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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9급 시험을 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뉴스로 장수생의 이야기가 나오면 코웃음 쳤습니다. 그게 제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주변에도 큰소리 쳤습니다. 3년 안에 못붙으면 포기하겠다고.
웬만큼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웬만큼만 해도 되는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부를 꾸준히 했던 사람도 아니었고, 그닥 똑똑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그 땐 몰랐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3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1점차로 두 번, 0.5점차로 한 번 떨어졌습니다.
47기 1년차에 1점차 불합격(실강)
48기 2년차에 2.5점차 불합격(실강)
49기 3년차에 0.5점차 불합격(인강)
50기 4년차에 1점차 불합격(인강)
51기인 5년차에 90점으로 합격했습니다. (실강)
3년차까지는 저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번 포기했지만 아주 버리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은 '영어는 과락만 넘기자' 였습니다. 4년차에 떨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것과 진인사대천명은 이런 정신상태와 행동을하고서 외치는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1년차 때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민소였습니다.
매 수업때마다 이덕훈 교수님을 찾아가서 질문하고 자괴감 때문에 혼자 학원 화장실에서 울곤 했었습니다.
민법 질문을 할 때 많이 혼났습니다. 형법에서의 과실과 민법의 과실수취권도 헷갈릴 만큼 저는 돌대가리 였습니다.
당연히 얼토당토 않은 점수로 떨어져야 했는데 의외로 1점차로 떨어졌습니다. 이해는 못해도 무한 회독으로 지식없이 손 가는대로 풀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불합격 성적치고는 잘 나왔습니다만 만약 그 때 합격했다면 법원에서 일하면서 탈주를 생각할 만큼 지식이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민사소송법에서 '피고가 소제기전 사망을 간과한 판결은 당연무효이다.' 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못해서 '피.전.사.간.당' 이렇게 두문자로 외워서 풀었습니다.
거의 모든 과목을 전부 두문자로 외웠습니다. W 지문 자체를 두문자로 외워서 풀었습니다.
이를 테면 민법에서 채권자대위권에서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는 소송요건 소각하,
채권자취소권에서의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는 본안판단= 대.보.소/ 취.보.안
뭐 그런걸 일일이 두문자 따냐고 핀잔 주던 친구가 떠올라서 민망하네요... ^^;;;
아무튼 부족한게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불성실했던 부분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실강 수업을 들으면서 자주 지각하고 자주 땡땡이쳤습니다.
어차피 제가 번 돈으로 학원비 내고 고시원비, 식비까지 내는 거니 몇 번 쉬어도 눈치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정신이 나갔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안해본 땡땡이를 밥먹듯이 했습니다.
코인노래방에 실컷 가서 저의 노래적 재능도 확인하고 게임도 실컷 하고 야구경기 축구경기까지 챙겨보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강의가 밀려서 인강을 몰아서 듣느라 본 수업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1년 중 거의 9개월을 날렸습니다.
이랬던 제가 요행으로 그 해에 합격했다면 평생을 그렇게 대충 하는척만 하면서 살았을겁니다.
중간에 시험이 1년 6개월 뒤로 밀리면서 저는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험 비용을 마련하려고 시작했지만 일을 하면서 그냥 법무법인에서 계속 근무할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수입도 공무원보다는 많을 것 같았고 이제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계속 실패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아 떠난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노량진에서의 저는 실패한 장수생에 불과했지만 직장에서의 저는 일 잘하는 사원이었습니다. 그 간극이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업무상 법원에 들어갈 일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내가 저기 앉아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탓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내가 그사람보다는 열심히했고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는데 왜 그 사람은 되고 나는 안되는걸까. 왜 그 사람은 8개를 찍어서 6개를 맞추는데 나에게는 그런 행운이 오지 않는 걸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뜻일까.
이 때에는 제가 건강도 좋지 않아서 수험을 정말 포기하려 했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암 1기가 될 수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치료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간 날에 후회만 들면서 울기만 했던 것 같습니디.
그렇게 원망 반 열망 반으로 저는 이 수험생활을 끝내 놓지못하고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시작하니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4년차에 다시 낙방했습니다.
그런데 제 인생의 길이 바뀌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저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친구가 그 해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함께 위로하고 서로가 서로를 다시 붙잡아주는 사이였고 제가 주로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그 친구가 합격을 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이 시험은 조금이라도 더 성실한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해에 그 친구는 저보다 더 성실했다는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가 밤 잠도 줄여가며 전투적으로 공부하던것은 2개월 입니다. 저는 고작 한 달 정도 그렇게 했을 뿐이며, 이번에는 되겠지 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근소한 점수 차이로 한 명은 합격을, 다른 한 명은 낙방을 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낙방은 제게 가장 큰 동기가 되었고 1년 더 해보자는 강한 의지가 되었습니다.
5년차인 올해에는 2년만에 실강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4순환부터 합류했고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했습니다.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자리에 앉으려고 했고 5순환까지 모든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병원을 다녀오거나 긴급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아주 단순하게 자리 지키기에 충실했습니다.
5순환쯤 되면, 아니 4순환 중후반쯤이 되면 어느정도 n년차인 사람들은 수업을 취사선택합니다. 저도 그렇게 해왔습니다. 혼자서 회독을 돌리는게 효율적이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저를 믿지 않았습니다. 졸려서 졸더라도 수업시간에 조는 것과 자습 중에 편하게 조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저는 강제로 실강생을 전부 cctv화 하기로 선택했습니다. 눈치보여서, 민망해서라도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하게 악바리처럼 공부하지도 않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앉고, 10시면 하원해서 쉬었습니다. 당연히 친구랑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밥도 널널하게 먹고 시간내에서는 실컷 수다도 떨었습니다. 가끔 2시간씩 저녁때 밥먹고 산책하다가 온 적도 있습니다.
다만 학원 안에서 만큼은 묵언수행, 땅만보고 걷기, 철저하게 혼자이기, 그 날 할 것만 했습니다.
막상 혼자 지내고 보니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던 때보다 자유롭고 좋았습니다. 입에서 단내가 나면 하원하고 전화통화로 하루 수다분량도 적당히 채웠습니다.
혼자인 것에 너무 외로워할 필요도, 답답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가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8층에서 친목을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쌤들이 하지말라는건 하지말지.거참.' 이라고 속으로만 한번 핀잔주고 아예 신경끄면 됩니다. 남에게 휘둘리지 마세요. 여러분의 하루는 여러분이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
올해에도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슬럼프가 왔습니다. 가위에 눌리는 것처럼 잠에서 깰수도 없었고, 누가 때려 죽어도 학원 근처에도 가기 싫다는 생각때문에 눈물이 났습니다.
진짜 속된말로 지옥됐구나 하는 생각에 혼자서 끙끙 앓다가 유안석 교수님께 긴급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제 첫마디는 "쌤 저좀 도와주세요" 였고,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앉아서 책을 보고싶지가 않습니다" 였습니다.
끙끙 앓던게 무색하게 교수님은 너무 시니컬한 반응으로 "때가 왔네. 그냥 쉬어" 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은 무한동력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연료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저는 n년차 이기 때문에 며칠 쉰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달 남은 지금 슬럼프가 온게 다행이니 아무생각말고 이틀정도는 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틀 뒤에 무슨일 있었냐는 듯 복귀했으며 시험까지 슬럼프 없이 무난히 보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 처럼 열과 성을 다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기만 했습니다.
4순환은 안단테, 메조피아노 였습니다. 천천히에 가까운 속도와 여리게에 가까운 보통 세기 였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나 순간의 세기가 아니라 밀도 입니다. 30분을 공부하더라도 밀도있게 공부했습니다. 완전 몰입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8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엘베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반복 운동을 했습니다. 수험 생활 중 가장 후회되는게 잃어버린 건강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래 앉아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도 체력이었습니다.
4순환 오전 수업 시작전까지 영어와 국어를 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월수금은 영어, 화목토는 국어를 했고 일요일은 오전 내내 영어만 했습니다. 남는 시간을 제가 항상 도망쳤던 영어단어, 영어문법, 영어독해, 국어문법에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수업한 내용은 반드시 당일에 복습했습니다. 4순환에는 기본서로 예습하고 w로 복습하는 평범한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4순환동안 W회독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복습정도만 했고 남은 시간은 모두 국영사에 투자했습니다.
5순환 때 w 회독수는 3.5회독 입니다.
이제부터는 소위 빡세게 공부했습니다. 5순환 오전 수업이나 시험 직전까지 국어와 영어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고 밥먹는 시간 빼고는 공부만 했습니다.
김동진 교수님이 올려주신 가이드 영상대로 계획을 짰고 계획보다 일찍 회독을 돌릴 수 있긴 했습니다.
1회독 때에는 모든 지문을 꼼꼼히 봤습니다.
2회독 때에는 /로 지운 부분은 가볍게, 그렇지 않은부분은 1회독인것처럼 봤습니다. 빗금을 더해서 X자로 지워나갔습니다.
3회독 때에는 X로 지운부분은 과감하게 눈에 바르는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이 때 까지 못지우거나 진모,전모때 틀려서 체크해놓은 것들을 위주로 봤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시험장 노트에 약한부분을 진하게 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3.5회독째에는 지운부분은 아예 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시험 2일전에는 하루만에 5법을 빠르게 보고 최신판례를 2회독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전은 시험장 노트와 최신판례만 계속 봤습니다.
시험 당일은 아침에 스터디카페에 가서 자이스토리 영어 틀린 문제와 만들어 놓은 오답노트를 계속 봤습니다. 시험실 입실 후에는 헌법은 조문만 봤고 남는 시간은 국사만 봤습니다.
2교시 과목은 시험장 노트에서 못지운 부분만 봤습니다. 5법 최신판례는 과감히 들고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전 날에 이미 전부 다 봤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당일에 최판과 시험장노트를 다 볼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험 전날은 최신판례에 더 집중했습니다. 시험장노트는 직전까지 볼거니까요.
일단 영어 단어를 회독돌린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2.5회독 했습니다. 여기에 진모 전모 문제집을 풀며 모르는 단어를 추가해서 외웠습니다. 단어만 외워도 60점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월에는 수업이 끝난 자습시간에 복습을 최대한 빨리한 후, 주임님께 부탁드려서 받은 영어 문법강의를 들었습니다. 장수생이니 법과목은 복습시간이 짧았습니다. 밀도있게 몰입해서 공부하시면 2주면 다 들을 수 있습니다.
3월 부터 영어 자이스토리와 초이스 리딩 2순환 교재에 있는 독해를 풀었습니다. 시간을 재고 푼 다음, 해석이 안되거나 어려운 지문은 반드시 표시를 해놓고 해설지를 보며 지문 전체를 읽었을 때 1분이라는 속도가 나올 때 까지 해석했습니다. 당연히 독해문제여도 문법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다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진모 지문을 외울정도로 꼼꼼히 여러번 봤습니다. 틀린 것은 합격자 선배님의 오답노트를 참고해서 저만의 오답노트를 만들고 틀린 이유도 꼼꼼하게 적었습니다.
진모, 전모 기간 내내 영어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첫 전국모고는 48점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투자했는데도 꾸준히 50점~60점대 전후를 멤돌았습니다. 어쩌다 한 번 80점이 나오고 정말 기뻤지만 다시 내려갔습니다. '이게 맞나.. 방법이 잘못됐나..' 고민하고 상심도 컸지만 그냥 계속 했습니다. 이만큼 하고나니 여기서 그만두기도 아까웠고 솔직히 60점이라도 나오는게 어디냐 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그리고 본 시험에서는 80점을 맞았습니다. 합격자 평균을 보면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제 기준에서는 꿈의 점수였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고 푼 문제를 모두 맞췄습니다. 찍은건 역시나 모두 틀렸습니다^^;; 불자이지만 채점을 마치고 하늘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정말 나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 분이 계신가 생각도 해봤습니다 ㅋㅋㅋ 정말 순수하게 제 실력만큼 나온 점수였습니다.
국어는 교재에 있는 문법을 회독돌리듯 반복했습니다.
일단 2월 내에 국어 문법 강의를 다 듣기로 마음먹고 실행했습니다. 4순환 5순환 때 주시는 기출문제자료를 풀고 해설까지 꼼꼼하게 본 다음,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틀린 것은 기본서를 펼쳐서 해당 페이지(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친절히 페이지를 적어주십니다)를 찾아가 다시 읽었습니다.
작품해제는 최대한 진모에 나온 것들 만이라도 확실하게 알자는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국어는 고등학생 때에도 1등급을 놓친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문법에서 시간을 줄이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문법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동안은 법원직에서 국어 문법은 계륵이라고 생각했고 3문제정도는 그냥 찍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랬다가 4년차 때 폭탄처럼 쏟아져 나온 국어 문법에 호되게 당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장 지독하게 외면했던 문법이 나중에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중요한 1교시에서 영어문법과 국어문법은 여러분의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전모때 처음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90점대, 100점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본시험에서는 점수가 낮았습니다. 실수를 너무 많이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 서술할 한국사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사도 최대한 수업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사는 초시일때에도 점수는 잘나왔지만 금방 휘발된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2년차때 쓰던 한국사 기본서를 계속 썼기 때문에 시크릿 노트가 없었고 다른 요약서를 봐야했습니다.
친구의 조언대로 기본서 줄글을 읽으면서 흐름을 잡는게 요약서만 보는 것 보다 더 효율성이 좋았습니다. 귀찮으시더라도 기본서를 한번은 정독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4순환과 5순환의 진모 전모는 난도가 높은편 입니다. 그러니 점수가 안나와도 실망하지마시고 믿음을 가지세요. 어렵게 공부하다가 시험에 쉽게 나오면 그만큼 빨리 풀게 되고, 어렵게 나오더라도 대처하기 쉽습니다.
법원직 한국사는 항상 쉽다는게 중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외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올해가 그 예외였지만 저는 92점으로 선방했습니다. 저보다 더 잘 본 분들도 많이 계신걸로 알고있습니다. 어느 과목이 폭탄일지 예측하려고 하지 마시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준비하시면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에서 어렵게 나왔다면 절대 당황하지말고 빨리 침착함을 되찾으셔야합니다. 저는 한국사를 풀고 망했다는 생각에 조급해져 그 다음에 푼 국어에 지대한 영향을 줬습니다. 정작 채점해보니 한국사는 잘나오고 국어에서 실수를 해서 더 많이 틀렸습니다. 2교시에서도 민법이 어렵게 느껴져서 그다음에 푼 민소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두번이나 했습니다. 정작 어렵게 느껴졌던 민법은 96점이었습니다.
법 과목은 제가 연차가 오래됐기 때문에 사실 팁이라고 할 게 없습니다. 한 가지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것은 꾸준함 입니다. 정말 꾸준함 만이 답입니다.
5년차인 제가 매년 성적에서 법과목이 고득점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오르락내리락 반복했습니다. 단순히 난이도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항상 그 해에 덜 투자한 과목은 덜 나왔습니다. 김동진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법과목은 분배가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로 형소가 어려웠던 해에 저는 전략과목으로 삼고 형소를 상대적으로 소홀히했었고 말도안되는 점수인 72점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형법과 형소법을 전략과목으로 삼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올해는 민법이 사실상 저의 전략과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민법만큼 열심히한 과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략과목은 내가 가장 자신있는 과목이 아니라 내가 그해에 가장 집중하고 몰두한 과목이 되곤 합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의 결론은 모든 법과목은 전략과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본인이 하기에 달려있습니다. 민사소송법을 제일 어려워했던 저에게 마지막에 가장 위로가 되었던건 민사소송법이었습니다. 외울것만 확실히 외우면 양이 적다는게 엄청난 힘이 됩니다. 헌법도 마찬가지 입니다. 외울것만 확실하게 외운다면 가장 든든한 과목이 됩니다. 그러니 민법에게 쫄고 들어가지 마세요. 다른 과목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저에게 5년은 가시밭길이자 불에 달궈진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많이 성장한 기간이고, 내가 정말 이 길을 간절히 원한다는걸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저의 스물 다섯부터 서른까지의 시간이 제게는 가장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건 저의 개인적인 건의사항에 가깝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습니다.
동행 7기 분들께서는 꼭 규칙을 준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법원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힘들 때 마다 유안석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모의면접 준비할때 찍은 영상을 꺼내볼 생각입니다. 이 수기를 저의 반성문이자 앞으로의 지표로 삼겠습니다.
오랜 시간 저의 불합격에 같이 아쉬워하고 혼도 내주시고 정말 끝까지 동행해주셨던 진과장님과 백대리님,
올 한해 제 자잘한 요청사항에도 항상 웃으며 맞아주셨던 윤주임님.
수업때에는 무서웠지만 사석에선 한없이 정 많으신 츤데레에 성함이 곧 브랜드인 멋진 김동진교수님,
민소린이의 얼토당토 않은 질문들도 하나하나 다 해결해주시고 항상 응원해주신 봄볕같은 이덕훈교수님,
첫 수업때 시니컬한 경상도 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ENFP 그자체인 친근하고 따뜻한 문형석 교수님,
제 일기장(데스노트아님)에 손이 닳도록 '강의력 미쳤다'라고 가장 많이 적혀있는 이국령 교수님,
팬클럽 회장임을 자부할 수 있는 제 스승님이신 온달 유안석교수님,
저에게 국어문법 무기를 장착하게 해주신 제 마음 속 국어 1타 박재현 교수님,
제 너덜너덜한 임진석 한국사 기본서를 보고 감동적이라며 포스가 느껴진다고 해주셨던 친절하신 임진석 교수님,
'내 시간들이 증명한다'는 제 인생의 모토를 설정해주신 여신 박초롱 교수님.
모든 분들께 함께 동행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마음을 전달하고싶습니다.
그리고 면접반 C조 21명 전원♥︎
나의 베프이자 멋진 동료가 되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면접반 생활 하면서 평생의 동료 동기를 얻었습니다. 저 또한 C조 모두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못난 딸의 실패에도 한결같이 저를 믿어준 가장 존경하는 박여사님과
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평생의 베프인 성실무관님께도 감사합니다.
제 길 위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면접 연습 때 문형석 교수님이 제게 하신 질문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살면서 가장 책임감이 없었던 적 있었나요"
저는 답변했습니다.
"수험생활을 할 때, 포기할까 생각하면서 책임감이 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왜 포기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때문에 책임감이 없었다고 생각하나요"
제 솔직한 마음 속의 대답은 "어차피 시험 합격해도 5년이나 걸린 장수생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요" 였습니다.
첫 문장을 다시 한번 쓰겠습니다.
저는 속도로만 보자면 실패한 수험생 입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했는지만 보면 성공한 수험생 입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소중한 사람들과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찾았는지 묻는다면 저는 완벽하게 성공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저처럼 정말 법원에서 일하는게 꿈이라면, 나의 부족함과 불성실함을 쪽팔리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으시다면, 저는 계속 걸어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법원이 얼마나 좋은 직장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이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어서 나의 가장 밑바닥의 모습을 마주하고, 마침내 성취해낸 나의 모습도 마주하기를 바랍니다.
빨리 가면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느리고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그 간절함은 나를 깊이감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아마도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혹은 법원에서 근무하면서 힘들 때 마다 이 힘든 시간들이 제 등대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내가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게 있었고, 그걸 마침내 하고 있다는걸 가슴 속에 새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연히라도 이 긴 글을 읽어주신 수험생 분들 특히 장수생이신분들도 반드시 더 훌륭한 합격수기를 작성하시리라 믿습니다.
저 또한 6월까지는 장수생이었고 누구보다 그 아픔과 좌절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코웃음치며 내다버린 5년이라고 하겠지만 저에게는 값진 5년이었습니다. 모두가 멸시하고 손가락질 해도 법원에 꿈이 있으시다면 묵묵히 걸어가세요.
이 길의 끝에 도착하고 제 안에 가장 짙게 남은 것은 나에 대한 믿음 입니다.
여러분을 믿으세요.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고 나만큼 나에게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 일기장에 귀신들린 것처럼 적은 말이 있습니다.
'나는 합격한다. 나의 시간을 믿자. 이 시간들이 증명한다.'
'나는 매일 다시 태어나는 하루살이 처럼 살겠다. 6월 25일 부터 영원히 살기위한 하루살이 이다."
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각오도, 완벽한 계획도 필요 없습니다.
단지 여러분 자신에게 솔직하면 됩니다. 그리고 믿으세요.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사함을 잊지 않고 저 또한 앞으로 계속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인강으로 공부해 올해 3년차인데 합격권에서 점수가 제법 차이가 납니다.
실패요인은 잘 달리다가 2~3개월전에 뻗어버린다는 것입니다.
합격자님과는 정반대로 이해력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2번 정도를 들으면 거의다 이해를 했습니다. 법논리를 모두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암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점수가 올해 전과목 정확하게 평균이 70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머리가 더 나쁜 사람이었던것 같습니다.
실강을 등록해 겸손하게 공부하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미루지 않겠습니다.
바로 공부를 시작해서 다시 기회를 잡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현재 생산직에서 한 달에 320만원씩 벌면서 다시 준비하고자 하는 와중에 수기를 봤습니다.
32세의 나이이지만 다시 도전해서 합격 수기를 쓰는 기회를 받고 싶습니다. 수기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의 수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세상에는 저보다 훨씬 힘든 환경에서도 묵묵히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것 같습니다. 저또한 그분들의 수기를 보면서 항상 '나도 할 수 있다' 되뇌었습니다.
이해를 한번에 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ㅠ 저는 정말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전혀 늦은 나이 아닙니다. 남들과 비교하지마세요~ 저는 30대가 된 지금 더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실강 등록하시면 저와는 다르게 반드시 돈이 아까워서라도 간다고 생각하시고 정말 하루하루 버텨보세요.
내년 이맘때쯤 올라올 수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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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합격수기 감사합니다.^^ 이제 꽃길만 걸으시길~~~
😊 정말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진솔함에 눈물이 나는 합격수기네요~^^
수험은 [과정 + 결과] 모두 중요합니다. 그 어려운 걸 해 냈군요. 인생도 마찬가지랍니다.
님의 멋진 인생을 응원합니다~^^
스승님.
제 감사함이 닿았나요? ㅎㅎ
이제야 비로소 회장직을 물려줄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너무 장기집권이긴 했죠 ^^;;;
제 인생의 스승님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이 되는데..
말보다..지나길 시간을 떠올려보면..
그냥 대견함과 그 끈기에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이제는 내려놓으시고.. 벗어던지시고..밝은 한송이 꽃이 되소서^^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ㅋㅋㅋ 제 시작과 끝이자 바닥과 상층을 다 아시니 낯간지러운 말을 못쓰겠습니다ㅋㅋㅋㅋ
그리고 점 두개 찍는거.. 너무.. 좀.. 부담..스럽습니다.. 🤭
이제는 그동안 못읽었던 책, 못봤던 영화, 스포츠중계, 전시회 다 가보고.. 자연인1로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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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세요🩵
힝 누군지 알아버렸넹..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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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가득 담긴 합격수기 감사해요🩷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힘을 얻어 갈 것 같아요ㅎㅎ면접반 때 함께하면서 정말정말 배울 게 많았어요☺️ (c조 사랑해) 멋지게 이뤄낸 언니 너무 축하해요!!
으아아아아 부꾸러워ㅠㅠㅠ 나도 너무 사랑하고 이 긴글을 다 읽어주다니 좀 감동인데🥹 얼른 만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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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잘 읽었습니다. 합격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저도 이번에 다시 도전하는데 77.5 점으로 좀 큰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수기에 자극받고 더 열심히 할 각오가 생겼습니다. 이번에 동행 7기로 실강등록을 했는데 글쓴이분은 여태까지 근소한차이로 떨어지시다가 이번에 아주 큰차이로 합격하셨는데 가장큰 차이가 어떤거였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봐도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어의 차이가 컸습니다! 항상 영어는 40점대~60점대 였는데 이번에는 시간투자를 많이해서 80점대까지 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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