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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04
씬/1 D, 과거, 오성서 유치장
아침, 순경 외엔 아무도 없는 사무실로 들어서는 형사2. 유치장쪽에서 연신, 들려오는 ‘쾅쾅’ 철창을 흔드는 소리.
형사2, 들어서자 피곤한 얼굴의 순경, 다가선다.
형사2 : 뭔데 아침부터 호출이야?
순경 : 아까부터 저럽니다.
형사2, 유치장 쪽 보는데 초조한 얼굴의 재한이 철창을 붙잡고 소리를 치고 있다.
재한 : 여기요. 부탁입니다. 전화 한 통만 쓰게 해주세요!
형사2, 열받은 얼굴로 유치장으로 다가가 재한 앞에 서는.
형사2 : 어디에 전화하려구?
재한 : 오늘,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지도 몰라요. 김원경입니다. 동사무소 직원.
형사2 : 너, 돌았어? 어디서 개수작이야.
재한 : 예, 진짜 돌아버리겠어요. 그러니까.. 전화한 통만 쓰게 해주세요. 예?
형사2 : 입 닥치고 조용히 있어.
형사2, 멀어지면서 순경에게.
형사2 : 쟤, 잘 지켜봐.
재한, 안타까운 얼굴로 시계를 본다. 11월 7일 아침 여덟시다.
씬/2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9차, 김원경 22세, 공무원. 현풍동 골목길 발견시간. 11월 7일. 밤 아홉시 반. 라고 적혀 있는 화이트보드에서 빠지면,
밤새 화이트보드를 지켜보고 있었던 듯, 테이블위에 엎드린 채 잠이 들어있는 해영.
순간, 창문 너머로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뜬다.
그러다가 정신이 확 드는 듯 쾅 일어나서 화이트보드판을 바라보지만, 과거는 바뀌지 않았다.
해영 : (답답하고 초조한) 왜..
그때 전담팀으로 들어서는 수현, 화이트보드판 앞에 선 해영을 한심하게 보는.
수현 : 돌려놓겠다면서 여기서 밤샌거야? 뭘 돌려놨는데? 화이트보드 돌려놨냐?
해영 : ...난 이렇게 못 끝냅니다..
수현 : (보는) 누가 끝낸데?
해영 : (보는)
그때 계철, 헌기 들어온다. 두 사람 보다가 뭐지? 하는 얼굴로 책상쪽으로 들어서는데..
수현 : 경기청 독이 잔뜩 올랐어. 지원사격이 장난 아니라는데..
계철, 헌기, 해영 모두 뭔 소린가? 하는 얼굴로 본다.
수현 : 그런데 증인도 부족하고, 주변에 씨씨티브이도 거의 없어서 초동수사에 애 좀 먹나봐.
일동 :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지?)
수현 : 물론 시간이 지나면, 범인에 대한 가닥이 잡히겠지. 26년전하고는 다르니까.. 수사기법도 워낙 발전했고..
하지만.. 그 전엔 우리가 유리해.
다들 멈칫해서 본다.
수현 : 공조수사에서 우릴 배제한 건 그쪽 실수야. 우리가 가진 정보가 훨씬 많거든.
해영 : ...무슨 말씀이세요? 철수하라고 한 건 형사님이잖아요.
수현 : 현장에서 철수하라고 했지, 경기남부 사건 수사를 중단하자고 한 적은 없어.
해영을 비롯한 일동, 수현을 바라본다.
수현 : 경기청이 가져간 건 정경순 사건이고, 우리 사건은 경기남부 살인사건이야. 우리가 먼저 범인 잡으면 돼.
계철 : 단서가 부족하잖아.
수현 : 강력계 형사질 인맥이 절반이야.
계철 : 국과수, 그것 때문에 간거였냐?
수현 : 오윤서 선생 얘기가 이번 피해자는 과거랑 틀리대. 26년전엔 피해자를 먼저 묶은 다음에 살해했는데,
이번엔 죽인 후에 묶었다는 거야.
일동, 일순간에 눈빛 반짝한다.
해영 : 동일범이 아니란 겁니까?
수현 : 동일범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건 확실해. 이번 범인은 경기남부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거..
해영 : 매듭이죠? 경기남부 사건 범인이 특이한 매듭으로 피해자들을 묶었다는 건 외부에 알려졌지만,
어떤 매듭인지 사진이 공개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이번 사건 범인은 정확하게 26년전 범인과 똑같은 매듭으로 묶었어요.
수현 : 이번 사건 범인을 잡으면, 경기남부 범인도 알아낼 수 있을 꺼야.
헌기 : 어쩐지 선배님 답지 않게 순순히 물러선다 했습니다. 이럴 줄 알고 좀 챙겨온 게 있는데..
일동, 보면 가방안에서 깨진 컵유리조각이 담겨진 증거물 봉투 꺼내들며 씨익 미소짓는 헌기다.
헌기 : 피해자 시신 밑에서 업어왔습니다. 지금 당장 분석 들어가죠.
전담팀을 나가는 헌기.
계철 : 주변에 씨씨티브이가 없어서 애먹는다구 했지?
수현, 해영 계철을 보면.
계철 : 대신할 만한게 있어.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 움직이는 씨씨티브이 하나를 봤거든.
-인서트
-봉고차를 타고 경순의 집으로 향하고 있던 계철. 경순의 집 근처 편의점 앞에 정차한 물품들을 운반하고 있는 운반차량을 본다.
-사무실로 돌아오면
계철 : 그 근방에 같은 편의점이 세 곳이야. 비슷한 시간에 운반을 했을테니까, 계속 그 근방을 돌아다녔겠지.
운반차량엔 100프로 블랙박스가 달려있어.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기청 놈들보다 먼저 찾는다.
박형사, 이 새끼 죽었어.
윗옷 들고 뛰어나가는 계철.
단 둘이 남은 수현, 해영을 보며.
수현 : 우린 제대로 한번 돌려보자.
씬/3 D, 동장소
테이블위에서 정경순의 집 도면을 그려놓고 회의중인 수현과 해영.
수현 :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시작해보자.
해영 :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창문은 안에서 잠긴 상태였어요. 현관 잠금장치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구요.
수현 : 강제로 들어간 흔적도 없고, 실내도 몸싸움의 흔적도 없었어. 정경순과 안면이 있는 면식범일 가능성이 커.
해영 : 범인은 26년이나 쥐죽은 듯 있다가 재수사가 시작되자, 살인을 저질렀어요. 범행동기는 증거인멸일 가능성이 큽니다.
수현 : 면식범에 증거인멸.. 아무리 생각해도 95번 버스기사가 의심스러워. 그 버스기사는 정경순, 황민주와 아는 사이였고
그 사건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어.
해영 : (고개 가로저으며)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프로파일링을 했어요. 나도 마찬가지구요.
의견들이 엇갈리긴 하지만, 다들 공통적으로 얘기한 건 나이였습니다. 정상적인 이성교제를 한번도 못해본 이십대 초반,
많아도 스물 세 살 이전이죠. 게다가, 최영신이 체포되던 때, 그 버스기사는 버스를 운전중이였어요.
범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때, 울리는 수현의 핸드폰. 계철이다.
수현 : 어떻게 됐어?
씬/4 D, 거리일각
거리 한켠, 회수한 블랙박스 메모리를 증거물 봉투에 넣으며 통화중인 계철.
계철 : 아슬아슬했어.
저 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가고 있는 경기청 형사들. 그런 형사들을 보고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철 : 까딱했으면 경기청 놈들한테 뺏길뻔 했네. 쟤네들, 수사가 장난아니게 빠른데.
씬/5 D, 장기미제 전담팀
전화를 끊고 해영을 보는 수현.
수현 : 시간이 없어. 너는 버스회사로 가서 좀 더 조사해봐. 난 요양원에 가서 그 버스기사를 만나볼게. 뭐라도 건지면 바로 연락해.
일어서서 나가는 수현.
해영, 그 뒤를 따르려다가 화이트보드의 글씨를 다시 한번 확인해본다.
9차, 김원경 22세, 공무원. 현풍동 골목길 발견시간. 11월 7일. 밤 아홉시 반.
초조한 시선으로 그런 글씨를 바라보는 해영.
씬/6 N, 과거, 동사무소
1989년, 11월 7일 달력, 그리고 저녁 일곱시 반을 향해 가고 있는 시계에서 빠지면 야근 중인 원경과 여직원.
여직원, 퇴근준비를 하면서.
여직원 : 언니는 안 들어가? 벌써 일곱시 반이야.
원경 : 하던 것만 마저하구 들어갈게. 먼저 가.
여직원, 원경에게 인사하고 건물을 나간다.
원경 홀로 남는 동사무소.
동사무소 창문 너머 어두운 밤거리. 지나치는 자동차들 너머 길 건너편에서 원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자를 눌러쓴 그림자.
씬/7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아침과는 다른 순경2, 교대를 한 듯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소리.
순경2 : 뭐지?
보면, 유치장 안에서 배를 부여잡고 아파하고 있는 재한이다.
순경2 : 야, 너 뭐야?
재한 : ...배...배가 너무 아파요... (더욱 힘들어하는 신음소리)
순경2, 놀라서 문을 따고 들어가서 재한을 일으켜 세우려는 순간,
순경2의 멱살을 잡고 유도기술로 뒤로 던져버리고 조르기에 들어가는 재한.
재한 : (조르기 하면서) 미안합니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결국, 기절하는 순경2를 확인하는 재한. 빠르게 유치장 밖으로 나간다. 시계 확인하면 벌써 여덟시다.
다급히 책상위의 무전기과 권총을 들고 사무실을 뛰어나간다.
씬/8 N, 과거, 현풍동, 원경의 집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서 나오는 이모. 문을 열면, 땀범벅이 된 재한이다.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모에게 숨쉴 틈도 없이.
재한 : 원경씨는요? 들어왔나요?
이모 : 아뇨. 아까 야근한다고...
재한, 눈빛 떨려오며 곧바로 골목쪽을 향해 멀어진다.
씬/9 N, 과거, 현풍동 골목일각
재한, 불안하고 초조한 시선으로 빠르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원경씨!’
연신 이름을 불러대며 어두운 골목길 사이사이를 헤매기 시작한다. 손목시계 확인하면 저녁 여덟시 사십분이다.
해영(소리) : 9차 희생자 김원경, 동사무소 직원이었어요! 1989년 11월 7일 밤 아홉시 반, 현풍동 골목길!
재한의 흔들리는 시선으로 보여지는 불길한 골목길들.
재한 : 제발...제발...
하면서 골목길 코너를 도는데, 쾅 부딪치는 누군가.. 정신차리고 보면, 천구다.
천구, 재한을 알아보고 멈칫 하지만, 재한은 정신이 없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재한 : 혹시 젊은 여자 못 봤어요? 얼굴 하얗구, 머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천구 : (보다가 더듬더듬 오른쪽을 가리킨다)
재한 : (이미 몸은 천구가 가리킨 쪽으로 달려가며 빠르게) 감사합니다.
오른쪽 어두운 골목길 쪽으로 사라지는 재한을 보는 천구. 다시 천천히.. 시선을 돌려 반대편 골목길 쪽을 바라본다.
씬/10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계철이 회수한 블랙박스 화면을 노트북과 연결해서 빠르게 돌리며 검색중인데,
헌기, 자료를 들고 들어선다.
계철 : 뭐 나왔어?
헌기 : 내가 누굽니까. 하나 건졌죠.
계철 : 누군데?
놀라서 일어서려다가 계철, 멈칫 다시 화면을 본다. 누군가 낯익은 얼굴이 화면을 스쳐지나간 후다.
블랙박스 화면을 빠르게 정지시키고 뒤로 돌리는 계철. 뭔가를 발견하고 놀라는..
화면에 잡힌 사람, 바로 천구다.
계철 : (블랙박스 시간 확인하고는) 내가.. 이천구를 만난 그 날이네. 내가 정경순을 찾아갈 껄 알고 먼저 선수를 친 거야.
헌기 : 이천구요? 지문 주인이름도 이천구였어요.
계철 : (그 소리에 놀라서 보다가 다시 씨씨티브이화면 보며) 범인은.. 버스기사 이천구였어..
씬/11 N, 세훈요양원 건물 외곽
교외에 위치한 아담한 세훈요양원 건물 앞에 차를 세우는 수현.
그런 수현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건물 안 창문 너머로 수현을 바라보고 있는 늙은 천구다.
씬/12 N, 버스회사 사무실
직원과 마주앉아 얘기를 하고 있는 해영.
직원 : 정경순씨는 1990년 퇴직한 거 말고는 기록이 없어요. 안 그래도 아까 형사분들이 오셨을 때, 다 말씀 드렸는데..
해영 : (멈칫) 형사분들이요? 경기청에서 다녀갔나요?
직원 : 예.
해영 : (답답해지는 얼굴..그러다가) 95번 버스에 대해서도 물어보던가요?
직원 : 예? 95번이요? 그런 얘긴 없었는데..
해영 : 26년전에 운행한 버슨데요. 그 버스에 대해서 알만한 분 없을까요?
씬/13 N, 버스회사 차고지
헤드라이트를 켜고 들어서서 정차하는 버스에서 내려서는 60대의 김기사.
그런 김기사를 기다리고 있던 듯 다가서는 해영.
-시간경과되면 차고지 한켠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김기사와 해영.
김기사 : 기억나요. 그때 안내양 한 명이 죽어서 회사도 분위기가 되게 안 좋았어.
해영 : 그때, 일에 대해서 뭐 들으신 거 없으세요?
김기사 : 나야, 잘 모르지. 그때 내가 쉬는 날이었거든. 천구형님이 잘 아시겠지. 그래서 경찰서도 불려가구 그랬거든요.
해영 : ..이천구씨를 잘 아십니까?
김기사 : 그럼. 같은 버스 고정기사였으니까.. 근데, 그 일 있고 얼마 안되서 그만뒀어요. 나쁜 일이 생겼거든.
씬/14 N, 세훈요양원 데스크
데스크에서 간호사와 얘기중인 수현.
간호사 :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구요?
수현 : 이천구요.
간호사 : (천구의 이름 듣고 고개드는) 이천구씨요? 이천구씨는.. 환자분이 아닌데..
수현 : (의아하게 보면)
간호사 : 이천구씨는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세요.
수현 : 보호자요?
그때, 울리는 수현의 핸드폰. 계철이다.
수현 : 왜?
씬/15 N, 광수대 건물 주차장
차량에 빠르게 올라타고 있는 계철, 출발하면서.
계철 : 이천구 만났어?
수현(소리) : 아뇨. 아직..
계철 : 이천구가 범인이야. 지문, 씨씨티브이 모든 게 일치해.
씬/16 N, 세훈요양원, 데스크
수현, 굳은 얼굴로 전화 끊으며.
수현 : (다급히) 그 병실, 몇 호에요?
씬/17 N, 버스회사 차고지
김기사와 얘기를 나누는 해영.
해영 : 나쁜 일이요?
김기사 : 아들이 사고를 당했어. 그거 살려보겠다구 퇴직금땡겨서 나갔지. 그 이후론 못 봤는데..
그때 울리는 해영의 핸드폰. 김기사에게 눈짓하고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는.
해영 : 박해영입니다.
계철(소리) : 세훈요양원으로 빨리 와요.
해영 : 무슨 소리에요?
계철(소리) : 이천구가 범인이었어요.
해영 :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천구는 경기남부 범인과 프로파일링이 맞지 않아요.
계철(소리) : 프로파일링이고 나발이고 빨리 그쪽으로 출동해요.
해영, 툭 끊긴 전화를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본다.
해영 : 그럴 리가 없어.. 이천구는 최영신이 잡힐 때, 버스를 운전중이였는데.. 범인일 리가.. 그리구 나이도...
하다가 멈칫... 설마 하는 얼굴이 되는 해영. 고개 돌려, 김기사에게 다가가.
해영 : 몇 살이었나요?
김기사 : 예?
해영 : 그때요. 사고를 당했을 때, 이천구씨 아들이 몇 살이었습니까?
김기사 : ..고등학교 졸업하구 바로니까 스무살 쯤 됐지..
해영, 설마..하는 얼굴.
씬/18 N, 세훈요양원 건물 복도
6층 엘리베이터 문 열리며 복도로 내려서는 수현. 낮은 조도의 불빛만이 켜져있고 텅 비어 있는 복도다.
수현, 품안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609호를 향해 다가간다.
씬/19 N, 버스회사 차고지
김기사의 얘기를 듣고 있는 해영.
김기사 : 마누라는 젊었을 때 죽고, 혼자 힘으로 키운 애였어. 천구형님이 아들 혼자 집에 놔두는게 눈에 밟힌다며
매일 버스에 태우고 다니면서 지극정성이었지. 그 기억이 좋았는지, 커서도 종점까지 하루종일 타고다니구 그랬거든.
나두 몇 번 태워줬어요. 몸이 약해서 취직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게 딱하기두 하구..
해영 : (눈빛 굳어지며) 95번 버스를..계속 타고 다녔다구요.
-인서트
-3부 48씬, 지오프로스 화면 옆에서 얘기하던 수현.
수현 : 피해자들은 연령, 직업도 제각각이고 주거지 역시 달랐습니다. 하지만.. 하나 공통점이 있었어요.
모두 버스를 타고 돌아오다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과거, 해영의 추리
-95번 버스 안, 가장 뒷자리에 탄 누군가가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계속 보고 있다. 1차 희생자 여대생을 눈여겨 바라본다.
-2차, 3차 사진에 나온 피해자들 모두 버스에 타고 있는 모습들 그런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그 위로 수현의 목소리.
수현(소리) : 1차부터 9차, 피해자들이 발견된 장소들을 지오프로스 프로그램에 넣어봤는데 현재의 한 버스노선과 일치했어요.
/ 95번이였죠. 피해자들 모두 그 버스를 타고 다녔어요.
-현재, 김기사의 얘기를 듣고 있는 해영의 모습위로.
해영(소리) : 이천구가.. 범인이 아니라면..
씬/20 N, 세훈요양원 병실
609호 문을 삐꺽 열고 들어서는 수현. 안을 보면 스텐드 불빛 아래, 침대위에 잠들어 있는 환자만 있을뿐, 텅 비어 있다.
수현, 천천히 침대위로 다가간다.
중년의 창백한 진형이 잠들어 있다. 그 밑 침대에 적힌 이름 보면 ‘환자 이진형, 보호자 이천구’라고 적혀 있다.
씬/21 N, 도로일각, 차 안
굳은 얼굴로 빠르게 차를 몰고 있는 해영의 모습위로.
해영(소리) : 거짓말이었다면... 만약 이천구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씬/22 과거, 몽타쥬
-밤, 95번 버스를 몰고 정류장으로 들어서는 천구. 정류장에 세우고 앞문을 연다. 아무도 타지 않는 손님.
천구, 문을 닫는 버튼을 누르려는데..
-밤, 골목길에서 튀어나오는 범인, 출발하려는 버스를 발견하고는 용수철처럼 버스에 올라탄다.
-밤, 버스 안, 놀라서 그런 범인을 바라보는 천구.
천구 : 너..
그제서야 보여지는 범인의 얼굴, 하얗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20대의 진형이다.
진형 : (다급히) 출발해요. 빨리요.
천구, 그런 진형을 이상하게 보다가 차를 출발시킨다.
창문 너머로 버스를 잡으려고 뛰어오는 영신을 덮치는 재한의 모습 얼핏 보이고,
버스안내양 민주가 창문 너머로 싸움이 붙은 재한과 영신을 보며 ‘뭐야? 싸움 났나봐?’ 보고..
그런 민주를 보는 진형. 시선 돌려, 버스안의 유일한 승객, 이어폰을 들으면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진형을 힐긋 보는 원경을 본다.
그제서야, 고개 돌려 진형을 보는 민주.
민주 : 진형아,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진형 : (그런 민주 보다가) 아뇨. 아무일 없었어요.
-과거, 버스회사 차고지
종점에 서는 버스. 내리는 원경과 인사하는 천구.
천구 : 잘 가요. 공무원 양반.
원경 : (미소지으며 멀어지는)
그 뒤를 따라 내리는 무표정한 진형.
민주도 따라 내리며.
민주 : 아, 피곤해. 빨리 들어가 봐야겠다.
옷 갈아입으러 들어가는 듯 사무실로 들어가는 민주.
천구 : 쫌만 기다려라. 같이 들어가게.
진형 : 나 먼저 갈께요. 집에서 봬요.
-3부 31씬. 퇴근하는 천구.
이상한 인기척을 느끼고 놀이터 그네 쪽으로 다가가던 천구, 헉 놀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난다.
어둠속에 손발이 묶인 채, 숨져있는 민주의 시신.
그런 민주의 시신 너머 어둠속으로 뛰어가고 있는 건, 자기 아들 진형의 뒷모습이다.
믿기지 않는 얼굴로 그런 진형을 바라보는 천구.
-인서트 버스회사 차고지에서 해영에게 얘기하고 있는 김기사.
김기사 : 천구형님이 입버릇처럼 얘기했었어.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구.
-3부, 56씬, 형사2에게 증언을 하고 있는 천구.
천구 : 어젯밤, 그 정류장에선 아무도 타지 않았어요.
그렇게 대답하는 천구, 재한이 다그치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틸다운되면 테이블 밑의 천구의 손 벌벌 떨리고 있다.
씬/23 N, 과거, 현풍동 골목길
4부, 9씬에 이어지는 상황.
재한이 사라진 골목쪽을 보다가, 반대편 골목을 바라보는 천구의 눈빛에 죄책감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가슴이 아픈 듯 부여잡는..
씬/24 N, 과거, 또 다른 현풍동 골목길
천구가 가리킨 쪽 골목길을 빠르게 훑어보는 재한. 그때, 저 멀리에서 ‘아악!’ 여자의 비명소리.
놀라서 쳐다보는 재한.
재한 : 안돼...
씬/25 N, 현재, 세훈요양원 병실
진형을 내려다보고 있던 수현. 그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해영이다.
씬/26 N, 도로일각, 차 안
빠르게 차를 몰고 있는 해영.
해영 : 이천구가 아니에요. 증거인멸을 위해 정경순을 죽인 건 이천구였을 겁니다.
하지만, 진짜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어요.
씬/27 N, 현재, 세훈요양원 병실
해영과 통화를 하고 있는 수현.
수현 : 그게..무슨..
수현, 통화를 하며 잠들어 있던 진형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어느 새 눈을 뜬 진형이 무표정한 시선으로 수현을 바라보고 있다.
순간 머뭇거릴 틈도 없이 수현의 목을 잡고 조르기 시작하는 진형.
수현, 그 기세에 권총과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해영의 목소리.
씬/28 N, 현재, 도로일각, 차 안
해영,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쿵 소리에 멈칫하며.
해영 : 차수현 형사님?
건너편에서 아무소리가 없자, 불안한 해영.
해영 : 차형사님! 내 말 듣고 있어요? 차형사님!
하지만, 수화기 건너편 수현은 묵묵부답이다.
씬/29 N, 세훈요양원 병실
수현의 목을 거세게 조르는 진형, 수현 숨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진형의 양손을 잡고 떼보려 하지만, 진형의 힘이 거세다.
순간, 진형의 얼굴에 한방을 먹여버리는 수현. 그러나 진형, 손을 놓지 않는.. 더 숨이 막혀온다.
수현의 시선에 들어오는 스텐드.
씬/30 N, 세훈요양원 건물 밖
건물 앞으로 빠르게 다가와 ‘끼이익’ 멈춰서는 차에서 내려서는 해영.
반대편에서 다가오던 차 역시 빠르게 멈춰서면서 내리는 계철.
해영 : (일행 발견하고 다급히) 차수현형사가 연락이 안됩니다!
씬/31 N, 세훈요양원 건물, 6층 복도
6층 복도를 뛰며 609호를 찾는 해영, 계철.
저 앞, 병실쪽에서 쾅 소리가 들려오고, 그쪽을 향해 뛴다.
씬/32 N, 세훈요양원 병실
‘쾅’ 문을 열고 총구를 겨누면서 들어서는 해영과 계철.
안을 보면 헉헉거리고 있는 수현. 바닥에 깨진 스텐드 잔해들.
침대의 진형, 피가 흐르는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다.
해영 : (수현에게) 괜찮아요?
계철 : 뭐야? 이천구는? 저 놈은 누구야?
해영 : 저 놈입니다.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이천구가 아니라 저 놈이에요!
진형 : 죽이려고 한 거 아니에요. 눈을 떴는데 저 분이 총을 들고 있어서... 놀라서 그런거예요.
수현 :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아냐. 박해영 말이 맞아. 쟤가 범인이야.
진형 : (세차게 고개 가로젓는) 난, 아니에요!
그때, 울리는 계철의 전화벨, 헌기다.
씬/33 N, 장기미제 전담팀
놀란 얼굴로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통화중인 헌기.
헌기 : 텔레비전 보고 있어요?
헌기의 시선 쫓아가면 ‘긴급 속보, 경기남부 연쇄살인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다‘라는 띠자막.
화면에는 경기청 앞을 가득 메운 기자들의 모습들 위로 기자의 목소리 깔리고 있다.
기자(소리) :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경기남부 연쇄살인범이 26년만에 결국 경찰의 손에 체포됐습니다.
씬/34 N, 경기청 건물 앞
기자들과 소식을 듣고 몰려온 유가족들로 아수라장인 경기청 건물 앞.
인파를 뚫고 건물 앞에 멈춰서는 기동대 차량. ‘팡’ ‘팡’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들. 몰려드는 유가족.
경찰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보호하는 가운데, 문이 열리고 수갑이 채워진 채 내려서는 범인, 바로 천구다.
그런 천구에게 누군가 계란을 집어던진다. ‘미친놈’ ‘내 새끼 살려내!’ 등등 욕설과 기자들의 질문세례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건물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천구의 모습위로.
기자(소리) : 26년만에 재개된 경찰의 수사망이 압박해오자, 스스로 자수를 선택한 범인은
방금 전 이곳 경기청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씬/35 N, 경기청 조사실
강한 조도의 불빛 아래 앉아있는 무표정한 천구. 앞에 앉은 조사관을 향해.
천구 : 제가..그랬습니다. 정경순도 내가 죽였고.. 26년전, 그 사람들도 모두 제가 죽였어요.
그런 천구의 얼굴에서.
수현(소리) : 이천구는 범인이 아닙니다.
씬/36 N, 광수대, 광역1계장실
마주앉아 있는 수현과 치수.
수현 : 정경순은 이천구가 죽였을 겁니다. 그리고 자기가 잡힐 꺼라는 걸 알고, 자기 아들 죄까지 모두 뒤집어 쓰려는 거에요.
치수 : ...그 아들은? 자기가 죽였다고 인정했어?
수현 : ....아뇨.
치수 : 다른 증거는?
수현 : ...확증은 없습니다.
치수 : 경찰조직에 대해서 너도 잘 알겠지. 여론이 주목하는 이런 사건의 경우,
경찰이 용의자를 잘못 체포했다는 걸 인정하기는 쉽지 않아. 경찰조직이 용의자한테 놀아난 꼴이 되니까..
수현 : ...
치수 : 이천구의 자백을 뒤집을 정도의 증거없인, 아무도 전담팀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
씬/37 N, 장기미제 전담팀
계철, 헌기와 함께 책상에 앉아있는 해영.
계철 : 오랜만에 힘좀 썼는데, 뭐 망통이구만. 이 사건은 이제 물 건너간거야.
헌기 : ...(답답한 한숨 쉬다가 얼굴에 미스트 뿌린다)
계철 : (기가막힌) 뭐하냐?
헌기 : 답답해서 그럽니다. (다시 한번 분노의 미스트질)
해영, 답답한 얼굴로 앉아있다가 시계를 본다. 11시를 넘어가고 있다.
씬/38 N, 광수대 주차장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 운전석에 앉아있는 굳은 얼굴의 해영. 한 손에는 무전기를 들고, 시선은 시계를 향해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계의 초침, 11시 23분을 넘어서는데..
해영이 기다리던 ‘치치칙’ 무전기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해영 : (다급히 무전기에 대고) 형사님! 이재한 형사님 거기 있어요? 나에요 박해영.
씬/39 D, 과거, 재한의 방
간소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재한의 방.
앉은뱅이 책상위에 놓여진 무전기의 계기판이 흔들리고 있고, ‘형사님, 듣고 있어요?’ 하는 해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화면 빠지면 무표정한 얼굴로 무전기를 바라보고 있는 재한. 천천히 무전기로 손을 뻗어 송신버튼을 누른다.
재한 : 예, 듣고 있습니다.
씬/40 N, 현재, 차 안
해영 : 마지막 희생자는요? 어떻게 됐습니까?
재한(소리) : ...
해영 : 김원경, 동사무소 직원이요. 아직 살아있나요?
씬/41 D, 과거, 재한의 방
원경의 이름이 나오자, 서서히 떨려오는 재한의 눈빛.
재한 : ...범인은요?
씬/42 N, 현재, 차 안
재한의 낮은 목소리에서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멈칫하는 해영.
씬/43 D,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거기 2015년이라면서요. 범인 잡았어요?
씬/44 N, 현재, 차 안
해영 : 형사님..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있는 거죠?
씬/45 D,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범인 잡았냐구 묻잖아요. 범인 잡았어요?
해영(소리) : ...그게..
재한 : (답이 없는 무전기를 보다가) ...버스기사. 이천구.. 그 사람입니까?
씬/46 N, 현재, 차 안
해영 : (멈칫)..
씬/47 D,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서서히 눈가에 살기가 피어오르는) 그 사람이죠? 그 사람..맞죠?
씬/48 N, 현재, 차 안
해영 : ...아니에요. 그 사람은..
씬/49 D,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해영의 말 끊고 다그치는) 그 사람이 아니면 누군데?
(참았던 분노가 끓어오르며 이성을 잃는) 내가 가서 죽여버릴테니까 대답하라구!!
씬/50 N, 현재, 차 안
해영 : (재한의 반응에 당황한) 형사님.. 왜..
씬/51 D, 과거, 재한의 방
재한 : (떨려오는) 사진으로만 봤겠지.. 그저.. 사진 몇 장에 희생자 이름.. 직업, 발견장소, 시각..
그게 당신이 아는 전부겠지만.. 난 아냐..
슬픔에 찬 재한의 모습에서.
-인서트
-4부, 9씬. 원경을 찾아 골목길을 헤매다가 천구와 부딪치는 재한.
재한 : 혹시 젊은 여자 못 봤어요? 얼굴 하얗구, 머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천구 : (보다가 더듬더듬 오른쪽을 가리킨다)
-4부, 9씬. 천구가 가리킨 쪽을 향해 원경을 찾다가 멀리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서 쳐다보는 재한.
-더욱 다급해진 얼굴로 골목길을 뛰기 시작하는 재한, 코너를 도는데 뭔가를 발견하고 순간 힘이 빠지는 듯, 무너진다.
그런 재한의 시선에 걸리는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원경의 가방.
-재한의 방, 무전을 하고 있는 재한.
재한 : ...며칠 전만 해도..살아있는 사람이었어. 날 위로해주고 웃어주던.. 착하고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는데..
-현풍동 골목길, 넋을 잃고 바라보는 재한.
원경의 가방에서 서서히 그 옆으로 이동하면 묶여있는 원경의 손, 발. 그리고 이미 싸늘하게 식기 시작한 원경이다.
믿기지 않고, 믿을 수도 없는 광경에 바들바들 떨면서 그저 바라만 보다가 ‘아...아...안돼!!’ 외치는..
-밝게 미소짓는 원경의 영정사진으로 오버랩되면, 원경의 장례식장.
외롭게 빈소를 지키는 이모, 사진을 보며 통곡하고 그런 모습을 붉게 충혈된 눈빛으로 바라보는 재한.
-재한의 방, 무전을 하다가 다시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듯 눈빛 붉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범인에 대한 분노가 배어나오는.
재한 : 그 미친새끼도.. 똑같이 죽여버릴겁니다. 내 손으로.. 죽일꺼에요.
씬/52 N, 현재, 차 안
재한을 최대한 진정시키려는 해영.
해영 : (다급히) 안됩니다. 그럼 당신도 똑같아져요. 범죄자가 된다구요. 형사님, 듣고 있어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씬/53 D, 과거, 재한의 방
책상위에 던져진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해영의 목소리.
해영(소리) : 안내양 중에 정경순은 범인을 알고 있었어요. 그 여자를 조사해야 합니다. 형사님! 이재한 형사님!
그러나 화면 빠지면, 이미 재한은 사라지고 없다.
씬/54 N, 현재, 차 안
해영, 연신 ‘형사님’ ‘형사님’ 부르다가 무전기를 보는데.. 이미 무전기는 꺼져 있다.
답답한 얼굴로 핸들 쾅 내려치는 해영. 순간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무언가.. 눈빛 멈칫하는.
해영 : ....정경순...
씬/55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전담팀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는 수현, 해영, 계철, 헌기.
수현 : 정경순?
해영 : 예. 정경순은 이천구를 협박하고 있었어요. 그게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이진형이 진범이라는 증거였을 겁니다.
그걸 찾아내면, 진범을 밝힐 수 있어요.
계철 : 그런 게 있었으면 경기청에서 벌써 발견했겠지. 사건현장이건 이천구 물건이건 탈탈 털었을텐데..
해영 : 맞아요. 이천구도 정경순을 죽인 뒤에 집안을 뒤졌지만,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그 물건은 애초에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다는 거죠.
계철 : 거기가 어딘데?
해영 : 이제부터 알아내야죠.
계철 : 하..나 참. 어떻게요?
해영 : 경기남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04년이었어요. 그때까진 이천구를 협박할 수 있는 돈줄이었으니 애지중지했겠지만,
그 이후엔 어딘가에 처박아 놨겠죠. 그런데.. 공소시효가 풀려버린 겁니다.
-인서트
-2부, 26씬, 몽타쥬 중,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를 바라보고 있는 경순의 뒷모습. 서서히 화면 돌면 경순임이 드러난다.
-다시 전담팀으로 돌아오면.
해영 : 공소시효가 풀렸다는 뉴스를 보고 다시 그 물건이 돈줄이 되겠다고 느꼈을 때.. 정경순이 가장 먼저 뭘 했을까요?
수현 : 그 물건이 잘 있는지 확인하러 갔겠지.
계철 : 설마, 쟤 얘길 믿는 거야?
수현 : 경기남부 공소시효가 풀린 날은 10월 1일이야.
그날, 정경순의 행적을 확인해보면.. 이진형이 진범이란 증거를 찾을 수도 있어.
계철 : 이번 수사결과 발표 수사국장님이 직접 하신대. 그런 사건을 왜 또 엎을려구 그래.
계장님도 반대하는데, 꼭 이래야 해? 우리 쫌 조용히 살자.
수현 : 나랑 박해영은 정경순 집 한번 더 수색해 볼게.
선배랑 정헌기는 정경순 카드기록, 핸드폰 통화기록, 인적사항 좀 알아봐 주세요.
계철 : 하지마!!
씬/56 N, 거리일각
경순의 집을 향해 달려가는 해영의 차 안.
해영 : (힐긋 수현 보며) 괜찮아요?
수현 : (보면)
해영 : 그..목이요.
수현 : 범인한테 당해서 쪽팔려 죽겠는데 괜찮겠냐?
해영 : 그러게 남자 혼자 있는 데를 왜 들어가요?
수현 : ...(문득 눈빛 가라앉는) 남자 여자 가릴꺼면 수갑 놔야지.
해영 : (힐긋 보는데)
울리는 수현의 핸드폰. 계철이다.
수현 : (전화받는) 알아봤어?
계철(소리) : 10월 1일 정경순 핸드폰, 카드내역 알아봤는데 단서가 될만한 게 없어.
수현 : 대충대충 알아본 거 아냐?
계철(소리) : (왕억울) 카드 한도초과였고, 핸드폰 통화한 사람도 없었어! 못 믿겠으면 시키질 말던가!
수현, 답답해지는..
씬/57 N, 경순의 집
현장수사가 끝난 흔적이 역력한 경순의 집안으로 뛰어드는 수현과 해영.
해영 : (주변을 둘러보며)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먼 게으른 성격이에요. 치밀하게 숨기지 않았을 겁니..
수현 : 시끄럽고
해영 : (보면)
수현 : 그냥 뒤져.
-시간경과되면
-서랍 하나 열어서 꼼꼼하니 뒤지는 해영. 옆에서 들려오는 와장창소리.
보면 다른 서랍 빼내서 뒤집어 엎는 수현이다. 바닥에 떨어진 물품들 빠르게 훑어보는..
그런 수현의 모습을 벙쪄서 보는 해영.
해영 : 맨날 이런 식입니까?
수현 : (계속 뒤지며) 응, 시간 없을 땐 항상 이런 식이야.
-책장 안 책들 확 바닥으로 밀어제치는 수현.
-완전 엉망이 된 집안, 장롱 안을 열어본다. 장롱 안 옷들을 밖으로 다 내놓고 뒤지는 수현.
옷걸이에 걸린 옷들 주머니까지 꼼꼼하니 뒤지는 해영.
해영 : (뒤지는 와중에) 10월 1일은 쌀쌀한 날씨였어요. 두꺼운 옷 위주로 찾는게 빠를 겁니다.
수현 : (계속 찾는)
해영 : 여자들은 아무리 옷이 많아도 자주입는 옷이 따로 있습니다. 소매가 해졌거나 향수냄새가 배인 옷을 찾아.. (멈칫)
하는데, 멈칫하는 해영의 기색을 알아채는 수현.
해영, 뒤지던 코트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구겨진 얇은 종이 한 장을 꺼낸다.
고속버스 티켓. 목적지는 선양시. 날짜 보면 10월 1일이다.
해영 : (보란 듯) 정리정돈하곤 거리가 먼 게으른 성격이라구 했잖아요.
서로 시선 마주치는 두 사람.
씬/58 D, 도로일각
어느 새 아침이 된 도로를 달리고 있는 해영의 자동차. 빠르게 악셀을 밟고 있는 해영.
조수석의 수현의 모습위로 계철의 목소리.
계철(소리) : 선양시 인근에 정경순의 사촌언니가 살고있어.
전입기록을 확인해 봤는데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그 집에서 같이 살았더라구.
씬/59 D, 농가 일각
농가에 딸린 어두컴컴한 창고 안을 뒤지고 있는 해영.
그런 창고 입구에서 대화중인 경순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촌언니와 수현.
언니 : 얼마 전에 갑자기 연락도 없이 오긴 왔었어요.
수현 : 뭘 찾으러 오지 않았나요?
언니 : 모르겠어요. 인사도 없이 창고로 들어가길래, 지가 놔두고 간 짐 보러 왔나 싶었죠.
그때, 창고를 뒤지던 해영, 뒤죽박죽 쌓여있는 농기구들 사이, 낡은 커다란 짐가방을 발견한다.
해영 : (가방을 들어보이며) 이겁니까?
언니 : 예.
가방을 열어 안의 내용물들을 꺼내보는 해영. 그 옆으로 다가오는 수현.
수현 : (안의 내용물들을 살펴보며 언니에게) 혹시 이 짐 손대셨나요?
언니 : 아뇨. 제가 왜..
하는데, 가방 안을 뒤지던 해영의 눈빛 멈칫한다. 가방 안, 한쪽 옆으로 끼워져 있는 검은 비닐 봉투.
천천히 봉투를 열어보는 해영, 그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현.
봉투 안 내용물을 확인한 두 사람 눈빛, 떨려온다.
씬/60 D, 몽타쥬
-경기청 건물 앞에서 브리핑 중인 기자1.
기자1 : 2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그 전말이 오늘 밝혀질 수 있을까요?
-경기청 기자회견장 여기저기 카메라를 설치하기 바쁜 카메라맨들의 분주한 손길.
테이블마다 앉아서 노트북 앞에서 회견을 준비중인 기자들. 그런 모습들 위로.
기자1(소리) : 잠시 뒤 이곳 경기청 사건 브리핑실에서 예정된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수사보고에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씬/61 D, 세훈요양원 병실
순경 두 명이 서서 지키고 있는 진형의 병실 문 쾅 열리면서 들어서는 해영.
진형, 무슨 일이지 고개 들어보는데.. 다짜고짜 다가와서 진형의 윗옷을 벗겨버리는 해영.
진형 : (반항하는) 이게 무슨
순간, 진형의 어깨 부분에 난 화상자국을 발견하는 해영.
씬/62 D, 경기청 복도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는 범주와 보좌관, 박형사를 비롯한 경기청 형사들.
문앞에 다다르면 범주에게 정중하게 브리핑할 자료가 정리된 파일(서류철) 넘기는 박형사.
범주 : 수사결과 모두 확실하겠지?
박형사 : 범행 장소, 범행 수법 모든 게 이천구의 자백과 일치합니다. 이천구가 이 사건의 범인이 확실합니다.
범주 : (흡족한 미소) 수고했어.
씬/63 D, 기자회견장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는 범주. 단상으로 올라서는 범주를 향해 터지는 플래쉬 세례들.
긴장한 얼굴로 범주를 바라보는 기자들.
범주, 단상에 올라서서 그런 좌중의 모습을 한번 훑어본 뒤.
범주 : 지금부터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수사결과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더욱 빠르게 터지는 플래쉬들.
범주 : 지난 10월 22일 발생한 경기지역 정모씨의 살인사건의 수법이 26년전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과
흡사하다는 판단을 내린 수사팀은 주변 씨씨티브이 영상과 지문, 혈흔 증거 등으로 유력한 용의자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때, 앞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수현. 다급히 온 듯, 거친 숨을 고르고..
범주와 기자들의 시선 수현에게 쏠리고..
범주, 그런 수현 일견한 뒤, 개의치 않고 계속 자료 읽어내려가는데..
뚜벅뚜벅 범주에게 다가오는 수현, 단상위에 증거물 봉투에 담겨진 증거물(전기충격기)과 디엔에이 검사결과지를 내려놓는다.
범주, 뭐야? 하는 시선으로 서류철을 읽어내려가는데 눈빛 굳는다.
기자들, 그런 범주를 보고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하고..
범주, 서류철의 내용을 가만히 바라본다.
‘무슨 내용입니까?’ ‘수사결과 발표를 계속해 주세요’ 기자들 손을 들고 하나둘씩 소리치는데..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드는 범주, 수현을 한번 보고 난 뒤, 다시 기자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연다.
범주 : 정모씨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결국 26년전 경기남부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노트북 키보드를 쳐내려가는 기자들의 손길, 더욱 빨라지며
‘자수한 이천구가 범인이 맞습니까?’ ‘증거가 발견됐나요?’ 질문들이 쏟아지는데..
범주 : (그런 기자들을 보다가) 이 사건의 수사결과 발표는... 사건 수사를 담당한...
서울지방청 장기미제 전담팀 차수현 경위가 맡겠습니다.
범주, 천천히 몸을 돌려 수현을 바라본다.
범주 : (낮은) 각오는 돼 있겠지.
수현, 그런 범주에게 고개 끄덕 목례한 뒤, 단상으로 올라간다.
수현 : 10월 22일 발생한 정모씨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전담팀은 수사도중,
과거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씬/64 D, 경기청 조사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조사실의 천구. 그런 조사실로 들어서서 천구의 맞은편에 앉는 해영.
천구 고개 들어 해영을 본다.
해영 : (보다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거죠?
천구 흠칫해서 보는데..
씬/65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3부, 56씬.
사무실에서 천구에게 질문을 해대던 재한과 형사2.
형사2 : 그날, 황민주가 탔던 막차버스 운전한 버스기사, 맞죠?
천구 : (껌벅껌벅 보는) 예, 맞습니다.
형사2 : 그때, 현풍역 버스 정류장에서 탄 손님 있었어요?
재한 : 검은 티셔츠에 20대 초중반 정도였을 겁니다. 기억나시죠?
그런 재한을 힐긋 보는 경순의 시선.
씬/66 N, 과거, 오성서 복도
조사를 받던 형사에게 배웅을 받는 천구와 경순.
형사 :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는 들어가는 형사.
천구, 먼저 걸어가려는데, 경순 뒤에서 문득.
경순 : 근데요. 검은 티셔츠에 20대 초중반이면.. 진형이랑 인상착의가 비슷하네요. 아까 버스에 있었잖아요.
천구 : 무..무슨 소릴 하는 거야?
경순 : 진형이는 어떤 정류장에서 탄 거에요?
천구 : 그게.. 처음부터 같이 타고 있었어.
말 둘러대고는 먼저 돌아서서 사라지는 천구를 미심쩍은 시선으로 보는 경순.
씬/67 N, 과거, 현풍동 골목길 일각 4부, 9씬.
천구에게 ‘혹시 젊은 여자 못 봤어요? 얼굴 하얗구, 머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묻고 있는 재한의 모습을
누군가 골목길에 몸을 숨긴채 보고 있다.
천구 오른쪽 가리키고 재한, 오른쪽으로 뛰어가면, 반대편을 바라보는 천구. 그러다가 멀어진다.
숨어있던 골목에서 나오는 경순, 천구가 마지막으로 바라봤던 그곳으로 걸어간다.
씬/68 N, 과거, 또 다른 현풍동 골목길 일각
골목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경순. 그때, 저 앞쪽에서 들려오는 ‘악!’하는 여자의 비명소리.
경순, 겁먹은 얼굴로 고개만 내밀어 보면, 저 앞쪽 어둠속에서 반항하는 원경을 제압하려는 진형.
순간, 원경 가방 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서 진형에게 한방을 먹인다. ‘치치칙’
어깨에 충격기가 꽂히면서 화상을 입은 진형, 순간 원경을 놓치고 쓰러진다.
원경, 그새를 틈타 비틀비틀 도주하는데..
진형, 충격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듯, 뒤이어 곧바로 그런 원경을 쫓아 어둠 저 너머로 사라진다.
경순, 그 모습을 보다가 천천히 그 현장으로 다가간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전기충격기.
씬/69 D, 현재, 기자회견장
증거물 봉투에 들어있는 전기충격기를 기자들에게 보여주는 수현. 터지는 플래시들.
수현 : 숨진 정모씨가 보관해 오던 증거물에는 경기남부 사건의 마지막 희생자인 김모양의 지문과 혈흔,
그리고 범인의 디엔에이가 함께 검출됐습니다. 이 증거물로 체포된 진범은 26년전,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요양원에 입원해 있던 이천구의 아들, 이진형입니다.
씬/70 D, 현재, 경기청 조사실
조사실에 해영과 마주앉아 있는 천구. 아들의 소식을 들은 듯, 충격으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천구 : ....우리.. 아들은 아냐.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라구. 우리 불쌍한 아들놈.. 엄마 없이 얼마나 외롭게 컸는데..
해영 : (그런 천구를 보는) 진짜.. 끔찍하네요.
해영, 열받은 얼굴로 가지고 온 가방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꺼내, 테이블위에 한 장씩 펼쳐놓는다.
해영 : 1차 피해자, 대학생 최은영. 2차, 두 아이의 엄마였던 박순희, 3차, 결혼을 앞두고 있던 직장인 김윤주.
4차, 다음날이 생일이었던 김말순.
천구, 사진들을 감히 못 보고 시선을 돌린다. 그런 천구의 어깨를 잡아 사진을 코앞에 들이대는 해영.
해영 : 똑바로 봐요! 당신한테만 소중한 가족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 사람들한테도 소중한 가족들이 있었다구요!
이 사람들한테 정말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당연히 미안해야 하는 거잖아요!
천구 : (버럭 사진들을 테이블에서 치우며)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해영 : (보는)
천구 : ...우리.. 불쌍한 아들놈은 벌써 죗값을 치렀어. 그때.. 죗값을 치렀다구!
과거를 회상하며 눈가가 붉어지는 천구를 바라보는 해영.
씬/71 N, 과거, 천구의 집
허름한 집마당을 쓸고 있는 천구. 그때, ‘쾅’ 철문 열리면서 굳은 얼굴로 들어서는 재한.
천구, 갑작스런 재한의 방문에 놀라서 뒤로 물러서는데.
재한, 그런 천구를 죽일 듯 노려보다가...한발자국 두발자국 다가와서 품안에서 권총을 꺼내 천구의 멱살을 잡고 코앞에 겨눈다.
천구 : (겁에 질려) 아...안돼..
그러나 분노에 가득차서 이성을 잃고 천구를 바라보는 재한.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
그쪽을 바라보는 천구의 눈빛 굳어지고, 그 눈빛을 쫓아 집 건물쪽을 바라보던 재한의 눈빛도 변한다.
문을 열고 나오던 진형과 시선이 마주친 것이다. 검은 티, 검은 모자.
-인서트 3부, 6씬.
현풍동 골목길 뒤를 쫓던 검은 모자, 검은 티.
-진형을 바라보는 재한의 얼굴 급격하게 떨려온다. 저 놈이다.. 저놈이 진범이다.
눈이 확 뒤집힌 재한, 진형쪽으로 총구를 돌리는데, 천구 그런 재한을 몸으로 밀어버리고
진형, 그 새를 틈타 다시 문 밖으로 도주하기 시작하고
재한, 자신을 만류하는 천구의 손을 미친 듯이 뿌리치고 진형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씬/72 N, 몽타쥬
-도로 위, 도주하는 진형, 그 뒤를 쫓는 재한.
-도로 한켠, 건물 공사장으로 도주하는 진형, 그 뒤를 쫓는 재한.
-아직 뼈대만 완성된 공사장 건물 위층으로 도주하는 진형. 위로위로 올라간다.
씬/73 N, 공사장 일각
계단을 올라 더 올라가려는 진형의 다리를 뒤에서 잡아버리는 재한.
진형, 결국 바닥에 털썩 넘어지고 그런 진형의 멱살을 잡고 재한, 들고 있던 총으로 진형을 겨누려는데, 진형 격렬한 반항.
결국 권총 떨어지고 다시 진형 계단쪽 말고 난간쪽으로 도주.
그런 진형을 몸을 던져 제압해 버리는 재한. 정신 못 차리는 진형을 사정없이 패기 시작한다.
재한 : 왜!! 이 미친새끼야!! 도대체 왜!!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진형을 패는 재한의 붉게 물든 눈빛위로
-인서트
-3부, 원경의 미소짓는 모습.
-4부, 죽어있는 원경의 마지막 모습
-다시 공사장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진형을 패고 있는 재한.
재한 : 도대체 왜!!!
이성을 잃고 재한에게 다시 주먹을 날리려는 재한.
순간, 재한의 뒤통수로 날아드는 각목. 재한, 옆으로 쓰러진다.
재한 뒤에서 각목을 내려치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천구.
피투성이가 된 진형, 그제서야 ‘컥컥’ 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재한, 서서히 고개를 든다.
재한 : (천구를 보는) 그래서... 아들이라서.. 거짓말 한 거에요? 아무도 타지 않았다고?
천구 : ...우리...아들은 아냐.. 그때 버스엔 아무도 타지 않았어.
재한 : 그때.. 아저씨가 제대로 증언만 했어도.. 죽지 않았을 꺼에요. 지금.. 살아있었을 꺼라구요!
천구 :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네. 우리 아들은 아냐..
재한 : (그런 천구가 답답한) 제발.. 그만 하세요. (진형을 보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더 죽일꺼에요. 또 사람을 죽일 꺼라구요!
천구 : ...그때.. 버스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어. 나만.. 남았지..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우리... 아들은 아냐.
재한, 가만히 그런 천구를 보다가 눈빛 가라앉는다.
재한 : (숨을 가다듬다가 결심한 듯)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된다면.. 어쩔 수 없네요.
증인도 증거도 없으니.. 내 손으로 끝낼 수 밖에.
재한, 말릴 새도 없이 땅에 떨어져 있던 권총을 잡아든다.
놀란 진형, 피를 흘리면서 미친 듯이 피하려고 난간쪽으로 향하고 재한, 권총을 들고 뚜벅뚜벅 그런 진형에게 다가선다.
천구, 놀라서 재한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재한 거칠게 천구를 바닥으로 밀친다.
총구를 올리며 다가서는 재한의 기세에 뒤로 비틀비틀 물러나던 진형,
순간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다가 그만 난간 밑으로 떨어져 버린다.
재한, 흠칫 놀라 빠르게 난간으로 다가가 보면 아슬아슬 난간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진형.
재한, 자기도 모르게 그런 진형에게 손을 내밀고, 그런 재한을 바라보는 진형의 입가에 순간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그런 진형을 바라보던 재한... 찰나같은 시간이 지나고... 재한, 내밀던 손을 천천히 거둔다.
진형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고, 서서히 미끌어지는 진형의 손.
천구의 ‘안돼!!!’ 절규가 깔리며 결국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하는 진형.
그런 진형을 가만히 바라보는 재한의 떨리는 손.
씬/74 N, 현재, 경기청 조사실
부들부들 눈물을 흘리는 천구.
천구 : 그 미친 놈이... 우리 아들을 저 모양으로 만들었어.. 그런데.. 무슨 벌을 더 받으라구!
해영 : (보다가) 그.. 미친 놈.. 이재한 형사가.. 막은 거에요. 더 이상의 살인을..
씬/75 D, 과거, 병실/병원 복도
열린 병실 너머로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으악!!’ 패닉이 된 진형.
발작하다가 침대 옆으로 떨어지고 어떡하든 일어서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더욱 발악한다.
그런 진형을 안타깝게 보던 천구, 병실 문 너머에서 이 모든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재한을 발견한다.
재한에 대한 감정이 폭발할 듯 하지만, 부들부들 떨면서 최대한 참는 천구.
천구 : 가... 다신 오지마.
재한 : ...의사한테 그랬다면서요. 아들이 발을 헛디뎠다고..
천구 : ...(노려보는)
재한 : 난 가서 당신아들한테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자수할 겁니다. 그러니까 당신 아들도 자수시키세요.
천구 :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네. 내 아들도 자네도 경찰에 자수할 만한 일은 없었어.
내 아들은 발을 헛디딘거고, 자넨 거기에 있지도 않았어.
재한 : ...끝까지 숨길 생각이군요.
천구 : 우리..아들놈.. 당할만큼 당했어. 안 보여? 앞으로 반병신이 돼서 살아야 해. 평생 침대위에서 살아야 한다구.
재한 : 당신 아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적어도 피해자들의 가족은 알아야 합니다. 자수 시키세요.
천구 : (재한을 보다가) ..내 아들은 엄마없이 자란 불쌍한 놈일 뿐이야.. 앞으론 더 불쌍하게 살겠지..
그런 놈을.. 더 불쌍하게 만들 순 없어. 돌아가..
천구, 뒤돌아 병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다.
재한, 그런 모습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는..
씬/76 D, 현재, 경기청 조사실
해영을 바라보는 천구의 눈빛에 아직도 독기가 남아있다.
천구 : 우린 그 동안 충분히 괴로워하면서 대가를 치렀어. 그 지긋지긋한 사건을 다시 시작하지만 않았어도..
모두 다 잊고 살았을 텐데.. 왜?.. 왜 다시 끄집어낸거야. 왜?!
해영 : ....만약.. 그때 당신 아들이 이재한 형사한테 죽었다면.. 당신은 잊을 수 있었겠어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고 떠들고 먹고 자면서 행복하게 살았겠냐구요.
천구 : ...(멈칫하는)
해영 : 사랑하는 가족들 품이 아니라, 차가운 땅에서 공포에 떨다가 죽은 사람들이에요. 누군가는.. 적어도 잊지 말아야죠.
정경순도...똑같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사람을 협박했지만, 죽을 죄를 짓진 않았어요. 그 죽음도 난 기억할 꺼에요.
천구를 바라보던 해영, 조사실을 나선다.
씬/77 D, 경기청 건물 복도
조사실에서 걸어나오는 해영. 모든 사건이 끝났지만, 해영의 얼굴은 왠지 밝지만은 않다.
걸어나오다가 창가에 서서 가만히 서 있는데, 뒤쪽에서 다가와서 옆에 서는 수현.
수현 : 다들 술 한잔 하러 간다는데..
해영 : (다시 창밖을 보는) 됐습니다.
수현 : (보다가) 다른 거라도 찾아.
해영 : (보는)
수현 : 술을 마시건, 권투도장에 가서 때려부수건 뭐라도 찾아보라구.
해영 : ...
수현 : 사람 죽은 거 처음 봤지? 살인사건은.. 아무리 많이 경험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아.
처음이라서 그런 게 아냐. 죽은 사람을 보는 건 앞으로도 똑같이 힘들거니까 뭐라도 찾아봐. 잘 이겨내는 법을..
해영, 그런 수현을 가만히 보다가 수현쪽으로 한 걸음 다가선다.
수현, 뭐지? 약간 뒤로 몸을 빼는데, 한 걸음 더 다가오는 해영. 갑자기 수현 목을 살피는 듯 손을 올린다.
수현 : 지금 뭐 하는 거야?
해영 : (예의 가벼운 톤으로) 여자 목이 이게 뭡니까?
수현, 뭐야? 하는 얼굴로 해영 본다.
해영 시선 쫓아가면, 수현의 목에 아직도 남아있는 붉은 손자국.
해영 : 차형사님도 술 마시지 말고, 병원이나 가봐요.
돌아서서 뚜벅뚜벅 걸어가던 해영. 멈칫하다가 돌아서서.
해영 : 그리고.. 처음 아니에요. 사람 죽은 걸 본거..
수현, 해영의 가라앉은 눈빛을 보고는 멈칫.
해영, 이내 돌아서서 다시 뚜벅뚜벅 멀어진다. 그런 해영의 모습에서.
씬/78 D, 과거, 해영모의 집 밖/집 안/해영의 회상
지방 허름한 단독주택 앞.
초등학생 해영이 가방을 메고 해영모의 집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해영 : (머뭇거리며) 엄마!....형!...
하지만, 집안에선 인기척이 없고.. 삐꺽 문을 열고 어두컴컴하고 초라한 단칸방으로 들어서는데.. 순간 멈칫한다.
방바닥에 붉게 퍼진 피. 그 피를 쫓아가면, 방 저쪽에 숨져 있는 선우. 손목에서 흘러나온 피, 하얀 팔, 실루엣 등
어린 해영의 흔들리는 시선으로 보여지는 단편적인 화면들이 거칠게 보여진다.
씬/79 N, 해영의 옥탑방
책상에 앉은 해영. 책상위에는 프로파일링과 관련된 원서들. 서적들. 모니터에는 인주 사건에 대한 짤막한 요약 기사 떠있고..
그렇게 작업을 하던 해영. 문득 생각에 잠기다가, 책꽂이의 책 한권을 빼든다.
책 사이를 촤라락 넘기다가 보면, 그 사이에 꽂혀있는 빛바랜 1999년도 야구장에서 찍은 선우와 어린 해영의 밝게 웃고 있는 사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그리운 듯, 옅은 한숨을 내쉬는... 그런 해영의 모습위로.
수현(소리) : 뭐라도 찾아봐. 잘 이겨내는 법을..
씬/79-1N, 형기대 건물 비상구 복도
비상등이 켜져있는 어두운 비상구 복도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수현. 비상구 계단 중간쯤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런 수현의 눈빛에서.
씬/79-2N, 과거, 동장소
수현이 바라보던 바로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수현. (96년 정도 배경의 근무복 차림을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얼굴로 숨죽여 눈물을 찔끔거리고 있는데, 아래층 계단쪽에서 들려오는 발걸음소리.
수현, 놀라서 부동자세로 일어서고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오는 듯,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아래층에서 올라와 사무실로 향하는 문을 열려고 다가가는 재한과 시선 마주친다.
재한 : 뭐하냐?
수현 : (운게 들통 날까봐, 시선 피하며) 아닙니다.
재한, 수현을 힐긋 보고 알만하다는 얼굴로 그냥 문 열고 들어가려다가
맘에 걸리는 듯 잠시 생각하다가 수현이 있는 층계참을 향해 올라오는데 수현, 주눅든 얼굴로 옆으로 비켜서고..
그런 수현 보다가 수현이 쭈그리고 앉았던 옆에 털썩 앉는 재한.
재한 : 앉아. 뭐 좀 먹었냐?
수현, 우물쭈물 서서 보다가 재한이 아직 불편한 듯, 거리두고 앉는데
재한, 봉투 안 뭐 줄꺼 없나 뒤져보는데, 담배에 음료수 뿐이다. 결국 1리터짜리 음료수를 꺼내서 건네는 재한.
재한 : 이거라도 좀 먹어.
수현, 받으면서도 이게뭔가 싶고.. 재한, 자기도 1리터짜리 하나 따서 마시며.
재한 : 울었냐?
수현 : 아뇨..
재한 : 나도 그래.
수현 : (보는)
재한 : 나도 그렇고, 저 안에 짐승같은 형사놈들도 그렇고 자주 울어. 사람이 죽은 걸 보고 멀쩡한 사람이 어딨겠냐.
수현 : ...(다시 생각나는 듯 눈시울 붉어지는)
재한 : 그러니까.. 잡아야지.
수현 : (다시 고개들어 보는)
재한 : 우리가 이렇게 힘든데.. 유가족들은 어떻겠어.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은 바다같을 꺼다. 거기서 우리가 덜어 줄 수 있는 양은
많아봤자, (수현이 들고 있는 1리터짜리 병과 자기가 들고 있는 병 보며) 이 정도 뿐이야.
수현 : ...
재한 : 그런 생각으로 죽을 각오로 범인 찾아내서 수갑 채우는게 우리 일이라고.
수현, 그런 재한을 본다.
재한 : 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뭐든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씬/79-3N, 현재, 동장소
전씬, 과거의 수현이 앉아있던 그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현재의 수현.
옆으로 천천히 시선 돌리지만, 과거에 함께 해줬던 재한은 사라지고 없다.
텅 빈 재한의 자리를 바라보는 수현의 눈빛엔 그리움이 비쳐진다.
씬/80 D, 단독 주택 앞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 검은 정장을 걸친 해영.
문 열리면서 나오는 사람, 26년 동안 더욱 수척해진 원경의 이모다.
씬/81 D, 이모의 집
거실에 걸려있는 환하게 웃고 있는 원경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해영. 그런 해영의 시선에서.
-인서트
4부 51씬, 무전을 하던 재한.
재한 : (떨려오는) 사진으로만 봤겠지.. 그저.. 사진 몇 장에 희생자 이름.. 직업, 발견장소, 시각..
그게 당신이 아는 전부겠지만.. 난 아냐..
-다시 이모의 집으로 오면, 여전히 원경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해영의 모습 위로.
재한(소리) : ...며칠전만 해도..살아있는 사람이었어. 날 위로해주고 웃어주던.. 착하고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거실로 찻잔을 들고 들어서는 이모.
-시간경과되면 함께 찻잔을 앞에 놓고 마주앉아 있는 해영과 이모.
이모, 그런 해영 보다가 벽에 걸린 원경의 사진을 보며.
이모 : 이제.. 지두 편히 눈 감겠죠. 그 어린게.. 결혼두 못하구 죽었으니... 그런데.. 그게 사실인가요?
해영 : 예?
이모 : 신문보니까, 우리 원경이가 갖고 있던 물건으로 범인을 잡았다구..
해영 : 예. 맞습니다. 조카분이 아니었다면, 범인을 잡을 수 없었을 꺼에요.
이모 : ...(회한에 찬..) 우리 원경이가 아니라.. 이순경 때문에 잡은 거네요.
해영 : ...(보는) 이순경이요?
이모 : ...(엷게 웃는) 원경이가 좋아하던 사람이었어요.
씬/82 D, 과거, 몽타쥬
-거리를 걷는 원경. 문득 고개 들어보면
저 앞에 세워져 있는 검은 색 고급 국회의원 차량에 신호위반 딱지를 떼고 있는 재한이다.
‘이 분이 누군지 알아?’ 난리가 난 보좌관.
그러나 여전히 뚱한 얼굴로 딱지를 들이미는 재한. 복장 터지는 보좌관.
그런 모습을 보다가 웃음 짓는 원경.
-동사무소, 원경의 창구 앞에 서 있는 정복차림의 재한.
재한 : (잔뜩 얼어서) 그... 빼빼뺑...뺑소니범 이..인적사항.. 좀...
그런 재한의 모습에 미소짓는 원경.
-2부, 68씬. 원경의 뒤를 쫓고 있는 재한. 나름 자기는 몸을 숨긴다고 쫓아오는데,
이미 원경은 알고 있는 듯, 힐긋 뒤쪽을 보다가 미소짓는다.
-3부, 47씬. 원경의 손에 전기충격기를 쥐어주던 재한의 모습.
-과거, 원경의 집. 가방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들고 미소짓고 있는 원경.
그런 원경을 기가차다는 듯 보는 이모.
이모(소리) : 처음으로 선물 받은 거라고.. 애처럼 좋아했어요. 반지나 목걸이도 아니고, 그딴 걸 받았냐고 놀렸었는데..
씬/83 D, 이모의 집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모와 해영.
해영 : 그.. 이순경님이란 분, 이름이 이재한이었나요?
이모 : ...맞아요. 이재한 순경.. 그 사람이었어요.
과거를 회상하는 이모의 얼굴에서.
씬/84 D, 과거, 재한의 집 밖
전씬의 이모의 얼굴에서 서서히 과거의 젊은 이모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는 화면,
재한의 문을 두드리고 기다리다가 재한이 문을 연 듯, 문을 열고 놀라서 굳어있는 재한을 바라보고 있는 이모다.
씬/85 D, 과거, 재한의 집
서로 마주앉아 있는 재한과 이모.
이모, 재한의 방을 한번 훑어보는데, 앉은뱅이 책상 위에 ‘사직서’ 보다가 이모, 천천히 재한을 본다.
재한, 죄책감에 가득해 이모의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있는데..
그런 재한 앞에 편지 봉투 하나를 내려놓는 이모.
재한, 의아한 얼굴로 이모를 보는데.
이모 : (눈가가 붉게 물들며) 원경이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순경님이 안 좋아하면 어쩌나..
재한, 봉투의 내용물을 꺼내는데, 군데 군데 피가 묻은 영화표 두 장이다.
심장이 쿵 내려 앉는 재한.
-인서트 3부 47씬.
멀어지는 재한을 부르는 원경.
원경 : 이순경님.
재한 : (뒤로 돌아보면)
원경, 재한에게 줄 것이 있는 듯 뭔가를 주머니에서 꺼내려는데
원경의 뒤쪽에서 바라본 화면, 원경의 손에는 영화표가 들려있다. 그러나 주저하는 손, 다시 주머니 안에 영화표를 넣으며.
원경 : (미소) 아니에요. 기운내세요.
-재한의 방, 떨리는 시선으로 영화표를 내려다보는 재한.
이모 : (눈가가 적셔오는) 원경이가 순경님.. 많이 좋아했었어요. 말주변 없구 무뚝뚝해두
누구 앞에서 굽히지 않고 옳은 일하는 사람이라구.. 그게 제일 좋다 그러더라구요.
피묻은 영화표를 바라보는 재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씬/86 N, 과거, 재한의 집
어두운 방 안, 홀로 무릎을 안고 멍하니 앉아있는 재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방 한켠에 걸린 경찰 정복이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무전기의 ‘치치칙’ 잡음소리.
재한, 가만히 고개 돌려, 책상 쪽을 보면, 책상 아래(?)같은 곳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무전기다.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 듣고 있습니까?
하지만, 재한 무전기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데.
씬/87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옥상
서울,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옥상,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무전을 하고 있는 해영. 답이 없는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해영 : 형사님..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범인 잡았어요.
씬/88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고개 돌려 무전기를 본다.
씬/89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옥상
대답이 없는 무전기. 해영, 다시 송신버튼을 누르려는데..
재한(소리) : 어떻게... 어떻게 잡은 거죠?
씬/90 N, 과거, 재한의 집
무전기에 얘기를 하고 있는 재한.
재한 : 증거가 나왔습니까? 뭐죠? 어디에 있어요?
씬/91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옥상
해영 : (무전기를 보다가) ...그때는.. 안돼요.
씬/92 N, 과거, 재한의 방
재한, 멈칫해서 무전기를 보는.
해영(소리) : 형사님이 발견했어도, 그때 과학감식기술로는 범인을 잡을 수 없습니다.
씬/93 N, 현재, 해영의 옥탑방 옥상
해영 : 하지만.. 형사님 덕분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형사님이 증거를 남겨줬어요.
지금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증거가 없었다면, 또 다시 범인을 놓쳤을 겁니다. 형사님이 범인을 잡은 거에요.
씬/94 N, 과거, 재한의 방
가만히 무전기를 바라보는 재한.
해영(소리) : 늦었지만... 범인을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진형이 벌을 받았다. 무전기를 내려다보는 재한의 눈빛.
씬/95 D, 과거, 영화관
허름한 영화관 안으로 천천히 들어서는 재한.
드문드문 시간을 떼우러 온듯한 관객들 사이로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다가 멈춰선다.
원경이 사놓은 영화좌석이다. 두 자리.. 그 중 한 자리의 주인은 절대 올 수 없다.
가만히 빈 자리를 바라보는 재한.
-시간경과되면 코메디 영화가 상영중인 듯, 관객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 관객들 사이 홀로 앉아 있는 재한은 자꾸만 눈물이 차오른다. 손으로 거칠게 눈물을 훔쳐보지만, 눈물이 좀체 멎지 않는다.
씬/96 N, 몽타쥬
-꺼진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해영
-수갑이 채워진 체 휠체어에 앉혀진 진형, 형사들에게 둘러싸여 경기청 건물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주변을 둘러싼 기자들. 플래쉬 세례. 울부짖고 실신하는 유가족들의 모습.
-재한부의 시계방. 유리창 너머로 보여지는 모습.
재한부와 수현이 나란히 앉아 진형이 체포되서 경기청으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이 흐르는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재한부, 재한이 생각나는 듯, 눈가가 촉촉해지고 수현, 말없이 옆에서 티슈 한 장을 건넨다.
-과거, 영화관. 눈물을 삼키는 재한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 보여지면서 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