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영 묵상노트] 요한복음 6장과 신학의 만남14
요한복음 6장 49절-52절
어찌 능히 자기 살을 우리에게 주어 먹게 하겠느냐
49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어도 죽었거니와
50 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떡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먹고 죽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니라
51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내가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니라 하시니라
52 그러므로 유대인들이 서로 다투어 이르되 이 사람이 어찌 능히 자기 살을 우리에게 주어 먹게 하겠느냐
우리는 앞서 33절과 35절에서 주님의 말씀을 살핀바 있다. 즉, “하나님의 떡은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 생명을 주는 것이니라…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라는 말씀인데, 이 말씀을 다시 이곳에서 반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시 반복하여 말씀하시는 것을 우리는 역설체(力說體)라 하는데, 이는 그만큼 “주님의 주님 되심”은 바로 ‘생명의 구원’을 위한 ‘떡’이심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주님도 사실 육신적으로 보면 유대인이다. 따라서 모세로부터 출애굽을 하고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하나님으로부터 공급 받아 그들이 생명을 연장한 것처럼, 떡의 중요성을 분명히 여기서 재차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50절과 51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늘에서 내려온”(ὁ ἐκ τοῦ οὐρανοῦ καταβάς), “살아있는 떡”(ἄρτος ὁ ζῶν)과 대조적으로 49절은 그 떡을 먹고 “죽었다”(ἀπέθανον)고 표현하고 있다. 즉, 50절과 51절은 “죽었다”가 아니라 생명, 즉 영생하는 생명의 근원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떡”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님은 생명의 근원이신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떡”이심을 무리들에게 말씀하시고 계심은 물론, 또한 그가 “인자”로서 세상에 오신 목적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 말씀이 바로 “내 살”(ἡ σάρξ μού)이라는 말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떡”을 먹는 자들은 유대인들의 조상처럼 광야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영생하게 되는데, 여기서 떡은 바로 “내 살”이 되는데, 이어지는 성경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마다 영생을 가졌고”(6:54) 라고 하신다. 따라서 “내 살”, 이 말은 바로 앞으로 주님께서 저들의 죄를 위하여 살을 찢으시고 피를 쏟으실 십자가의 대속물이 되실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모인 유대인의 무리들은 이 말씀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현상적으로 거저 이해하는 무리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 사람이 어찌 능히 자기 살을 우리에게 주어 먹게 하겠느냐”라고 하면서, 서로 다투고(Ἐμάχοντο) 있는 것이다. 사실 진실한 메시아 기대자라면, 이사야 53장의 예언을 몰랐을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씀을 허투루 대한 사람들은 주님의 “내 살”의 의미를 현상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어찌 사람의 ‘살’을 먹을 수 있겠느냐며 양자 간의 다툼이 생긴 것이다. 말씀 앞에 선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