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어, 하루 일당이 5억원이라고? 어디야 어디? 당장 이 일 집어치우고 가야지.
5억원= 당신은 안 돼? 나 같은 사람만이 가능한 거야.
노가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데? 5억원= 건강검진을 받고 있어.
노가다= 건강검진을 받는 데 무슨 일당이 5억원이야.
5억원= 이봐.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일명 BZR이라고 공항에서 비행기 받는 일보다 더 힘이 들어.
노가다= 얼마나 힘든 일이기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일당의 2배나 될까?
29만원= 임자, 내가 보기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5억원이면 나는 하루에 10억원이야.
노가다= 당신은 어디에서 많이 보던 분인데….
29만원= 나는 29만원밖에 없지만 일하기만 하면 하루에 10억원이야. 나도 BZR이라면 일가견이 있는데, 지금까지 왜 그런 황제노역을 몰랐을까?
노가다= 아니, 당신도 BZR을 할 수 있어요?
29만원= 그럼, 내가 십수년을 버텼는데 이 업계의 전문 용어를 모르겠어. BZR 즉 ‘배째라’는 내 전매특허야.
5억원= 그럼요! 벌금 못 내겠다, 이거 정말 힘든 일이에요.
29만원= BZR이라면 저기 북쪽에 있는 부위원장은 아마 일당이 나와 비슷할 걸. 한 10억원.
노가다= 저기 청기와집에 있는 약속 선생님은 갖가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 모른 척하고 있어요. 저분의 일당은 얼마일까요?
벌금 대신 황제노역을 한 전 그룹 회장이 화제다. 벌금을 안 내고 버티다가 노역으로 대신하는 이분을 보면 ‘29만원 정신’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도저히 서민들은 따라갈 수 없는 이들의 ‘독특한’ 정신세계 때문에 이들의 노동 가치가 비싼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글·윤무영 | 그림·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