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축제
9월 마지막 장날이다. 3일과 8일이면 구례 5일 시장에는 큰 장이 열리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틈을 헤집고 상설무대에서 오맥축제가 열렸다. 맥주 4잔이 2,000원이다. 사람이 모이면 노래와 춤도 따라온다. <숨어 우는 바람 소리>의 이정옥 씨가 초청 가수로 무대에 섰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움만 쌓이네>는 끝내 들을 수 없었지만, 사람이 사는 냄새로 가득한 하루다.
가수 은가은이 구례에 왔다. 쾌활하고 밝은 모습이 좋아서 미스트롯에 출전했을 때 모바일로 꼬박꼬박 응원했을 정도로 관심을 가진 가수였다. 노래보다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금방 시들해져 버렸지만, 여전히 그녀를 좋아한다. 초청 가수로 왔다기에 구례 실내 체육관으로 뛰어가 “은가은! 은가은!”을 외치면 응원했다. 구례는 인구 3만도 안되는 시골이지만 매달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정호승 시인도 구례에 왔다. 2024 구례 책 축제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행사에 참여해 주어 고맙다. 구례는 가는 곳이 아니고 읽는 곳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찾는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개인적으로 시인의 <폐사지처럼 산다>를 내 마음의 등대로 여겨 가끔 낭송하기도 한다. 축제라는 명목으로 매천도서관에서 시인을 만나고 시인의 흔적을 되짚을 수 있어 좋다.
구례를 대표하는 축제는 무엇일까? 새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봄꽃 축제로 구례 산수유꽃 축제를 들 수 있다. 산동면의 3월은 노랗다. 4월 초에는 섬진강과 어우러져 피어나는 구례 300리 벚꽃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벚꽃엔딩을 달빛과 함께한다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천년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지리산 남악제와 우리의 노래 동편 소리 축제도 볼만하다. 10월 말쯤에는 산과 물과 사람까지 모두 붉게 물든다는 피아골 단풍이 가을 지리산의 으뜸으로 꼽힌다.
생각이 같은 사람이 모이면 축제가 된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책을 중심으로 모이고 꽃을 사랑하면 꽃을 심고 종자를 나눈다. 우리밀로 만든 빵이 축제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구례밀빵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든 빵으로 시식회가 열었다. 한 조각씩 맛을 보고 스티커를 붙여서 구례밀 특화빵의 선호도를 조사하고 있다.
이런 축제가 좋다. 승자는 구례에서 생산되는 우리밀이기 때문이다. 팥파운드, 먹물블루베리빵, 밤파이, 쑥부쟁이머핀, 우유식빵. 이들 모두의 재료는 구례에서 생산되는 우리밀이다. 완벽한 꽃놀이패다. 어느 빵이 최고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반드시 구례는 이기고 우리밀도 승자가 된다. 더불어 빵 역시 무조건 이기는 승자일 따름이다.
첫댓글 세상 구경은 차타고 한바퀴 휙~도는거 아니였던가 ?
그곳에서 일년을 살면서 스며들어 느끼고 그곳 사람인양 응원하고 속속들이 알고 나야 구경을 끝낼 심산인 오라비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앞으로 좋은곳만 골라 댕겨도 백년 더 살아도 시간이 모지랄듯한데 ᆢ
다음에 다시 한번 태어 남이 옳다
추억을 곱씹으면서 산다는 건 슬프잖아. 과거를 추억한다는 말 부터 아프잖아. 그러니 새로운것만 따라 다녀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지. 모르지. 모르니까 어울려 보려고 애쓰는 거지. 가야지 또 다른 어디로. 어디를 가든 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