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녀'는 과거 김기영 감독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많은 영화 감독과 평론가들이 뽑은 올해의 기대작이기도 하다.
제목만 보더라도 어느정도 내용을 예측할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은이(전도연)가 훈(이정재)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 포스터나 전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영화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줄거리의 영화이지만 워낙 왈가왈부 말이 많아서 직접 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에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는 어떤 한 여자가 시내 번화가에서 투신자살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은이가 자살하는 장면과 많은 관련성을 가지고 이를 설명해주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먼저 여자가 자살했을 때 사람들은 잠깐 그 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만 이내 자신들의 일상 생활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다음 날이 되자 사람들은 여느 날과 다름없는 생활이 반복되고 자살 사건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잊혀진 듯이 보인다. 이러한 주변 상황들이 후에 은이가 자살할 때 훈이의 딸에게 아줌마를 잊지말라고 부탁하면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하는 것에 영향을 주었다. 은이의 자살 방식은 다른 누구보다 가장 때묻지 않고 그 집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교감을 나누었던 훈이의 딸에게, 그녀만큼은 비록 차갑고 무심한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살기를 바라는 은이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줄거리에 대해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해 눈여겨 보았다. 과거의 작품이 나왔던 시절처럼 하녀라는 말은 요즘 거의 쓰이지 않고 신분을 공식적으로 나누는 일은 없어졌을 정도로 시대는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훈이의 집안에서 관계는 마치 과거 조선시대를 보는 것 같다. 비록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훈이의 집은 현대식 대저택이며 베토벤 곡을 피아노로 치고 와인을 마시는 등 겉으로는 근대 서구적인 문화를 띠고 있지만 훈이가 출근할 때를 빼고는 은이와 병식(윤여정)은 정문으로 드나들 수 없고, 그들은 항상 집 사람들 앞에서 제복을 입고 예를 갖추어야 한다. 집 주인인 훈이는 거의 왕처럼 군림하고 아내인 해라(서우)는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훈이의 불륜도 눈감고 있어야 한다. 훈이의 각별한 자식사랑으로 훈이의 딸이 훈이의 다음가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훈이는 딸에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등 철저하게 후계자 교육을 시킨다. 이는 마치 조선시대 사극의 현대판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즉, 같은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리고 이 모습이 일반 사람들이 상류층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였다.
얼핏 보기에는 뻔한 내용의 결말이 괴기스러운 영화로 보이지만 임상수 감독이 이 영화를 두 번 봐야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것 처럼 아리송한 부분들도 많았다. 특히 은이가 훈이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같이 본 친구와 의견이 갈렸다.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임신한 뒤의 은이의 행동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처음에는 칸에 초청된 그리고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전도연의 연기를 보러 가벼운 마음으로 갔지만 나올 때는 뭔가 기분이 찝찝하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영화인 것 같다.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 번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