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굉선 - 우리에게 정토선이라는 큰 법을 전해 주신 큰스님

[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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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정토선이라는

큰 법을 전해 주신 큰스님

굉선(선용, 부산 대승사 주지)

1) 아미타불과 큰스님 그리고 나와의 인연

큰스님과의 만남은 어쩌면 출가 당시부터 이미 결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처음 출가하여 송광사 강원 도서관에서 관정 큰스님의 극락세계를 다녀오신 책자 <극락세계 유기>를 접했을 때 저는 너무 감격하고 신심이 솟구쳐 신문지 종이에 인쇄된 손바닥만 한 책자를 복사기로 복사하여 도반스님들에게 전해 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여러 가지 수행법들을 두루 배워가면서 과연 나에게 맞는 수행법은 무엇인가 한 참을 고민하였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부처님께서 크신 지혜로 제자들을 섭수하여 제자들이 어떤 수행을 하여야 빨리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지혜의 눈으로 꿰뚫어 보시고 제자들의 근기에 맞는 수행법을 제시하여 깨달음을 얻은 많은 아라한들이 출현하였고, 또 아라한과를 얻은 성자들 역시 자신의 제자들을 지혜로써 이끌어 제자들에게도 깨달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지만, 오늘날과 같이 참다운 성인을 찾기 힘든 세상에 과연 어떻게 하여야 나의 근기를 스스로 찾아내고 또 그 근기에 부합된 수행을 하여 빠른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여 많은 수행법들을 두루 두루 섭렵하고 부처님의 경전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끝에 마침내 나에게 내려진 진단은 오직 정토수행, 바로 <아미타불>을 부르는 염불수행법만이 최상의 수행이며, 가장 빠른 성불의 길이고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모든 중생들의 근기에 다 들어맞는 수행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래서 범어사 선원에서 정진하고 있을 때 잠시 한 생각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선원에 다니는 것을 잠시 접어두고 토굴에 들어가서 한 3년 정도 혼자서 결사한다는 마음으로 염불정진을 하여야겠다.’ 라고 ....

그리고 토굴을 생각하다 보니 좌선 중에 내가 살아야 할 도량이 그림이 그려졌는데 그곳은 산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바다가 보이는 도량이었습니다. 또 토굴은 큰 절에서 그리 멀지 않은 10여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도량이었습니다. 해제 무렵이 다되어 다각실에서 차를 마시며 함께 정진했던 스님 한 분께 내가 좌선 중에 그림을 그린 도량에 대해 설명을 하니 그 스님께서 내가 말한 것과 똑 같은 도량이 있다고 하시면서 강진 백련사로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해제를 하면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해 놓고는 정작 해제한 후에는 만행 길에 나서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백련사를 아득히 잊어 먹고 있다가 영암 도갑사에 들려 그곳에서 기도하고 있는 도반스님과 애기를 나누다 마침 강진 백련사가 인근에 있다고 하여 백련사 토굴 생각이 떠올라 다음날 행장을 꾸려 백련사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주지 스님을 찾아 인사를 나눈 뒤 법당에 기도하시는 스님이 안 계시면 제가 한 일주일쯤 기도를 하고 싶은데 어떻겠는가 물으니 마침 주지스님께서 큰 법당에 지금 행자가 예불만 올리고 있으니 스님이 기도를 하셔도 된다고 하여 일주일간 아미타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기도 끝에 주지스님께서 기도 회향을 함께 기뻐해 주시며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물어왔습니다. 나는 마침 잘 됐구나 싶어, “위에 토굴에서 사실 스님이 안 계시면 제가 좀 살면 안 되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주지스님께서도 일주일간 나를 지켜보시고 맘에 들었는지 쾌히 승낙을 하여 정말 인연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기묘하니 백련사의 수도암 토굴에서 3년간 정진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토굴에 살면서 처음에는 큰 법당에서 기도하시는 스님이 없어서 우선 내가 아미타기도를 하였는데, 가끔 기도를 하기 위해 백련사를 찾아오시는 스님들이 있으면 나는 저절로 긴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부처님 앞에 발원하고 약속하기를 이 도량에서 제가 살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이 도량에서 3년 동안 아미타불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부처님 전에 발원한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도하러 오시는 스님들마다 각기 자신의 염불수행이 다르다 보니 어떤 스님은 석가모니불을 염불하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관음기도를 하겠다는 분도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지스님께서도 이곳 백련사는 아미타도량이니 이제부터 아미타 천일기도를 봉행하여야겠다는 마음을 일으키신 것입니다. 정말 이것은 부처님의 가피력이라고 할 수 있을 뿐 그렇지 않고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처음 제가 일주일 기도를 올리면서 ‘만약 제가 이 도량에 살게 된다면 이 도량에서 3년 동안 아미타불 염불 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발원을 세우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사실 냉철하게 돌이켜보면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황당한 발원이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 절의 주지도 아니고 일개 토굴 사는 스님인데다가 제가 그 곳에 오기 전까지는 전혀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지 않았던 도량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찰이 다 그렇지만 주지스님의 마음에 따라 도량에서 염불하는 것도 모두 좌우되기 때문에 사실 나의 발원은 전혀 가망성이 없는 그런 황당한 발원이었는데 갑자기 그 발원이 성취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주지스님께서 정식으로 신도들에게 아미타천일기도를 봉행한다고 선포하고 기도스님을 모셔 입재를 하게 되니 그 때부터는 3년간 아미타불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부처님과의 약속에 대한 조바심이 완전히 놓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백련사 도량에서는 부처님과의 약속 아니, 약속이라고 하기 보다는 발원이라고 해야 할3년 동안의 아미타불 염불소리가 끊어지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2) 성공적인 관정 큰스님의 백련사 법회

토굴에서 수행을 하면서 오직 하루속히 선지식을 만나 뵙고 바른 법문을 배워 무명을 밝혀 많은 중생들을 인도 할 수 있기를 발원하고 주지스님과 신도님들이 주는 보시금을 모아 관정 큰스님의 「극락세계유기」를 인쇄하여 전국의 비구 비구니 강원스님들에게 법보시를 하고 계속해서 정토선을 홍보하기 시작하니 차츰 주지스님도 관정 큰스님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백련사 주지스님이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스님께서 그렇게 관정 큰스님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고 계신다면 직접 중국에를 다녀오시지요, 만약 스님께서 중국에 가실 의향이 있다면 내가 경비를 대주겠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수행이 시급하지 큰스님을 뵙는 것이 급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큰스님을 모시고 오면 될 것 아닙니까? 만약 스님이 그럴 의향이 있다면 내가 적극 후원을 해주겠습니다.”

그리하여 큰스님의 행방을 수소문 하여 큰스님을 초청하게 되었고 강진 백련사에서 불교방송과 지역 신문 등 각종 매스컴을 이용하여 홍보하고 마침내 2000년 큰스님을 초청하여 많은 스님들과 불자님들이 참석하여 큰 법회를 성황리에 치르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와 인연 있었던 대주스님도 이때 인근 장흥 탑산사 위쪽 토굴에서 정진하고 있다가 마침 큰스님 법회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참석하게 되었으며, 법회가 끝난 후 대주 스님과 제가 큰스님을 뵙고 큰스님과 법연을 맺게 되었는데, 당시 큰 스님으로부터 저는 굉선 등용이라는 법호를 하사 받고 정토선을 수행하면서 또한 정토선을 널리 펴라는 부촉을 받게 되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당시 백련사에서 법회를 하실 때 오전 10시부터 시작해서 점심 공양 시간 30여분을 제외하고는 오후 7시까지 쉬지 않고 법회를 강행해 법회에 모여든 모든 스님들과 불자님들이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우리 한국 불교의 큰스님들께서는 법문시간에만 등장하시어 길어야 1시간 그렇지 않으면 30분 정도 법문하고 나가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많은 시간을 쉬지 않고 함께하시니 젊고 건강한 저희들도 지쳐서 힘들어 할 정도였는데, 큰 스님께서는 힘들다는 내색을 하시지도 않고 강행을 하시는 것을 보고 법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당시 큰스님께서는 세속 나이로 77세의 노령이셨는데 그 연세에 누가 그렇게 법회를 강행할 수 있겠습니까? 젊은 스님들도 힘들어서 다들 안절부절 하였는데 큰스님께서는 가끔 물 한 모금씩 축이면서 전국에서 모여든 불자님을 위해 마정수기를 하실 때 한 사람마다 1분여 가량 쉬지 않고 진언을 읊으시면서 축원을 하여 주시는 등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법회를 성황리에 마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백련사에서 큰스님 초청 법회를 계기로 전국에서 큰스님을 모시고 법회를 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하여 큰스님을 모시고 전국 순회 법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전남도에서도 가장 남쪽인 강진에서 강원도 골짜기까지 무려 8시간 정도를 차를 타고 가시면서 우리들이 큰스님께서 힘들어 하시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가끔 여쭈어보았다.

“큰스님, 힘드시지 않으십니까?”

“운전하는 사람이 힘들지 내가 뭐가 힘들겠느냐, 나는 눈만 감고 있으면 극락세계가 훤히 펼쳐지는데!”

큰스님 자신보다 오히려 우리를 걱정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며칠 전 만행 길에 모처럼 백련사를 찾았는데, 예전에 비해 도량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조계종에서 포교의 성공사례로 백련사가 선발되었다는 소문처럼 도량정비도 아주 깔끔하니 해 놓고 도심 포교당까지 불사를 마친 전임 주지 혜일스님은 다른 곳으로 떠나시고 다른 스님께서 새로 주지소임을 맡아 와 계셨습니다. 하지만 큰 법당에서는 여전히 아미타불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아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3) 부끄러운 내 마음의 그림자

예전에 큰스님을 모시고 전국 순회법회를 하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번은 대구 인근에 있는 경산시의 사찰에서 법회를 요청하여 큰스님을 모시고 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절의 스님은 제게 “큰스님을 참으로 존경합니다. 오직 큰스님을 뵙기 위해 그 동안 일심으로 기도를 해 왔습니다.” 라고 하면서 우리의 빠듯한 일정 속에 큰스님을 자신의 절에 꼭 모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몇 번이고 간청을 해서 당시 정말 빠듯한 행사 일정에도 불구하고 신심 있는 스님과의 인연을 맺어주기 위하여 큰스님의 수고를 감수하고 일정을 잡아서 그 사찰에 법회를 간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절에 가보니 간절히 법회를 요청했던 그 절의 주지스님 말과는 달리 완전히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장사를 하기 위해 큰스님의 이름을 빌린 것 같은 냄새가 풍겼고 큰스님에 대한 예우도 너무 형편없었습니다.

당시 수행인원은 큰스님 공양주라는 소임으로 함께 동행 했던 통역 강거사의 처제와, 통역 강거사, 그리고 저와, 대주스님, 그리고 큰스님 모두 다섯이었는데, 여관도 아닌 여인숙 방을 3개를 잡아서 함께 자게 하여 너무 지나치다 싶어 나중에는 차라리 그 절의 신도집이라도 물색하여 방사를 마련해 주라고 하였더니, 그 절에 다니는 신도님 중 한 분을 물색하여 신도님의 아파트에서 큰 스님을 모시게 되었는데, 2박 3일 행사 일정 기간 중에 정토선을 알리기 위한 법회보다는 점안식과 기도회향 등으로 다른 스님들을 모셔다가 법회를 치르며 여러 가지 일정 속에 큰스님의 법회는 들러리처럼 보이게 하여 나중에는 제가 은근히 진심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차편을 배려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돌아오려 했는데, 차표가 없어서 다시 그 절의 신도 집에서 하루를 더 묵게 되면서 저의 진심은 더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보다 못한 그 절의 신도님까지도 그 절의 주지스님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최소한 배웅정도는 해야 되는 것이 기본예의 아닙니까?”라고 항의를 하자 다음날 그 스님이 배웅을 하러 나오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밖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제 마음속에는 더 심한 진심이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큰스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같은 스님끼리 마음을 그렇게 쓰면 안 된다. 항상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자비심으로 대하라”

하지만 제 마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고 큰스님께서도 시침을 떼며 ‘저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잡아떼었습니다. 그러자 큰스님께서 무서운 눈초리로 저를 보시면서 “내가 너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시침을 떼느냐!”라고 소리를 치시며 무섭게 훈계하셨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창밖만 바라보다가 나중에 기차 안에서 큰스님께 용서를 빌며 다른 한편으로는 통역에게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렇게 타심통(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이 있으시면서 왜 저런 못된 스님이 큰스님을 여러 가지로 이용하면서 푸대접을 하시는데도 큰스님께서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 스님이 원하는 대로 모두 이용을 당해주시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세월이 점점 지나면서 지금은 큰스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던 내 마음의 그림자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며 큰스님의 자비를 항상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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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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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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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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