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직업 현장인터뷰 - 청소년정책연구소 연구원 ,장근영

[장문식]

[현장인터뷰] 청소년정책연구소 연구원, 장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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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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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째 인터뷰.  청소년 정책 연구소 연구원, 장근영

I. 해당 업무의 본질 이해하기 

1. 현재 하고 있는 일의 내용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청소년에 관련된 실태조사 분석이나 정책의 타당성이나 효과 확인을 위한 연구를 합니다. 연구는 1년 단위로 진행하며, 규정상 매년 1개 연구가 기본으로 할당이 되고, 추가로 연구용역을 1개 이상 수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기본 연구 외에는 개별 연구원마다 업무가 다양합니다. 대부분은 용역과제를 추가로 1-2개 정도 수행하면서 그에 필요한 방문조사나 면담 혹은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동연구, 국제학술대회 개최 등등을 합니다. 연구원으로 하는 일의 비중을 보자면 고유과제가 40% 정도, 용역과제가 30-40%, 나머지는 기타 행사 지원이나 행정적인 업무처리가 차지합니다.

2. 업무 현황 

출근하면 이메일을 체크하고 공지사항을 확인합니다. 연구소의 내부행사 특히 제가 관심있는 워크숍이나 콜로퀴엄 등이 있으면 참석하기도 합니다. 나머지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일들입니다. 연구 자문진과의 연락, 용역과제를 의뢰한 기관과의 연락, 공동연구진과 협의, 회의나 예산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마다 관련 공문을 결재 받는 등의 일이죠. 예전에는 결재 받는 것이 꽤 번거로운 일이었으나 이제는 전자결재가 일반화되어 그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보통 2월부터 3월까지는 기본연구과제의 계획서를 작성하고 계획서 심의를 받으며, 그 이후에 연구를 진행합니다. 최종연구보고서는 11월 경에 나오는데, 용역 연구는 연구과제의 요구사항에 따라 다양하고요.

3. 필요 역량
우선은 연구자로서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현상을 보고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확인하는 보편적인 연구작업은 여기서도 기본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와는 달리 여기서는 정부정책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연구인지를 고려하고 그에 맞추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기본 연구과제는 제가 제안한 것이 아니라 국가나 연구소 차원에서 설정한 것도 많거든요. 그 연구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 연구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고, 그 사람들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요구에 대한 민감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원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합니다. 결국은 모두 같이 하는 연구인데다 이전에 다른 사람이 담당했던 연구를 이어받는 경우도 많고, 공동연구진을 짜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기다가 사무직원과 연구직원간의 의사소통도 중요하고요.

현재 분야에서 유능하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책연구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그 연구의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충족시키되 동시에 연구자로서의 참신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어야 하고요.

 
II. 직업으로서의 특성 살펴보기

 4. 업무 환경
여기에는 다양한 배경(청소년학, 교육학, 사회학, 법학, 체육학)의 연구자들이 모여있습니다. 연구원내의 분위기는 상당히 자율적이어서 대부분 다른 직원이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꼭 필요한 일을 제외하고는 간섭도 적습니다. 업무 강도는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고 봅니다. 용역연구를 1개 이상 그것도 한꺼번에 몰려서 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정시출퇴근이 가능합니다. 자율출근시간제를 운영해서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퇴근시간은 그에 맞춰서 5시30분에서 6시30분까지 입니다. 주 1회 반나절에 한해서 외부강의도 허용이 됩니다. 근무시간 이외라면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대신에 보수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닙니다. 초임연구원은 3천만원에서 4천만원 사이의 연봉(성과급 포함)을 받고 이후에는 호봉과 근무평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생깁니다. 최근에 완전 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불확실합니다.

5. 보람과 어려운 점 

보람: 우리가 한 연구가 여러가지 방식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그게 여론을 형성하거나 정책을 만드는데 기여할 때 가장 큰 보람이 있겠죠. 그런 면에서 아직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려운 점: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제 개인 업무와 회사 일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겁니다. 저는 비교적 외부활동이 많은 직원이라서 특히 그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회사일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만 따르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III. 진로 준비 과정 알아보기 
  

6. 진로선택 경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군대에 가기 전 1년간의 유예기간에 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큰 관심은 없었고, 단지 그 일을 계기로 저에게 개인적으로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기는 했었습니다. 대학원 박사학위를 마치고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학교이외의 기관에서 경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이 연구소에서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응시했고 선발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연구원으로서의 업무 이외에도 이전에 영화 평론과 게임 관련 연구도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영화나 만화 같은 시각매체를 좋아하는데다 글쓰기도 좋아했기에 학부시절부터 심리학과 영화를 연결시켜서 글을 쓰곤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 심리적인 것이거든요. 그것을 제대로 쓸 수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덧붙여서 심리학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도 확산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당시에도 막연하게나마 하고 있었지요. 물론 그걸 제대로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만,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연습을 해본 거죠. 물론 저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다가 쓰거나, 심리학과학생회실에 놓여진 메모장에 그림과 함께 끄적이곤 했지요. 하지만 남에게 제 글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쓴건지 아닌지를 확인받고 싶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그런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만, <인간행동의 이해>에 그림을 그린 이후 그와 비슷한 일러스트레이터 일은 많이 들어왔어도 글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더군요.

그러던 중, 2000년에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에서 영화평론기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습니다. 딴지일보의 글투에 호감을 느끼고 있던 저는 그와 비슷한 글투로 영화칼럼을 하나 써서 응모했는데 그게 기사로 올라갔습니다. 온라인 매체로 처음 데뷔한 거죠. 그 이후 딴지일보에 영화에 대한 칼럼 몇편과 제가 연구하던 게임 <리니지>에 대한 칼럼을 썼습니다. 그 몇년은 남들에게 제 글을 보여주고 실시간으로 그 글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면서 글쓰는 방향이나 독자들에 대한 감을 익히는 기간이었습니다. 좋은 글이다. 라는 독자평을 보면서 나름 뿌듯해하고 자신감도 얻었던 기간이고요. 2003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이것저것 할일을 찾던 중에 <야후코리아>에서 블로그를 개설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포털사이트들이 경쟁적으로 블로그 서비스를 오픈하고 필진을 찾던 시기였죠. 저에게 그 제안을 한 양반은 학부시절 제가 <연세춘추>에 그리던 만평과 <인간행동의 이해> 삽화들을 보고 저를 기억해두었던 연세대 후배였습니다. 어쨌든 그 계기로 개설한 블로그에 그동안 써둔 영화와 심리학을 연결시킨 칼럼들을 연재했습니다. 한 1년쯤 하니까 글이 꽤나 많이 쌓였고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알려졌던 것 같습니다.(야후에서 가끔 메인화면에 노출도 시켜준 덕분입니다만) 이 블로그를 보고 출판사에서 접촉을 해와서 2005년에 블로그에 써둔 글을 묶은 책 <팝콘심리학>을 출판했고요. 책 자체는 그리 많이 팔리지 않았습니다만, 이 책을 보고 <무비위크>에서 연재의뢰를 해왔습니다. 그게 2005년 5월 이었죠. 처음으로 인쇄매체에 영화칼럼을 쓰게 된 날이었습니다. 칼럼은 격주로 연재하다가 요즘엔 3주에 한번씩 연재를 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연재하고 있습니다. 딴지일보 시절 글로만 만나던 동료들과는 <영진공>이라는 팀블로그로 같이 활동하고 있고요. 저는 아마 정식 영화평론가로 인정받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나름 오래 했고, 심리학과 연결시켜서 글을 쓴다는 특이사항으로 인해서 이것저것 다른 의뢰들이 들어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시각매체를 매우 좋아합니다. 거기에는 컴퓨터게임도 포함되어 있지요. 처음에는 사이버공간의 심리를 연구했는데, 1999년 쯤에 <리니지>라는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리니지는 당시 세계에 몇 안되는 MMOG 였습니다. MMOG는 그때까지 나온 컴퓨터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컴퓨터를 상대로 플레이하는 스탠드얼론 게임은 그 컴퓨터 프로그램의 속성만 이해하면 되고, 사람 대 사람의 플레이가 중심인 멀티플레이 게임은 소위 말하는 전략적 사고, 혹은 타인의 조망을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MMOG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끝나지 않는 게임을 계속 하는 것으로 게임이라기 보다는 실제 구현된 가상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자연법칙이 아니라 게임개발자가 만든 물리적 사회적 규칙이 있습니다만, 게이머들이 스스로 창출해낸 고유한 문화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1997년부터 시작해서 당시 벌써 4년째 어떤 세계가 유지되니까 그 세계 자체의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었죠. 지도교수님이신 황상민 교수님은 그 전부터 저와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나타나는 심리현상을 연구하셨는데, 이 <리니지>는 우리에겐 정말 놀라운 신세계였습니다. 사람들의 모든 욕구가 표출되고 갈등하면서 진화하는 공간이었거든요. 물론 현실사회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현상들이 여기에도 있었습니다. 이기심과 이타심, 집단심리, 공동체의 형성과 해체, 사랑과 우정과 의리, 빈부와 계급의 격차, 집단간의 갈등과 전략적인 제휴 등등.. 황상민 교수님은 온라인 게임연구팀을 구성해서 이 세계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했고, 저 역시 팀원으로 그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저에겐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리니지> 자체는 그리 좋아하는 게임이 아니었지만, 그걸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도 좋았고, 무엇보다 SF에서나 가능했을 일이 실제로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면서 게이머들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라이프스타일 분석법을 찾았고, 이 분석방법으로 <리니지>속의 게이머들의 유형을 분류했습니다. 황상민 교수님은 이 분석방법을 이용해서 일본의 <리니지> 유저들도 분류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셨고, 일본 동경대학 연구팀과 협동연구를 추진하셨지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황교수님의 놀라운 협상추진 덕분에 일은 금세 진행되었고, 참 오랫동안 같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나중에 영국까지 같이 가서 공동발표를 하기도 했고요. 어쨌든 그 연구 결과 실제로는 같은 회사에서 개발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똑같은 게임이지만, 일본의 리니지 와 한국의 리니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고유한 문화와 역사가 있었으니까요. 한국에서 사용한 라이프스타일 척도로 일본 게이머들을 조사해보니 라이프스타일 유형은 똑같이 3개로 나뉘는데, 각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달랐습니다. 일본에서는 개인주의성향의 유저가 주류였던 반면에, 우리나라는 공동체성향의 유저가 주류였거든요. 그리고 그 비율의 차이가 바로 시끄러운 한국의 리니지와 조용하고 차분한 일본 리니지를 설명하는 열쇠였죠. 그 이후에도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는 방법이라든지, 게임 유형에 따른 심리적인 경험의 차이를 확인해본다든지 하는 게임 연구를 계속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일하는 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부여한 연구과제들을 하느라고 좀 뜸해졌지만 조만간 다시 게임 연구에 참여할 계획이고, <게임심리학>을 써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7. 진로 준비과정에 대한 조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어디서나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환영받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IV. 심리학과 직업세계 
 

8. 현재 업무와 심리학 

지금 하는 일에서는 심리학과 관련하여 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던 경험, 그리고 대형데이터(수천case이상의)를 다뤄본 경험이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행정업무는 어디나 비슷한데 적어도 제가 경험한 학교보다는 이런 연구기관이 더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정책연구답게 대부분 전국조사로 수천케이스의 자료를 수집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이 유용합니다.

또한 장기종단 연구자료의 분석에 필요한 기본 개념은 모두 심리학에서 나온 것들이고, 역량 개념도 심리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 자문을 받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역량(competency)이나 정신건강 등의 문제에 있어 심리학 전공자들의 필요성이 특히 부각됩니다. 하지만 전부 인문사회과학이라고 보시면 되고, 그 중에서도 좀 확실한 결과를 필요로 하는 정책연구라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9. 분야 전망 

청소년인구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문제는 그렇게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예전에 없던 사회현상들이 제일 먼저 나타나는 분야가 청소년분야입니다.

인터넷, 휴대폰 등등의 IT 분야 현상도 청소년들을 통해 먼저 부각되었고, 이제는 다문화화가 가장 먼저 부각되고 있습니다. 결혼이민,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감에 따라 우리나라의 다문화화가 진행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새로운 현상들은 그에 상응하는 국가정책을 요구하며 그 정책의 기초자료는 우리 연구소에서 수집하고 정리합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인문학자들에게는 심리학 지식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보고 스스로 질문하고 합리적인 대답을 찾아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창의성도 중요하고요. 남들과는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프로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학사, 석사, 박사

연세대학교 사이버교육지원센터에서 컨설턴트로 1년 근무

연세대학교 학부대학에서 학사지도교수로 2년 근무

근무하면서 학부대학 상담시스템을 기획, 설계

야후 코리아와 함께 대중적인 심리검사 프로젝트, 구냥을 운영

이드솔루션 사이트를 통해서 취향검사 데이터 수집중

청소년 문화와 게임문화 관련 연구나 강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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