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4일 금요일 오후 1:36:29
특허와 관련한 분쟁에서 판단자의 입장에 있었을 때나 분쟁의 한쪽당사자를 대리하는 현재의 입장에서나 늘 아쉽게 생각하여 특허를 출원하고자 하는 사람을 만날 때 마다 해 주는 말이 있다. 특허출원 명세서, 그 중에서도 특허청구범위 구성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특허는 국가가 발명자에게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 기간의 독점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특허권자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보장되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나 기업은 없다.
그러나 기업이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들여서 특허를 취득하고, 또 개인발명가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결과를 특허로 받아 놓고도, 막상 특허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무효로되거나, 침해자가 너무도 쉽게 특허의 그물을 벗어나는 일이 특허를둘러싼 분쟁과정에서 흔히 일어 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벤처열풍이 전국을 휘몰아쳤고, 많은 벤처기업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상상 가능한 모든 사업방법들을 소위 비즈니스모델(BM)특허라는 명목으로 출원하였다. 벤처기업들은 이러한 특허를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치하였고 벤처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그 특허가 자기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특허가 얼마나 힘이 센 것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경쟁업체와의 싸움을 걸었다가는 특허로 인한 이익창출은고사하고 막대한 손해를 입기 십상이다.
힘이 센 특허는 말할 것도 없이 그 특허에 담긴 기술사상 자체가 수익성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나아가 특허법이 허용하는 독점적인 권리범위의 기준이 되는 특허청구범위가 잘 짜여져 있어서 유사한 실시형태들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특허의 기술사상 자체는 매우 훌륭한 것임에도특허청구범위 구성의 잘못으로 인하여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특허를 가진 기업들은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나는특허무시행위를 보면서도 냉가슴만 앓게 된다. 특허청구범위를 너무구체적으로 기재하여 여러가지 기발한 요소들을 한데 모아 놓은 결과그 권리범위가 코딱지 만큼 밖에 안되어 일부구성요소의 생략이나 변경 등에 의하여 쉽게 특허의 포위망을 빠져 나가게 되는 경우이거나,욕심을 너무 부려 특허청구의 범위를 넓게 잡아 놓은 결과 힘도 못써보고 무효로 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바로 힘 없는 특허의 전형이다.
이러한 힘 없는 특허들이 생겨나는 요인으로는, 발명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서도 막상 그 발명을 권리화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 특허출원서류의 작성에 관하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푼이라도 싼 값에 특허를 취득하려고 생각하는 출원인들의 인식,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내용 보다도 출원하여 놓은 특허의 건수를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하여 출원건수 늘리기에 바쁜 기업들의 행태, 변리사수의 과잉으로 야기된 과당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인건비 충당에도 부족하게 된 수수료로 특허취득이라는 당장의 과제에만 매달려야 하는 변리사 업계의 현실, 우리나라와 같이 국제적인 기술선진국이 아닌 나라들에 보편화된 특허권자에게 엄격한 특허법의 해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아무런 힘도 없는 특허만을 믿었다가 특허분쟁에서 지고 눈물을 흘리며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내 귀한 자식 같은 특허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것이 되도록 출원인 스스로도 특허명세서가 제대로 작성되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하고, 출원을 대리하는 사람들도 보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특허명세서 작성에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