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마흔 살 10년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점일 수 있다. 사람들은 서른부터 시작해서 오십 살이 마칠 때까지 사회와 가장 치열하게 만난다. 마흔은 그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나이다.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은 마흔 살은 변혁의 시기라고 했다. 이때 조직에 속해 있든, 1인 기업을 하든 사표를 써 놓고,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때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훌륭한 기업은 본업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먹고 산다. 40대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길을 본격적으로 사는 시기에 해당한다.
30대는 아직 젊음의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간일 것이다. 이때는 열심히 자신을 찾고, 가치관을 더욱 만들어가는 기간이다. 나 또한 30대는 직장 생활의 10년에 최선을 다했다. 난 운이 좋게도 그때가 내가 일하는 회사가 활황기라 게임을 하듯이 일할 수 있었다. 전화로 영업을 하는 곳이었고, 주간지를 판매하는 업무였다. 난 다행히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개인적인 사유로 인생이 혼란했고, 가치관을 만들어나가기에도 벅찼다.
서른 후반부터 그동안 글 쓴 것을 모아 책을 펴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흔 초반까지 5년 동안 7권의 책을 출간하게 됐다. 그 후 그러니까 마흔 초반을 벗어나면서 내 인생은 공허함이 물러나고, 삶이 어느 정도 만족을 찾게 되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선생님은 20년 동안 직장 생활을 마치고, 마흔여섯 살에 1인 기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선생님은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하며, 자신을 위해 일한다고 본격적으로 느껴지셨다 한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마흔 살 10년이, 스스로 지켜볼 때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한 곳에 서 있다는 것을 직감하셨다 했다.
나 또한 내가 아닌 것을 버리기 시작한 나이가 마흔 중반에 들어서다. 난 법정 스님의 책을 즐겨 읽어왔는데, 본질적인 나와 만나게 되는 것도 이때부터인 듯하다. 스님은 책과 사상은 저자가 쓴 나이대에 도달해야 더욱 잘 이해된다고 했다. 난 요즘 가난하게 사는 것에 별로 구애를 받지 않는다. 이것은 사실 젊을 때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난 언제나 가난했고, 그래서 가난한 것을 특별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요즘 읽은 글에서 공자가 말하길 “군자는 원래 곤궁한 법이라네”라는 내용을 접했는데, 나의 상황과 잘 맞아 더욱 공감됐다.
지금 나는 마흔다섯 살의 가을을 맞고 있는데,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곳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고는 한다. 마땅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도 없고, 내가 시간을 자유로운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가난하지만 난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리고 옛날과 비교해서 지금은 얼마나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는가? 현대인이 지금 생활에 만족을 못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상황에 놓여 있다. 즉 불필요한 욕심만 버릴 수 있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충분히 만족하는 인생을 향유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흔 살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만의 가치관이 정립되는 시기이기도 해서 그렇다. 젊을 때는 집착하고, 욕심을 버리기 어렵다. 오히려 그때는 성취하려 하고, 더욱 갖고자 하는 것이 인생을 발전시키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마흔에 들어서면, 나 아닌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될 수 없는 것 또한 이해하게 된다. 나도 내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마흔 살이 넘어 더욱 깨닫게 되었다. 난 착한 축에 속한 사람이고, 기질적으로 순하다. 즉 쑥맥인 남자고, 부끄러워하는 편이다. 한때는 분노감이 심했는데, 이제는 사나워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마흔은 자신과 화해하는 나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50대는 더욱 자신을 놓아줄 수 있고, 후배에게 인생을 조금씩 양보하고 시기일 것이다. 이때는 세상과 조금씩 거리를 두고, 사회에 기여하는 나이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 100세 시대이기에 이 나이는 10년씩 더 간격을 둬야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마흔을 사는 사람들에게 애썼다고 말해 주고 싶다. 자신을 찾겠다고 발버둥 쳤을 시간을 우리는 보냈다. 그래서 이제 조금씩 생겨 먹은 대로의 자기에게 만족하게 되었을 것이다. 마흔을 지나고 있는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인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만끽했으면 한다.
김신웅 독서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