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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삼형제
김 동 리
큰아들은 사내답고, 둘째 아들은 인심 좋고, 막내 아들은 얌전하다고, 그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을 만날 적마다 자량질을 하곤 했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의 말을 곧이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늙은이 자신도 응당 마음에 없는 소릴 하고 다니거니 하였다.
"그렇게 사내답고 인심 있는 형제들이 그럼 와(왜) 셋째 동생 장가는 안 들여 주는고요?"
누가 혹 이렇게 빈정대면,
"이 사람들아, 그런 말 마라, 목구멍이 포도청이란다. 누가 쌓아 두고 안 보내나."
애를 써 변호를 하고,
"그러니까 말이지요, 돈 가지고야 형제 없으면 장가 못드는기요?"
이렇게 따지고 드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 또출네도 하긴 술이 과하지."
하며 늙은이도 풀이 꺽이곤 하였다. 또출네란 둘째 아들이었다. 둘째 아들의 큰딸 이름이 또출이었다.
큰아들에 대해서는 늙은이도 더 말하지 않았다. 더 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큰아들은 온동네가 손을 쳐 내놓은 놈팡이였다.
술과 싸움과 욕질과…… 이런 것을 빼어 놓고는 그의 생활이란 따로 없을 정도였다.
"할만아, 그래도 죽을 때는 큰아들한테 가 죽거라이."
영감이 죽기 전에 이렇게 수차 당부한 일이 있었으므로 늙은이는 영감의 말을 쫓아 그래도 죽긴 큰아들한테 가 죽을 양으로 큰 아들이 아무리 불량한 짓을 해도 남에게 큰아들의 흉을 보는 일은 없었다.
"큰아들은 아들 아닌가, 와(왜) 나한테만 못 살게 구노?"
둘째 아들이 술이 취해 와서 이렇게 구박을 주면 늙은이는,
"죽을 때는 거기 가 죽으마."
나지막한 목소리로 언제나 이렇게 대답하였다.
늙은이는 영감이 살았을 때부터 줄곧 둘째 아들한테만 있었다. 둘째 아들은 큰아들같이 그렇게 불량하지만 않았으나 그러나 역시 술이 너무 과하였고 뿐만 아니라 이즈음 와서는 동생ㅡ어머니의 막내 아들ㅡ에 대한 화풀이를 으레 어머니에게 하려 들었다.
둘째 아들 생각에는 근년에 와서 그 동생이 부쩍 장가를 들고 싶어하게 된 것은 어머니의 충동이질 때문이라는 그의 아내의 말을 아주 옳이 여겼다. 그리하여 셋째 아들이 와서 볼멘 소리를 하고 돌아가는 날 밤이면 둘째 아들은 으레 그 어머니에게 역정을 부렸다.
"막내 아들만 그렇게 소중하거든 막내 아들하고 살지 뭣 때문에 밤낮 나만 못 살게 하노?"
그는 툭 하면 『왜 나만 못 살게 하느냐』고 그 어머니에게 대들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내가 너만 못 살게 구는 게 뭣이냐고 되묻지는 않았다. 늙은이는 마음 속으로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지』 하였고, 그러고는 자기 먼저 그렇게 죽어 버린 영감이 야속하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셋째 아들 돌이(乭伊)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열세 해 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던 이듬해부터 남의 집 머슴살이로 돌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도록 일 잘하고 마음씨 곱고 술담배 안 먹고 노름 안 놀고…… 동네 사람들로부터는 씨할 총각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그는 는 아직도 장가를 들지 못한 채 있었다.
그는 해마다 새경을 받아서는 그의 어머니가 있는 둘째 형에게 꼬박꼬박 가지고 왔다.
"지가 스무 살만 되면 설마 장가 들여 주지."
처음 몇 해 동안은 또출네도 돌이의 새경을 받을 때마다 그의 어머니와 아내 앞에서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되어도 장가를 들여 주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 뒤부터는 그의 입에서 동생의 장가 걱정을 하는 일도 없어졌다.
마음이 변했다기보다도 형편이 변한 것이었다. 술이 늘고 아이가 불었다. 하루 다섯 사발이면 되던 것이 열다섯 사발로 변하고 아이도 둘에서 곱절로 늘었으나 살림은 도리어 줄어만 들었다.
이러한 형을 더불어 돌이는 처음부터 악착스레 싸우려들지는 않았다. 피땀을 흘려가며 벌어온 그의 새경을 어린 조카들이 먹든 혹은 늙은 어머니가 먹든 스물두셋 될 때까지는 그다지 볼멘 소릴 내지 않았다.
그것이 스물다섯 때부터 가끔 볼멘 소리를 내기 시작했대도 그의 형수가 형 에게 수군댄 것같이 정말 그의 어머니의 충동이질을 받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또출네야, 올 가을에는 늬 동생 장가 들여 주어라이."
어머니는 둘째 아들에게 이렇게 틈틈이 애걸을 하다시피 했다.
"그것도 나이 스물일곱이나 돼, 제 동무들이 모도 다 장가를 들었는데, 혼자 그렇게 남았음 오죽 섭섭하겄나."
어머니가 이렇게 타이를 때마다 몹시 분개해서 악지를 부리는 것은 아들보다 며느리였다.
"어느 아들은 아들 아닌기요? 어머니는 꼭 둘째 아들 벌은 것만 잡술라고 했든가배, 막내 아들 건 잡수먼 뭐 하늘이 무너진닥 하든기요?"
며느리는 이렇게 서슴지 않고 시어머니를 윽박질렀다.
"내가 어디 돌이 건 안 먹을락 하나? 형제간에 동생 장가 하나 들여 줘서 죄될 건 또 뭣고?"
이와 같이 돌이의 장가 문제를 두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는 여러 번 말다툼이 벌어지곤 하였다.
올해 들어와서는 돌이와 그 형수가 정면으로 충돌을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사 되령 번 거 안 먹었다. 또출 아배는 뭐 앉은뱅이든가, 쩔룩발이든가, 어쩌자고 나한테만 독살을 피우노, 독살을……."
형수는 부엌에서 밖으로 뛰어 나오며 돌이를 보고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누가 형님을 앉은뱅이락 하나 쩔룩발이락 하나? 먹고 싶은 술 다 먹고 자고 싶은 잠 다 자고 그러고는 언제든지 빌어먹지 살림꼴은 안 된다 안카나?"
"빌어먹음 되령 속이 시원할 것 같지만 되령 새경 아니라도 빌어먹진 않을께 걱정마라.“
"걱정이사 내가 무슨 격정? 집 있고 농사 있고 자식이 넷이나 있는 형님네를 내가 와 걱정을 해?"
"하믄 집 없고 자식 없어? 되령 맘에는 우리가 거지가 돼서 거리로 나갔으면 꼭 좋겠지? 오냐, 너무 걱정마. 올 가을에는 이 오막과 자식새끼들을 모두 갖다 괄더라도 되령 장가는 꼭 들게 하마…… 엄마는 엄마대로 막내 아들 새경을 저것들이 다 먹어 치운다고 주야로 꽁꽁 앓지, 되령은 되령대로 이 더러운 오막살이 한 간과 저 불아귀떼 같은 자식새끼들만 보면 두 눈에 불올 켜서 독살을 피우지…… 올 가을에는 내가 저년의 가시나들을 모두 청루에 팔더라도 되령 장가는 한사코 들게 하마. 귀에 못이 박이도록 주야로 막내아들 막내 아들하는 그 막내아들과 한번 잘살어 보시게……."
며느리는 이와 같이 돌이와의 싸움을 끝에 가서는 반드시 어머니에게 끌어다 붙이었다.
그것은 첫째 이즈음 돌이의 독살 피움이 어머니의 충동이질에서 오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요, 둘째로는 돌이가 장가만 들게되면 어떻게 하든지 어머니를 돌이에게 쫓아 보내려는 심산에서였다.
*
그해 가을 돌이는 명색 장가를 들었다.
동네 한쪽 구석에다 방도 한 칸 빌렸다.
어머니는 처음 막내 아들의 새살림 하는 구경―이라기보다도 새며느리의 구경을 겸해 돌이에게 와 있었다. 명색이 부모가 되어 막내 아들의 새살림에 숟가락 하나도 사 보태어 주지 못하는 맘이 아팠다. 그리고 또 이제 갓 만난 젊은 내외가 사는 단칸방에 아무리 어미와 아들의 사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날 묵기도 거북하였다.
"얘야, 낼은 내가 또출네한테로 갈란다. "
어머니는 저녁을 먹으며 아들과 며느리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아들은 잠자코 있었다.
"불편하신 대로 그냥 더 계시이소."
며느리가 겨우 인사삼아 이렇게 말했다.
"오냐, 왔다갔다하마. "
어머니는 마음 속으로 새며느리를 기특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튿날은 그 침침한 눈으로 지팡이를 더듬거리며 다시 돌째 아들의 집으로 갔다.
삽짝 안에 막 발을 들여 놓자 섬돌 위에 앉아 소꿉놀이를 놀고 있던 작은출이가,
"할매 와(왜) 또 오는기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오냐, 네년들이 보고 싶어서 온다."
노파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는 마루로 올라갔다. 며느리는 큰방에서 방문도 열어 보지 않았다. 또출이란 년도 역시 방안에 있는 모양이었으나 제 어미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그러는지 방문을 열어 보지 않았다.
"또출아, 날 물 좀 떠다 다오."
노파는 숨이 차서 허얼허얼하며 겨우 이렇게 말했다.
또출이는 새침해서 방문을 열고 나오더니, 『할매 언제 왔노?』 하는 인사 한 마디도 없이 잠자코 물 한 그릇을 떠다 할머니 앞에 놓고는 그대로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실근이는 어디 갔노?"
노파는 물을 마시고 나서 또 이렇게 물었다.
"뒤안에서 땅따먹기한다."
이번에도 작은출이가 대답했다.
노파는 진정으로 그것들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또출이, 작은 출이, 실근이, 장쇠 그것들이 모두 여간 보고 싶지 않았다. 하기야 막내 아들에게 더 오래 묵고 있을 수 없어 오긴 왔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들이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하루에 죽 한 끼를 먹더라도 어린것들의 얼굴이나 아쉼없이 보리라, 그녀는 삽짝 안에 들어설 때까지 이렇게 맘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어린것들마저 자기를 이렇게 대하는 데는 그저 울고 싶도록 섭섭할 뿐이었다.
노파는 방에 들어가 누웠다. :
그리고 혼자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금녀네는 딸만 넷, 나는 아들만 셋, 금녀네는 밤낮 나를 보고 성보네는 복도 많다고 부러워 못견디더니……』
노파는 어느덧 잠이 들어 버렸다.
어머니가 다시 둘째 아들의 집에 돌아 온 뒤부터 눈에 띄계 변한 것은 그녀가 받는 밥상이었다. 돌이가 따로 살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말로써 싸울 때 싸우더라도 그래도 밥상만은 그렇게 무심하지 않았었다. 장날 저녁으로 아들이 생선 마리를 사오더라도 며느리는 첫째, 물론 제 가장을 생각하겠지만, 다음으론 으레 『할매 반찬』이랍시고 한 접시 놓을 것을 잊지 않고 하던 것이 이제는 『할매』 대신 실근이가 승격을 하고 할매는 다른 여러 식구와 함께 납으면 먹고 안남으면 마는 축이 되고 말았다.
아들은 밤마다 술이 취해 와서는 그 어머니더러,
"야아 이 늙은아, 만날 막내 아들 해쌓더니마는 막내아들도 별 수 없구나."
이렇게 홉사 이웃 노파를 나무라듯 빈정거리곤 하였다.
어머니는 속으로,
『금녀네는 딸만 넷, 나는 아들만 셋, 나는 복도 많다고.…….』
자기 자신에게 되뇌이곤 하였다.
"막내아들 장가만 들면 천년만년 같이 살 것같이 주야로 막내아들 장가 타령만 하더니 인제 막내 아들도 별 수 없는가베."
며느리도 곁에서 남편의 말을 거들곤 하였다.
『금녀네는 나만 보면 복도 많다고 했느니라.』
어머니는 애를 써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으려 했다.
"할매, 돌이 아재 집에 가거라."
실근이도 제 부모들을 따라 한 마디 거들었다.
"오냐 요것아, 너희들 깜박깜박하는 눈들이 보고 싶어 왔다."
노파는 실근에게만 대답을 했다.
하루는 둘째 아들이 장에 갔다가 술이 취해서 돌아왔다. 장에서 돌이와 싸움을 했는지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놈 이놈 하고 이를 갈며 떠들어대었다.
"그놈 건방진 놈, 아니꼽고 주제넘은 놈, 제는 단 사흘이 못 돼서 부모를 쫓아내 놓고 그 꼴에 날 보고 천대를 하느니 어쩌느니…… 응 이 죽일 놈같이!"
그는 또 이를 갈았다.
"또출 아배가 만만하니 그렇지 제 같으면 어림도 없다…… 제가 그렇게 효성이 놀라우면 누가 붙잡나 지금이라도 갖다 모시지, 와 저는 그만치도 못하먼서 남의 망신만 시키는고? 아이고 얄궂어라, 아니꼽고 더러운 것들도 다 보겠다!"
며느리는 이웃 사람들도 다 들어 달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음, 가자! 엄마 이리 나오너라! 내 당장 업어다 줄께! 얼른 이리 나오너라! "
아들은 어머니의 방문을 힘껏 열어젖뜨리며 호령을 하다시피 고함을 질렀다.
"내사 싫다. 안 갈란다. 내사 조것들 눈 깜박깜박하는 거나 보고 죽이면 죽, 물이면 물 주는 대로 한 모금씩 마시고 여기 있을란다."
"안 된다. 안돼! 이리 나오너라 이리 나와! 괜히 사람이 만만하니 남의 간을 보고……."
아들은 신발째 방으로 뛰어들어가 어머니를 억지로 등에 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하여 그 어머니가,
"내사 싫다! 내사 안 갈란다!“
애걸하는 것도 듣지 않고 그길로 돌이와 집을 향해 달음을 쳤다.
둘째 아들이 돌이의 방문 앞까지 와서 그 어머니를 등에서 내리었을 때 어머니는 한참 동안 숨을 쉬지도 못했다.
“네 이놈, 엄마를 쫓아냈다가는 목을 천 동강이나 베일 게다!”
둘째 아들은 돌이네 방문 앞에서 발을 구르며 호통을 치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사홀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사흘 뒤에 간신히 일어나 앉아 미음 숟가락을 잡은 어머니의 얼굴은 이제 완연히 죽은 사람의 그것이었다. 두 눈은 웅덩이 같이 패이고 입술에는 쉴새없이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음을 간신히 몇 숟가락 뜨고 난 어머니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야야, 내가 인제 영이한테로 가야겠다."
영이네란 큰아들네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자기의 임종이 가까웠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그래서야 아무 데도 못 가겠구만."
"그래도 갈란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이틀이 지나 어머니는 여느 때와 같이 또 그 지팡이롤 더듬거리며 큰아들와 집으로 갔다. 큰아들은 이때 집에 있지 않았다. 영이네 ―영이 어머니 ―가 있다가,
"할매 (영이의 앞에서 할매라 부르는 것이다.) 웬 일인지요?"
했다.
"오냐."
어머니는 간신히 이렇게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가 신주단지가 얹혀 있는 제일 안구석에 드러누워 버렸다.
"할매 배 고픈기요?"
영이 엄마가 물었다. 영이 엄마는 별명이 오륜쟁이, 즉 반편이란 뜻이었다.
어머니는 그저 고개를 약간 흔들었다.
밤중에 큰아들이 들어오니까 며느리는 대뜸 방구석부터 손가락질을 하며,
"할배가 저기 와 누웠소."
하였다.
그리고는. 노파를 흘겨 보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이튿날 큰아들은 술에 취해서 들어왔다.
“엄마, 일어나소. 저기 저놈한테 갑시더.”
『저기 저놈』이라는 것은 둘째 동생을 가르키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누운 채 낮은 목소리로,
“죽을 때는 큰아들한테 가 죽으라고 옛날 느 아베도 그러듸라.”
겨우 이렇게 말했다.
"그리 쉽게 죽을 건가?"
아들의 얼굴엔 오히려 웃음이 떠돌았다.
"아프기는 할매가 많이 아파 뵈네요."
며느리가 곁에서 말을 붙였다. 그러자 큰아들은 다짜고자로,
"에이 도둑년같이!"
하며 뛰어들어 며느리의 머리채를 잡고는 뒤꼍으로 끌고 갔다.
"아야야!"
하는 며느리의 비명 소리가 들리었다.
큰아들은 며느리의 머리채를 잡은 채 발길로 질러 쓰러뜨리고는 눈이 시뻘개져서 다시 큰방 앞으로 나왔다.
"엄마 이리 나오소! 이놈들을 오늘 버르장머릴 좀 고쳐 놔야지, 천하에 죽일 놈들이 세상에 또 어딨노?"
"예날 느 아배도 그러듸라…… 죽을 때는……˙."
그러나 어머니의 말이 채 끝도 나기 전에 큰아들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네 이 도둑놈들, 부모 천대를 그렇게 하는 놈들이 세상천지에 어딨노? 이 죽일 놈들!"
큰아들은 어머니를 등에 업은 채 골목을 내달으며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하여 그가 둘째 동생 집에까지 가서 그 어머니를 툇마루 위에 내동댕이쳤을 때엔 어머니의 가슴에서 이미 숨이 멎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도 그 어머니에게 관심을 가질 겨를은 없었다.
"네 이 도둑놈, 이 천하에 목을 베일 놈!"
하고 큰아들이 소리를 지르며 그 곁에 있던 괭이를 집어들고 동생네 장독들을 부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날 죽여라! 날 죽여라!"
또출 엄마는 영이 아버지에게 뛰어들어 괭이자루를 붙들며 소리를 질렀다. 둘째 아들은 자기 목에 새끼를 걸어서 큰아들에게 뛰어들며,
"자, 자, 죽자 죽자!"
하고 새끼의 다른 끝을 형의 목에 걸며 덤볐다.
"큰아들은 사, 사내답고…… 두, 둘째는 인심 좋고.…… 마 막내는 야, 얌전하다고……."
점점 숨이 식 어가는 어머니는 툇마루에 늘어진 채 목구멍 속에서 이렇게 웅얼거렸다.
막내 아들과 그 며느리가 형들의 싸움을 말리러 뛰어 왔을 때 툇마루 위에서 숨을 거두고 있던 그네들의 어머니를 발견하였다.
"엄마! 엄마! 엄마!"
돌이는 이미 얼음같이 싸늘해진 그 어머니의 손목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노파의 두 눈동자는 이미 움직이지 않은 채 목구멍 속에서만 숨을 모으는 가래 소리가 거르렁 거르렁 끓고 있을 뿐이었다.
-끝-
2016년 11월 18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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