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체육회 사무국장의‘발호’
‘발호(跋扈)’라는 한자어는 아랫사람이 제멋대로 행동하여 윗사람을 해칠 때 쓰는 말이다. 본래 ‘발(跋)’은 뛰어넘는다는 뜻이고, ‘호(扈)’는 대나무로 만든 통발을 말한다. 작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통발을 설치하면 작은 물고기들은 통발에 남지만 큰 물고기들은 통발을 뛰어넘어 도망치듯 제멋대로 행동을 하는 것을 비유하여 아랫사람이 제멋대로 행동하여 윗사람을 범할 때 ‘발호한다’고 표현한다.
중국 고사를 보면 『후한서』‘양기전(梁冀傳)’에 이 말이 나온다. 한나라 10대 황제인 ‘순제’ 때 외척인 ‘양기’가 20년간 실권을 장악하고 횡포를 부렸는데, ‘순제’가 죽자 겨우 두 살인 조카 ‘충제’를 즉위시켰다가 1년 후 여덟 살인 ‘질제’를 즉위시켰다. 그런데 ‘질제’는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양기’의 횡포가 눈에 거슬렸다. 어느 날 ‘질제’는 신하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양기’를 바라보며 “이 분이 발호장군(跋扈將軍)이로군” 하고 말했는데, 이 뜻은 ‘양기’의 제멋대로 행동을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양기’는 이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결국 ‘질제’를 독살시켰다. 양기의 발호가 극에 달하면서 한나라는 결국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최근 종로구체육회가 ‘발호’와 같은 사달이 생겨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발호’의 내용을 보면, 종로구체육회 사무국장이 종로구체육회 회장을 노동부에 제소하여 4백만 원 과태료를 물게 했으며, 체육회 고문 A씨도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제소하여 자격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당하게 한 것이다.
종로구체육회는 본래 1991년 설립된 종로구 생활체육협의회의 후신이다.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전국의 생활체육 동호인들을 규합하여 생활체육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협의회를 발족시킨 민간 주도 임의단체다. 생활체육 축구를 비롯해서 배드민턴과 탁구, 테니스, 게이트볼 등 여러 종목별 동호인들이 제각각 연합회를 구성해서 나름대로 활발한 생활체육을 즐기며 건강한 삶과 친선을 도모하는 공동체 관계로 발전했는데, 현재는 족구와 태권도, 검도, 농구, 산악 등 20여 종의 종목들로 확충되어 동호인 수만 5천여 명에 이르는 지역사회 커다란 공동체다. 그러다가 지난 2016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생활체육과 사회체육을 합치면서 종로구체육회로 명칭이 변경되어 지금에 이르면서 종목별 대회를 치르는 등 미래 종로 공동체 발전에 기반이 되고 있다.
이번 종로구체육회의 ‘발호’ 사달은 정치적 색채가 배경인 셈이다. 지난해 4월, 종로구체육회 홈페이지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위원장과 구의원들만 나온 사진을 홈페이지 중앙에 실으면서 국민의힘 구의원들이 항의 소동을 벌이는 해프닝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시발점으로 보인다. 그 당시 국회의원 총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패배를 당한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은 크게 의혹을 갖고 종로구청 관리 부서에까지 항의를 하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후 체육회 홈페이지 관리에 대한 책임과 함께 사무국장의 평상시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서로 간의 갈등과 대립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이번에 징계를 당한 체육회 A 고문의 경우는 사무국장의 ‘쏠림’ 행태를 시정하기 위해 경각심과 함께 주의를 준 것인데, 이를 사무국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제소를 하여 A 고문이 ‘자격정지’ 3년이라는 징계를 당하게 한 것이다.
사실 체육회 고문이라는 자리는 체육회 내부의 결재권이나 의결권도 없는 ‘감투’다. 더군다나 고문이라는 명분으로 특별 회비만 감당하는 명예직일 뿐이다. 그래서 전임 생활체육협의회장들이 고문직을 맡아서 체육회의 활성화를 지원하거나 울타리가 되어 주는 봉사직인데, 그런 직책에 자격정지라는 징계가 어울리지도 않지만 체육회 활성화에 부작용만 낳을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체육회 회장 역시 과태료 4백만 원을 부과받았는데, 이 또한 종로구 생활체육 역사상 처음으로 발생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랫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국장의 고발조치로 회장이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으로 의구스럽다. 회장이라는 자리도 무보수 명예직임은 물론이거니와 임기 중 수천만 원의 특별 회비를 내는 봉사직이다. 개인 사재를 털어가면서 지역사회와 생활체육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수고하는 봉사자에게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봉변인 셈이다.
물론 회장이 사무국장에게 결재권 3개월 정지라는 직무배제 조치를 한 것이 ‘갑질’이라는 원인으로 작용됐지만, 회장 입장에서 오죽하면 그런 조치를 했는가에 대해 되돌아보면 사무국장은 스스로 성찰하고 숙고하면서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면 될 터인데, 이번 사무국장의 ‘발호’는 ‘이판사판’을 넘어 체육회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공멸의 수순으로 평가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달의 배경으로 정치적 음모(?)가 거론되고 있다는 상황이다. 순수한 동호인 체육단체에 어떤 정치적 사심들이 끼어들면 그 체육회는 활성화보다 분란과 침체의 늪으로 빠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종로구체육회 활성화와 동호인 화합에 치명타가 될 이번 사달이 어떻게 귀결될지가 체육회 동호인뿐만 아니라 구민 대다수가 크게 우려하는 이유다. 종로구 생활체육 역사 35년간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반론보도] <체육회 사무국장의 ‘발호’> 관련
본 신문은 7월 7일 자 「체육회 사무국장의 ‘발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종로구체육회 사무국장이 회장과 고문을 고발하여 조직 운영에 물의를 일으켰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이에대해 종로구체육회 사무국장은 “종로구체육회 회장과 고문으로부터 2022년 10월경부터 반복. 지속적인 사직 종용과 업무배제를 당하여 회장 등을 신고하였으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2025년 5월 19일 회자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였고, 고문 역시 관련 징계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