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로 인한 생태계 영향에 대한 연구를
2001년부터 4년간 수행하고 있다. 그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면
토양생물이나 수서생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고, 조류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최근 확산되면서, 우리 산림병해충과는 서서히
‘재선충 태풍’에 휘말리고 있다. 과거 솔잎혹파리가 극성을
부리던 70~80년대와 비슷하게, 모든 과 직원들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재선충병 연구에 휩쓸려들어 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현재 일본, 중국, 대만, 포르투갈 등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맹렬한 기세로 확산되면서 소나무숲을 고사시켜 가고 있는
가장 위험한 나무 병의 하나로서, 회충처럼 생긴 소형의 선충이
소나무의 혈관에 해당하는 도관에 급속히 증식하여 수분과 영양분의
이동을 차단하여 나무를 말라죽게 한다.
현재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방지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유충(피해목 소독)과 성충(항공방제)의 구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부산의 녹색연합(시민단체)이 농약이 미칠
악영향을 이유로 항공방제를 반대하면서, ‘항공방제로 인한 생태계 영향’에
대한 조사 자료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필자는 2001년부터 4년간 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 동안 조사한 결과를 놓고 보면, 농약은 주로 소나무의 잎과 가지에
떨어지고, 토양이나 하천으로 유입되는 농약의 양은 검출이 어려울 정도로
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따라서 항공방제는 토양생물이나 수서생물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고,
조류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결국 항공방제로 인한 농약의 영향은 소나무숲에 서식하는 곤충과 거미를
위시한 무척추동물로 한정이 되는데, 그것도 일부 주장처럼 사멸 수준이
아니라 방제 당시에만 약간 밀도가 줄어드는 정도였으며, 효과는 소나무의
수관층과 관목층에 주로 한정되며 지표에 서식하는 곤충들에는 별다른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항공방제에 이용되는 농약인 메프는 신경전달물질의 흐름을
차단(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저해)하여 곤충들을 죽게 한다.
따라서 항공방제 후 살아남은 곤충들은 행동반응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작년부터 개미를 대상으로 항공방제 시기에
그들의 행동반응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는 6월과 7월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에게 작년과 올해의 여름은
‘개미와 함께한 여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조사결과를 보면 항공방제 직후 개미들의 행동이 둔화되나 서서히
회복되어 보름 정도 경과하면 정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개미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그들도 경쟁하고 고뇌하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느꼈으며, 내가 보았던 개미들의 다양한 행동을 통해 이러한
깨달음을 공유하였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조사는 마분지로 만든 카드 위에 참치를 올려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면 고기냄새를 맡은 개미들이 몰려든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게
스미스개미이다.
이 개미는 대부분의 카드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은 개체들이 몰려드는
종이다.
생태학적으로는 개체수가 많은 종들을 우점종(여기에는 다른 종의
지배라는 의미가 포함됨)으로 표현하는데, 스미스개미의 행동을 관찰해
보면 그들은 우점종이라기 보다는 열세종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개미는 척후병을 보내어 먹이를 찾아낸다.
먹이를 찾은 척후병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꽁무니로 페로몬을 길에 뿌려
먹이길을 만들어, 다른 개미들이 먹이로 몰려들게 한다.
따라서 처음에는 1~2마리가 카드에 출현하지만 곧 많은 개미들이 먹이로
몰려들게 된다.
개미들이 같은 식구들인 경우에는 평화롭게 먹이를 섭식하게 되지만,
다른 가족의 개미들이 섞이면 카드에는 아연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개미들은 먹이보다는 이웃 마을의 개미들을 견제하는 데 신경을 써, 먹이에
몰려 있는 개미들보다 서로 마주보고 신경전을 벌이는 개미들이 많아진다.
대부분은 신경전으로 끝나지만 일부 다혈질 개미들은 싸우기도 하는데,
급하게 서로를 한번 물고는 잽싸게 다른 방향으로 줄행랑을 친다.
그러나 다른 종의 개미들이 출현하면 상황은 한층 심각해진다.
개미들은 일반적으로 여왕개미들이 알을 낳지만 더러는 일개미들이 알을
낳는 종류가 있는데, 국내에서 분포하는 종으로는 그물등개미가 그렇다.
산길을 걷다 개미떼가 줄을 지어 이동하는 것을 본 기억들이 분명히 한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십중팔구가 그물등개미들이 이사하는 장면이다.
조사기간 중 이들은 참치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작년 조사에서 그물등개미의 큰 무리가 참치 옆을 이동하면서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적도 있으며, 한두 개체가 카드 위에 올라오기는
해도 지나는 길이 카드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즉시 사라지곤 했었다.
그런데 항공방제 후 약 30일이 지났던 지난 7월 9일과 11일 조사에서는
전형적인 개미의 먹이꼬임 현상이 4개의 카드에서 나타나, 모두 먹이를
점하고 있던 스미스개미를 몰아내고 말았다.
갑자기 그물등개미가 참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항공방제로 먹이를
찾는 능력이 떨어져 배불리 먹지 못했거나, 아니면 먹이원인 곤충들이
약제살포로 줄어들어, 개미들의 배고픔이 심해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적인 생각들이 사실로 굳어지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노력이 생태학자에게는 요구되는 것이다.
그중 한 개의 카드에서 본 것은, 마치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드라마틱하였다.
스미스개미가 사라지고 그물등개미들이 장악한 카드에서 일단의
스미스개미가 참치 위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참치에 붙어 있는 스미스개미는 대부분 먹이를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들은 모두 먹이에는 관심이 없고 하나같이 모두 급하게 움직이기만
하였다.
의인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것을 해석해 본다면, 무서운 적들에 둘러싸여
도망은 가야 하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적들뿐이니 내려가지도 못하고 좁은
참치 위에서 초조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미스개미와 마찬가지로 참치에 흥미를 나타낸 개미는 일본왕개미였다.
이 종은 아파트와 같은 주거지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개미 중 하나이다.
국내 개미류 중 가장 큰 종류로서 스미스개미에 비해 수십 배에 달하는
큰 덩치의 소유자이다.
스미스개미의 무리 속으로 일본왕개미가 뛰어들면, 한가하던
스미스개미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부산해진다.
부산해진 움직임은 스미스개미가 자신들이 마주한 위험한 상황을 분명히
알아챈 것을 나타낸다.
스미스개미는 자신의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왕개미를 공격한다.
놀란 일본왕개미는 즉시 도망가기도 하지만, 반사적으로 스미스개미를
물어 토막을 내버린다.
어떤 일본왕개미는 스미스개미를 죽이는 게 취미인 듯 공격하여 순식간에
4마리의 스미스개미를 죽이기도 하였다.
스미스개미와 일본왕개미가 같이 있는 경우, 보통 수개~십여 마리의
스미스개미의 사체가 발견된다.
스미스개미의 무리 속에 1~2마리의 일본왕개미가 있는 경우에는
스미스개미가 먹이섭식을 계속하지만, 여러 마리가 몰려드는 경우
스미스개미는 결국 먹이를 포기한다.
그러나 게중에는 무서운 일본왕개미들의 틈 속에서도 집요하게 먹이에
달라붙는 스미스개미들이 있어, 그들의 용감성과 집요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것은 먹이를 먹고 있는 사자 무리 속에서 먹이를 빼앗아 가려고 하는
한 마리 하이에나의 행동과 같은 것이다.
조사가 끝나고, 함안에서 서울로 운전을 하는 도중 구미 근처의
고속도로상에서 일본왕개미 한 마리가 조사한 샘플에서 빠져 나왔는지
차의 앞 유리창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마누라와 자식들을 위해
길을 나서서, 할일을 마치고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데, 저놈은 어머니
(여왕개미)와 동생(개미유충)들을 위해 위험천만한 길을 나서서, 모진 놈을
잘못 만나 엉뚱한 길을 가고 있구나!’란 생각에 실소를 하였다.
그리고 몇년 전에 일본왕개미를 발로 죽이고 있는 어린 손자를 인자한
웃음으로 지켜보시던 어떤 초로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생각났다.
‘만일 그분이 오늘 보았던 개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같이 보셨다면,
그렇게 미소만으로 손자를 지켜보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미의 생태
벌목 개미과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 전세계에서 기록된 개미는 약 1만
종류에 달하며 그중 한국에는 1과 26속 6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가족적인 집단생활을 한다.
일개미라는 날개가 없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 가슴과 배 사이에 1마디,
또는 2마디의 복병결절(腹柄結節)이라는 소형의 독립된 체절(體節)이
있는 것, 여왕개미와 일개미의 더듬이는 첫째마디[柄節]가 길고, 둘째마디
이하는 무릎 모양으로 접속하는 것 등의 특징이 있다.
개미는 원칙적으로 수캐미·여왕개미 및 일개미의 3계급이 있다.
수캐미는 무정란에서 발생하고, 체세포(體細胞)의 염색체(染色體)는
암컷의 반수이며, 일개미는 성적(性的)으로는 자성(雌性)으로,
발육부진(發育不振)인 상태로 성충이 되기 때문에 여왕개미보다 소형이며
날개가 없고 생식기관도 퇴화되어 있다.
일개미는 큰 것과 작은 것의 2종이 있으며 큰 것은 병정개미라고 한다.
병정개미는 특히 머리와 큰 턱이 발달되어 외적을 방어하거나 딱딱한
먹이를 잘게 부수는 역할도 하고 망을 보는 역할도 한다.
또 여왕개미라는 계급이 없고, 일개미의 산란(産卵)만으로 번식하는
그물등개미도 있다.
보통 여왕개미의 수명은 길어서 10년 이상 생존하기도 하나
일개미는 1∼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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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두 재밋게 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