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리 (명사 : 못자리에 난 어린 잡풀)
“도사리라는 말이 있다.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도사리라고 한다. 한자말로는 낙과(落果)라고 한다. 이 책을 내면서 도사리를 한 광주리 모아 팔겠다고 시장 귀퉁이에 나앉아 있는 촌부(村婦)의 심정이 된다. 그러나 이 도사리들이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보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도사리, 감또개, 똘기… 이런 작고 예쁜 것들의 이름을 누가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새벽 과수원에 나가 도사리를 줍는 마음으로 쓴 글들을 이름 모를 그대들에게 바친다.” 지은이의 책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책머리에 쓴 글이다. 지은이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채 국어사전 귀퉁이에나 겨우 자리 잡고 있는 토박이말 낱말들이 도사리의 처지와 같다고 느꼈던 것이다.
감또개나 똘기는 도사리와 비슷한 뜻을 가진 낱말들이다. 감또개는 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으로, 감똑이라고도 한다. ‘감이 똑 떨어졌다’는 뜻이다. 참으로 귀엽고도 산뜻한 말이 감똑이고 감또개다. 똘기는 아직 덜 익은 과일을 가리킨다. 딸기가 과일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딸기 똘기’라는 말도 가능할 것 같다. 똘기, 딸기와 형태가 비슷한 떨기는 ‘식물의 한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더부룩하게 된 무더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설명은 어렵지만 “한 떨기 장미”를 생각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도사리는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낱말이다. 남한에서는 잡풀이나 낙과를 뜻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른 봄에 밭에서 겨울을 난 묵은 뿌리에서 자라난 채소’라는 뜻을 가진 낱말로도 쓰인다. ‘도사리 배추’ 하는 식이다. 전국에는 도사리라는 지명도 많다.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에도 도사리가 있는데, 그 도사리 계곡에서 피부가 투명한 ‘알몸 개구리’가 발견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밖에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스키장으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에도 도사리가 있다.
★ 아파도 누워 있는 성미가 아니지, 도사리같이 살아나질 않았겠소.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오사리 (명사 : ① 이른 철의 사리 떄에 잡은 해산물.
② 이른 철의 사리 때에 잡은 새우. 잡것이 많이 섞여 있다.
③ 이른 철에 농작물을 거두는 일. 또는 그 농작물.)
예문(아래쪽 별표)을 보면 조기와 멸치는 잡히는 시기가 달라서 오사리도 때가 다른 듯하다. 한식(寒食)은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2007년의 경우 4월 6일이다. 곡우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인데, 올해는 4월 20일이었다. 차의 한 종류인 우전(雨前)은 ‘곡우(雨) 전(前)에 땄다’는 뜻인데, 곡우 닷새 전에 딴 찻잎을 덖어서 만든 차로, 맨 처음 딴 찻잎으로 만들었다 해서 첫물차라고도 한다.
멸치의 경우 7~8월을 초사리, 9~10월을 오사리, 11월을 중사리,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를 늦사리로 나눈다고 한다. 오사리의 ‘오’는 ‘올’과 마찬가지로 ‘제철보다 이른’또는 ‘빨리’라는 뜻을 나타낸다. 오사리의 반대말인 늦사리는 제철보다 늦게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해산물을 잡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파(罷)사리라고도 한다.
‘-사리’가 뒤에 붙은 말 가운데는 물고기(주로 조기)나 바닷물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초사리 멸치처럼 그해 처음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조기를 초사리 또는 첫사리라고 한다. 날사리는 조기떼가 바닷가 가까이에 와서 알을 낳은 후에 먼 바다로 나가는 일 또는 그때를 가리키는 말이고, 어사리는 그물을 쳐서 한꺼번에 많은 물고기를 잡는 일, 막사리는 얼음이 얼기 직전의 밀물을 뜻한다.
오사리는 옥수수 이삭을 싸고 있는 껍질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삭뿐만 아니라 그 끝에 달린 옥수수수염도 같이 싸고 있다. 옥수수수염의 존재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한 단어에 똑같은 글자(수)가 이렇듯 세 개나 조랑조랑 잇달려 있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앞글에서 전국에 도사리가 몇 군데 있는지 살펴봤는데, 찾아보니 오사리는 더 많다. 경상북도의 고령군 개진면과 상주시 함창읍,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충청남도 서산시 성연면,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 오사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광양시에는 오사리도 있고 도사리도 있다.
★ 오사리 굴비란 한식과 곡우 사이에 잡은 참조기를 말하는데, 이 시기의 조기는 기름기가 많고 알이 꽉 차 맛이 가장 좋다. (야후 블로그의 <알이 통통한 오사리 굴비>라는 제목의 글에서)
★ 많은 분들은 오사리를 멸치의 한 종류로 잘못 알고 있는데 오사리는 멸치의 생산시기에 따른 분류다. 대략 연중 9월1일~10월 31일 사이에 생산된 멸치의 모든 종류를 가리킨다. (야후 블로그의 <오사리 멸치 고르기>라는 제목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