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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판> 보이지 않는 이의 손길‥ [10]
"세크매트인지 쿠션매트인지 오늘 죽었다고 복창해라…….'
철수의 나지막한 한마디와 함께 그의 주먹이 세크메트의 안면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세크메트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 그걸 가볍게 피해냈다.
곁에 있는 종수는 그 틈을 타 그녀한테서 떨어지고 종규가 있는 곳으로 잽싸게 뛰어갔다.
"휴- 십 년 감수했네."
종규 옆에 멈춰 선 종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는 종규는 그런 종수를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힐끗 쳐다보았다.
"응? 왜 그렇게 쳐다봐? 나한테 뭐 불만이라도 있냐?"
종수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종규는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연약한 여자한테 싸움을 맡기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꼴이 한심해서요. 저러다가 저분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종규의 말을 듣고 종수가 실성한 사람처럼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종규는 아연한 듯이 종수를 쳐다만 볼뿐이었다.
"후후훗. 연약한 여자라고? 그리고 세크메트가 다친다고? 푸훗…….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종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말을 잇는다.
"그녀는 전투에 있어서 엄청난 달인이다.
인간이나 동물의 해부학까지 완전히 다 꿰뚫고 있기에 단 일격으로 즉사 공격을 자유자재로 하는 게 가능해.
한마디로 완벽한 인간병기라고 할까?"
"이… 인간병기요?"
종규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 물론 지금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평소보다 전투 능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고등학생이 상대될 리가 없지.
크크큭……, 하여간에 저 김철수라는 놈은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세크메트에게 덤비다니……, 정말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네."
연신 세크메트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는 철수를 보고 종수가 비웃었다.
그런 종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종규가 중얼거린다.
"칫. 자기도 주제 파악 못 하고 덤비다가 철수한테 발렸으면서……."
"뭐… 뭐야, 임마?!"
종수가 발끈하며 버럭 소리쳤다.
그러다가 문뜩 공격은 전혀 하지 않고 철수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는 세크메트의 모습을 보며 종수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세크메트는 전투에 임할 마음이 전혀 없는 거 같아……. 역시 상대가 일반인이라서 그런가?'
종수의 생각대로 세크메트는 철수와 싸울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철수의 공격들을 가볍게 피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쥐새끼 같은 년……, 계집애 주제에 쥐새끼같이 잘도 피하는구나!"
철수가 큰소리로 외치며 세크메트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있는 힘껏 내질렀다.
세크메트는 고개를 살짝 숙여서 가볍게 회피했다.
자세를 바로잡은 철수는 의아하며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보아하니 싸움 좀 하는 거 같은데……, 왜 피하기만 하는 거냐? 나한테 공격도 하지 못할 정도로 겁먹은 거냐?"
"……."
세크메트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철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시선을 딴 곳에 두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하듯이 바로 앞에 있는 철수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이익!!"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세크메트의 태도에 철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나머지 이를 악물었다.
"너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 거냐?"
"……."
철수의 물음에도 여전히 아무런 대꾸 없이 시선을 딴 곳에 두고 있는 세크메트였다.
"이 년이!!"
철수가 버럭 소리치며 세크메트의 볼을 향해 주먹을 강하게 내질렀다.
허공을 가르며 세차게 날아오는 철수의 주먹……, 세크메트는 그걸 보지도 않고 고개만 옆으로 살짝 돌려 가볍게 피해낼 뿐이었다.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말이다.
"이야아아아아아아!!"
이어서 괴성과 함께 철수가 있는 힘껏 세크메트의 턱을 향해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허공을 가르며 반원을 그리듯이 날아오는 철수의 발뒤꿈치는 상당히 위협적이었지만, 그건 목표대상을 맞추지 못하고 애꿎은 벽을 가격할 뿐이었다.
세크메트가 고개를 살짝 숙여 그걸 가볍게 피한 것이다.
바로 그때, 공사장 건물 위에서 벽돌 하나가 철수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15m 높이에서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는 직사각형 벽돌은 매우 빠른 속도로 철수의 정수리와 가까워져 갔다.
그걸 본 세크메트는 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이내 허벅지에 차고 있는 권총을 꺼내 들어 철수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벽돌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에는 소음기가 장착되어서인지 총성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공중에서 낙하하던 벽돌은 그녀가 쏜 총에 맞고 산산조각이 나서 철수 머리 위에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하지만 철수가 그걸 알 리 만무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 위로 벽돌이 떨어지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그저 세크메트가 장난감 총을 들고 하늘을 향해 잠깐 겨냥했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왜냐면, 그녀가 치마 속에서 총을 꺼내 쏘기까지 걸린 시간은 모두 합쳐서 0.3초도 되지 않은 아주 찰나 하는 순간이었고, 결정적으로 총성이 전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새끼들…… 모두 하나같이 겉멋만 들어서 말이야.
그딴 식으로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네가 007에 나오는 본드걸이라도 되는 줄 아냐?"
철수가 세크메트를 적대시 노려보며 말했다.
세크메트는 거기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들고 있는 권총을 자신의 허벅지 옆에 착용했다.
그 모습을 보고 철수가 같잖단 듯이 웃으며 말한다.
"크크큭……, 영화를 많이 본 계집애구나.
어떤 영화 같은 데서는 여자가 멋지게 총도 들고 단신으로 남자들과 싸워서 이기는데 말이야.
영화를 왜 그따위로 만드는지 아냐?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갈구하는 찌질이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지랄하는 거라구 쓰발아!"
철수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기습적으로 세크메트의 안면을 향해 강하게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장대비같이 줄기차게 퍼붓는 철수의 연타 공격은 매우 빨랐지만, 세크메트의 몸을 스치지도 못하고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철수의 공격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세크메트가 그걸 일제히 다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피할 듯 말 듯 몸을 건성으로 움직이며 회피할 뿐이었다.
문뜩 그녀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낀 듯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강한 살기가 느껴져…….'
그렇게 생각에 잠기면서도 세크메트는 여전히 철수의 공격을 가볍게 회피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철수의 공격을 무의식적으로 모두 피하고 있다.
머리로 생각한 게 아닌……, 그녀의 신경세포가 순간적으로 반응하듯이 말이다.
바로 앞에서 자신에게 공격하고 있는 철수는 안중에도 없는 거다.
"이 개 같은 년이 어딜 쳐다보고 있는 거야?!"
철수는 필사적으로 주먹이랑 발차기를 내지르지만, 그저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온 힘을 다해서 공격해보지만, 그가 세크메트를 건드리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
문뜩 세크메트는 잠깐이지만 철수를 노려보는 종규의 모습을 보았다.
'저 눈빛…… 인가?'
세크메트는 생각을 마침과 동시에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이내 손끝으로 철수의 목을 찔렀다.
단련된 그녀의 손끝은 사람의 배를 관통해서 찌를 수 있을 정도도 위험했다.
그야말로 그녀의 신체 자체가 흉기인 셈이다.
하지만 방금 그녀가 한 공격은 철수가 죽지 않을 정도로 힘을 조절해서 찌른 거라서 철수의 목에는 아무런 상처가 나지 않았다.
그저 식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뿐이었다.
"으으……."
식도에 강한 충격을 받은 철수는 짧은 신음을 내더니 이내 의식을 잃고 바닥에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세크메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철수를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종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왜 철수가 쓰러진 거죠?"
종규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세크메트에게 물었다. 그는 철수가 왜 갑자기 쓰러진 지 몰랐다.
엄청나게 빠른 세크메트의 손놀림을 눈으로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당신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
종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너 혹시…… "
세크메트가 종규를 빤히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않고 종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가… 가… 갑자기 왜…… 왜 그러세요?"
바로 앞에서 세크메트와 눈을 마주친 종규가 덜덜 떨면서 말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에서 섬뜩함과 동시에 얼어붙을 듯한 강한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종규는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피해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도 않고 그저 아무런 움직임 없이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왠지 그녀의 눈을 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
그렇게 세크메트와 종규 사이에서 얼마 동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바로 그때, 세크메트가 왼손을 살며시 들어 올리더니 이내 종규의 볼에 살짝 갖다 댔다.
그녀의 손은 종규의 볼 바로 밑에 있는 목 부분으로 옮겨졌다.
"저…… 저저……."
"가만히…… 가만히 있어줘……."
떨고 있는 종규에게 세크메트가 다소 부드럽게 말했다. 잔잔한 그녀의 목소리에 종규는 그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세크메트는 종규의 눈동자를 응시한 채 왼손을 종규의 목에 대고 있었다.
종규는 심장이 두근두근했고 얼굴이 붉어졌다. 여자랑 이렇게 가까이 눈을 오랫동안 마주친 적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난 미인이 부드러운 손길로 자신을 어루만지는 이 상황은 그한테 있어서 너무나 황홀했다.
그는 세크메트가 자신을 좋아하는 거로 생각했다.
방금 그녀가 하는 행동은 자신에게 키스하려고 취한 행동이라고 확신했다.
종규는 그녀에게 키스를 받아들인다는 식으로 눈을 살며시 감고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그 모습에 세크메트가 의아하며 말한다.
"왜 눈을 감는 거야?"
"그럼 눈뜨고 키스해요?"
"뭐… 뭐라고?"
무표정에서 약간의 놀람을 담은 표정으로 전환되는 세크메트의 얼굴이었다.
바로 그때, 바닥에 쓰러져있는 철수가 눈을 번뜩 뜨며 의식을 되찾았다.
조용히 몸을 일으킨 철수는 공사장 주변에 굴러다니는 쇠파이프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미 세크메트의 강함을 실감한 그는 맨손으로는 도저히 그녀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대한 인기척을 죽이고 세크메트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런 철수의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할 세크메트가 아니다.
그녀는 자기 바로 뒤에 철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고 종규의 눈동자만 응시할 뿐이었다.
"저…… 저기 바… 바로 뒤에 철수가 있어요."
종규는 세크메트 바로 뒤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서 있는 철수를 보며 몹시 떨었다.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세크메트가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마'라는 세크메트의 한마디……, 그건 철수를 전혀 없는 사람 대하듯이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이이익!!"
철수는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이내 세크메트의 어깨에 쇠파이프를 내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세크메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주먹을 뒤로 뻗어서 바로 뒤에 있는 철수의 안면을 강하게 쳤다.
그리고 이어서 뒷발질로 철수의 명치를 정확히 걷어찼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종규의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말이다.
바닥에 멀리 나가떨어진 철수는 또 의식을 잃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두 번이나 기절하게 된 것이다. 그 모습에 종규는 입이 쫘악 벌어졌다.
"너 혹시나 해서 말인데……."
세크메트는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종규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
"너 혹시……,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
"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느닷없는 세크메트의 물음에 종규가 적잖이 당황했다.
그녀는 거기에 전혀 개의치 않고 종규에게 되묻는다.
"말해,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어…… 없는 데요."
종규가 조심스레 말했다.
세크메트는 여전히 왼손으로 종규의 목을 대고 있었다.
"방금 네가 한 말……, 사실이야?"
세크메트가 종규의 표정을 세심히 살피며 말했다.
"네, 사…… 사실이에요."
종규가 세크메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어둠의 세력에 몸을 담은 세크메트는 살의가 담긴 사람의 눈빛을 아주 잘 알았다.
방금 종규가 한 말이 거짓이었고……, 좀 전에 그한테는 무서울 정도의 살기가 풍겼었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눈치챘다…….
"뭐하냐? 시끄러운 녀석도 처리했는데, 이제 노래방이나 가자."
곁에 다가선 종수가 세크메트에게 말했다.
세크메트는 미심쩍은 눈초리로 종규를 바라보더니 이내 종규의 목에서 손을 떼고 종수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멀뚱히 서 있는 종규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철수의 모습을 보고 빨리 이곳을 떠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려 그들을 따랐다.
그렇게 나란히 걷고 있는 그들 3명이 공사장 부근을 벗어나려는 순간이었다.
뭔가 낌새를 느낀 세크메트가 황급히 양팔을 좌우로 뻗어서 양옆에 걷고 있는 종규와 종수를 세차게 밀쳤다.
종규와 종수는 그대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순간, 세크메트는 몸을 살짝 숙이며 바로 뒤에서 날아오는 벽돌을 피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종수와 종규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을 때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벽돌을 들고 서 있는 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철수의 눈에는 분노의 감정을 초월한 이글거림이 있었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넌 반드시 죽이고 죽는다!"
철수가 큰소리로 외치며 들고 있는 벽돌을 야구공 던지듯이 세크메트의 뒤통수를 향해 힘껏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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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렸습니다.
다음편은 다음주에 올라오니 많이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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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지만 그냥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네..
좀비철수로 다시금 도전하지만.. 역시 결과는 안바뀌겠죠 종규떡밥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