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CM송의 과거와 현재, CM송 다시 부활하나?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한때 큰 사랑을 받았던 광고 속의 짧은 노래, 70~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창작 CM송(Commercial Message Song)이 90년대를 기점으로 한때 자취를 감추었고, 재즈, 레게, 랩 등 외국 노래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CM송이 다시 부활하는 듯하다.
국내 광고에 CM송이 등장한 것은 60년대 초반이다. 한국에서는 1961년 부산MBC에서 전파를 타기 시작한 모 양조회사의 "…한잔 하고…파라다이스…"(許永喆 작곡)를 CM송 제1호로 꼽을 수 있다. 이후 일기 시작한 CM송 붐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메이커들의 CM송 경쟁시대가 되어 한때 어린이들의 정서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해서 논란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대중에 대한 광고효과가 크게 부각되고 실제로 광고의 비중이 커지면서 CM송의 중요도도 크게 높아져 전문작곡가와 기획회사들이 CM송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CM송의 편당시간은 20초 내외이며, 작품료는 그 폭이 다양하다. 이번 광고자료 테마기획에서는 창작 CM송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60~70년대>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오오오오~ 오란씨”
젊은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눈동자로 표현한 유명한 CM송이다. 이 노래는 오준영 작곡, 김도향 편곡,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윤석화이다. 지금은 중견 배우가 되어 있지만 당시는 긴 생머리의 여대생이었다.
국내 광고에 CM송이 처음 등장한 것은 60년대 초반이다. 61년 아카데미 극장에서 방영된 ‘서울사이다’를 비롯해서 이후 불과 5~6년 사이에 라디오 CM송이 활성화된다. 이때 인기를 끈 작품으로는 ‘진로소주’, ‘닭표간장’, ‘ABC화장품’ 등이 있다. 특히 ‘진로소주’는 CM송이 처음으로 대중적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70년대 CM송은 청바지, 통키타와 더불어 청소년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는다. TV보급이 늘어나면서 대중음악을 앞지르는 첨단 감각으로 무장한 CM송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길옥윤, 신중현, 최창권, 김용선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70년대 초반 광고음악을 이끌었다.
73년부터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장희, 김도향, 김세환, 윤형주, 하춘화, 정미조, 윤석화 등이 그들이다. 작곡자로는 강근식, 김도향, 이장희와 조금 늦게 가세한 윤형주, 송창식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 만해도 CM송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저 「재미 삼아」 만드는 것에 불과했다.
75년 대중음악계를 강타한 대마초사건은 일단의 가수들이 CM송에 전념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대마초 사건으로 CM송이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TV에 나가 노래를 할 수 없게 되자 생활비를 마련하는 수단으로 광고노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빠 오실 때 줄줄이」로 시작하는 「줄줄이 사탕」은 김도향을 단숨에 스타로 만들었다.「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의 「빙그레 싸만코」(작 사·작곡·노래 이장희), 「열 두 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작곡·노래 강근식),「엄마 아빠도 함께 투게더」(작곡·노래 송창식) 등이 7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 또 윤형주의 작품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의 롯데껌 CM송은 지금도 대중음악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80년대>
불과 10초 이내의 짧은 노래지만 CM송의 히트는 수 십억 원 이상 의 광고효과를 가져왔다. 때문에 기업들은 사람들의 가슴에 좀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노래를 원했다. 그러나 80년대 컬러 TV의 등장은 CM송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노래위주가 아닌 영상위주의 광고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유명한 CF를 들고와 『이대로 만들어 달라』는 광고주들의 요구도 많아졌다.이때부터 창작 CM송은 「촌스럽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그렇지만 80년대는 정수라 장필순 등 CM송 스타를 배출하면서 명맥이 이어졌다. 또 80년대 말부터 이용되기 시작한 컴퓨터그래픽도 CM 송의 설 자리를 잠식했다. 한국 CM송의 산실로 불렸던 서울오디오도 직원을 반으로 줄여야 했다.
<90년대>
90년대는 대중음악의 세태변화와 더불어 CM송에도 새로운 단장을 요구했다. 우리말 노래보다는 외국의 댄스음악을 더 선호했다. 대중음악계도 레게, 랩, 테크노, 레이브 등 흑인 댄스음악이 물결을 이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정 精 오리온 초코파이.
우리 또래의 대부분은 초코파이 CM송을 기억한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기억하게 만드는 CM송의 역할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2000년대 이후 ~ 현재>
광고업계에서 CM송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유명음악을 활용한 백그라운드뮤직(BGM)에 자리를 빼앗겨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CM송이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다.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광고에서 CM송을 활용했었지만 90년대 이후 기성곡에 밀려 자리를 잃고 사라지는 추세였다.
사실 70~80년대 후반만 해도 오란씨 광고의 ''하늘에서 별을 따다'', 부라보콘의 ''12시에 만나요'' 등 CM송이 유행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최근 다시 부활하고 있는 CM송은 브랜드 명을 반복하는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서서 기성 가요 같은 세련된 노래가 있는가 하면 예전 CM송을 리메이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CM송이 최근 다시 유행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황'' 때문.
삼성전자 마케팅팀 유병훈 그룹장은 "지출에 냉정한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데 CM송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한 관계자는 "옛날 인기 CM송이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때문"라고 말했다. 특히 유명 기성곡이 저작권 판권 사용료를 상당히 지불해야 하는 반면 CM송은 제작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최근 ''부활''의 큰 이유가 되고 있다.
해태제과의 ''트위스트 킹''은 ''CM송의 대부'' 김도향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도 부르고 모델로 출연까지 했다. 과일 장수로 나오는 김도향이 손님들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도 압권이다.
"이상하게 생겼네 XX 스크류바 비잉 비잉 꼬였네 들쑥날쑥해 사과맛 딸기맛 좋아좋아 맛있는 얼음과자 XX 스크류바".
김도향, 그는 CM송에 대한 대가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노래를 ‘맛동산’이나 ‘오란씨’’, ‘부라보콘’, ‘아카시아껌’, ‘줄줄이사탕’, ‘삽립호빵’, ‘동원양반김’, ‘삽립호빵’, ‘사랑해요 LG’, ‘뽀삐 화장지’ 등을 포함해서 5000곡도 넘게 작곡했다.
농심 ''새우깡''은 귀에 익숙한 CM송 멜로디를 기반으로 편곡을 하거나 창법을 조금 바꾼 리메이크 CM송을 선보이고 있다. 탤런트 소이현이 모델로 등장하는 새우깡 광고는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라는 낯익은 멜로디를 댄스풍으로 바꿨고 샘표식품도 예전 CM송을 편곡해 심플한 뉴에이지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김C가 부른 롯데칠성의 ''구아바송'', 서민정이 부른 빙그레의 ''생귤탱귤송''도 코믹한 분위기로 소비자의 눈길을 확 끌었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 간장∼.”
무심결에 흥얼거리는 CM송. 너무도 익숙한 멜로디지만 사실은 10여 년 이상 방송을 타지 않았던 음악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귀에 익은 CM송의 가락은 수십 년 동안 여운을 남긴다고 한다.
새우깡과 맛동산, 스크류바를 먹으며 자란 30, 40대의 뇌리에 새겨진 ‘국민 가요’ CM송들이 부활하고 있다.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復古) 마케팅과 맞물려 추억의 CM송들이 원래의 모습 그대로, 또는 업그레이드돼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
70년대 CM송 분야의 대부로 2000여 곡의 CM송을 작곡한 음반기획사 서울오디오 김도향(金道鄕·58) 사장은 “소비자는 그리움을 바라고, CM송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구관이 명관, 복고 마케팅의 일부인 CM송
롯데제과는 90년대 중반 폐기 처분했던 “멕시코 치클처럼 부드럽게 말해요. 롯데껌처럼 향기롭게 웃어요∼” CM송을 2000년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당시 이미지 전환을 위해 CM송 없는 광고도 했던 롯데제과는 이 노래만큼 효과적인 광고는 없다고 ‘뒤늦게’ 결론을 지었다.
또한 80년대 초 인기가 대단했던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칩 쿠키 CM송 “초코가 내려와 쿠키를 만났네∼” 역시 90년대 중반 방송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이 CM송은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동양제과 광고팀 황보천 팀장은 “옛 CM송의 친숙한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매출이 10% 나 늘었다”며 “젊은층에게도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55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80년대 중반 모습을 감췄던 “맛을보고 맛을 아는 샘표 간장∼”은 지난해 2001년 4월부터 다시 방송을 탔었다.
샘표식품 광고팀 김용희 과장은 “40, 50대 주부들에게는 옛 향수를 자극하고 20, 30대 주부들에게는 40, 50대처럼 친근한 CM송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면서 “당초 멜로디를 확 바꾸려고 했는데 예전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70년대 대표적 CM송의 하나인 청량음료 오란씨 CM송도 2000년대 이후 한창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해태 껌 아카시아)
“맛동산 먹고 즐거운 아침”(해태 맛동산)
“이상하게 생겼네, 롯데 스크류바”
앞서 소개한 광고 이외에도 많은 인기 CM송을 만든 김도향은 “90년 이후에는 CM송이 몇 년에 한 곡 나올 정도로 시장 자체가 메말랐다”면서 “CM송 제품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에서도 복고 바람이 이는 만큼 CM송도 과거보다 활기를 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화 ‘친구’로 복고 마케팅이 일기 시작한데다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외국 음악을 선호하던 추세가 최근 주춤하는데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CM송 프로덕션 도깨비의 윤우호 음악감독은 “아직 CM송의 부활을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외국음악 사용료가 너무 비싼데다 복고 바람이 계속 일고 있어 예전처럼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광고 기획사 버트커뮤니케이션의 최희용 국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추억의 CM송을 다시 활용해 광고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첫번째 그 맛, 달콤한 꿀맛 바밤바”, “이 세상에는 좋은 게 너무 많아요, 그 중에서도 제일 좋은 건 우리엄마. 그리고 해태 베스트원”,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름다운 아가씨 그 향기는 뭔가요”등 해태제과 히트제품 광고는 쉬운 멜로디와 명확한 문구로 출시 당시부터 뛰어난 광고로 인정 받았다. 무엇을 말하는 지 모르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30년이 넘는 광고 메시지의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포크에서 랩, 록으로
61년 처음 방영된 ‘서울사이다’ , ‘줄줄이 사탕’, ‘부라보콘’, ‘투게더’ 등의 CM송들은 70년대 들어 최고 전성기를 누렸으며, 컬러 TV등장으로 영상에 밀려..90년대에는 레게, 랩 등 외국 노래로 대치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옛 선율 그대로를 살린 CM송들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시대에 맞게 변형한 CM송도 적지 않다.
“12시에 만나요∼”로 유명한 해태 부라보콘이 바로 이 경우. 70년대 최대의 히트 CM송으로 70년 4월 제품이 나온 뒤 최근까지 수량으로는 32억2000만개, 포장지를 더하면 지구를 13.7바퀴나 돌 수 있을 만큼 히트한 이 상품의 CM송은 예전과 크게 다르다.
부라보콘 CM송은 당초 맑고 서정적인 느낌을 줬다. 그러나 인기 댄스그룹 god가 랩으로 “부라보, 요!, 요!, 12시에 만나요”로 부르는 2000년대 초반의 모습은 시대 변화를 실감케 한다. 전에 없던 발랄함과 경쾌함, 역동성이 담겨 있다. 해태제과 이병권 기업홍보부장은 “주 소비층의 변화에 따라 계속 CM송을 업그레이드 해 왔다”면서 “그러나 마지막 부분인 ‘살짝 쿵 데이트’ 부분은 옛 멜로디를 그대로 남겨뒀다”고 말했다.
‘국민가요’ 수준인 새우깡 CM송은 2002년 1월부터 신세대 댄스그룹 ‘신화’를 앞세워 CM송을 광고하고 있다. 시끄러운 콘서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톡톡’ 튀는 록으로 편곡된이 CM송은 신세대의 입맛에 맞는다는 게 농심의 주장. 농심 관계자는 “오래돼 촌스럽다는 새우깡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현재 새우깡은 라디오와 TV를 통해 초창기 전통CM송의 리듬을 살려 밝고 청순한 이미지의 소이현을 모델로 신세대들의 디카문화와 여행의 일부로 새우깡이 함께 한다는 내용을 광고하고 있다.
출처 - 광고정보센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