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목포까지 도보여행을 계획한후
다음, 야후 사이트 그리고 1/75,000 축적 지도로 거리까지 체크하면서
도상 연습하기를 수일째....
(해안가로만 거리를 재니 610KM 가 넘는다.)
1. D-1일
드뎌 출발일이 내일(10/2,토)인데 TV 방송사 일기예보 케스터마다
내일은 오후 서해안부터 비가 시작해서 밤늦게는 전국에 걸쳐 비가 온다고.... 비가 온다고....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나를 시험에 빠뜨린다.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출발 하라는 얘기야? 아님 연기하라는 얘기야????
그래도 일단 모든 준비물을 베낭에 넣을 순서대로 진열해 놓고 잠을 청한다.
내일 아침 일기예보는 뭔가 다를거라고 기대하면서......
2. D- Day
여느때와 다름없이 5시 10분에 일어나 YTN 뉴스를 보는데 또 비 이야기다.
중부 지방은 저녁부터 내일에 걸쳐 10-50mm 의 비가 내린다고 한다.
정말 고민된다..
계획대로 출발해야 할지, 아님 비가 그친 후로 출발일을 변경해야할지....
그래도 다른 방송은 다르게 발표하지 않을까? 하고 헛기대도 해본다.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을 타면서 계속해서 TV 체널을 돌려보지만
방송사마다 일기예보는 모두 똑같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 오후 늦게부터 비가 시작하여 내일까지 10-50mm 의 비가 온다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내린다는 것이다.
그래 출발하자.
비 오면 우의 입의면 되고
날씨가 차면 옷하나 더 입으면 되고....
가볍게 운동을 끝내고 집에와서 식사후 베낭을 꾸린후
창문과 가스를 2번-3번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전철로 개봉역에 도착하여 운동화 끈을 다시 매고 드뎌 10시 5분 개봉역출발....
개봉교 사거리에서 목감천을 따라 광명돔구장을 따라 길을 걷는다.
걷기 운동하는 사람들과 자전거 동호인들을 가끔만나고...
자동차과학고 옆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는데 가랑비가 뿌린다.
일기예보에는 오후 늦게 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금이사거리를 지나 물왕저수지에서 시흥시청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시흥시청에 도착하자 빗줄기가 굵어져 자켓을 꺼내입고
베낭덮게로 베낭을 덮을려는 순간에 고무줄이 끊어져버린다.
Oh, My God!!!!
오후 3시부터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여 우의를 입기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남자 6명이 모여있는 텐트가보인다.
시흥으로 통하는 대로에 많이 있던 (시흥 특산물인 포도를 파는 노점상이 만들어 놓은)
비어 있는 텐트였는데 남자들이 소주에 전어를 구워 먹고 있었다.
캬!!! 냄새 쥑인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전어구이 냄새!!!!
남자들이 전어구이와 소주를 권한다,
이번 여행중에는 술을 좀 자제할려고 정중하게 거절한다.
예전 같으면 내가 먼저 청하고 전어구이를 달라고 했을텐데...
정암역에서 커피 한잔에 추위를 달래고 옥구공원으로 길을 잡는다
인도와 자전거길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마치 나무터널을 지나는거 같다.
넘 좋은 길이다
옥구공원으로 가기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비옷을 입고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조정하는 교통경찰관이 가끔 나를 흘끔거린다.
비오는 날 판초우의만 입고 길을 걷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나보다.
옥구공원에서 오이도 해양단지까지의 도로는 비오는 날씨 때문인지
자동차로 꽉막히고, 인도에는 사람보기가 힘들다.
오이도에 도착하니 온통 횟집뿐이다,
생선회, 전어구이, 대하구이, 바지락 칼국수....
메뉴가 모두 똑 같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는 왜 없는겨.. 왜? 왜?? 왜왜왜???
3. 출발 2일차
어제 첫날 여행을 마무리했던 오이도 빨강등대부터 출발한다.
시화방조제를 건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아줌마 조사도 보인다.
불법 주차 단속에 대비한 어떤 낚시인은 두루말이 휴지로 자동차 번호판을 가려 놓았다.
아주 순수한 사람이 아닐까???
시화호 제방 중앙에서 안산쪽으로는 조력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다.
내가 체크한 바로는 시화방조제 길이가 약 13KM에 달하는데 건너는데 2시간 16분이 걸린다.
보통 걸음으로 걸었는데 내가 방조제 길이를 잘못 쟀나? 아님 내 걸음이 빠른건가???
제방을 건너니 풍력발전기 2개가 나를 반긴다.
금년 5월 강릉 경포대까지 도보여행시 태기산을 넘어갈 때가 생각난다.
그날은 약간 비가 뿌리면서 안개와 구름이 태기산을 휘감고 있었고....
자동차도 띄엄띄엄 다니는 길에 구름이 앞을 가려
어떨때는 20M 앞도 분간이 안될 경우도 있어
손전등을 켜고 자동차가 오갈때 내 존재감을 알려야할 정도였다.
(물론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씀)
그러다 바람이 불면 구름/안개가 흩어져 시야가 트였다가
바람이 없으면 다시 시야를 가리는 그런 상태로서
좌우간 굉장히 음산하고 괴기스럽고 오싹한 느낌이 나는 날씨였다.
바로 그때, 아무 것도 분간 할수 없는 상태에서
내 머리 위에서 2-3초 간격으로 위~이잉, 위~이잉 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그때의 오싹함이란.....
일시적으로 난 UFO 가 내려온게 아닌가하고 생각했다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바람이 불어 시야가 트였을때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날개 같은게 반복적으로 내려 오는게 아니겠습니까??
바로 풍력 발전기 였지요.
생각해 보십시요.
그 커다란 날개가 괴이한 소리를 내면서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떨어지는거 같으니
아찔함과 더불어 얼마나 놀랐는지 말입니다.
안산이 서해안에 접해 있어서인지 도처에 대하구이, 전어구이 집이 많이 있었는데
그중 웃기는 선전 플래카드 하나!
" 가을 전어구이(며느리 컴백 홈)"
또 재미있는 마을 이름 하나
" 노가리 마을"
선감 학생 수련원을 지나 서신면 도착.
난 지금 까지 안성만이 포도가 유명한 줄 알았는데
시화호에서 오는 길에 수없이 많은 포도 밭을 지났으며
친절한 아줌마로부터 포도 한송이를 희사 받기도....
오늘 무리를 했는지 왼쪽 발목이 뻐근하여
숙소에서 살펴보니 발목이 부어있어 얼음을 구해 냉찜질후
호랑이표 연고로 맛사지....
내일 호전되어야 할텐데....
4. 10월 4일
계속해서 찜질하느라 비몽사몽간에 잠을 설치고 일어나 발목을 보니 아직도 부은 상태다.
방에서 잠깐 걸어보니 첫날 생긴 발바닥 물집은 괜찮은데
발목은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오늘은 슬로우 템포로 걸어 보기로 한다.
발목을 압박붕대로 단단히 감고 길을 나선다.
통증으로 자연스럽게 슬로우 템포다.
궁평항으로 가는 길에 도로를 직선으로 펴는 곳이 있어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길도 조금은 가깝고 무엇보다 흙을 밟고 걸으면 발목 통증이 덜할거라는 기대와 함께...
약간의 비가 뿌리는 상태에서 궁평항에 도착, 압박붕대를 풀고 파스를 뿌린후 다시 길을 나선다.
화성방조제는 시화방조제와 달리 중간에 있는 선착장 1곳을 을 제외하고는
철조망으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지만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었씀)
목청껏 소리내어 노래를 부르고 걷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아유 깜딱(?)이야.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것과
원래 저음톤이라 아무도 없을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는데
내 노래 수준을 들킨것 때문에....
뒤를 돌아보니 40대 중반 정도 될까?
부부 자전거 여행객이다.
해남 땅끝이 최종 목적지로 오늘 아침에 강화를 출발했다고 한다.
칼국수로 점심을 때우고 기아자동차 출하장을 지나는 길에 자동차 운행 테스트하는 것과
기아자동차 전용부두에 자동차를 운반하는 걸 목격하고....
승합차가 부두에서 승용차 출하장 오더니만
5명이 승합차에서 내린후 차례로 출하 대기중인 차에 올라
기아자동차 전용 Over-bridge를 건너 부두로 이동시킨다.
과거 얼음 낚시를 즐겼던 남양호를 지나 포승읍에서 여장을 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