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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 탐방기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모자 씌워주고파. 냇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언제쯤 그애가 징검다리를 건널까, 하며 가슴은 두근거렸죠. 흐르는 냇물 위에, 노을이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 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 위엔, 예쁜 꽃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량 얘기......”
요즘 곧잘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 예민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이다. 본래도 좋아하는 노래라 소장 음악 리스트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곡이지만 최근에는 더 애정하게 됐다. 아무래도 지난 8월 1일 양평 세미원에 이어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에 다녀온 영향이지 싶다. 예민의 이 노래는 내게 소설 <소나기>를 떠오르게 하니까.
한국 현대소설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황순원 작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문학관이자, 그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이고 꾸준히 사랑받는 소설을 마을 이름으로 삼은 곳.
지금부터 시각장애인의 주관으로 탐방한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을 소개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면 소나기 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큼직해서 한눈에 딱 들어온다고 아빠가 그랬다.
경사가 살짝 있는 언덕을 올라가는데 바람에서 시골 특유의 정취가 묻어난다. 풀내음, 여름 특유의 습윤한 공기, 약간 특특한 흙냄새, 그리고 어떤 동물들의 체취까지......
아빠에게 듣기로 양이라든가 젖소라든가 하는 동물들이 울타리 안에 있었다고 한다.
여하튼 그 언덕을 으쌰으쌰 올라가면 목적지 황순원문학관이 나온다. 매표소에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하면 장애인과 보호자 1인은 무료 입장 가능.
문학관에 입장하기 전에 물줄기 소리 시원한 분수가 먼저 반겨준다. 살갗에 닿는 물기가 기분 좋았다. 역시 여름에는 물이지!
코로나 및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문학관 1층은 이용할 수 없었다. 1층은 카페나 라운지 등의 시설이 있는 곳이다. 대신 2층 출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침내 황순원문학관에 입성했다. 아아, 그윽하게 풍기는 이 문학적인 향기...... 뭐 이렇게 서술하고 싶지만 사실 에어컨의 서늘함을 먼저 실감하고 반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허라, 너무 세속적인가?
안쪽에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 팸플릿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그런데 점자 팸플릿의 존재 유무는 모르겠다. 물어보나 마나 없을 것도 같고...... 어, 저기, 혹시 이 글이 우연히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 관계자분 눈에 띄게 된다면, 점자 팜플릿 제작을 좀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제가 그쪽 출판사에 종사해요. (ㅎㅎ!)
아쉬운 대로 문학관 내부에 이런저런 걸 안내해주는 음성 해설이 들리기는 한다. 하지만 볼륨이 작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해설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참, 문학관 내부에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도 있다. 소설 속의 한 장면을 배경으로 삼았다.
여기서 잠시, 모두가 잘 아는 황순원 작가에 대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아시다시피 한국 현대소설에 큰 획을 그은 작가로 <독 짓는 늙은이>, <학>, <목넘이 마을의 개> 등의 단편과 최근 독서한 <카인의 후예> 등의 장편소설을 남겼다. 2000년, 80여 년의 생애를 마치고 귀천했다. 덧붙이자면 온갖 상과 훈장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황순원의 작품 중 <소나기>를 가장 애정한다.
문학관 내부에 전시된 물건들을 찍기에는 에티켓이 아니라 사진에 담지 않았다. 대신 문학관에서 챙겨온 그림엽서와 이번 여행에서 구매한 <황순원 단편집>을 토대로 <소나기> 작품 여행을 적어본다.
참고로 그림엽서는 1인당 2장씩 가져갈 수 있다. 덧붙여 책은 매표소에 문의하면 어디서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당시 코로나 여파로 매점 및 라운지가 닫혀 있어서 매표소에서 연락을 줄 때만 잠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소설 <소나기> 여행을 시작하자!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속을 빤히 들여다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보는 것이리라. 갑자기 물을 움켜낸다.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양, 자꾸 물만 움킨다.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을 비킬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훌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 중간 생략 ......)
저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 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 황순원 단편소설 <소나기> 직접 필사 발췌
이 장면은 언제 읽어도 설렌다. 소년이 얼마나 눈치가 없었으면 소녀가 돌을 던지면서 “이 바보.” 대사를 날렸겠는가. 먼저 말 좀 붙여주길 내심 바라고 있지 않았을까?
갈림길에 왔다. 여기서 소녀는 아래편으로 한 삼 마장쯤, 소년은 우대로 한 십 리 가까잇길을 가야 한다.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너 저 산 너머에 가본 일 있니?”
벌 끝을 가리켰다.
“없다.”
“우리 가보지 않을래? 시골 오니까 혼자서 심심해 못 견디겠다.”
“저래 봬두 멀다.”
“멀믄 얼마나 멀갔게? 서울 있을 땐 아주 먼 데까지 소풍 갔었다.”
소녀의 눈이 금세, 바보, 바보, 할 것만 같았다.
논 사잇길로 들어섰다. 벼 가을걷이하는 곁을 지났다.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소년이 새끼줄을 흔들었다. 참새가 몇 마리 날아간다. 참 오늘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텃논의 참새를 봐야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재밌다!”
소녀가 허수아비 줄을 잡더니 흔들어댄다. 허수아비가 대고 우쭐거리며 춤을 춘다. 소녀의 왼쪽 볼에 살포시 보조개가 패었다. 저만치 허수아비가 또 서 있다. 소녀가 그리로 달려간다. 그 뒤를 소년도 달렸다. 오늘 같은 날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소녀의 곁을 스쳐 그냥 달린다. 메뚜기가 따끔따끔 얼굴에 와 부딪친다. 쪽빛으로 한껏 갠 가을 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어지럽다. 저 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가 맴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 중간 생략 ......)
산이 가까워졌다. 단풍잎이 눈에 따가웠다.
“야아!”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근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머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폿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그러나 소녀는,
“하나두 버리지 말어.”
산마루께로 올라갔다. 맞은편 골짜기에 오손도손 초가집이 몇 모여 있었다.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바위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별로 주위가 조용해진 것 같았다. 따가운 가을 햇살만이 말라가는 풀 냄새를 퍼뜨리고 있었다.
- 황순원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필사 발췌
이 내용은 이름하여 데이트 장면이다. 소년의 들뜨고 설레는 마음과 소녀의 적극적 데시(?)가 돋보이는 대목. 어유, 귀여운 녀석들~!
참고로 소녀의 “보랏빛이 좋아.”라는 문장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과 불완전한 사랑을 상징하는데, 소녀가 처하는 애처롭고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장치, 일종의 ‘미장센(Mese-en-Scene)’이기 때문이다.
“너희 예서 뒷들 하느냐.”
농부 하나이 억새풀 사이로 올라왔다. 송아지 등에서 뛰어내렸다. 어린 송아지를 타서 허리가 상하면 어쩌느냐고 꾸지람을 들을 것만 같다.
그런데 나룻이 긴 농부는 소녀 편을 한번 훑어보고는 그저 송아지 고삐를 풀어내면서,
“어서들 집으루 가거라. 소나기가 올라.”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뜩선뜩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 중간 생략 ......)
세워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본다. 그리고는 소녀 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우그러들었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어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 황순원 소설 <소나기> 필사 발췌
도랑 있는 곳까지 와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 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그러안았다.
- 황순원 단편소설 <소나기> 직접 필사 발췌
소설 <소나기>의 결말은 아시다시피 비극적으로 끝난다. 소녀는 소년과 놀다가 맞은 소나기로 한동안 크게 앓고, 소년에게 대추를 건네며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년은 소녀에게 주려고 달밤에 몰래 호두 서리를 하지만, 그것을 끝내 전해주지는 못한다. 부친이 윤 초시네 문상을 다녀오고, 소년은 잠자리에서 희미한 등잔불 아래 부모님의 대화로 소녀의 죽음을 듣게 된다.
마지막 문장이 정말 애처롭고 순수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년 아버지가 옮긴 말, “자기가 입던 옷을 그대로 입힌 채 묻어달라”고 했다는 소녀의 유언. 분홍 스웨터, 소년과의 추억으로 물든 옷을......
‘황순원문학관’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영상자료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그 영상물을 즐기기 어려운 노릇이지만 ‘안내인’을 잘 데려가면 어느 정도 영상미를 체험할 수 있다.
최소한 잔잔한 음악은 누릴 수 있다.
아래 영상은 문학관의 영상실에서 입수한 것들이다. 커튼을 열고 들어가는데 출입구 기준 오른쪽에 영상 플래이 버튼이 있다. 애석하게도 점자 표시는 없었다. 관계자님, 이 글 보시면 어떻게 좀, 점자 라벨 스티커라도 부착을......
덧붙이자면 들어오는 건 자유지만 나가는 건 영상을 다 감상해야 가능하다. 그래야 다음 전시 코스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더라.
영상실은 2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제 각각의 영상물을 해설하기로 하겠다. 화면해설사 자격은 없지만 혹시나 이 글을 시각장애인 아무개 씨가 볼까 싶어서......
이 영상은 제1 영상실의 자료로 소설 <소나기>의 마을 배경을 나타내고 있다.
가을 특유의 높고 파란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평화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바람이 분다. 뭉게구름이 흩어진다. 갈볕에 다갈색으로 단장한 갈대밭이 솨아아쏴아아 부드럽게 너울댄다.
저 멀리 원두막이 나타난다. 바람이 쉬어가는 듯 고즈넉하다. 한데 묶어 쌓아둔 수숫단도 있다.
냇물이 맑게 흐른다. 징검돌이 햇빛을 받고 희붐한 회색으로 반들반들 빛난다. 물 속은 손을 담그고 싶게끔 시원해 보이고, 작은 고기들이 요리조리 헤엄친다.
변덕스러운 가을 날씨라 했던가. 저 멀리서 불현듯 먹장구름이 몰려온다. 그리고 한 방울, 몇 방울씩 비가 듣는다 싶더니 곧 솨라락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물안개가 번져 갈대밭도 냇물도 진검돌도, 저 멀리 원두막과 수숫단까지 모두 아련한 물빛에 잠긴다.
이 영상실에서 자리만 잘 잡으면 소설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하며 체험할 수도 있다.
가을, 변덕스레 찾아온 소나기처럼,
불현듯 소년의 가슴을 훅 치고 들어와
아련한 물기를 적시고 간 사랑 이야기 <소나기>
이번 영상은 제2 영상실의 자료로 배경이 밤이다. 아쉽게도 첫 시작부터 찍지 못했다. 타이밍이 빛나갔다. 원래는 까만 밤하늘에서 총총 빛나던 별빛, 그러다 돌연 한 줄기 선을 그으며 별똥별이 떨어지면서 시작하는데......
잠록한 밤이다. 도심의 밤처럼 어딘가 뿌연 느낌의 밤이 아니라, 깊고 맑은 어둠이 내린, 그런 밤이다.
꽃잎이 그 어둠을 스치며 날린다. 꽃도 밤을 건너듯 피어 있다. 코스모스 같은 보랏빛, 들국화 같은 노란색, 그리고 이름 모를 붉은 꽃송이...... 이 밤을 견뎌내고, 내일의 햇살을 마지하려는 걸까.
반딧불이가 하나둘씩, 어둠을 밝히듯 빛을 낸다. 여기서 깜빡, 또 저기서 깜빡, 하늘의 별이 땅에 잠시 내려온 것 같다. 혹은 땅의 별이 하늘로 올라가려 하는 것일까.
마침내 비가 내린다. 꽃잎이 날린다. 비에 젖은 꽃송이가 서글프다. 반딧불이의 빛이 아스라하게 빗방울에 섞인다. 늦여름 또는 초가을, 그 계절의 경계에서 스러질 듯 번지는 반딧불이의 빛무리가 어쩐지 처연하다.
빗방울이 땅에 부딪힌다. 그리고 파문을 그리다가 곧 사라진다. 동심원은 계속 생기고 또 떠오르고, 다시금 그려진다.
밤에, 빗속을 거닐듯 발걸음 따라 푸른 물빛 웅덩이처럼 동심원이 솟아난다.
이 영상실은 한없이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 밤의 풍경도 몽환적이지만 바닥에 생기는 동심원도 예술이다.
적요한 밤, 피어난 꽃송이처럼, 까만 밤 밝히는 반딧불이처럼
소녀의 가슴을 물들인 아련한 추억
촉촉하게 내려 가슴에 파문을 그린 밤비, 그 물방울인 듯, 먼 곳의 별처럼 아스라한
눈감아도 잊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순간들 <소나기>
문학관 관람을 마치고 정원으로 나왔다. 잔디가 푸릇푸릇 싱그러웠다. 소설 속의 수숫단을 재현한 포토존도 있었다.
아빠와 내가 운이 좋았는지 12시부터 ‘인공 소나기 쇼’가 있다고 해서 그것도 체험하며 영상에 담았다.
소리만 들어서는 글쎄, 국지성 게릴라 호우주의보 같았다. (ㅋㅋㅋ!)
어쩐지 정원의 잔디밭이 유독 생생하고 싱싱하더라니...... 다 이렇게 물을 흠뻑 줘서 그런 게야!
그렇게 즐길 거 즐기고, 보람찬 양평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마을> 탐방을 마무리했다. 영평의 세미원과 함께 강추한다!
덧붙이자면 문학관의 안내 직원들이 매우 친절했다. 장애인 서비스 이전에, 친절한 목소리와 미소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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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더운 여름 시원한 소나기가 열기를 식혀 주네요. 덕분에 즐감했습니다.
기회가 되먼 꼭 가고픈 여행지네요.
더위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