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송도는 '청약 광 풍'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인천뿐 아니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중심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미분양 물량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송도의 대규모 분양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침체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활로를 뚫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일부 시각도 있다.
■ 추석 이후 대규모 동시 분양
추석 이후 송도에서 분양이 예정된 공동주택은 5천세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오는 10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RC2블록에 웰카운티 1천182가구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어 F블록(1천650가구), D블록(1천196가구), OK센터(1천182가구), 송도국제화복합단지(980가구)가 예정돼 있다.
본래 포스코건설은 올 상반기 F블록 분양을 계획했지만 연기했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과 서해를 볼 수 있는 '조망권'이 좋아 이 단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인천아트센터 지원단지로 건설되는 OK센터(주상복합) 역시 지상 58층으로 '바다 조망권'이 우수하다. 인천지하철1호선 센트럴파크역과 지하로 직접 연결되고, 주상복합 준공 이전에 인천아트센터, I-타워(인천경제청, UN기구 입주)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입지가 우수하다.
하지만 분양사 입장에서는 지난 7월 기준으로 송도를 포함한 연수구의 미분양 물량이 1천가구를 넘어서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단지들과의 차별성은 있지만,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대규모 동시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 마케팅 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데 이들의 고민이 있다.
■ 분양가 인하 실수요자 기대감
인천도시개발공사가 RC2블록에 공급하는 웰카운티는 최근 '저분양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공기업으로 막대한 부채 해결을 과제로 안고 있는 인천도개공은 웰카운티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인천도개공이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은 '적정 분양가'를 책정할 것이란 말이 돌면서 송도 공동주택 분양사업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웰카운티가 '송도 진입'의 문턱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들어 송도 아파트 분양 계약자 60~70% 이상은 인천 구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인천시민이다. 그 중에서도 인천 연수구, 남동구, 남구 거주자가 상당수라고 한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의 마케팅 전략도 구도심에 살고 있는 인천 시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RC3블록에 포스코건설이 올 상반기 공급한 더샵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235만원으로 최근 6년간 민간이 송도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최저가였다. 웰카운티가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은 1천200만원선을 무너뜨릴지가 관심사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송도 아파트 가격이 빠지고 있다는 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진입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며 "송도 개발이 다른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영종보다 나은 상황에서 아파트 가격 인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향후 2년간 송도 분양 없다
장기적으로 볼때 송도 부동산 시장의 호재는 충분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우선 삼성이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산업의 첫발을 송도에서 내디딘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기업의 투자유치가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는 1조원을 투자해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께 롯데쇼핑타운의 문을 연다.
송도동 인구는 매년 수직 상승해 5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청라·영종지구와 달리 송도는 기업유치, 인구유입, 기반시설 확대 등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돼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송도 부동산 경기는 침체 국면이다. 중대형 분양률과 매매가격 변동률이 좋지 못하다. 전세가격도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보합 국면을 맞았다. 수요자들의 생각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가 단번에 반전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대규모 분양이 끝나면 2013년 말이나 2014년 초까지 송도에서 신규 분양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앞으로 3~4년이 지나면 송도는 인천은 물론이고 수도권 신도시 지역과 견줘도 교육·문화·주거 여건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이번 추석이 지나면 송도 분양을 위한 본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된다. '송도 불패 신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 침체 국면을 이어갈지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