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럽다, 는 표현이 어떨까 싶다. 좋게 어울려지기에는 둘보다 셋이, 셋보다 넷이, 그 수
를 더해갈수록 어렵기 마련인데, 롯데호텔의 새로운 중식 레스토랑 도림(桃林)은 흥미로운
평면에 제 자리를 잡은 많은 수의 물성들이 값나가는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원래 지하에
있던 중식 레스토랑을 고층으로 옮기고자 한 롯데호텔의 계획은 경관 특히 야경의 우수함을
살리고, 동시에 찾아오는 고객이 느끼는 프라이버시성을 증강하여 품위를 더하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하니, 이 공간에서는 특히 그러한 의도의 디자인에 주목하자.
몇 가지 흥미로운 설정은 공간의 구성미를 더한다. 개인의 젓가락을 지정하여 식사시마다
이용할 수 있도록 보관해 주는 ‘크리스토플 찹스틱 클럽(Christofle Chopstick Club)’은
의도된 개념도 흥미로운데다가 기꺼이 입구부분에 자리 잡게 한 132개의 젓가락 보관함이
독특한 데코레이션의 역할을 한다.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즐기는 ‘쇼’의 개념으로 승격
시킨 설정을 뒷받침하는 오픈 주방의 디자인은 주방에 흔히 사용되는 백색 타일이 아닌
브라운 타일로 마무리되어서 따뜻한 활기를 방음된 경계를 너머 홀까지 전하고 있다. 물
끊이는 기계 사모바르(Samovar)를 갖추고 있는 새로운 시도 ‘티 바’도 눈길을 끌만하다.
고급 젓가락에서부터 요리사의 흰 모자까지, 품어야 할 물성이 많은 공간. 다물성(多勿性)이
잘 어울려지도록 연출된 도림의 인테리어디자인에서 몇 가지 질서를 찾아보자.
엘리베이터홀의 바닥과 원심력을 발하는 리셉션 홀을 시작으로 천장 조명, 기둥, 테이블,
오픈 주방. 그리고 가려지는 너머로 살짝 호기심을 일으키는 굽어진 복도, 곱슬곱슬한 선으
로 화분에 담긴 곱슬버들. 그 하나의 질서는 원과 원의 조각(曲線)으로 통일된 형상이다.
화강암의 컬러 대비로 뚜렷한 인상을 심은 엘리베이터 홀, 움푹한 패브릭에 담겨진 빛이
주체되지 못하고 아래로 흐르는 부드러운 빛의 천장과 딱딱한 세로선으로 뻗은 벽체 그리고
파도치는 가로 문양의 우드 패널이 원심력 안에서 좋은 대비를 이룬 리셉션 홀, 흑단과
자개의 명암이 서로를 밀어 돋보이게 하는 대비를 이루고 있는 인포메이션데스크, 자개의
세로 이음과 나뭇결의 가로 패턴이 수직 대비를 이룬 곡선 복도, 청경(靑鏡)을 배경으로
아크릴로 표구된 동양 판화의 시간적 대비, 민무늬와 문양을 반씩 함께 어울리게 한 디자인
의 의자. 이것은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하는 대비를 통한 질서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얘기해야할 질서는 깊이감이다. 파도치는 우드 패널이 드리우는 섬세한
그림자와 일정한 패턴으로 은경(銀鏡)이 박혀진 벽체 마감은 시작되는 다른 영역에 대한
경계(境界)를 의미하는 깊이이다. 유리 사이에 패브릭을 끼워 넣은 오더 메이드 글래스는
공간의 저편을 가려주면서도 투명한 깊이를 유지한다. 돌비늘 벽지는 반짝임으로, 홀 천장
의 둥근 조명들은 지름과 높이를 달리하는 자유로운 내밈들로, 티 바에서는 서스(SUS)에
비친 전시된 차병(茶甁)의 지글지글한 여운으로, 묵직한 존재감인 홀의 기둥에서는 부조(浮
彫)의 깊이로, 쇼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오픈 주방의 외부는 아래위로 더해진 빛으로. 이렇
게 제각각의 방식으로 깊이를 내보인다. 이것으로 도림은 많은 물성들이 어울린 가운데서도
복잡하지 않은 표정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