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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옆으로 본 사람의 모습과 관련된 한자에 대하여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면에서 본 사람의 모양과 관련 있는 한자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로 다시 한번 큰 주목을 받아 500년이 지나도록 식지 않는 인기와 숭배에 대한 열기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그의 인체에 대한 연구를 보여주는 인체비례도입니다. 팔다리를 벌리어 쭉 폈을 때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자 「큰 대」(大)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큰 대」(大)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사람이 팔 다리를 저렇게 크게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기의 덩치를 최대한 크게 보여 남에게 얕잡아보이지 않게하려는 의도가 아닐까요? 사실 동물들은 온 몸의 털을 곤두세워 덩치를 크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고양이와 고슴도치 같은 동물들은 성이 나면 그렇게 함으로써 남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러나 일찌감치 털이 사라진 인간의 경우에는 몸을 한껏 크게 보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래야 겨우 팔 다리를 있는대로 크게 벌려보는 방법 뿐이겠지요. 한 사람이 해변에서 바위에 올라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큰 대」(大)자의 아래에 발판을 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한자 「설 립」(立)자는 바로 이런 모습을 문자로 나타낸 것이지요. 「설 립」(立)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설 립」(立)자의 각종 자형을 보면 한글 "츠"자와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옛날에 알량한 지식을 가진 선비가 상민을 무시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글 좀 안다고 매일 상민을 무시했습니다. 이에 하루는 상민이 참다 못해 "양반 나리 내가 문제를 낼 테니 한번 알아맞춰 보시겠습니까?"라 했습니다. 양반은 '너쯤이야...' 하는 생각에 "좋다."라고 했겠지요. "입 구(口) 밑에 한 일(一) 한 자가 뭐요?" "??"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는 것입니다. "그런 자가 있...는가?" "'므'자지 뭐요? '므'자." 양반은 펄쩍 뛰면서 "이 놈아 누가 언문을 물으랬나?"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좋소. 여섯 륙(六) 밑에 한 일(一) 한 자는 뭐요?" 양반은 '요놈 봐라, 어디 또 속을 줄 알고...' 하면서 "그건 '츠'자다 '츠'자." 하였습니다. 이에 상민이 "허허 양반 나리 그건 바로 「설 립」(立)자 아닙니까? 언문도 모르고 한자도 모르면서 뭐 그렇게 큰소리를 치고 다니십니까?" 이에 양반은 그날부터 잠자코 조용히 지냈다고 합니다. 영국의 버캉검 궁전입니다. 이곳에서는 근위병이 유명하죠. 두 근위병이 엄숙한 태도로 나란히 서서 보초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관광객인 듯한 사람이 또 그 옆에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옆으로 나란히 선 모양을 나타내는 한자는 「아우를 병」(竝)자입니다. 말 그대로 두 사람이 땅을 딛고 나란히 선 모양이지요. 「아우를 병」(竝)자의 금문-소전 그러나 이렇게 정면을 보고 옆으로 나란히 선 모양보다 측면으로 나란히 선 글자가 먼저 나왔습니다. 훈은 역시 「아우를 병」자인데 한자는 달라서 「幷」이라고 씁니다. 추억의 놀이라고 할 수 있는 기차놀이입니다. 어릴 때는 새끼줄을 길게 묶어서 몇 명씩 들어가 그냥 마당이나 운동장을 뛰기만 해도 마냥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마땅한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 자체가 장난감이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마냥 즐거웠고 행복했었다는 느낌이 드는 어린 시절(그 시절 엄마 아버지도 즐겁기만 했을까요?)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한번씩 듭니다. 이런 놀이는 어깨에 손을 짚거나 허리를 손으로 잡는 등의 형식으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기억의 고집"이라고나 할까요? 유치원의 체육시간인가 보죠? 애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었음직한 가면을 쓰고 즐겁게 기차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옛날의 그 새끼줄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옆으로 나란히 서로 이어져 있는 글자가 바로 「아우를 병」(幷)자입니다. 「아우를 병」(幷)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두 사람을 이어주는 선이 마치 기차놀이 할 때의 새끼줄 같습니다. 금문부터는 두 줄로 바뀌네요. 「아우를 병」(幷)자가 나란하다의 뜻으로 쓰이게 되어서 사람이 앞뒤로 이어져 있는 글자를 따로 만들어 내어야 했는데 바로 「아우를 병」(倂)자입니다. 같은 나란히 하다는 뜻이지만 「幷」자는 병렬(幷列: 나란히 진열하다)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倂」자는 나란히 합치는 합병(合倂) 등의 뜻으로 쓰입니다. 한문으로 가학을 하던 우리 한 세대 앞보다 국어로 공교육을 하는 우리는 한자 교육이 많이 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떻게 하면 한자를 쉽게 익히나 하는 연상 학습법을 활용한 참고서가 있었습니다. 「지아비 부」(夫)자의 경우 "하늘(天)을 뚫고 올랐으니 하늘보다 높은 것이 남편(지아비)이다"라 설명한 기억이 납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한 남자가 가정을 이루면 머리를 올려야 했습니다. 머리를 틀어올려 비녀를 질렀는데 그런 비녀는 관모를 쓸 때 잘 떨어지지 않게끔 지탱시키는 장치였습니다. 물론 사대부 집안의 사람들만 이렇게 머리를 올렸지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전에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크게 성공한 영화 <왕이 된 남자 광해>의 한 장면에도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것을 한자로는 관잠(冠簪)이라 하고, 우리말로는 동곳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보통 hat pin이라고 번역을 합니다. 반면에 일반 백성들은 결혼을 해도 헤어스타일에 변화가 없이 검은 머리를 그대로 노출시켜 내놓고 다녔죠. 그래서 백성들을 검수(黔首), 여민(黎民), 창생(蒼生) 등이라 부르는데 각 단어의 첫 글자는 모두 검다는 뜻입니다. 「지아비 부」(夫)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쉽게 말해서 결혼을 해서 머리를 올린 남자가 「지아비 부」(夫)자인 것입니다. 하늘보다 높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 결혼을 하지 않은 아이들은 머리를 어떻게 하고 다녔을까요? 아이들의 경우에는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서 양쪽으로 틀어올립니다. 다음 사진처럼 말입니다. 사진의 아이는 여자 아이 같아 보입니다만 사실 남자들도 다 그렇게 하였습니다. 다음 그림은 공자가 7살 난 아이인 항탁(項橐)이란 아이에게 배움을 청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머리 위에 두건 같은 것을 썼습니다. 반면에 항탁은 양쪽 머리를 말아서 올렸습니다. 가장 위쪽에 있는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머리를 틀어서 말아 올리면 동물의 뿔 같아 보입니다. 뿔모양으로 머리를 묶어 올린 것을 총각(總角)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머리를 뒤로 땋았고, 결혼을 않더라도 성년이 되면 갓을 썼습니다만 호칭은 역시 "총각"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요즘은 들어보기 힘든 말이 되었습니다만. 원래 비녀 하면 여성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이 됩니다. 위의 할머니처럼 말입니다. 남자가 결혼한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관잠이나 동곳이라고 하는 비녀를 지른 「지아비 부」(夫)자라고 한다고 했지요.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남자처럼 머리를 뒤로 길게 땋아내렸는데 마무리는 도투락 등과 같은 댕기로 마감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거나 성년에 되어 계례식(笄禮式)을 올리면 비로소 머리를 올렸고, 올린 머리를 고정시키는 것이 바로 비녀(簪)였습니다. 여자가 하는 비녀는 영어로 번역할 때 보통 hair pin이라고 합니다. 비녀에는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위의 비녀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아래와 같은 모양의 것도 있습니다. 저 비녀는 위에서 아래로 꽂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리 머리를 다른 것으로 고정을 시킨 다음에 장식을 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하였습니다. 저런 머리 장신구를 꽂고 다니면 걸을 때마다 스프링 모양의 끝에 부착된 구슬이나 꽃 모양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그래서 걸을 때마다 흔들린다 해서 보요(步搖)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걸을 때마다 떨리는 비녀라고 해서 "떨잠"이라고 합니다. 우리말의 조어력도 알고보면 한자 못지 않게 탁월한 것 같습니다. 중간의 것과 같은 모양을 띤 것은 특히 나비를 닮았대서 나비떨잠이라고 합니다. 옛날 귀부인들의 머리를 장식해주던 장신구들이지요. 조선 후기에 떨잠 등으로 한껏 치장을 한 여인의 모습입니다. 이 정도 치장이면 궁중에서도 상당한 지위에 있는 여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비녀가 위에서 말한 것 같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긴 작대기 모양의 가로로 지르는 잠(簪)이 있는가 하면 장신구로 쓰이는 보요(떨잠)가 있고, 이 둘을 겸비한 형태의 채(釵)라는 것이 있습니다. 채자는 금(金)과 차(叉)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은 재질을, 차는 모양을 나타내는데, 차(叉)는 갈래진 작살 같은 것을 말합니다. 아래의 사진 같은 모양이지요. 위 사진은 꽂는 부분이 두 갈래로 난 것인데, 두 갈래 이상의 것은 모두 채(釵)라고 합니다. 다음의 디즈니 애니매이션 <뮬란(木蘭)>에도 나옵니다. <물란>은 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무Mu란lan'에 가까운데 한국서는 저렇게 제목을 붙였습니다. 북조의 악부고사인 <목란사(木蘭詞)>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인데 내용은 전형적인 헐리우드식입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지요. 목란은 연로한 부친을 대신해서 아버지 몰래 징병에 응합니다. 이때 아버지가 머리에 꽂아주었던 비녀(釵)를 떨어뜨리고 가는데, 이를 발견하고 부모가 오열하는 장면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위쪽에는 꽃 모양 장식이, 아래는 여러 갈래의 마치 빚처럼 생긴 꽂는 부분이 보이는데 바로 채(釵)라는 비녀입니다.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결혼한 여자가 손으로 머리에 비녀를 지르는 모양을 나타낸 한자가 바로 「아내 처」(妻)자입니다. 「아내 처」(妻)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일설에 의하면 위 글자에서 손은 남자의 손이라고도 합니다. 결혼한 사이에는 아내의 머리카락을 만져도 된다는 뜻이지요. 요즘 같이 성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시대에 적용해보면 쉽게 상상이 가겠죠? 마음껏 머리카락을 어루만질 수 있는 여인은 이 세상에 오직 하나 「아내 처」(妻)밖에 없습니다. 우리네 옛 여인들의 모습입니다.세 여인은 머리에 뭔가를 이고 있네요. 긴 병을 인 여인은 묘기대행진에 나가도 될 듯합니다. 옛날에는 사람 자체가 곧 물건을 운반하는 도구였었죠. 지금도 어릴 때 엄마가 우물에서 물독에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오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뒤에서 따라가며 보면 걸을 때마다 좌우로 끄떡끄떡하면서도 끝내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걸음걸이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리듬을 맞추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었지요.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옛날" 얘기가 되었습니다만 아프리카 같은 데서는 여전한 모양입니다. 네 여인이 최소한 세 개 이상의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있는데 모두가 한 손으로 두 손으로 바구니를 잡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네 여인보다는 실력(?)이 훨씬 떨어지는 것 같네요. 저렇게 모두 머리에 뭔가를 얹으면 그 부분이 사람의 키로 볼 때 상한선이 되고, 사람과 하늘의 경계가 되는 것입니다. 키가 클수록 하늘은 작아지는 것이니 키가 작다고 해서 그렇게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키가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큰 하늘을 가졌을 테이니까요. 「하늘 천」(天)자의 갑골문-금문-소전 갑골문과 소전은 위 여인들이 머리에 물건을 인 모양과 흡사합니다. 그러다가 소전에 와서야 확연한 작대기 모양의 지사부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글자가 나타내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잘 봐! 여기서부터 나의 하늘이야." |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월 선생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_
떨잠으로 치장한 여인은 순종의 황후이자, 조선의 마지막 황후 純貞孝皇后 尹氏 입니다. 한일병합조약을 강요하자 國璽를 치마 폭에 몰래 감추기도 하고, 인민군이 쳐들어와도 호통을 치며 창덕궁을 지켰던 용감한 여인이었습니다.
퍼오기만 잘 하지 무식의 소치를 드러내었네요. "편(偏) 벽(癖)"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아닐까요 미리 검토 고증이라도 한번 부탁을 드려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