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스피드 글루 금지 시대에 접어들면서도 세계 1위 랭킹을 왕하오 선수가 계속 유지를 하면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양상이 스피드 글루의 마지막 경기인 올림픽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면 타법의 달인이자, 롤모델인 왕하오 선수가 외롭게 지키고 있는 세계 1위 자리는 계속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매번 결승, 하지만... 왕하오 선수는 올림픽 결승에서 마린 선수의 신기에 가까운 맞드라이브 공격에 기선을 제압당해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기존 약점이었던 마린의 기습 플릭을 통한 타이밍 문제는 상당히 보완을 했었지만, 포핸드 랠리에서 마린의 그야말로 곡예에 가까운 포핸드 카운터 드라이브 능력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랠리까지 잃어버리는 등의 아쉬운 실점들이 고비고비에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완패했습니다.
그 후 벨기에 리이게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티모 볼 선수에게 쉽게 이기면서 스피드 글루 금지 시대에도 제왕은 건재함을 보여줬습니다. 그후, 샹하이에서 열린 파나소닉 중국 오픈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하오슈아이에게 완패하였고, 중국 전국탁구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같은 팀 동료인 장지커에게 대접전 끝에 3:4로 역전패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끝난 그랜드파이널에서도 결승까지 올랐지만 마롱 선수에게 0:4로 완패당하고 맙니다.
거의 모든 대회 결승에 오를 정도로 고르게 성적을 내고 있지만, 아쉽게도 중국 선수들과의 결승전에서는 계속 패하고 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롱, 장지커 등 급성장하는 20세 선수들과 부상에서 재기하는 하오슈아이 선수, 그리고 마린, 왕리친 등 기존 선수들로 채워진 중국 탁구의 군웅할거 속에 홀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지만, 막상 결승에서는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승에서 유독 약하다는 심리적인 징크스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관심을 가져볼만한데요..
20살짜리 장지커와 마롱 20살짜리 장지커와 마롱을 상대로 한 결승 경기를 보면서 이면 타법의 어떤 전환점을 느낍니다.
장지커가 powerful한 공링후이라는 견해를 보여주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저는 어떤 점이 공링후이와 비슷한지 잘 모르겠더군요.. 다만 마롱이나 하오슈아이가 테이블에 바싹 붙어서 경기를 하는 스타일이라면 장지커는 그것과는 또다른 스타일이고 좀더 올라운드 플레이어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왕하오가 결정적인 실점을 하는 몇몇 장면들을 보면 예전 같으면 마롱으로부터 이면 선제를 잡고 편하게 이면 공격을 연타하면서 마지막 이면 결정타까지 이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선제와 연타까지 이어가지만 이면 결정타를 날려도 지금은 장지커와 마롱이 가볍게 파워 드라이브로 카운터합니다.
즉, 이면 드라이브의 결정 능력이 스핀과 스피드의 감소로 인해 현저하게 줄어들어 완벽한 코스가 아니라면 중국의 탑 클래스에게는 결정을 짓는 타격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장면의 반복은 보는 저로서도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왕하오 선수로서는 정말 충격이었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제압해서 선제를 이어가고 있는데 결정구를 가볍게 파워드라이브로 반구를 한다... 아마도 이것은 스피드 글루 금지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고, 또 이번에 왕하오와 같은 소속으로 옮긴 장지커나 오래 국가대표 생활을 같이 한 마롱으로서는 무뎌진 왕하오의 이면 타법이 익숙해서 허둥대지 않고 반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장지커의 수비 능력은 워낙 대단하거니와 마롱 또한 타이밍을 잡아 반격하는 것에는 타고난 선수니 말입니다.
이면 타법의 보완을 기대 점착식 중국 러버를 사용하는 전면과는 달리, 하이텐션 러버를 주로 사용하는 이면은 주로 손목을 활용한 스핀 위주의 타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것은 셰이크핸드에서도 최근 주류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지커의 백핸드는 이면 타법만큼이나 손목 스핀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스피드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좀더 잘 나가는 하이텐션 러버를 선호하게 되는 것인데요... 하지만, 최근 왕하오의 이면 타법은 포핸드가 매우 좋아지면서 이면 구사 시에 허리를 많이 활용하는 경우는 상당히 줄어듭니다. 예전 아시안게임 결승 경기에서 마린을 제압할 때는 포핸드가 상대적으로 약하기도 했지만 이면 구사 시에 약간의 찬스가 열리면 오른발이 앞으로 나가면서 허리를 사용한 강력한 이면 드라이브가 결정구로 많이 사용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의 경기에서는 다리 스탠스가 평행인 상태에서 이면을 타구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서 이면을 타구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장지커의 경우에는 강한 백핸드 타구 시 돌아서는 모습이 종종 나타납니다.
최근 경기를 보면 왕하오 선수의 경기 운영 능력이나 포핸드, 이면 등 어디 모자란 부분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또 마음대로 이면으로는 결정구가 구사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선수에게는 결정구가 되지만, 마롱과 장지커에게는 약간 스피드는 떨어지고 스핀은 많은 드라이브에 불과한 것이 된다고 하는 게 더 적당하겠죠.
speed glue ban 시대, 여전히 왕하오의 전성기는 계속되지만, 도전이 거셉니다. 이면타법의 완성자로서 왕하오답게 새로운 면모를 보완해주길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