나타나는데, 한때 대중의 금선(琴線)을 울렸던 노랫말의 일부분은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 이름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이다.
한편 청양지방의 민요와 강원도지방의 아리랑에 나오는 동백은 여기에서 말하는 동백이 아니라 녹나무과에 속하는 노란빛의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이다.
4. 문학에 나타난 아름다움
이른 봄의 눈 속에서도 불타는 듯 붉게 피는 동백꽃은 묵화와 시 등에 자주 소재로 등장한다. 우리 나라 4대 선사(禪師)중의 한 사람이며 전원 시인의 선봉자인 신석정(辛夕汀)은 ‘오동도엘 가서/ 동백꽃보다 진하게 피맺힌/ 가슴을 열어 볼거나’라고 읊었다.
또한 성삼문(成三問)은 ‘설중동백’과 ‘반개산다’의 시를 통해 눈 속에 피는 동백꽃은 매화보다 아름답고 특히 반 정도 핀 동백꽃이 더욱 아름답다고 했다.
雪中冬栢(설중동백)
高潔梅兄行(고결매형행) 높고 깨끗함은 매화보다 좋고
嬋娟或過哉(선연혹과재) 혹시 아름다움은 지나친 표현일까?
此花多我國(차화다아국) 이 꽃이 우리 나라에 많으니
宜是號蓬萊(의시호봉래) 봉래라는 나라 이름이 마땅하도다.
半開山茶(반개산다)
我愛歲寒姿(아애세한자) 내가 세한에의 모습을 사랑하니
半開最好時(반개최호시) 반개가 가장 좋은 때라.
末開如有畏(말개여유외) 말개에는 두려움이 있는 듯 하고
已開還欲萎(이개환욕위) 기개에는 도리어 시들고자 함이라.
5. 일상생활의 이용
동백나무의 열매에서 짜낸 기름은 춘유(椿由)․동백기름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동백기름은 동백나무의 종자를 압착하여 얻은 불건성유를 일컫고 있다. 동백기름은 맑은 황색을 띠며 그대로 방치해도 증발하는 일이 없고 올레인산 성분을 함유하는데, 종자의 함유율(含油率)은 30~40%, 응고점은 영하 15~21도, 비중은 약 0.916이다 동백기름은 모발의 끊김이나 갈라짐 또는 빠짐, 가려움증 등은 물론 피부의 염증 방지에 효과가 좋아 예로부터 머릿기름으로 썼다. 특히 동백기름은 머리에 바르면 윤기가 나고 아름답게 보이므로 부인들이 소중한 것으로 여겼다.
특히 이 기름은 화장품의 재료나 올리브기름의 대용으로 썼으며, 민간에서는 등잔의 불을 밝히거나 담백하게 정제해 요리용 식용유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공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동백꽃잎은 튀겨 먹거나 설탕에 재어 잼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Ⅳ. 동백꽃 바로알기
1. 소설 동백꽃의 꽃은 생강나무
사춘기의 소년 소녀들은 1930년대의 우리 나라 소설 ‘동백꽃’을 한 번쯤은 읽어봤을 것이다. ‘동백꽃’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이기에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의 소년 소녀들이 놓칠 리 없다. 이 소설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지라도 제목의 ‘동백꽃’ 정도는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소설 ‘동백꽃’은 1908년 강원도 춘성군에서 태어난 김유정씨의 작품이다.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씨는 1935년 단편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당선되고 ‘노다지’가 ‘중앙일보’의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그후 1937년 2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2년 남짓한 작가생활을 통해 30편 내외의 단편과 1편의 미완성 장편 그리고 1편의 번역소설을 남길만큼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였다. 특히 ‘봄봄’과 ‘동백꽃’은 고향 실레마을 사람들의 가난하고 무지하며 순박한 생활을 그린 그의 체험적 소재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소설이다.
그의 문학세계는 본질적으로 희화적(戱畵的)이어서 냉철하고 이지적인 현실감각이나 비극적인 진지성보다는 따뜻하고 희극적인 인간미가 넘쳐 흐르는 게 특징이다. 등장인물들의 우직하고 순진한 모습, 사건의 이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발전, 매우 육담적(肉談的)인 속어의 구사 등으로 독특한 개성을 보여줬다.
‘동백꽃’은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1936년 5월 ‘조광(朝光)’에 발표된 이후, 1938년 단편소설집의 ‘동백꽃’에 수록된 김유정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은 향토색 짙은 농촌의 배경 속에서 인생의 봄을 맞이하여 성장해가는 충동적인 사춘기 소년․소녀의 애정과 개성에 눈떠가는 과정을 특유의 해학적 수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점진적인 화해와 심리적인 대립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는데, 주인공은 순박하다 못해 어리숙한 소년으로 ‘자신’을 내세웠다. 짓궂기가 남다른 점순이와 그녀의 집 소작인 아들이 바로 서술자인 ‘자신’이다. 점순은 활달하고 말괄량이 소녀로 소년의 아버지가 소작을 든 마름집의 딸로 나온다. 소년에게 관심이 많은 점순은 구운 감자를 주면서 접근하지만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소년은 그것을 거절한다. 무안당한 점순은 드디어 자기집 수탉과 소년의 집 수탉을 싸움 붙이면서 여러 차례 약을 올린다. 소년의 닭이 매번 지게 되자 닭에게 고추장까지 먹이지만 별효과가 없다. 어느 날, 점순은 버들피리를 불며 닭싸움을 붙이고 소년이 산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화가 난 소년이 작대기로 점순네 닭을 때려 죽였으나 마름집 위세를 생각하고 당황하여 울게 된다. 이때 점순은 소년에게 자기 말을 들으면 일러바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두 사람의 몸뚱이는 하나의 몸뚱이로 겹쳐지면서 한창 흐드러지게 핀 노란빛의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 버린다.
이 소설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본래의 자연 친화성이 두드러진 듯한 장면, 즉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고 묘사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작푼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장면의 동백꽃은 왜 붉은빛의 꽃이 아닌 노란빛의 꽃으로 그려졌을까. 작가의 실수였을까. 아니면 작가의 의도적인 표현인 동시에 사실묘사였을까. 작가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는 다소의 의문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무리라는 판단이다. 왜냐하면 작가가 그렇게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붉은빛의 동백꽃을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남부지방에서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의 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꽃으로 믿고 있고 그 꽃이 핀 정경을 상상하며 소설을 일고 있다고 보아진다. 그런가 하면 ‘조광’ 5호에 실린 ‘동백꽃’의 표지그림도 동백나무에 가깝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소설 속의 동백꽃은 붉은빛의 봄꽃으로 잘 알려진 차나무과(科)의 동백나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꽃으로 여겨진다. 작가는 붉은빛의 동백꽃을 소재로 삼지 않았다는 뜻이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그린 노란빛의 동백꽃은 일반적으로 붉은빛의 꽃을 피우는 동백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소설의 무대가 붉은빛의 동백꽃이 피는 남부해안지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이 대부분 강원도의 중부지방을 무대로 했듯이 ‘동백꽃’ 소설의 무대 역시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동백꽃은 중부지방엔 자라지 못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소설의 무대와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나라에 자생하는 동백꽃은 붉은빛이나 흰빛으로 피지만 소설에서 묘사한 것처럼 노란빛으로 피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렇다면 소설 속의 노란 동백꽃은 대체 어떤 꽃을 지칭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차나무과에 속하는 붉은빛의 동백꽃이 아니라 녹나무과(科)에 딸린 노란빛의 생강나무꽃을 나타내고 있다. 즉 작가는 붉은빛의 동백꽃을 노란빛의 동백꽃으로 잘못 기술한 것이 아니라 실제의 사실적인 꽃을 그대로 표현했던 것이다.
작가가 노란빛의 동백꽃으로 사실을 묘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의 하나라면 강원도 중부지방에서도 자라고 있는 녹나무과의 생강나무는 옛날 개동백나무 또는 동백나무라는 별칭 또는 토속적인 이름으로 불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생강나무꽃 대신 ‘동백꽃’으로 제목을 정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잎보다 노란 꽃을 먼저 피우는 생강나무는 이른 봄날의 정경을 묘사하는 데 충분한 매력이 있는 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꽃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읽었으면 한다. 다시 말하지만 소설 ‘동백꽃’의 꽃은 동백나무의 꽃이 아니라 생강나무의 꽃이다.
한편 청양지방 민요의 ‘동백아 열지마라 산골에 큰 애기 떼난봉난다’와 강원도 아리랑의 ‘동백아 열지마라 건너집 숫처녀 다놀아난다’라는 구절의 동백도 생강나무를 뜻하고 있다.
2. 소설 춘희(椿姬)와 동백아가씨
‘춘희’는 소설의 제목이다. 1848년에 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가 발표한 소설이다. 동백나무와 관련돼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소설은 독자들의 주관적 사고에 의해서 상상력이 파괴되고 있다. 작가의 문학세계와 본질적으로 다르게 마음이 정리되고 있어 혼란스럽기도 하다. 왜그런지는 계속해서 설명으로 이을까 한다.
뒤마의 소설 ‘춘희(La Dame aux camélias)’는 고급 창녀 마르그리트 고티에와 순진한 청년 아르망 뒤발의 슬픈 연애물이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창녀 마르그리트는 화려하게 몸을 치장하고 한 달중 25일간은 흰 동백꽃, 나머지 5일간은 빨간 동백꽃을 들고 극장이나 사교계에 나타나며 언제나 귀부인처럼 생활한다. 이는 그녀가 몸을 판 대가였다. 어느 날, 그녀는 청년 아르망을 만나면서부터 참된 사랑을 발견한다. 그러나 아르망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르망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강요한다. 그녀는 아르망과 헤어지는 것만이 진실로 그를 사랑하는 것이며 그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아르망을 배신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르망은 그녀에게 달려가나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특히 이 이야기는 소설로 발표된 지 5년이 지난 후, 곧 1953년에 피아베 작시, 베르디 작곡에 의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다듬어져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우리 나라에서도 소설로 번역되어 각광을 받았으며, 1937년 신극단 중앙무대(中央舞臺)가 오페라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이 이야기의 제목은 소설이나 오페라 모두 ‘춘희(椿姬)’로 되어 있다. 원래 제목으로는 ‘동백꽃을 들고 있는 부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춘희’의 ‘춘(椿)’자가 동백꽃을 뜻한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으나, 분명하게도 ‘춘’자는 우리 나라에서 동백꽃을 뜻하는 말과 약간의 거리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춘(椿)’자를 참죽나무의 뜻으로 쓰고 있으며, 동백나무는 동백(冬柏)이라고 적는다.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 나라의 일부 사람들은 ‘춘’자를 동백나무로 표현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도 동백을 ‘쯔바끼’라 하고 ‘춘’은 ‘짠찐’이라 하여 우리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참죽나무를 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춘희’의 이미지는 동백꽃이 아니라 참죽나무꽃으로 오해할 수 있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아무튼 소설이나 오페라의 제목, ‘춘희’에 나오는 꽃은 동백꽃이다. 이제부터는 제목의 한자명에 따라 참죽나무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일본사람들의 번역한 ‘춘희’의 제목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한 데서 비롯된 잘못이다. 일본에서는 ‘춘희’로 번역됐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일 때는 ‘춘희’ 대신 원명을 살려 ‘동백아가씨’ 또는 ‘동백녀’ 정도로 번역됐다면 이러한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번역물의 바른 해석이 요구되고 있다.
Ⅴ. 동백나무꽃의 상징성
동백나무의 꽃은 떨어지는 모습이 사람의 머리가 뚝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하여 병문안 때 가지고 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이를 춘수락(椿首落)이라 하여 불길을 상징하며, 마치 사람의 유언처럼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썩어가기 때문에 인간의 육체나 정신의 분리를 표상하고 있다. 꽃을 불전에 바치고, 막대기는 승려의 지팡이로 쓰는데서 종교적 의미도 있다.
또한 동백나무 망치는 귀신을 쫓아 그릇된 것을 바로 세우는 염원이 담긴 것이었는가 하면 행운을 바라는 연장으로도 사용했다. 이밖에도 동백나무 망치는 대나무와 함께 혼례상의 자기 항아리에 꽂아 부부가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데 썼다.
동백나무는 많은 열매를 다는 까닭에 다자다남(多子多男)을 상징하게 됐고 나아가서 이 나무는 여자의 임신을 돕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동백나무 막대기로 여자의 엉덩이를 치면 그 여자는 남자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는 미신을 낳게까지 했다.
이러한 막대기를 묘장(卯杖) 또는 묘추(卯鎚)라고도 한다. 여기에 묘(卯)자가 들어가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연유한다. 강묘(岡卯)라는 것은 중국 한(漢)나라 때 관리들이 허리에 차고 다녔던 단단한 나무망치로서 모든 재액을 막기 위해서 지닌 장식품이다. 한나라 중반 때 미신을 이용해서 왕의 자리에 오른 왕망(王莽)은 뒤에 가서 유수(劉秀)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유수는 광무제(光武帝)로 된다. 이때 백성들은 힘으로 왕의 자리에 오른 유(劉)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유(劉)라는 글자는 묘(卯)․금(金)․도(刀)의 세글자로 파자(破字)되는데, 여기에서 백성들은 연상적으로 묘일(卯日)을 싫어하게 되었으며 묘일에는 강묘(岡卯)라는 망치를 허리에 차고 나쁜 귀신을 쫓아 버려야 한다는 미신을 만들어 냈다.
또한 동백나무는 여러 습속에서 주술의 힘, 영혼의 단절, 벽사 등을 표상한다. 봄의 도래를 알리는 성스러운 나무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소설 ‘춘희, 동백아가씨’에서 유래해 죄를 지은 여자나 사치하고 매력적인 창녀를 의미한다.
꽃말은 신중(愼重)․자랑 외에 허세를 부리지 않음 등이다.
Ⅵ. 마침글
동백나무는 녹색의 잎과 붉은빛의 꽃이 대조를 이뤄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그리고 광택을 띤 늘푸른 잎과 꽃의 모양은 관상적 가치를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동백나무는 조엽수림문화대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산림자원학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종교적 의미는 물론 조경용이나 관상적 가치가 높아 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면서 이용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종교적 의미로서의 동백나무는 꽃을 볼교의 행사에 쓰는데, 곳에 따라 동백나무의 꽃을 불전에 바치고 있다. 승려들은 줄기의 껍질을 벗긴 막대기를 지팡이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동백나무는 바닷가 처녀의 생활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와 머릿기름의 이용, 임신부의 득남을 돕는 속신으로 볼 때 여자와 관련이 많고, 꽃말도 신중하고 허세를 부리지 않음이기에 소박함을 상징하는 꽃의 일면도 있다.
참고문헌
송홍선. 1996. 풀꽃나무 타령. 문학풍경.
송홍선. 1996. 한국의 꽃문화. 문예산책.
임경빈. 1997. 나무백과. 일지사.
출전=국제동백협회 한국지부 및 한국동백연구회 창립총회 세미나 발표자료(송홍선, 2000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