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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vs 프랙티스
정건 RKCⅡ 인스트럭터
“매직은 매직일 뿐이다. 당신을 바꾸는 것은 프랙티스(수련)이다.” - 파벨
우리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RKC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가계도 휘트니스계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무술계도 그렇다. 원데이 워크샵에서 많은 휘트니스 종사자들이 (인기가 있을수록 더욱더) 쇼에 집중한다. 심지어 무술가들도 그렇다.
아래 동영상을 보자.
이런 건 매직쇼다.
이미 2번 참여하고 1번 참관하고 1번 주최한 RKC의 공식 서트들에서 여러 드릴들을 배웠다. 15장짜리 DVD도 80만원을 주고 사서 봤다. 정말 많은 드릴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SOM에서 날마다 회원들을 상대로 그들의 성장과 퇴행을 지켜보고 리드하고 있다.
우리의 결론은 '쇼'는 '쇼'로 끝난다는 것이다. 고객을 마술쇼에서 무대 위로 올라온 관람객으로 만들 게 아니라 수련자로 만들어야 한다. 마술은 하루에 그치고 말더라. 다음에 찾아온 고객의 몸은 그대로였다.
이건 마치 정체사, 활법가, 카이로프랙터, 추나요법가 등이 틀어진 골반 한번 맞춰주고 어때요? 보세요. 다리 길이가 같아졌죠? 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시간도 안 돼 다리길이는 전처럼 다르게 돌아올 것이다. 주로 자기 체육관없이 순회 강연처럼 원데이 클래스를 열고 다니는 RKC들이 이런 쇼에 더 강하다. 그 수입원이 절대적일 것이다.
모든 게 쇼는 아니다. 원데이든 쓰리데이든 참석자의 약점을 진단하고 교정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진단'과 '처방'을 구분해야 한다. 단기 처방은 단기 처방임을 밝혀야 한다. 애초에 참가자 자신이 지난한 과정의 프랙티스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RKC 단체 밖에서 들려오는 비판이면서, 때로는 RKC 단체 안의 갈등요소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팀리더 RKC 조단 베지나가 받은 비판이 그 예다. 조단 베지나는 최근 RKC 인스트럭터 고객 평가 랭킹이 5위로 급상승한 촉망받는 RKC다.
아래 동영상 <에버리지 투 엘리트>의 오너이기도 하다.
정말 잘 만든 영상이지만, 테크닉이 별로라서 미국에선 이 정도도 광고가 되나 싶다.
그나마 동양인을 잘 활용했다.
그리고 네가 푸니는 나와 같이 2009년 필라델피아 서트에서 RKC가 됐는데 출중한 미모와 실력 덕분에 단숨에 주목받은 여성 RKC 레벨 2 인스트럭터다. 매우 엄격하고 신중한 교육으로 이름 높은 사람이다.
네가 푸니의 55KG 체중과 28KG 케틀벨 중량을 감안하라.
그녀에게 하드스타일 케틀벨 운동을 배우는 수련생이 조단 베지나의 (순회)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리고 조단이 그 수련생의 프레스를 만들어 줬다. 아마도 한편의 매직쇼를 해준 것 같다. 그래서 푸니가 역으로 그 수련생에게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입장은 강경했다. " 당신은 여전히 사이드 프레스를 하고 있다. 심지어 팩킹도 되지 않는다. 절대 프레스가 아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 당신이 배워온 것은 테크닉이나 스킬이 아니다. 치팅이다." " 당신은 한방의 '오랄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이다."
‘순회 강연’은 책임질 게 없다. 그날 몇 시간 동안 제대로 매력을 주면 땡이다. 그야말로 내일이면 떠날 병원이니 환자들이 병원 수납처 지나서 문밖으로 나갈 때까지 안 아프면 그만인 것이다.
그에 비해 몇 달 몇 년의 수련을 지도하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책임감 있는 일이다. 파벨은 프랙티스하는 것이 너무 지루하다(boring)는 불만에 " 당신 몸이야말로 지루하다(boring) "고 응수했다. 결코 미국인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이긴 할 것이다.)
멕시코 원주민 라라무리의 삶이나 인도 레슬러와 태국 낙무아이들의 수련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현대인들은 정말이지 자기 몸의 주제를 모른 채, 욕심만 엄청나게 앞서 있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낀다.
라라무리 파욀바니
어차피 라라무리, 파욀바니, 낙무아이에게는 하드스타일이나 케틀벨, 비브람파이브핑거스 따위는 의미가 없다. 그냥 삶에서 이미 코어를 쓰고 발이 살아있고 전신이 부드럽게 컨트롤된다.
요가나 그 비슷한 이완 체계를 어릴 적부터 매일 매일 수련해 왔기 때문에 이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반대로 어릴 적부터 매일매일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의자 위에서 수십 시간을 보내왔다)
엄청나게 망가진 심신을 가지고 현대인들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어쩌면 그게 바로 망가진 상태의 증거일 것이다.
그 얼토당토 않은 욕심을 충족시키자면 약물과 성형밖에는 없다. 차라리 그걸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가장 빠르게 강해지고 (스테로이드를 써라.) 가장 빠르게 이완되고 (베타 안정제를 써라.) 가장 빠르게 미남미녀(치아/턱교정과 성형수술을 하라.)가 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아기라면 조건이 상관없다. 라라무리의 아기든, 파욀바니의 아기든, 낙무아이의 아기든, 부시맨의 아기든 서울 시민의 아기든 다 똑같이 유연하고 코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내 나이는 38살이다. 아니 당신 나이가 17살이면 크게 다를 줄 아는가. 아마 17살인 당신이 (운동부가 아니라면) 나보다 더 오래 앉아 지낼 것이다. 우리 모두 뼛속까지 현대의 도시인이다. 당신이 20살에 갑자기 미쳐서 라라무리나 파욀바니, 낙무아이 집단에 들어가 버린다 해도 거의 거의 늦었다.
그러니 여기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냥 그런 현대인으로 살아가려면 반드시 코어 살림과 이완 수련이 필수다. 좀 더 열거하자면 요가, 케틀벨, 비브람 & 폭스워킹 등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내 얘기가 진실 같기도 하지만 듣기 싫은 잔소리 같기도 할 것이다. 파벨도 많이 변해왔다. (우리 HKC 워크샵에서도 했지만) RKC 워크샵마다 참가자들에게 이벨류에이션(평가서)을 받는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파벨이 "투 마치 티칭" : "너무 가르치려고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니 영향을 받을 만하지 않은가.
우리 책도 파벨의 책들처럼 "빠르게 몸짱되기" 처럼 책 내용과 모순되는 타이틀과 광고 문구,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마치 헐리우드 영화를 가장한 작가 영화처럼 막상 책 내용은 다르다. 꾸준히 제대로 연습해야 하고 몸의 기본부터 착실히 재설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바보된다는 강조를 반복하고 있다.
너무 당연한 얘기 한번 더 하자면 우리 모두 자본주의 세계에 살고 있지 않나. 내 생각에는 전 세계가 자본주의다.(북한이든 쿠바든.) 역시 문제는 돈이다. 나도 항상 돈을 생각하며 산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쉽게 말해서 돈이 돌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 휘트니스 시장만 따져도 유럽 전체의 몇 배가 넘는 시장을 가진 캘리포니아는 주정부가 거의 파산했다. 그후 엄청나게 많은 인재들이 해외로 나오고 있다. 이건 홍대 주변 주민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유학생, 교포는 말할 것도 없고 백인, 흑인, 히스패닉 모두 다 해외로 돈벌러 나오고 있다. 돈이 도는 곳은 중국, 싱가폴, 호주 그리고 그 주변 국가들쯤이다. 지금 많은 미국인들은 이곳을 순회해서 달러를 거둬 들이고 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민족주의 감정에 불지르는 게 아니다. 실제의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를 순회만 하고 다니는, 내 생각에는 전혀 자랑거리가 아닌 걸 자랑하고 있는, 미국 국적의, 유명한 요가 선생들이 있다.
계속해서 요가로 예를 들자면 상당수 여성 요가 선생들이 하고는 싶지만, 하지는 못하는 핸드스탠드처럼 어려운 아사나를 순회 강연의 주제로 잡아서 그 시간 내에 매직을 부려서 될 수 있게끔 혹은 될 듯 말 듯까지 만들어 보인다. 끝나고 나면 전혀 몸의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부상을 입었을 것이고 요행 다치지 않은 참석자들은 이제 혼자 해보려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미 다음 순회지로 가셨다.
해석하면 " 여피 요가 떠돌이떼에게 저항하라" 쯤 된다.
퍼스널 트레이너들도 고객들에게 사용할 매직의 항목을 늘리고자 이것저것 세미나와 워크샵들을 쫓아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계속 그러다가는 소금물을 들이키는 것처럼 갈증만 늘어날 것이다. 이미 많은 요가 선생들이 그러고 있다.
MBA의 컨설팅으로 무장된 여피요가 스타들이 중국으로 진출해 큰 돈 만지고 싶은데 한국 쯤은 다리 삼아서 들르는 것이다. 생계형 요가 선생들이 깨알 같은 돈을 모아서 이런 데 퍼주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요가 강사를 퍼스널 트레이너로 말 바꾸면 휘트니스 업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원데이는 원데이고 순회 강연은 순회 강연이다.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돈 버는 법에는 이력이 난 사람들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말 그대로 우리처럼 취할 것만 취하든지, 이미 중심을 확고히 잡았다면 이제 견학은 그만 하고 우직하니 밀고 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중심은 신체에서만이 아니라 내면 세계에서도 확고히 잡혀야 한다.
소금물을 들이키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
그리고 고객을 매직에 취하게 만드는 노릇도 일종의 소금물 들이키기다. 고객은 더 최신 매직을 찾아 트레이너들이나 교육시설들 사이를 떠돌 것이고 당신도 그만큼 계속 수집해야 할 것이다. 고객이나 당신이나 더 큰 그림에서는 희생양이다.
당신을 바꾸는 것은 매직이 아니라 수련이다.
현대인이여.
첫댓글 '현대인들은 자기 몸의 주제(상태)를 모른체 욕심만 엄청나게 앞서있다'는 말씀에 98%이상 공감 합니다. 이 모든게 지적하신대로 '돈'이 문제인 '자본주의'체제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어서인가 봅니다. '돈'을 벌어 그 중 얼마 안되는 '돈'으로 자기 몸의 주제도 모르면서(어쩌면 너무나 잘 알면서일지도...) 자기 몸을 또는 자기 몸의 주제를 바꾸고 싶어하는... 말씀대로 수련(연습)만이 살 길이죠.
글 잘읽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진실은 외면하고 싶고 그래서 더 매직쇼에 빠져드는 것 같네요. 이렇게 되어가는 현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네요.
한결같은 수련은 정말 어려워요..좋은글 고맙습니다.
이 글 보면서 정말 힘이 나고 주먹이 불끈 지어집니다. 건 선생님의 이 좋은 정신이 지금의 어설픈 서커스 같은 운동 컨셉들보다 차별 우위를 자연스럽게 가지면서 동종분야에서 확실한 차별화가 될 것이고 블루오션이 될거라 확신합니다~!! 힘차게 쭉~~~~ 밀고 나가시면 분명 최고의 SOM이 될 겁니다!! ^__^
감사합니다. 다른말은 생각이 나지 않는 글이네요 ^^
수련!!!
앞으로 더욱 발전이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수련해서 거둘 발전이 한참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집니다. 수련은 인생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최근에 고전독서 읽기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여러 생각들이 많은데..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인생과 로또에 한방은 있을지언정 배움과 깨달음에 한방은 없다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시네요.
투마치 티칭.. 절이 싫음 중이 떠나야죠.
잘못된 연습은 항구성을 만든다고 하셨죠....잘못된 자세와 그에 따른 삶 역시 항구성을 만들겠죠?
그 자신이 모니터 형 인간이든, 컴퓨터 앞에 15시간을 앉아있든, 잘못된 생각을 가진 퍼스널 트레이너든....모두 매직에 현혹되지말고 중심을 잡아 자신의 진정한 연습을 만들어라.....이게 과연 핵심일 거라 생각합니다.
긴장과 이완... 올바른 긴장과 이완만이 어쩔수없이 나빠져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에 활력을 주고, 구원을 주리라 믿습니다. 어떤 생활을 하든, 이 두가지를 알고 또 실천해보려 노력한다면 늘 길은 열려있겠죠....그래서 전 선생님들을 만나러 갑니다.
실감합니다...
삶이든 몸이든 습관이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답은 오직하나 수련. 중국무술인 쿵후의 한자 말이 '功夫(공부)' 라는 말인데, 그 뜻이 특정 무술과는 상관없이 ''숙달된 기술'' 이지요. 무슨파가 되었든 중국무술을 좀 이라도 오래해보신 분들은 아 그래서 쿵후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문득 떠올라 끄적여 봅니다. 멀리있음에 아쉬워하며 좋은 글들 잘 읽었습니다^. 전 닥치고 스윙이라도 잘 해보렵니다.ㅇㅎ
소금물 들이키기.. 공감합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교묘한 컨설팅.. 조급증 수련자들을 충족시키고 지루함을 달래주기위해 필요악 인 것같습니다. 결론은 돈!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