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어른
『담론』, 신영복, 돌베개, 2015.
『담론』은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이다. 신영복은 사형선고를 받고 옥중에서 찬 마룻바닥에 엎드려 휴지에 또박또박 청구회 추억을 적었던 우리 시대의 어른이다. 1941년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했고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e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선고받고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출소 후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교수로 강의를 했다.
『담론』은 20년 옥살이와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무기징역이라는 중압감을 고전을 읽으며 성찰했던 사유를 담고 있다. 저자는 기약 없는 출소를 인문학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버텨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이 쇠약해지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더 이상 강의를 하지 못하는 수강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강의를 했던 것을 녹취록으로 풀어 적은 기록물이다.
20년을 감옥에서 지낸 선생입니다. 무기수의 경우 하루하루 깨달음으로 채워지고 자신이 변화해가야 긴 세월을 견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축구선수, 이동문고, 떡신자로 시간의 고통을 견뎠지만 최대의 은의(恩誼)는 깨달음이었습니다.(p249) 라고 저자는 전한다.
『담론』은 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인식’과 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에 대한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1부에서 신영복 선생은 풍부한 예화를 통해 동양고전 독법을 전하고 있습니다. <시경>,<주역>, <논어>, <맹자>,<노자>,<장자>등을 통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고전공부는 세계인식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전하며 여러 제자백가 사상의 담론(談論)을 전한다.
예를 들면 『주역』점서, 사주팔자, 관계론 독법, 성찰, 겸손, 절제, 미완성, 변방 (p57)을 설명한다. 『논어』공자의 대화록, 인간에 대한 담론, 인(仁), 화동 담론(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p79) 과『맹자』의 만남, 의(義), 민본사상(民本思想), 맹자의 성선설(인간의 선한 본성)(p105) 등을 펼친다. 『노자』는 민초의 정치학 무위(無爲), 상선약수(上善藥水), 노자의 철학근본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p136)이다. 『장자』를 쓴 장자는 최고의 자유주의 사상가이며 체제부정, 아나키스트, 반기계론(기계보다는 인간을 중시)을 펼쳤고 장자의 핵심사상은 탈정(갇혀 있는 우물에서 벗어나는 것), 자유론 주장(p146)했다. 『묵자』묵자의 반전(反戰)사상, 반전 평화론, 겸애(兼愛)사상(계급철폐의 평등사상(p163)과 『한비자』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학자, 동양의 마키아벨리,(p171)를 소개한다.
저자는 제자백가 사상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교재로 가지고 세계인식, 인간관계, 자기성찰 등의 담론을 펼치고 있다. 『담론』을 읽고 사람과 삶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이 충분한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고 한다. 고전이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라면 『담론』을 통해 고전의 인문에 빠지길 희망해본다.
<서평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