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가 묻고 교무가 답하다] ‘착着’이 무엇인가요
김도준 교무
Q. 〈정전〉 솔성요론에 ‘한 편에 착하지 아니할 것이요’가 나옵니다. 이 구절에서 ‘착(着)’을 ‘미련’으로 의미부여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미련(未練)은 잊지 못하고 남아있는 마음입니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마음에 그림자가 남아서 자꾸 생각이 나고 때로는 후회가 남는 감정이지요. 착(着)은 ‘달라붙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나 물건을 지나치게 사랑하여 집착하는 애착심과 더 많이 구하고 갖고 싶어하는 탐착심, 어느 한쪽에 치우쳐 집착하는 주착심이나 편착심이 해당합니다. 저는 미련이 깊어지면 집착으로 발전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풀(접착제)에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종이에 풀칠을 하고 잘못 붙인 것을 금방 알면 자국이 조금 남더라도 떼어내 다시 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풀칠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떼어내려 했을 때 잘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종이가 찢어져 아예 다시 붙이기가 어렵게 됩니다.
미련이 남거나 착심이 생기는 대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소하게는 음식일 수도, 사람이나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쌓인 습관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사연이 있는 물건이나, 좋고 싫은 감정도 이유가 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씩 쌓여서 단단해질수록 그것을 떼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련과 착심이 클수록 나의 육근(六根)을 움직이고 사용하는 데 중심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 스승님들께서 착심을 떼는 공부를 강조하셨을 것입니다. <정전> 솔성요론 6조 법문은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솔성(率性)에 대해서 “이미 자기의 소유인 것을 알았으나 전일에 잃어버리고 지내는 동안 모두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바 되었는지라 여러모로 주선하여 그 잃었던 권리를 회복함과 같나니라”고 하셨습니다. 미련이나 착심으로 빼앗긴 나의 마음, 그 그림자로 어두워지는 성품을 회복하지 못하면 마음이 자꾸 기울어지고 올바른 취사를 할 수 없고 살아가는데 큰 마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솔성요론에서 ‘한 편에 착하지 아니할 것이요’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나의 성품이 내 소유에서 미련과 착심으로 인해 소유권을 뺏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소유권을 잃지 않음으로 나의 육근 동작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것입니다.
도무지의 <채근담>에서 기러기가 찬 연못 지나고 나면 연못에는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미련과 착심이 생겨나는 내 마음과 성품자리를 잘 살펴서 기울어지지 않는 둥근 마음,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교정원 정보전산실
[2024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