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미술연구소/사이아트갤러리
2011 New Discourse 우수작가
정기엽
Utérus de Sainte Femme
성녀의 자궁
ㅣ제목: 성녀의 자궁 I Utérus de Sainte Femme
ㅣ작가: 정 기 엽 Kyop Jeong
ㅣ기간: 2011.10.19-2011.10.25
ㅣ장소: Cyart gallery(02.3141.8842) www.cyartgallery.com
성녀의 자궁 utérus de sainte femme, 유리, 35x30x30cm, 2011
성녀의 자궁 utérus de sainte femme, 유리, 28x35x25cm, 2011
12개의 오브제 설치
ㅣ비워진 그러나 채워진 공간에 대하여
정기엽 작가는 유리 오브제 설치작업을 통해 잠재되어있는 내면 세계와 물질적 현실세계의 만남을 시도한다. 그는 특별히 인간이라는 존재의 원초적 본능에서 기인한 심리적 상황에 대해 자신이 작업해 왔던 유리작업 과정에서의 몇 가지 경험과 비유하면서 급격한 온도변화와 함께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투명한 유리가 갖는 고유한 물질적 특성 자체를 자신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하나의 메타포로 던져주고 있다.
유리작업 과정에서 블로잉(blowing)과 같은 작업은 유리에 대롱으로 숨을 불어 넣어 기포를 만드는 과정인데, 이때 공기를 불어넣는 행위가 ‘숨’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는 생명의 원리로서의 ‘숨’에 주목한다. 그런데 이 ‘숨’ 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작가는 ‘숨’이 채워졌던 빈 공간만을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에너지가 빠져나간 그러나 에너지가 충만했던 그 자리를 그대로 유리라는 물질로 고착시켜 가시화 해 내고자 한다.
다른 한편 유리 가마에서 뜨거운 유리를 토해내고 그 유리가 다시 하나의 작품이 되는 작업을 수행 하는 과정에서 그 유리 가마에 빠져들고 싶을 정도의 환각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작가는 생명의 근원인 자궁에서 생명체가 태어나는 과정과 유사한 하나의 성스러운 자궁을 발견하게 된다. 생명 혹은 에너지가 생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신비로움 그 자체이고 성과 속을 구별할 수 없는 무아지경의 세계이기에 이러한 충만과 부재의 간극 사이에서 투명한 유리 공간 안에 가두어 멈춰지도록 만들어낸, 듯한 텅 빈 그러나 꽉 채워진 듯한 이 공간은 에너지가 잠재된 침묵의 공간이자 에너지가 분출되었던 현장에 대한 메모리의 저장 공간이 되고 있다.
이에 작가는 유리라는 물질이 용해로 안에서 액체로 용해되고 다시 고체로 식어 내리는 일련의 작업 과정과 숨을 불어넣어 공기를 채웠으나 하나의 빈 공간만이 남겨지게 되는 유리 작업의 독특한 경험 속에서 살아있음에 대한 진한 자취가 남아있는 ‘숨’의 흔적을 유리라는 물질을 통해 기록해 내고 있으며 용해로의 강한 열기 속에서 탄생되는 유리 작업의 결과물에서 생명 탄생의 신비와도 같은 원초적이고 강렬한 에너지의 시각적 경험이 투영된 하나의 환영을 발견하도록 만들고 있다.
작가 정기엽은 자신의 유리 오브제를 내면세계의 비가시적 영역을 형상화 시키는조형언어적 매개물로 이끌어 들이면서 인간의 생명과 욕망, 성과 속과 같은 본질적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사유방식을 은밀하게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비언어적 기억들에 대한 기록매체로서의 오브제인 유리가 갖는 함의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이러한 유리 오브제라는 매체를 자신의 작업과정에서의 경험과 교차시켜 설치공간이라는 형식의 생생한 하나의 현장에서 만나도록 만들어냄으로써 투명한 오브제에 비춰지거나 반사하면서 이중적 공간의 환영적 구조를 이루어낸 조형적 장치 가운데 정신과 물질이 만나도록 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숨어있는 의미를 발생시키도록 만드는 방식의 독특한 조형적 실험을 수행해 내고 있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ㅣ작가노트
풍선을 불며 터질 듯 말 듯한 팽팽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이완된 평화보다는 긴장된 쾌락. 삐에로 만조니(Pierro Manzoni,1933-1963)는 풍선을 불어 ‘예술가의 숨’이라 이름 붙였다. 유리를 부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다만, 숨이 날아가 버리고 없어도 형태가 유지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뜨거운 상태의 유리에 대롱으로 숨을 불어 넣어 기포를 만드는 행위를 영어로는 블로잉(blowing), 불어로는 수플라쥬(soufflage)라고 한다. 적당한 우리말로는 "불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늘 쓰고 있는 유리잔, 유리병들은 원래 이 기법으로 예부터 만들어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기"가 숨을 전제로 함을, 수플라쥬와 같은 어근의 수플(souffle)이 입김, 숨결 뿐 아니라, 기(氣), 영감이라는 뜻을 품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쯤에서 생명의 원리로서의 호흡(pneuma)과 구약의 인간창조 신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지만, 수플라쥬의 빈 공간이 결국 사라진 숨에 대한 기억임도 잊지 않는다.
뜨거운 유리가 녹아있는 가마 속을 처음 들여다보았을 때, 나는 에밀레하고픈 충동(에밀레종의 전설처럼 몸을 시주하는 행위)을 느꼈다. 뜨거운 유리의 주홍빛 열기는 이처럼 매혹적이어서 붉게 녹아있는 가마 속 유리를 들여다보며 빠져들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한편, 갓 떠낸 붉은 유리가 창백히 식어 점점 투명해져 서랭(徐冷)가마에 넣어질 때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애도를 마친 이후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유리는 이미 죽은 것이기에 차가우며, 이런 이유로 나는 유리가 항상 액체 상태를 동경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에밀레하지 않았고, 이글거리는 태양 같은 용해로 앞에서 브라만(Brahman)과 아트만(Atman)을 상상하며 다행히도 아직 살아있음에 안도한다. 그런데, 그런 첫 인상에 이어 뜨거운 가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성스러운 "자궁"처럼 보였다. 그 자궁 속 유리를 떠내어 흙구덩이에 부은 후 숨을 불어 넣으면, 주홍색으로 뜨거운 채 융기한 액체유리는 서서히 식어서 투명하게 죽는 또 하나의 자궁이 된다. 나는 유대의 신을 흉내 내어 보지만 유리에 에어건(air gun)을 찔러 냉각을 재촉할 뿐이다. 이것은 무염수태(無染受胎, immaculate conception)하는 자궁. 기계에서 나온 숨은 흙모래 속 유리를 부풀린 후 빠져나가며, 결국 비어있음은 숨의 부재로 가득하다. "성녀의 자궁(utérus de sainte femme)"은 생기(souffle de vie)로 풍만한 쾌락이자 원초적 "불기"에 대한 추억이다.
ㅣ약력
정 기 엽
학력
2008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아르데코, 아트/오브제, DNSEP(조형예술석사)
2006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아르데코, DNAP(조형예술학사)
개인전
2011 성녀의 자궁, 사이아트 갤러리, 서울, 한국
2011 성스러운 흐름, 예술창작스튜디오, 영천, 한국
2008 전생의 귀 (Anterior Ear), 라넥스 아르데코,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2 미스티파이드 (Mistified), 영남대학교, 대구, 한국
주요 단체전
2011 클라인쿤스트 파티, 플래툰 쿤스트할레, 서울, 한국
2010 꾸뛰르 페스티발, 프리쉬 레트리,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9 인소노라 5, 오프 리미츠, 마드리드, 스페인
2009 옥토스테레오, 라 쇼프리,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9 비젝시옹 스망스리,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8 디쁠롬 2008, 아르데코,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8 그랑 쥬리, 라 레트리,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7 국경없는 세대 오늘의 유리 , 스트라스부르 정부청사, 프랑스
2007 멧돼지, 쌩디카 뽀땅씨엘,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6 유니베르, 갤러리 노스모킹,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6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전시, 오랑쥬리공원 죠세핀관,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6 데보르드망, 라 쇼프리, 스트라스부르, 프랑스
2003 동굴속 나의 동물, 올로무츠 팔라키대학, 체코
Kyop Jeong
Education
2008 MFA in Art/Objet, Eco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 Strasbourg, France
2006 BFA, Eco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 Strasbourg, France
Personal Exhibitions
2011 Utérus de Sainte Femme, Cyart Gallary, Seoul, South Korea
2011 Fleuve Sacré, Art Studio, Yeongcheon, South Korea
2008 Oreille Antérieure, Anex of ESAD, Strasbourg, France
2002 Mystified, University of Youngnam, Daegu, South Korea
Selected Group Exhibitions
2011 Klein Kunst Party, Platoon Kunst Halle, Seoul, South Korea
2010 Festivale de Coutures, Friche Laiterie, Strasbourg, France
2009 In-Sonora V, Offlimits, Madrid, Spain
2009 Octostéreo, La Chaufferie, Strasbourg, France
2009 Bijection(s), Smencerie, Strasbourg, France
2008 Diplômes 2008, ESAD, Strasbourg, France
2008 Grand Jury, La Laiterie, Strasbourg, France
2007 Glass Touday Generation Without Border, Provincial Government, Strasbourg, France
2007 Meitueji, Syndicat Potentiel, Strasbourg, France
2006 Uni-Verre, Galerie No Smoking, Strasbourg, France
2006 120 years of French-Korean Diplomatic Relations, Pavilion Josephine, Strasbourg, France
2006 Débordement, La Chaufferie, Strasbourg, France
2003 My Animal in the Cave, University of Palacky, Olomouc, Czeck Republic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78 – 59 www.kyopjeong.com kyop@kyopjeong.com 010 3238 2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