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두천과 포천에 걸쳐있는 명산 소요산에 가기 위해서는 그저 서울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아침에 올라가면 된다. 서울 근교의 산들은 명산에다 산이 아름답다 할지라도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기에 시간이 크게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후에 경주에서 서울로 출발을 하여 서울 모래내에서 강태환시를 만나 맛있는 양념고기를 안주로 맥주를 막 빨아댔다. 강태환씨 부부는 두분 다 인심이 후하고 덕스러워 늘 만나면 부담이 없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강태환씨 집에까지 가서 새벽 4시까지 마셔댔으니 일정에 다소 차질이 생기기는 하겠지만....우리의 산행은 영락 없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소요산으로 출발이다. 서대문 북가좌동에서 정릉-수유리도 빠져 의정부로 올라가는 내부순환도로를 타고 의정부-동두천으로 올라가 미제2사단 정문에서 좌로 꺾어 국민관광지인 소요산으로 들어간다.
소요산은 경기도 동두천시와 포천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536m이고, 주봉(主峰)은 의상대(義湘臺)이다. 서울에서 북쪽으로 44km, 동두천 시청에서 동북쪽으로 약 5km 지점에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다워서 경기의 소금강(小金剛)이라고도 한다. 하긴 뭐 조금만 아름다우면 모조리 소금강이라는 말을 붙여대니 할 말은 없다.
주차장 지나 들머리에서 조금 산을 오르면 바로 유명한 자재암이 나타난다.
645년 신라의 원효대사가 개산(開山)하여 자재암(自在庵)을 세운 이후, 974년(고려 광종 25) 이 산을 소요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중대암·소운암·소요암·영원사 등의 사찰과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소요산은 1981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자재암은 봉선사(奉先寺)의 말사로서, 원효대사가 수행 도중 관세음보살과 친견하고 자재무애의 수행을 쌓았다고 하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자재암 마당에서 포즈를 취한다. 산의 규모는 작지만 전체적으로 암산이며 그 바위들은 날카롭기만 하다.
하백운대 오르는 길에 촬영을 한다. 소요산에는 청량폭포(淸凉瀑布)와 원효폭포가 있는데, 이 지대를 하백운대(下白雲臺, 500m)라고 한다. 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 봉우리를 차례로 지나면 정상에 가까와 진다. 그리고 나한대와 정상인 의상대이다.
자재암에서 하백운대로 오르는 바위길은 가파르기 그지 없어 아찔아찔하기만 하다. 노인들이 눈에 드문드문 띄는데 이 산은 노인들이 오는 산이 아닌 것 같다. No country for old men 인가?
상백운대에서 쳐다보는 정상 부근. 쌍동이 봉우리 같은 나한대와 의상대. 의상대가 정상이며 두 봉우리는 붙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 가보면 내려갔다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쳐야 한다.
중백운암에서 상백운암으로 가고 있다. 좀 지나면 원효대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약 30m쯤 되는 절벽 위를 상(上)백운대라고 하며, 그 밑으로 선녀탕(仙女湯)을 볼 수 있다.선녀탕은 겨울에 물이 얼어 거대한 빙벽이 되어 등산로를 통제하고 있다.
상백운대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의 능선에는 바위가 뾰족뽀족하게 솟아나 있다. 그래서 칼날능선이라고 했던가? 실제로 이 사진보다는 훨씬 더 날카로운 바위들이 많아 산행을 많이도 방해한다. 약간의 신경질이 나기도 한다.
드디어 소요산 정상, 의상대이다. 정상은 큰 바위로 되어 있어 바위를 타고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절이나 산에는 원효, 의상 붙지 않는 곳이 별로 없는데 정상의 이름은 주로 의상봉이다. 원효의 이름은 왜 봉우리에 붙이지 않을까?
소요산 자재암의 반대쪽이다. 반대쪽은 다소 완만하고 경치가 덜 하다. 그리고 거의 다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다. 아직도 이곳은 전방이라 긴장감이 도는 편이다. 예전보다야 많이도 줄었지만.....
정상에서 찍은 공주봉. 저 봉우리까지 가면 소요산을 거의 종주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 공주봉 근처의 안부에서 밑으로 떨어진다. 위험이라고 쓰여있지만 그게 뭐가 위험이냐? 우리는 산에서는 역전의 용사들이다.
산을 내려가면서 촬영한다. 이제 산꽃에도 봉우리가 맺히려 한다. 아직도 날씨는 한겨울인데 말이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다. 소요산은 회귀산행 코스이다. 넘어가 봐야 경치가 없으니 다시 돌아나올 수 밖에. 일주문에서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둔다. 내일의 산행지는 충남 예산의 덕숭산이다. 역시 오늘밤도 서울에서 지내려고 한다. 오늘밤은 일산에서 옛친구들인 이정과 장병선을 만나고 거나하게 한잔해야지. 그리고 모레 새벽에 충남 예산으로 내려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