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청소년문학의 활성화를 위해 창비에서 제정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공모 결과를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함께 이딸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아동도서전 참관과 유럽문화기행 혜택을 드립니다. 수상작은 2009년 중 창비에서 출간되며 시상식은 2009년 2월말 열릴 예정입니다. 제1회 수상작 「완득이」에 이어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상자와 작품에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 수상작 구병모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 수상자 구병모(具竝模)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하였다. 현재는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제2회를 맞이한 창비청소년문학상 공모에 총 56편의 원고가 응모되었다. 이 응모작들을 네 명의 심사위원이 나눠서 읽은 뒤 한두 편씩 골랐고, 그렇게 일차 선정된 원고들을 공유하는 식으로 본심이 진행되었다. 이와 동시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심사단의 심사도 진행되었다. 다섯 명의 청소년 심사단은 본심에 오른 원고를 읽고 자체 토론한 뒤 결과를 내놓았고, 심사위원은 수상작을 결정하는 데 이 의견을 적극 참고하였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예술고등학교」, 「터널」, 「마침내, 날다」, 「위저드 베이커리」 등 모두 네 편이었다. 한두 해 전이었다면 당선권에 오를 수도 있었을 정돈된 수작들이 예심 과정에서 눈에 많이 띄었으나, 그 작품들이 이제는 다소 식상하게 다가와 청소년문학의 빠른 변화와 탄력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술고등학교」는 명랑한 학원물로, 매력적인 사기꾼 캐릭터인 할아버지와 손녀가 2인조 사기극을 벌이는 초반부가 시선을 끌었다. 청소년 드라마를 보는 듯한 발랄한 캐릭터와 재치 있는 서술이 돋보였으나, 예고의 분위기가 비현실적인데다 문학 교사인 ‘원시인’이 1회 수상작인 「완득이」의 ‘똥주’를 떠올리게 하는 등 작품이 진행될수록 속도감이 떨어지고 인물의 성격도 통속화되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점이 심각한 결함으로 지적되었다.
「터널」은 지하세계를 그린 독특한 SF 판타지로, 작가의 의욕이 강하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그러나 서술 전반이 어설프고 미래소설적 상상력이 너무 소박해, 이미 비슷한 종류의 판타지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였다. SF 판타지의 가장 요긴한 대목이라 할, 미래 세계에 대한 전망이나 시스템 구축 같은 전체적인 틀이 조밀하지 못해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마침내, 날다」는 사소한 사건과 오해로 왕따를 당하게 된 여고생의 건강한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다룬 소설로, 가끔 밑줄을 치고 싶을 만큼 산뜻한 경구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이미지 포착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너무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고 있는 주인공에 대한 공감이 쉽지 않았고, 후반부에 주인공이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도 설득력이 약했다. 자아를 찾는 어둡고 긴 여정에 집중하기보다 그 안쪽에 쳐진 안전한 중산층적 폴리스라인에 주인공을 재빨리 안착시키려는 계몽적 강박이 지나쳐 왕따 문제의 겉만 슬쩍 핥고 만 느낌이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으로, 청소년 심사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관심도 집중되었다. 문장이나 사건 전개, 인물 묘사 등에서 가장 안정감을 보였을뿐더러,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마법적 공간을 그럴듯하게 펼쳐 보이는 서사적 역량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다만 악몽 같은 현실과 마법적 공간을 매개하는 고리가 미약하고, 환상세계에 대한 서술은 능란한 반면 현실세계에서의 갈등과 억압을 다루는 데서는 다소 경직된 면을 보이는 점 등 약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 작품은 읽는 관점에 따라 그 빛깔을 달리한다.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다소 낯설다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치명적인 매력이 동시에 끔찍한 위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이 갖는 이중성을 스스로 내장하고 있다. 모험을 무릅쓰고 이 작품을 소화할 수만 있다면, 우리 청소년문학은 새로운 서사를 엮는 튼튼한 힘줄과 청소년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어둡고 섬뜩한 알레고리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마법의 세계에서마저도 멈추지 않고 작동하는 저 악몽의 인과율을 간파해냈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새롭고 무섭고 거세다.
올해도 결과적으로 청소년 심사단과 심사위원이 의견 일치를 보게 되어 기쁜 마음이다. 심사위원들이 작품의 완성도와 주제의식을 세심히 살핀 반면 청소년 심사단은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는데, 「위저드 베이커리」는 양쪽에 모두 부응하는 작품이었다. 수상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우리 청소년문학에 언제나 ‘파란’을 일으키는 작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원종찬, 공선옥, 권여선, 조은숙)
* 수상 소감과 심사평은 계간 「창비어린이」 2008년 겨울호(11월말 출간 예정)에 실립니다.
* 수상작은 2009년 중에 창비에서 출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