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다섯 번째 호랑이 말레이시아
얼마 전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아시아 7개국 중 하나로 말레이시아를 선정하였다. 세계경제의 무게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는 빠른 성장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모두 가능한 국가로 평가된 것이다.
또한 2011년 말레이시아의 국가경쟁력지수(IMD) 결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중국(19위), 영국(22위), 한국(26위), 일본(27위) 등 쟁쟁한 국가들을 앞서며 16위를 기록하였다. 작년 10위에 비하면 다소 낮아진 순위이나 여전히 말레이시아는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는 아시아의 대표주자이다.
정부 산업정책 주도 … ‘자원의 저주’ 벗어나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에 이은 ‘아시아의 다섯 번째 호랑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현재 말레이시아의 경제상황도 밝은 편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에도 불구하고 2011년 1분기 말레이시아는 4.6%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전년대비 18.2%라는 기록적인 수출 성장세를 시현하며 활발한 대외무역을 전개하였다. 게다가 국내수요도 확대국면에 접어들면서 말레이시아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규모와 1인당 GDP 8천 달러를 자랑하는 ‘잘 나가는 중소득 국가’로 부상하기 까지는 풍부한 천연자원의 힘이 컸다. 말레이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수출국이자 전 세계 팜오일 교역의 46%를 기록하는 세계 2위의 팜오일 생산국이다.
또한 금, 석탄, 주석, 니켈, 보크사이트 등 미개발 광물자원은 7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자원부존 상태를 볼 때 말레이시아는 가히 ‘신의 축복을 받은 땅’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의 발전경로를 천혜(天惠)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수십 년에 걸친 정부 주도의 경제·산업정책이 없었다면 ‘자원의 저주’에 휘말렸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레이시아 정부는 천연자원을 단순 활용하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수입대체 산업의 성장을 추구하였다.
이후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에 도달하면서 70년대부터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수출지향 전략으로 선회하였다. 또한 80년대에는 단순 제조업이 아닌 중공업 중심의 수출촉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오늘날의 중소득 국가로 자리 잡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경제개발 정책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제10차 말레이시아 계획(10MP)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단기 경제운용 계획을 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경제발전 청사진인 신경제모델(NEM : New Economic Model)이 추진되고 있다.
NEM은 말레이시아를 2020년까지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소득국가로 발전시킨다는 ‘Vision 2020’과 그 방향성을 같이 한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는 모든 국민을 포용하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연 평균 6.5%의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1만5천 달러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고소득 국가로의 도약을 부르짖는 데에는 ‘중진국의 덫(middle-income trap)’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중진국 상태를 넘어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다.
즉 단순히 제조품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영역을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정부는 바이오매스, 금융, ICT 서비스, 의료관광 부문 등 새로운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수출다각화와 서비스산업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팜오일 산업과 이슬람 금융의 경우 남다른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만큼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그 밖에도 말레이시아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전체 인구에서 토착 말레이인(부미푸트라)의 비중이 61.7%로 가장 높고, 중국계가 23.1%, 인도계가 6.9%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권은 소수의 중국계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부의 재분배가 반드시 필요하다.
양날의 칼 ‘부미푸트라’ 우대정책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1970년대부터 부미푸트라 우대정책을 시행해왔다. 시간에 따라 혜택 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으나 상장기업 지분 및 대학 입학정원 제한 등 말레이계 지원정책이 사회 전반 곳곳에 유지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말레이시아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고소득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부미푸트라 우대정책은 양날의 칼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빈곤층을 지원하여 중산층이 확대된다면 이는 분명 득이지만, 지나친 애정공세는 시장을 왜곡하여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득국과 선진국의 경계에 위치해있는 지금만큼 말레이시아 정부의 균형적 판단과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는 없다. 정부의 노력이 빛을 발할 때 ‘다양성 속의 통일성(Unity in diversity)’이라는 말레이시아의 오랜 숙원도 비로소 달성될 것이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다양성이 강점으로 작용할것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