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굴렁쇠처럼
모처럼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겨울의 자태가 생각없이 안방 구석에 처밖혀 천장을 바라보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창밖을 바라보게 한다.
아쉽고 보내기 싫지만 올해도 사계절중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올해는 무엇를 할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나름대로 삶의 목표도 정해보고 내 미니 홈피에 구체적으로 실천할 일들도 적어보았다. 몇가지는 실천을 했고 몇가지는 그저 결심에 멈추어진 상태로 올해를 마감해야 할것 같다.
2007년의 삶의 주제를 ‘5년후에 나는 무엇을 할것인가’ 로 정해 보았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는 10년을 내다보는 경영전략을 세운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 격언도 있지만 지금의 세상에선 10년이란 세월은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은 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변화무쌍한 세상이 아닌가?
사람들은 흔히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한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내 인생의 삶속에서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에 말이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가치로 삼고 살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추구하며 살고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그것들과는 거리가 멀은것 같다. 잘나지도 못했고, 가진것도 없고, 배운것도 없다. 그리고 불혹의 중반을 살고있지만 내놓을만한 명함도 없다.
뿐만아니라 주장이 강한 모난 성격에 네가티브적인 세상관이 때로는 보편적인 타협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나마 내가 내세울만한 것은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다. 청주지역에 거주하는 백여명이 넘는 장애인 친구들이 그들이다. 지체장애인, 정신장애인,시각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언어장애인 등 여러 장애유형을 가진 친구들이다. 김현수라는 장애인 친구가 있다. 나보다 10살이 어린 35살로 정신지체장애 2급이다, 2002년 10월 혜원장애인복지관에서 인연을 맺었는데 5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매일 아침,저녁 두통의 전화를 내게 해주는 친구다. 간단한 인부인사 정도지만 요즘은 현수의 전화가 없으면 왠지 허전하고 불안한 느낌마저 들곤 한다. 또 한명의 친구가 있다. 박화정이라는 20대의 청년이다. 2003년 3월 그를 만난이후 우린 매월 두 번 함께 목욕을 하는데 벌써 4년이 흐르고 있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뇌성마비1급 장애인인 이종일 선생님이 생각난다. 함께 3년간 예배를 드리고 집사직분을 받으시던 모습과 마우스 컨토롤기를 이용하여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도록 가르치고 이제 홀로 청주시내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내가 새로운 힘을 얻곤 한다.
‘굴렁쇠’라는 장애인자조모임이 있다. 청주지역에 거주하는 25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그들중엔 크리스챤도 있고, 불교신자도 있다. 회원의 자격은 마음 하나다. 장애인,비장애인을 구별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회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회장님이신 우정희 집사님은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1급지체 중증장애인이지만 외모나 마음씨 모두 어느 여인보다 아름답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늠름한 두 아들이 있고 충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신체의 장애를 조금도 내색하지 않는 당당한 여자이며, 엄마이며, 아내다. 내가 부회장을 맡고 있으므로 자주 만나는 편인데 나중에 다시 태어난다면 난 우집사님과 결혼하겠다는 농담을 스스럼없이 한다.
올해 굴렁쇠는 많은행사가 있었다. 제1회 우암산 장애인걷기대회, 충주고아원방문, 전남 나주에 있는 장애인 그롭홈 ‘새벽동산’ 방문, 장애인 찜질방 체험, 영화관람 등을 통하여 장애인도 이 세상의 주인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길렀으며, 지난 9일에는 봉사모임인 ‘다울’회와 멋진 송년모임도 갖기도 했다. 굴렁쇠는 ‘장애인 자립과 자조’라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으며, 그 목표를 하나 하나 달성해 가고 있다. 두쌍의 장애인 가정을 탄생시켰으며, 내년에는 또 한쌍의 장애인 가정이 탄생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도움을 받기 이전에 먼저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과 용기와 행동을 굴렁쇠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한해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년초 목표한 것들중 몇가지나 달성했는가? 인생을 실적위주로 평가할 수 없지만, 매년 년말이 되면 자신을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갖곤 한다. 처음으로 내책을 집필했는데 ‘성공하는 애견샵 창업하기’란 애견서적을 크라운출판사를 통하여 출간했다. 청주교차로와 충북경제신문에 20여회의 칼럼을 기고했고, CBS 청주기독교방송에 고정 출연하여 창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청주지역 상권분석서도 편찬했다. 가장 소중한 일은 충북장애인자립생할센터와 함께한 일들이다. 장애인 인권향상과 권리회복, 새로운 인식을 비장애인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행사들과 시간들이 가장 소중하게 남을 것이다.
지난 11월 뇌성마비1급인 정경자라는 여성장애우를 만났다. 올해 33살인 경자와 주일예배를 함께 드린다. 그녀와 함께 드리는 예배를 통해 나는 큰 감사를 느낀다. 교회에서 장애인선교를 한답시고 하다가 상처를 받아본 적이 있다. 그 상처를 아물게 하기위해 하나님은 내게 경자를 보내주셨고 지금 그녀를 통하여 위로를 받으며 상처를 치료받고 있다. 하나님이 내게 말씀하신다. 야 이놈아! 네 주변에 있는 그들을 바라보라! 넌 행복한 놈이 아니니?
'네, 하나님! 저는 행복한 놈입니다’ 라고 깊이 고백하며 丁亥年 새해에는 저 동그란 굴렁쇠처럼, 동그란 마음으로 모두가 하나된 세상이 되고 서로에게 감사해 하는 한해가 되길 소원해 본다.
2006. 12. 17
정갑용 집사 / 굴렁쇠 부회장 / 충북장애인자립생할센터 후원회장
첫댓글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 이네요.. 같은 도시에 살고 있네요.. 굴렁쇠모임은 많이 들어 보았고 새벽지를 통해서도 보았구요.주님은혜가운데 모두 한형제 .자매임이 참 기쁩니다 2007년도를 예비하신 주님이 항상 지켜주시고 축복해 주시리라 믿어요 메리 스마스
감사합니다. 새벽동산을 통하여 우리가 하나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면 그보다 더 귀중하고 소중한게 어디에 있겠습니까? 주님찬양님 누구지 모르지만 이곳을 통하여 또 하나의 인연이 맺어짐을 감사 감사하게 받아드립니다. 저역시 행복한 마음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꿈을 그리는 자는 그 꿈을 닯아가는 자다. 샬롬.
부회장님 글 잘읽었습니다. 2006년을 다시한번 되새겨봅니다. 역시글은.....ㅎㅎㅎ새해에도 더욱 주님께 사랑받은 집사님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