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
#음식문화
- 보심도 합시다 -
시골에선 뱀술을 즐겨먹는다. 아니 옛날 시골에선 뱀술을 많이 먹었다. 우리 고향에서는 사투리 탓인지 몰라도 蛇酒라고도 않고 ‘사지’라고 하는데 말할 때 왠지 쉬쉬하는 은밀한 분위기였다. 재료는 평야가 많아 독사가 드물어서인지 능사(능구렁이)를 최고로 쳐주었다.
사지의 효능은 거의 만병통치로 통했다. 심지어 화상 창상 피부병등 외용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단다. 특히 어혈을 푸는 데는 그게 가장 특효란다. 어린 마음에도 산에 사는 독사가 영지선초를 혹간 먹어 더 좋을 것 같은데 기껏 쥐가 주식인 능구렁이에게 무슨 약효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봄 여름철 어쩌다 한낮에 ‘우~엉~’소리가 거의 이삼 십리 밖까지 울려 퍼지는데 그 괴성이 바로 능사가 우는 소리란다. 나도 많이 들어봤지만 실로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소리였다. 어찌 그런 작은 미생물이 5갑자가 넘는 내공이 실린 사자후를 토한다는 말인가?
반잔여 얻어먹어보기도 하고 피부에 발라보기도 했으나 조금 먹어선지 도통 아무런 징조는 없었다.
1968년? 당시에 직접 체험한 일이다.
경지정리를 하면서 뱀들의 서식처도 절딴이 나서 능구렁이가 흔해져 우리 집에서도 갑생씨가 능사를 잡아 뱀술을 담갔다. 담그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종병 소주에 뱀을 산채로 집어넣어 밀봉하면 끝난다. 뱀은 술 속에서 발버둥치며 피를 몇 번 토한 후에 죽는다. 마개로 잘 막고는 초로 밀봉하여 땅에 묻어둔다. 혹 공기가 들어가면 부패하여 실패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사지는 맑지가 않고 탁하고 지저분하다.
딱 1년이 지나야 사지가 만들어진다. 일 년도 지나기 전에 먹는 술꾼도 있었는데 타고난 모주꾼인 갑생씨가 일 년씩이나 참아낼 리가 없다. 뱀술을 담근지 반년인지...그보다 좀 이른지 늦은지는 확실치 않다. 갑생씨가 땅에 묻어둔 사지를 파내다가 ‘어어어어어’하더니 뒤로 나자빠졌다.
뱀은 살아있었다!
술병 목의 위 좁은 공간에 머리만 수면...아닌 주면에 내놓고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밀봉을 잘못했던 탓이다. 본디 파충류는 한번 먹이를 먹으면 두세달 굶어도 살 수 있는 수가 많다. 호흡을 할 수 있고..더구나 술은 영양 높은 에너지원일 수 있다.
갑생씨는 사람은 좋으나 일 마무리가 꼼꼼하지 못하고 대충대강하는 수가 많다. 깨트려서 확실히 죽여서 파묻고 말았지만 그 일은 한동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그 후로 나는 뱀은 물론 파충류와 관련된 어떤 음식도 먹지 않았다.
지금도 북한은 물론 산간에 가면 사주를 많이 파는 것으로 보아 뱀술에 뭔가 효과가 있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효과에 비해 그 부담이란 몇배 더할 수 있다. 모두에게 불편할 수 있는 그 ‘부담’에 대해 이제부터 말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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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두두려 패야 고기 맛이 훨 좋아진다는 소리를 듣다가 어린 시절 어느 날 직접 현장을 봤다....굳이 묘사는 않겠다.......그후 소 도살하는 것도 한번 봤는데 무게를 늘리려는 것인지, 맛 때문인지 펌프로 물을 주입하며 난타하는데...끝장나기까지 개보다 시간이 몇배 더 걸리는데....개인적 감상으론 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참혹하고 충격적이었다. 지옥이 달리 없었다. 물론 지금은 옛날같이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서양인들이 우리의 개고기 먹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개’라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도살방법에 대한 혐오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비위생적인 주먹구구 유통도 좀은 문제겠지만 도대체 그리 잔인하게 때려서 죽인 고기를 보신한답시고 희희낙락 먹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라고 본다.
이해가 안 간다기보다 내심 저런 야만인들이 있나 할지 모른다. 동물애호차원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일지 배려가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기농채소를 일반채소보다 훨 비싸게 주고 사먹는다. 왜? 쉽게 말해 농약이라는 독기(毒氣), 혹은 사기(邪氣)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기는 어떤가? 마블링도 나름이다. 맛은 좋을지 몰라도 온갖 고통 속에 저주를 하며 죽은 고기에 毒氣, 怨鬼가 서려있을 것임은 자명하지 않은가?
회교인지 이슬람권에서는(늘 구분이 헷갈린다) 소, 양, 닭고기를 주로 먹는데 불결한 개나, 돼지는 손대는 것조차 꺼려할 만큼 금기 음식이다. 지구상 무려 이삼십억 인구의 그들은 그나마 특별한 할랄인가 잘랄이란 율법에 따라 도살된 고기만을 먹는다. 일반고기도 있으나 인증된 고기를 더 비싸게 주고 사먹는단다.
그 율법이란 것은 무엇인가? 동물을 잡기 전에 일종의 의식을 거행한 후, 단 한 칼에 목의 경동맥을 갈라 고통 없이 죽이는 게 원칙이다. 죽인 후 즉시 피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빼내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본시 피 한 방울 먹는 것도 사회적 금기기에 피를 제거하기 위해 거꾸로 매달아 몇 달씩도 둘만큼 철저하단다. 아참, 내장등도 일체 안 먹는다고 한다.
헌데 동방의 어떤 예의지국은 어인 일인지 파충류든 뭐든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잡순다. 하여간 머리끝에서 꼬리 끝까지 선지도 진미려니와 뇌수, 심장, 똥꼬, 성기까지...자실 수만 있으면 그저 무엇이든 자신다. 왕성한 식성이야 누가 뭐라겠나만 고기의 출처가 어디인지 고기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었는지는 조금도 관심 없다. 예의란 그저 사람에게 차리는 것 뿐이지 동물..생물체와는 아무 상관없는 모양이다.
음식문화야 각 나라의 간섭할 수 없는 사생활....이라고 치더라도 아무런 철학도 아무런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아무리 없이 살아 걸신들린 민족이라 하더라도 고기를 상식한지 겨우 수십 년밖에 안된 터에 너무 심하지 않은가...
어떤 이는 프랑스의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오리의 처참한 일생을 끌어들이는데 포유류와 조류를 같은 무게로 논할 순 없다고 본다. 워낙 진미라서 값비싼 푸아그라인데 그 정도 비정을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닌 것 같다. 최소한 영양과잉으로 죽지 굶어죽진 않잖은가, 패서 죽이진 않잖은가.
옛날 왜놈들이 조선놈들은 패야 말을 듣는다는 말을 남겼었다. 지금도 학교스포츠든 군대부류에서든 구타하는 악습이 적잖게 남아있는 모양인데...사람이 먹는 음식인 고기까지 패야 맛이 있다는 이놈의 야만은 언제나 사라질 것인가. 고기에 관한한 예의지국의 무개념과 몰개성은 정도를 넘었다.
나도 고기를 좋아한다. 돈이 궁해 싼 고기를 찾아다니는 일도 많다. 그러니 넓은 목장을 뛰놀며 클래식을 들으며 살고, 죽을 때 고통 없이 죽은 소위 품위 있는 고기를 먹을 가능성은 한층 낮을 것이다.
십중팔구 고기공장 안의 좁디좁은 케이지속에 갇혀서 이상한 사료와 항생제를 범벅해서 먹고 자란...죽을 때도 온갖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은 고기이기 십상이다. 원산지증명 한우인증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싸다고 결코 안심할 고기는 아니다.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저 중동처럼 가축을 죽일 때 제식은 그만두고라도, 최소한 잘 먹이고 편안하게 해주고 가능한 긴 고통 없이 순간적으로 보내주어야 한다고 본다. 난 그것만 검증되면 맛이고 값이고 따지지 않겠다.
어언 오늘이 벌써 말복이란다. 개고기를 안 먹은 지도 오래되었지만 보신(補身)을 위해 영양탕 집마다 사람들이 들어찼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내 보기엔 대부분이 영양과잉이건만 보신에 그리 열광하는 것이 이상해 보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신이 아니라 補心이 아닐런지....
2010,8,8 세이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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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에 썼던 글이군요. 참 벨걸 다...그럴싸하게 썼구나...
개고기등을 먹지 말자는 야그 아닙니다. 먹더라도 좀 가려서 먹자는 것이죠.. 그리고..먹어도 될 수 있으면 고기만 먹지, 너저분한 내장까지 먹는다는 것은..아무리 영양가있고 맛있어도..인간 품위와 자존심의 문제같기도 합니다...
맹수들이 먹이를 잡아 제일 먼저 내장을 먹는 것은...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내 상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아서일 겁니다. 인간은 뼈까지 갈아먹는 하이에나가 아니지요. 동물 뿐 아니라.. 복분자 산수유같은 것도 마구 훼손하지 말고 양약을 이용하면 어떨는지...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생략한 부분이 많은데....
독주에 잠겨 깜깜한 암흑속에서 죽지도 못하고 몇달 동안 견딘 뱀에게 마음이 있다치면 어떤 심정이었을지....보신정력을 위하여 수없이 스러져간 뱀...모종교의 터무니 없는 전설때문에 미움받는 뱀.....뱀을 위한 묵념 쯤 잠시 해주어도 인사가 아닐는지요.....뱀이 다시 번성한다는데 효력 확실한 비아그라 때문이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ㅠㅠ
인천의 모여류작가님은 울나라 음식문화에 대해 넘 관대한 것이 의외더군요. 채식만 할 걸로 선입관이 있었나? 일부 변절한 괭이말고 인간을 따르는 유일한 동물이 개말고는 없지요. 수많은 미담도 있거니와 집집마다 개에 얽힌 사연 한둘 없는 집이 있을지요.
우리집 도꾸가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비척거리며 돌아왔습니다. 집이랍시고...ㅜ 주인이랍시고...ㅠ
전날 동네 청년회에 복날 추렴용으로 넘긴 도꾸였지요. 잡다가 실수로 놓쳤는가 봅니다. 머리 반쪽이 갈라져 덜렁거리며...
쫓아온 추격자들에 도로 넘겨줄 수밖에 없는...무정한 주인..
죽음후 내세가 있다면 내가 개로 환생하고 도꾸가 인간주인으로 바뀌었어도 별로 황당할 것 같진 않습니다.
2020.8. 다음카페와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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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인근에 유난한 선배가 있다. 어젠가 오늘 아침엔가 내가 올린 글을 본 모양이다. 구렁이가 울다니 그런 터무니없는 유언비어가 어딨냐며 엄청 황당해하기에...
전라고 경상이고 강원도등 도처의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확인했는데 모두 얼척없어하더란다. 실은 나도 불가사의했던 터라서 이제와서야 온라인으로 검색해봤다.
물론 캐나다에 개구리나 두꺼비가 우는듯한 소리를 구렁이 우는 소리라고 하지만 실체 영상이 찍힌 것도 아니고 믿거나말거나겠다. 중국의 여러 황당한 전설은 옮길 이유 없겠고...거기도 뱀술 개봉하다 물리는 소동이 심심찮은듯...
헌데 우리나라 문학작품이나 전설에선 구렁이 우는 소리가 꽤나 언급되어있는 것 같다. 경기권내지 충청이 전문?인 눈치...어디서는 '똘돌돌돌'이니 '구구구' 산비둘기 소리를 착각한 것도 있지만 내가 들은 그것과는 완전 다르다.
주로 한여름이었는데 자주는 아니고 10여일에 한번쯤 들리던 소리였다. 아득히 이삼십리는 떨어진 곳에서 비롯된 소리 같았는데 시끄러운 정도는 아니고 5,6초 정도로 온천지에 스며든달지...녹음기로는 잡기 힘들 소리 같다. 실은 소리의 묘한 공명관계상 바로 근방에서 우는데 멀리서 우는 걸로 들리는지도...
문헌에도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소울음 같기도 하고 여인의 울음소리 같은데 악기로 치면 타악은 전혀 아니고 관현종류?랄지...본래 구렁이가 백년쯤 살면 그런 소리로 잡뱀을 불러모은단다. "으우으엉~~"
헌데 중부도 우리 고향사람들은 능구렁이가 우는 소리라고 단언했었다. 본래 그리 크게 자라지도 않는 능구렁이이건만 누가 그걸 확인한 건지 모르겠다. 겨울엔 통 못들은 걸로 보아 뱀종류 같다는 심증은 가지만...
구렁이에 얽힌 전설은 많다. 업이라고 하여 소속된 인간이 죽으면 무덤까지 뒤따라간다든가..뒤란이나 오랜 짚낱가리에서 혹은 장마때 큰 물에 떠내려가는 큰 구렁이도 봤건만 어른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던 기억이다.
어언 구렁이도 거의 멸종지경 같은데....요즘 뱀이 비아그라 덕분에 번성한다는데
....머잖아 그 괴성을 다시 들을지도...?
2021. 5 모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