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 출간은 또다른 의미가 있다. 올해 2026년은 김선우 시인 등단 30주년이니까.
한 분야에 30년 동안 활동했다면 그 내용이 어쨌든 달인의 경지에 올랐으리라. 그런데 김선우 시인은 등단 30년인 해에 본인의 시들중에 '엄마'와 관련된 시들을 선정하고 보태어 시집을 냈다.
그리고 어제 북콘서트에서 (오글거린다는 표현은 쓰시면서)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시들 중에 '엄마'를 주제로 시들을 묶어 시집을 낼 수 있는 시인은 김선우가 유일하다고 말하셨다.
이건 자신감이나 오만함이 아니라, 시인의 평온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객관적 사실에 가깝다고 느꼈다.
어제 북콘서트에서 김선우 라는 사람 자체의 아우라가 얼마나 크고 따뜻한지 또 한번 느꼈다. 시인은 단어 하나하나 신중히 선택하여 말하시는 듯 했다. 마치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소중하고 멋진 존재들이야 라고 말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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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빌딩은 처음이었고 그게 시청역 근처인 것도 놀랍다. 난 나름 '시와 김선우 시인과 나' 카페 운영진이라 일찍 도착하여 인사하고 머그컵도 보고, 같은 카페 운영진이신 가이아님(카페지기), 난나님도 만났는데, 오늘은 이 자리를 편히 즐기기 어려울 듯 하다. 난 오늘 온전히 관객이 아니니까. 준비한 영상,꽂다발,케잌이 오늘 어떻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운영자들끼리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그 고민은 부질없었다. 김선우 라는 사람이 내뿜는 밝은 에너지가 알아서 해줄 거니까. 화창한 날엔 그냥 외출하면 된다. 뭘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이 알아서 인도할테니까.
대기실에서 뵌 김선우 시인은 오늘 무척 들떠 보였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가끔 어른인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이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가 있다.
북콘서트 시작 전에 오프닝으로 내가 준비한 어설픈 영상(약 2분 52초)이 스크린에 흘렀다. 카페 각종 게시판에 있는 김선우 시인 사진들, 행사 사진들을 모아 슬라이드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 끝나고 이제야 시인과 인터뷰 형식으로 북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이제야 시인은 15년차 시인이셨고, 김선우 시인님과 선후배 사이가 돈독해 보였다. 특히 이제야 시인은 슬픔에 대하여 민감하고 그걸 잘 승화시키는 듯 했고(선우님과 통화에서 많이 우셨다고), 김선우 시인은 슬퍼하고 애도하는 건 좋은 감정이고 슬픔 그 너머를 봐야 한다고 하셨고 슬픔에 너무 몰입하는 걸 경계하시는듯 했다.
김선우 시인은 '치유의 글쓰기'도 말하셨다. 일기를 쓰라고, 일단 뭐라도 쓰라고, 늘 말한다고 한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조차 내 마음을 모를 때, 무작정 쓰다보면 편안해지곤 했다. 글쓰기는 일종의 명상같은 것, 글쓰다 눈물흘리기도 했으니까.
이번 시집은 사철제본이어서 쫙 펴진다고 한다. 진짜 좋다. 책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한다. 이번 시집 강추한다(가끔 예쁜 빨간 끈도 보이고, 흑백사진들도 있음)!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에 두 번째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가 선정되기도 했다고 하셨다.
'인간승리', 뭔가 승패를 얘기하는 것 같아 불편할 수 있지만 시인은 하나씩 이겨가면서 차곡차곡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이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시절인연', 인연이야 알 수 없지만 그 시절의 그 인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했는지 시인은 지난 30여년을 되돌이보며 뭔가를 떠올리시는 것 같았다.
북콘서트의 하일라이트는 김선우 시인의 낭독이었다. 엄마 시리즈 3부작인 세 시를 낭독해주셨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보였다. 김선우 시인의 시 낭독은 어떤 힘이 있다. 개인적인 바램은 김선우 시인 자신의 목소리로 본인의 시집을 낭독하여 오디오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억양, 그 흐름, 그 운율을 통해 김선우 시들은 더 생생해지고 깊게 파고드니까.
달인이 맞았다. 김선우 시인은 엄마 3부작의 긴 시들을 통해 일반인도 시를 어려워하지 않고 쓸 수 있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이미 김선우라는 거인은 시와 인생,자유 그 너머를 보고 있는듯 했다. 득도한 부처가 중생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 했다. 김선우라는 햇살을 따뜻했고 포근했다.
엄마 관련 시들을 고르는 작업을 출판사에 맡겼다고 한다. 그만큼 출판사에 대한 믿음이 컸나보다(출판사 사장이 자신보다 김선우 시를 더 많이 읽었단다). 최고의 편집자를 만났다고 하셨다. 이 출판사와 작업하고픈 작가는 많으나, 이 출판사는 작가를 선택해서 책을 낸단다.
'축 생일'에 등장한 작가님 조카를 직접 보기도 했고, 하초록님도 등장했고 포옹하셨다(이건 뭔 얘긴지 모르시겠죠?ㅎㅎ 현장에 계신 분들만 아는 훈훈한ㅋㅋ)(참고로 어제 시인님은 엄청 포옹하셨어요! 모두를 포용하시려는 듯) 어떤 팬분이 김선우 시를 멋지게 낭독하셨다. 아직도 내 귀에 '나, 괜찮습니다'가 선명하다. 김선우 시인은 30여년동안 멋진 팬분들을 만나고 인연을 이어오셨다는 걸 알게됐다. 선한 영향력! 어제 북콘서트 후반부는 팬미팅 분위기였다. 너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녹색연합에서 발햄하는 잡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편집장 김기돈님을 작가님이 찾으셨는데 못오신 듯 했다. '작아'도 올해 30주년이란다.
어제 즈런나모님과 따님까지 오셔서 더 반가웠다. 가이아님은 대구에서 차끌고 오시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난나님은 꽃다발 준비하셨고, 마지막에 케잌 나눠드리는 게 늦어져서 좀 그랬으나 큰 문제는 아니었고. 난 싸인받을 때 '앞으로 등단 40년 50년때도 뵙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시간은 빨리 흘러 7시 반에 시작한 북콘서트는 밤 10시쯤에야 마무리가 됐다. 난 재빨리 전철타고 집에 왔다. 간단히라도 뒤풀이 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늦었다. 조금 아쉬웠으나 그것 또한 좋다.
첫댓글 생소해님의 멋찐 행사후기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으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다음엔 여유롭게 식사 한번 하시죠.ㅎㅎ
정성스런 후기에 북토크 분위기가 제대로 전달되는군요. 남원 행사가 기대됩니다. 고마워요.^^
남원 행사도 좋을 겁니다. 김선우 시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을테니까요.^^
그제 행사 분위기도 잘 살려주시고 후기 정말 잘 쓰셨어요. ^^ 오랜만에 김선우작가님과 여러 회원님 만나뵈어 반가웠어요. ^^
그리고 생소해님 말씀대로 김선우작가님이 직접 녹음한 오디오북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그렇죠! 그런 오디오북 있으면 바로 구매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