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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 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부모들이 매일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입학을 희망하는 대기자가 1300여명에 이른다. 한때는 2000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학하려면 2~3년씩 기다리기가 예사다.
서울 강남의 이름난 ‘명품 유치원’ 얘기냐고? 천만에. ‘가르치지 않는 유아교육’을 표방하는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 얘기다. 생태유아교육의 ‘본산’으로 꼽히는 이 어린이집은 영어나 수학, 한자 따위는 일절 가르치지 않는다. 값비싼 교재·교구도 없다. 한글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할 뿐, 따로 가르치진 않는다.
교육열에 불타는 요즘 학부모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게 그다지 없어 보이는 이 어린이집이 그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하정연 원장은 “어린이집 입학을 희망하는 예비 학부모들에게 왜 우리 어린이집을 선택했느냐고 물으면 여지없이 ‘잘 먹여서요’라거나 ‘진짜 잘 놀게 해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이 그만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잘 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는 하 원장은 그동안의 아이들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2000년 이후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또 아이들의 모습을 과거와 비교해 보면 갈수록 몸을 움직여 노는 것을 싫어하고 산만해지고 있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어린이집의 교육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연과 놀이, 아이다움을 되찾아 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가 오든, 날씨가 춥든 매일 2~3시간씩 이뤄지는 바깥놀이는 이 어린이집의 철학을 잘 보여 준다. 바깥놀이 시간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놀잇감은 흙과 모래, 물이다. 집에서 가져온 찌그러진 냄비와 후라이팬 등에 모래를 퍼담거나 흙에 물을 뿌려가며 놀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흙투성이가 된다. 아이들이 맘껏 모래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해마다 학기 초에 바깥놀이터에 8톤 트럭 한 대 분량의 모래를 깔아 준다. 덕분에 아이들의 옷과 신발에는 늘 모래가 가득하다. 놀이터 한가운데에는 학기 초에 흙으로 산을 만들어 놓는데, 8월께가 되면 다 무너져 내려 흙산을 다시 쌓아 줘야 할 정도로 아이들 ‘등쌀’에 ‘몸살’을 앓는다.
산책과 텃밭 가꾸기도 특별한 날에만 하는 행사가 아닌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영아반은 매일, 유아반은 1주일에 2~3차례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2~3시간 동안 산책을 나간다. 어린이집 복도 벽에는 아이들이 그린 부산대 산책지도가 걸려 있다. 아이들은 자주 다니는 대학 캠퍼스 곳곳에 풀벌레마을, 야생화나라, 쥬라기공원 등 자기들만의 이름을 붙여 놨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정문 바로 앞에 있는 50평 가량의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 텃밭에서 사용할 거름도 아이들 손으로 직접 만든다. 수확한 작물로 손수 간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교실 환경도 여느 어린이집과는 다르다. 이 어린이집에는 교재·교구나 플라스틱 장난감이 없다. 대신 아이들이 산책길에 주워 온 자연물과 아이들이 만든 천 인형, 한지 소꿉놀이 세트 등이 빼곡하다. 나무 윷판, 쌓기놀이용 나무 조각, 책·걸상, 책꽂이 등은 아빠들이 만들어 준다. 뜨개질과 자수 도구도 눈에 띈다. 바느질, 자수, 털실 짜기, 구슬 끼우기 등은 손끝놀이라고 불리는데, 이 어린이집에서 14년째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뤄지고 있는 활동이다. 바깥놀이나 산책길에 아이들이 털실로 목도리나 치마, 손가방 등을 짜는 모습은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명상과 몸짓놀이, 먹을거리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 영혼의 건강을 되찾아 주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명상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산책 시간에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고, 텃밭에서 새싹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몸짓놀이는 몸을 자극함으로써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몸을 유연하게 하는 활동으로, 일종의 유아용 전통 체조라고 할 수 있다. 동물 형상을 몸으로 표현하는 놀이, 우리 전통 무예와 춤을 바탕으로 만든 놀이 등이 있다. 먹을거리 프로그램은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바꾸는 교육이다. 어린이집 급식과 간식을 모두 우리 땅에서 제철에 난 친환경 재료로 만들고, 텃밭 가꾸기·도농교류 프로그램 등과 연계해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을 연중 실시한다.
하 원장은 “처음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의 30% 가량이 아토피 증상을 나타내지만, 대부분 졸업할 무렵이 되면 없어진다”며 “자연과 놀이, 아이다움을 되찾아 주면 아이들은 건강하고 신명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잘 놀게 하면 학교 가서도 ‘똘똘’
“그렇게 놀리기만 하면 나중에 초등학교 가서 얘 ‘바보’되는 거 아니예요?”
생태유아교육을 한다고 하면 흔히 듣는 질문이다. 그러나 생태유아교육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방법이 다를 뿐, 생태유아교육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아이를 ‘똑똑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태유아교육에서 기르고자 하는 아이상에도 나타난다. 10가지 아이상 중에는 ‘스스로 하는 어린이’,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 교육학자들이 강조하는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짜여진 틀에 따라 뭔가를 열심히 가르치기보다는 자연과의 교감, 놀이, 체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호기심을 스스로 해결하고, 궁금한 것들을 배워간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실제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들이 2005년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을 졸업한 초등학생과 다른 초등학생들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 출신 학생들이 ‘무슨 일에나 호기심을 보인다’와 ‘새로운 것을 잘 생각해 낸다’는 항목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학업 성취 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학부모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딸이 4년 동안 부산대 어린이집을 다닌 뒤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재호(46)씨는 “우리 집 아이는 지금까지 학원 한 군데 다녀 본 적이 없지만, 한 학기가 지나니 서너 군데씩 학원을 다녀 온 아이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며 “우리 어린이집 출신들이 발표력이 좋고 모든 일에 앞장 서서 참여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아들이 7살반에 다니고 있는 김수정(33)씨는 “학습지를 시키는 것보다 지금 어린이집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이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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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가 생기기전 부산대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나도 아이가 생기면 저런 곳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희수로 인하여 제 꿈 중 하나를 이룬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희수 화이팅 입니다.
봄에 희수전체교사들 학회에 다녀오면서 아이들에게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익혀가는 교육을 해야겠다고 더욱 다지고 왔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세워가는 교육되면 더 좋지요^^ 지지해주시는 부모님덕에 더욱 힘납니다. 함께 만들어가요^^ 화이팅
저도 초창기 부산대 어린이집을 우연한 기회에 한번 가봤었고, 임재택 교수님 말씀 들어본 적이 있어요. 아이를 기르려면 정말 이렇게 키워야겠구나 생각했었구요. 현화 만삭 때 울산으로 이사오면서 생협에 가입하고 마을모임에서 희수를 알게 된 게 저에겐 정말 행운이었어요. 현화 태어나기도 전에 여기에 보낼거라고 결심했었지요. 희수에서 행복한 아이들로 키워봐요~~~
"3살부터 영어과외랑 학습지,영재스쿨에 다닌아이들 지금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어요. 일등들 속에서도 꼴지가 존재하고 계속 눌르고 경쟁하게 만드는...... 자연과 더불어 생활속에서 체험하고 습득하는 것이 제일 좋은 교육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