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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로마 위드 러브 - To Rome with love >
'로마에서 펼쳐지는 우디 앨런 식 일탈'
그의 이름은 우디 앨런.
그래요... 35살 차이 나는 한국인 여성 순이와
결혼한 바로 그 감독입니다.
올해(2012년) 로 그의 나이가 벌써 77세죠.
우디 앨런은 몇년 전부터 영화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매년 유럽을 돌고 있었습니다.
먼저 첫 출발지 런던에선,
주석적 역할을 하는 오페라 아리아들의 기이한
고전적 제스처와 함께,
'죄와 죽음', '신의 존재', '착함(goodness)과
운(luck)' 에 대한 실존주의적 상상으로 행운, 운명,
그리고 비밀의 만남의 서사를 풀어낸
<매치 포인트>(2005) 와,
특종을 꿈꾸는 여기자가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를
핸섬 가이와 사랑에 빠져 좌충우돌 고민하는
로맨틱 스쿠로 볼 코미디 < 스쿠프 >
(2006)...
또한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가우디 건축물을
연상케 할 복잡하기 그지없는 삼각관계를 풀어낸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2008) 를 거쳐,
2011년에는 노을을 따라 파리 곳곳의 고즈넉한
풍광을 비추며,
"당신이 꿈꾸는 가장 아름다운 시대 'Belle Epoque' 는
언제인가요? " 라고 묻는 < 미드나잇 인 파리 > 를
직조(織造)해 냈습니다.
그런 우디 앨런이 이번엔 '로마' 로 갔던 거죠.
그도 물론 슬쩍 출연했습니다. 평소처럼 너스레를
떨면서 열정을 가장해 욕망을 표현하는 역으로 말이죠.
앨런의 로마 여행기란 욕망을 이뤄도, 이루지 못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게 요체(要諦)입니다.
< 로마 위드 러브 > 에선 사건과 사고의 연속인
네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하죠.
[ 첫 번째 일탈 에피소드 : Memory ]
- ' 여자친구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다 '
로마에서 휴가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던 건축가
존(앨릭 볼드윈 분).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꼭 빼닮은 건축 유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 분)을 만나게 됩니다.
한데... 잭과 동거녀 샐리(그레타 거윅 분) 사이에
미국에서 온, 샐리 친구 모니카(엘런 페이지 분)
가 끼어들죠.
이 세 남녀가 벌이는 열정적인 삼각관계의
연애담에서도 우디 앨런은 자신의 영화 속 분신인
존을 통해 끊임없이 궁시렁댑니다.
잭은 자신의 연인인 샐리 몰래 그녀의 친구인
모니카와 정분이 나죠.
그는 존의 비아냥처럼 '예쁘고, 재밌고, 똑똑하고
남자들이 사족을 못쓰는 성적인 매력에,
신경질적이기까지...
가히 천상의 조합인 모니카의 자유분방하고도
허식적인 가치관에 흠뻑 빠져 듭니다.
로마 유적지를 관람하며 모니카는 자못 현학적인
코멘트를 건네죠.
"참 아이러니하지, 한때 그토록 찬란했던 문명이
지금은 이렇게 폐허로 남아있다니. 정말 덧없는 것
같아. '인생무상 제행무상' 이라...
모니카는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좀 안다며
잭에게 말합니다.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를 워낙 좋아해.
존은 그런 모니카를 비꼬아대죠.
"놀고 있네, 공부랑 담싼 주제에. 어디서 같잖게
아는 척이람! 영화 <마천루>에서
주어들었구먼."
허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니카의 현학적인
괘변은 이어집니다.
"타협하지 않은 예술가는 섹시하달까... 난 모든 걸
걸 수 있어. 하워드 로크와 하룻밤 보낼 수 있다면..."
참지 못한 존은 곁에서 또 한마디 거들죠.
"뭐, 하룻밤? 철딱서니하곤..."
그럼에도 모니카의 얘기가 재밌기만 한데
뭐 어쩌냐는 잭에게 존은 따금하게 훈수합니다.
"저 헛소리를 곧이곧대로 믿는 거야? 꼴에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유식한 척, 아는 척, 잘난 척
하는 거야!
'시적 영향에 대한 불안' 부터 '바르톡 현악4중주',
'변증법 왜곡', '사그라다 파밀리아', 또 예이츠의 싯귀
'종소리에 고통받는 바다' 까지 말야."
허나 이름까지 섹시한 '모니카' 에게 이미 기울어
있는 잭은 그저 시큰둥하죠.
"말꼬리라도 잡아서 망신이라도 줄까요?
사기꾼 치곤 매력있잖아요."
한숨 쉬는 존...
"그래, 그놈의 매력이 이성보다 중요하다면야.
좋을대로 해!"
이처럼, 청년 잭의 뒤를 좇아 다니는 중년 남자
존은 잭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건네지만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감상에 젖지요.
존의 존재는 실재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잭의 머릿 속
환상이자 자신의 이성적 목소리에 깃든 환영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존이 하는 얘기란 늘 이런 식이죠.
“옛날에 다 내가 해 본 일이야. 그러니 하지마.
모두 거짓이야, 쓸데없는 일이라구!”
잭이 살고 있는 시간은 '현재' 이자, 존의 '과거
(memory)' 이기도 합니다만...
잭과 사랑을 나누던 모니카는 영화 출연을
제안하는 전화를 받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련없이 떠나가고 맙니다.
헤어지기 전, "역시 나이 들면 현명해지나 봐요"
라는 잭.
존은 답하죠. "나이 들면 그냥 골골해."
민간 쇼핑 몰을 설계해 돈 좀 벌었을 존에게
잭은 "세상과 타협하셨네요" 라고 일침을
날립니다.
하지만 존은 "원래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네" 라며
발걸음을 돌리죠.
[ 두 번째 일탈 에피소드 : Fame ]
- ' 하루 아침에 유명인이 되다 '
"우리 생각은 아무도 신경 안써. 우린 세금이나
뜯기는 거야" 라고 푸념할 뿐인...
하등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로마 시민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
그는 어느 날 눈 떠보니 로마를 들썩이게 하는
'유명인사' 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한마디로 '유명한 걸로 유명한 유명 스타' 가
된 거죠.
오직 '평범함' 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세간의
주목을 받은 레오폴도.
어리둥절하는 것도 잠시, 어느덧 그는 대스타의
삶에 점점 익숙해져가죠.
레오폴도는 왜 자신이 유명해졌는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속옷 색깔부터 캐첩 묻은 양복 패션, 그리고
아침 메뉴와 면도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유명인의 삶을 만끽합니다.
레오폴도에게 몸을 못바쳐 안달이 난 여성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죠.
"유명인의 권력이야말로 최고의
최음제(催淫劑) 이지요."
하지만 그는 한순간에 추락할 수도 있는 '유명
스타의 허상', 그 불편한 진실에 직면합니다.
레오폴도는 스토커 처럼 끊임없이, 또 집요하게
추적하며 사생활을 침해하고 괴롭히는 취재진과
광(狂) 팬들에게 외치죠.
"제발 나 좀 내버려둬요!"
급기야 소시민의 일상으로 돌아온 레오폴도에게
충직한 기사였던 로베르토는 충고합니다.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삶은 누구에게나 고통을
안겨준답니다. 그래도 유명인으로 사는 게
훨씬 났죠..."
노력없이 누린 유명인의 삶에서도, 다시 되돌아온
평범한 회사원의 삶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레오폴도의 모습은...
영광스런 '명성(fame)' 이라는 게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요즘 미디어가 늘 하는
일이 이런 거 아닐런 지요.
[ 세 번째 일탈 에피소드 : Scandal ]
- ' 본능의 욕망에 눈뜨다 '
이 영화에 로마에 여행 온 미국인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에서 로마로 신혼여행을 온 밀리(알렉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 분) 와 안토니오(알렉산드로 티베리
분) 부부...
밀리는 남편 친척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미용실을
찾아 로마 시내로 나갔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죠.
한편, 호텔에서 밀리를 기다리던 안토니오는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 분)의 오해로 얽힌
돌발 방문을 받습니다.
"축하해요, 당신의 꿈을 이뤄주러 왔어요!"
덕분에 안토니오는 자신도 몰랐던 육체적 쾌락에
눈뜨게 되죠.
르네상스 시대 거장 미켈란젤로(극중 미켈란젤로가
아님)가 그린 시스티나 대성당 천정 벽화를 보며
안토니오 친척들은 감탄합니다.
"종일 누워서 일하다니 상상이 안되네."
콜걸 안나는 전문가(?)답게 한마디 거들죠.
"난 좀 아는데요..."
그 와중에 밀리 또한 촬영 현장에서 만난 유명 배우
루카살타로부터 치명적인 유혹을 받게 됩니다.
어느새 밀리를 호텔 방까지 유인한 바람둥이
배우는 순진한 그녀를 정신없이 꼬득여 대죠.
" 결혼이란 와인같은 거야. 숙성이 잘 안되면
끝인 거지. 인생은 짧고 운명적인 사랑은 쉽게
찾아오지 않아요."
결국 밀리는 자포자기 식으로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다짐합니다.
"못 저지르고 후회하느니 그냥 확 저질러버리자!"
모범적인 신혼부부가 갑작스럽고도 흥미진진한
성적 일탈의 '기회(scandal)' 를 갖게 된 셈이죠.
폭풍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가고...
안토니오는 호텔로 돌아온 밀리에게 겉만
번지르르하고, '돈 좀 있다고 막무가내'(안나의
표현)인 로마 사람들이 싫다며,
고향 집으로 내려가 아이도 갖고 행복하게 살자고
설득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부부는 솔직하고도
화끈한 '본능의 욕망' 을 나누게 되죠.
[ 네 번째 일탈 에피소드 : Dream ]
- ' 재기를 꿈꾸다 '
은퇴한 오페라 감독이자 자칭 '아방가르드' 적인,
클래식 음악공연 기획자 제리(우디 앨런 분).
아니, 은퇴를 했지만 아직 열정이 남아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군요.
그는 딸 헤일리(앨리슨 필 분)가 돈도 못 버는
이탈리아 변호사 미켈란젤로(플라비오 파렌티
분)와 결혼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상견례를 하러
로마에 온 겁니다.
사윗감이 당초 못마땅한 제리는 혼자말로 되뇌죠.
"아들은 빨갱이고 아버지는 장의사라, 그 집안 참
잘 돌아가네."
아니, 그런데... 예비 사돈 지안카를로(파비오
아르밀리아토 분)가 샤워를 하며 부르는 푸치니
아리아 '별이 빛나건만' 을 들었는데,
바로 제리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엄청난
재능의 목소리였죠.
거울과 타일로 둘러싸인 샤워실 공간이라 울림도
좋습니다만... 문제는 밖에만 나가면 떨리고
수줍어서 노래를 못한다는 겁니다.
다름아닌 사돈 양반의 고충이죠.
왕년의 오페라 감독 제리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혼자 듣기엔 너무 아까운 게죠.
결사 반대하는 사위와는 달리, 딸 헤일리는
도전하고 실패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거들기도
하고...
그래서 성악계 친구들에게 소개를 해 사돈
지안카를로를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권유,
아니 종용(?)해봅니다만,
"즐기면서 돈을 벌면 좋잖아요? 돈 세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 데..."
장의사로 평생을 살아온 그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요.
더욱이 무대 공포증이 있는 지안카를로는 역시나
걱정한대로, 어렵게 선 오디션장에서 실력발휘를
전혀 못한 채 제대로 망가지고 맙니다.
사돈의 데뷔를 통해 성공적인 재기를 꿈꾸던
제리는 무대에 샤워 부스를 설치함으로써
이 생뚱맞은 현안을 해결코자 하지요.
이런다고 과연 해결될까 싶지만... 극 중에서는
황당하게도 실현되는 것으로 맺어집니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그래도 저건 아니지
않나 하는 낭패감이 동시에 드는 희귀한 상황이
아닐 수 없죠.
어쩌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뒤집어놓은
건지도 모릅니다.
공연 후 매스컴은 지안카를로를 '역경을 극복해낸
제2의 카루소' 라 극찬하지요.
반면에 제리를 향해선 이런 얼토당토 않은 공연을
기획한 '얼간이' 는 참수해야 마땅하다고
혹평합니다.
제리는 비평가들의 그런 악평을 애써 무시하며
딴지를 걸지요.
"여기 언론에서 나더러 뭐랬더라? '마에스트로' 같은
건 아니었는데... 아, 맞다. '임베칠리'!
무슨 뜻이냐고?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사람이래.
네 엄마는 참 복도 많지. 이런 '임베칠리' 랑 결혼도
하고.
예비 장인 어른를 위하여 건배! 스페인 광장 보러
갈까?"
하지만 필리스는 제리에게 흰 생쥐들이 등장하는
그의 엽기적인 오페라 연출작 < 리골레토 > 에
비유하며 조롱섞인 비난을 던집니다.
이제 비행도 여행도 싫다며 오페라 < 팔리아치 >
완창의 꿈을 이뤘으니 여기까지가 마지막이라는
지안카를로.
안타깝게도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평범한 장의사로
돌아오고... 제리의 열망은 못다이룬 '꿈(dream)' 으로
남게 되지요.
극 중 모니카의 탄식처럼 '인생무상(人生無常)
제행무상(諸行無常)' 일런지요.
1. 영화 < 로마 위드 러브 -
To Rome with Love > 예고편
https://youtu.be/jVODwlorNCY
뉴욕을 사랑하는 감독, 가장 뉴욕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우디 앨런...
그런 그가 나이 일흔을 훌쩍 넘어서더니 뉴욕을
떠나 유럽으로 날아갔죠.
잿빛 풍광의 지적인 도시 런던에서 출발해 열정의
바르셀로나로부터 낭만의 파리를 두루 거친
우디 앨런이,
다섯 번째로 유럽의 시간여행 이야기 보따리를 푼
도시는 바로 '로마' 였습니다.
그는 < 로마 위드 러브 > 를 통해 “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지상 천국” 이라는 로마 예찬을 펼지며,
드라마 속 아내 필리스의 평처럼 '뇌의 구조가
특이한' 우디 앨런의 전형을 유감없이 보여주죠.
영화 속 인물들의 대사를 빌려보면, 로마는 좀체
변하지 않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곧 ‘도시
전체가 박물관’ 이라는 말은,
관람자에겐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그곳에서 사는
것이 매일의 일상이 된 이들에겐 무력감을 더해줄 수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는 게지요.
하여, 우디 앨런은 이방인들이 선망하는 로마를그리는 대신...
바닥의 돌 하나도 유적인 이곳에 잠깐 동안 ‘훼방’을
놓기로 한 것처럼 보입니다.
https://youtu.be/cKDiWVA7rPg
골목을 돌 때마다 놀랍고도 아름다운 유적지들을
만날 수 있는 로마를 배경으로,
'추억, 명성, 스캔들, 꿈' 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펼쳐지는 소동의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엮은
< 로마 위드 러브 >.
우디 앨런은 하나만으로도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질 듯한 이야기를 무려 네개나 펼쳐놓으며,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능수능란하게
교차편집하며 풀어내죠.
사실상 이들의 사연을 묶어주는 것은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로마'라는 장소와,
사건들의 '우연성' 을 가장한 '미필적 고의(?)' 입니다.
특히 < 로마 위드 러브 > 에서 이 의도적인
우연성은 능청스러울 정도로 시치미를 떼고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뛰어넘거나,
괄호친 다음, 아무렇지도 않게 ‘what if'('만약
그러하다면') 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들죠.
전작 <미드나잇 인 파리> 에서 찾아가는
과거가 '환상'(illusion) 이었다면,
흥미롭게도 < 로마 위드 러브 > 에서는
그 지점이 등장인물의 이루지 못한 '꿈'(dream)
이라는 점입니다.
우디 앨런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듯한 짜릿한
일탈과 환상의 사건으로 기분 좋은 대리만족을
선사해주지요.
아울러 재기 발랄한 연출로 장중내내 흔연스런
웃음을 자아나게 합니다.
극 중 네 가지 이벤트의 주인공들 다 자신의
판타지를 실현할 일탈을 경험하지만,
결국 이들 모두는 큰 변화 없이 각자의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죠.
그렇습니다... 설마, 로마가 하루아침에 변할 리
있나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로마의 유구한 역사는
지속될 것입니다.
콜로세움,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로마의 소나무 등 주요 관광지 뿐만 아니라,
세월의 체취가 짙게 배어있는 골목 골목의 풍경은
로마 만의 독특한 매력을 극대화시켜 주지요.
또한 그가 직접 선곡한 이탈리아 정취 가득한
음악은 매혹적인 앙상블의 묘미를 더해주며,
시간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요란벅적 헛소동이자
지루할 틈이 없는 우디 앨런 식 로마 여행기를
장난스레 감싸안아 주지요.
https://tv.kakao.com/v/v2456pUBapO2IIAiUHXN2WN@my
복잡하거나 거창하게 생각해야 할 것을 손쉽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방식이야말로,
젊어서부터 현명했고, 늙어서는 포용력도 생긴
우디 앨런의 내공일 것이죠.
그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거슬러 오르내리며 현실과
환상 사이를 넘나드는 영화 속 우디 앨런 식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이상과 현실의 괴리' 라는 제법 거대하고도
사유적인 화두를 절묘하게 풀어넵니다.
< 로마 위드 러브 > 는 이러한 네편의 전작을
솜씨있게 잇는 우디 앨런 특유의 수다스러움과
엉뚱함, 우스꽝스러움, 비정상의 일탈, 한바탕의
소동으로 가득 차 있죠.
그래서 그러한지... 이 앨런 표 '로마 이야기' 는
70대 후반 나이의 노인답게 세상에 대한 순응의
섭리가 많이 개입돼 있어 보입니다.
중증의 고소, 밀실공포증 환자였던 우디 앨런답지
않게 첫 등장 신을 비행기내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부터가 그러하죠.
영화 속에서 그는 장차 사위가 될 이탈리아 남자
미켈란젤로를 두고 이렇게 폄훼(貶毁)합니다.
"이왕이면 좀 잘 사는 집안의 아들이면 좋을텐데
말야..."
하지만 묘하게 쳐다보는 아내 필리스(주디 데이비스
분)를 향해 당황하며 둘러대죠.
"아, 물론 나도 한때는 '좌파' 였다고!”
그렇게... 욕망과 허영의 덧없음을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는 로마라는 도시에 비유한 < 로마 위드 러브 >.
어수선한 로마 관광, 또 끊임없이 이어지는 농담과
농담 속 고도 로마의 실루엣에 녹여내는 우디 앨런의
수다와 능청...
영화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귀여운 늙은 감독’
우디가 펼치는 이상야릇한 섹스담이자 소동극으로
다가옵니다.
삶을 관통하는 대사와 충일(充溢)한 유머로 여러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엮는 능력은 역시나
대단합니다만...
이젠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굳이 행보로 따지자면 '강약중강약' 에서 '약' 으로
옮겨지는 모습으로,
구성은 여전히 정치(精緻)하지만 표현이 좀 늘어져
사뭇 아쉽습니다.
2. < 로마 위드 러브 > 명대사
https://youtu.be/QbN2rIPNiIY
3. < 로마 위드 러브 > 사운드 트랙 오페라 아리아
'샤워 아리아를 날리는 앨런 스타일의 유머' ...
비록 샤워실에서나마 오페라 아리아를 기막히게
부르는 절창(絶唱)의 사돈 지안카를로 덕분(?)에,
영화는 푸치니, 조르다노와 레온카발로 들의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 아리아로 미려하게
빛나지요.
3-1. 푸치니 오페라 < 토스카 - Tosca > 3막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
'공산주의자' 라며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윗감
미켈란젤로의 집을 방문한 제리 부부.
그 곳에서 제리는 딸의 예비 장인 지안카를로의
놀라운, 정말 '별처럼 빛나는' 노래 실력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곡은 바로 푸치니의 '별은 빛나건만' 였지요.
-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
리카르도 샤이 지휘 라 스칼라 2019
https://youtu.be/1VZu15rk2qI
3-2. 푸치니 오페라 < 투란도트 - Turandot >
3막 칼라프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지안카를로는 '은퇴와 죽음' 을 혼동하는
사돈 제리의 강권에 떠밀려,
< 투란도트 > 속 그 유명한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네순 도르마)' 로 오디션을 치룹니다만...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지요.
- 테너 프랑코 콜레리
https://youtu.be/WeeRS8knfck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 영화 < 조르지오 내 사랑 - Yes, Georgio >
https://youtu.be/F5XEacwWz-8
-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 'BBC Proms'
https://youtu.be/suj-2sbSFKs
3-3. 베르디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La traviata > 1막 '축배의 노래'
(Brindish: Libiamo ne'lieti calici)
https://youtu.be/cvktq0ev7wU
- 쓰리 테너 인 콘서트, LA (1994)
https://youtu.be/l7eHO_PEWLk
3-4. 조르다노 오페라 < 페도라 - Fedora > 2막
로리스의 '멈출 수 없는 사랑'(Amor ti vieta)
오디션에서 대망신을 당한 지안카를로는 결국
틀에서 벗어난 제리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샤워 부스가 마련된 무대에 올라,
< 페도라 > 속 격정적인 아리아 '멈출 수
없는 사랑', 곧 '금지된 사랑' 을 성공리에
공연합니다만...
"사랑은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대의 부드러운 손이 날 뿌리친다 해도
진실은 내 손길의 따뜻함을 찾고 싶어하오.
당신의 입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당신의 눈은 날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소."
목불인견인 연주회를 너무 창피해 하며 안사돈
마님은 급기야 분노의 칼을 제리에게 빼듭니다.
-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 : 메트오페라
https://youtu.be/pCLWyv-mn8I
3-5. 레온카발로 오페라 <팔리아치 - Pagliacci>
지안카를로는 평생의 '꿈' 이었던 카니오 역으로
오페라 <팔리아치> 무대에 서죠.
물론 제리의 엽기적인 기획 연출로 샤워 부스 안에서
계속 노래합니다만...
3-5-1. 'Son qua, son qua'
- 테너 파비오 아르밀리아토
https://youtu.be/oEA3arSHmW8
3-5-2.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
카니오는 아내 네다에게 배반당해 비통한 심정인 데도
불구하고,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의상을 입은 채로 분장을 하고
무대에서 광대(팔리아초)를 연기해야 하는 자신의
괴로운 신세를 한탄하며 울부짖습니다.
드라마틱 테너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실로 극적인
감정표현이 강렬히 요구되는 난곡이지요.
이토록 처절한 '비극적' 노래를 지안카를로가 무대 위
샤워 부스에서 비누 거품이 가득한 때밀이 솔을 연신
문지르며 열창하는 장면은...
가히 포복절도할 '희극적' 시퀀스로 다가옵니다.
-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 : 메트오페라
https://youtu.be/pCLWyv-mn8I
-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 베로나 아레나 극장
https:/ /youtu.be/0NVRhgOFDvM
3-5-3. '나는 더이상 팔리아초가 아니다'
(No! Pagliaccio non son)
- 테너 엔리코 카루소
https://youtu.be/ozan4D5FyEU
-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https://youtu.be/tLoeWZAHjAE
3-5-4. 'Duetto e Finale'
질투에 이성을 잃은 카니오는 격분하며 네다를
칼로 찌르고 그녀를 구하러 뛰어든 실비오마저
순식간에 찔러 죽이죠.
카니오는 실신한 사람처럼 칼을 땅에 떨어뜨리고
비통한 어조로 '희극은 끝났다' 고 외치며 막이
내립니다.
지안카를로의 샤워 부스 속 열창 또한 그렇게 '세리아적
코미디(?)' 의 방점을 찍지요.
- 테너 파비오 아르밀리아토
https://m.bugs.co.kr/track/2716949?_redir=n
4. < 로마 위드 러브 > 사운드 트랙
4-1. 'Nel blu dipinto di blu - Volare'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 신 모두 '볼라레' 의 경쾌한
선율과 함께 하지요.
오프닝...
로마 도심 광장에서 한 교통경찰이 로마를
소개합니다
"로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기 서있으면
모든 인생사를 볼 수 있죠. 로마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피날레...
관광객들로 인산 인해인 스페인 광장의 계단이
내려다 보이는 집의 발코니 창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등장하죠.
그는 자신이 오프닝 신에 나온 교통 경찰보다
더 확실한 '로마의 주인공' 이라며...
'시간이 멈춘 고도(古都)요, 지상 낙원인 로마' 에
언제라도 놀러 오라 얘기합니다.
- 도메니코 모두뇨
https://youtu.be/CrFYQH5Wzdc
- 웅산(雄山)
https://youtu.be/lwkXbEYNBXs
4-2. 'Amada mia, Amore mio'
엔딩 크렛딧을 마감하는 곡이죠.
- 스타리테 오케스트라
https://youtu.be/9CPDhCW2g2M
4-3. 'Mio Dolce Sogno'
- 잭 제츠로
https://youtu.be/IYTw1WmxSV4
로마 호텔에 도착한 제리는 한껏 들떠
자화자찬 합니다.
"기막힌 방을 내줬군. 당신 남편이 좀 똑똑해야지.
IQ가 160을 넘잖아!"
아내 필리스는 그런 제리에게 한방 제대로 날리죠.
"유로처럼 뻥을 치시네. 달러처럼 소박해야지."
4-4. 안젤로 디 피포의 '치리비리빈'
https://youtu.be/glpJcBRHyN0
레오폴도는 아내와 친구 부부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나서 투덜댑니다.
" 내용이 '미스터리' 해서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 킹스 스피치 > 보다는
낫네."
떠들썩한 수다쟁이 이탈리안 기질에 비추어 볼 때
말더듬이 조지 6세의 영국 영화가 사뭇 지루하고
답답했던 걸까요?
아뭏든 '미스터리' 하다는 이 영화는 사베리오
코스탄조 감독의 2010년 작 <소수의 고독 :
The solitude of prime numbers >로,
어릴 적 끔찍한 트라우마로 인해 비밀을 품은 채
외톨이로 살아가야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였습니다.
4-5. 알프레도 메시나의 'Arrivederci Roma'
https://youtu.be/C8Eq_7eussM
4-6. 아담 해밀턴의 'Studio 99'
https://youtu.be/pyqiCBprb30
4-7. 'Three Times Bossa'
- 몹 몹(Mop Mop)
https://youtu.be/-jN10Ff_L9A
4-8. 'When your lover has gone'
- 에디 콘돈 과 오케스트라
https://youtu.be/OXo387nH1yM
- 李 忠 植 -
첫댓글 영화 < 로마 위드 러브
- To Rome with Love > 예고편
https://youtu.be/jVODwlorNCY
PLAY
영화 < 로마 위드 러브 > 속
'사랑스러운 로마' 한 장면
https://youtu.be/cKDiWVA7rPg
PLAY
영화 < 로마 위드 러브 > 명대사
https://youtu.be/QbN2rIPNiIY
PLAY
푸치니 오페라 < 토스카 > 3막
카바라도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
-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
https://youtu.be/1VZu15rk2qI
PLAY
조르다노 오페라 < 페도라 - Fedora>
2막 로리스 아리아 '멈출 수 없는 사랑'
(Amor ti vieta) -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
https://youtu.be/pCLWyv-mn8I
PLAY
푸치니 오페라 < 투란도트 >
3막 칼라프 아리아 '네순 도르마'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 영화 < 조르지오 내 사랑>
https://youtu.be/F5XEacwWz-8
PLAY
베르디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1막
'축배의 노래'(Brindisi : Libiamo ne' lieti
calici) - 쓰리 테너 콘서트 LA 1994
https://youtu.be/l7eHO_PEW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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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카발로 오페라 < 팔리아치 >
1막 카니오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
(Vesti la giubba)
-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https://youtu.be/0NVRhgOFD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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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오페라 < 투란도트 >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Nessun Dorma)
-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 'BBC Proms'
https://youtu.be/suj-2sbSF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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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카발로 오페라 < 팔리아치 >
2막 카니오의 아리아
'나는 더이상 팔리아초가 아니다'
(No! Pagliaccio non son)
-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https://youtu.be/tLoeWZAH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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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이상 팔리아초가 아니다'
(No! Pagliaccio non son)
- 테너 엔리코 카루소
https://youtu.be/ozan4D5Fy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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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
https://youtu.be/M7i1c_B4c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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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산(雄山)의 '볼라레'(Volare)
https://youtu.be/lwkXbEYNB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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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 디 피포 의 'Ciribiribin'
https://youtu.be/glpJcBRHy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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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 곡
'Amada mia, Amore mio'
- 스탈리테 오케스트라
https://youtu.be/9CPDhCW2g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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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이 담아낸 로마는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로,
유구한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소동들이
얼마나 미미하고 소소한 일인지 느끼게
해줍니다.
앨런은 < 로마 위드 러브 > 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면서
그 때로 돌아가면 제대로의 삶을
살거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그 시절로 다시 되돌아 갔을 때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는 역설적
교훈을 들려줍니다
결국 이미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을 터,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인 게지요.
신경쇠약 직전... 수다스럽기만 했던
우디 앨런이 오랜만에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해서,
지난 시간 이루지 못했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은퇴는 곧 죽음' 이라 외치며 전세계를
떠도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딘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의 우디 앨런은 극 중 잭처럼 욕망의
흔들림에 주목한 작가이며,
실제로도 스스로 욕망할 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의붓 입양 딸인 순이 프레빈과
결혼을 해 진실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죠.
그러나 다섯 편에 이르는 '유럽 도시여행
영화 시리즈' 를 통해,
우디 앨런도 서서히 다른 각도에서 인생을
되돌아 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여전히 도발적이고 그래서 여전히
어떤 때는 파렴치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 모두가 ‘한 때’ 의 일임에 불과함을
얘기해 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레온카발로 오페라 < 팔리아치 >
1막 카니오의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
(Vestige la giubba)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https://youtu.be/FKxguXXSF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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