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글인데, 김병기님 요청으로 이곳에도 다시 올립니다... ,,,,,,,,,,,,,,,,,,,,,,,,,,,,,,,,,,,,,,,,,,,,,,,,,,,,,,,,,,,,,,,,,,
안녕하세요. 풀빛평화 정인봉입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처음으로 시도하고 명명한 오카리나 주법인 "풍음(風音)주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지난 2004년 10월 28일 저의 오카리나 독주회에 올렸던 곡 중에
- 빛고을 국악전수관 초청 "목요 열린 국악한마당", 해설이 있는 정인봉 오카리나 연주회 "흙피리 'Ocarina'로 노래하는 퓨전 국악"-
네번째로 무대에 올렸던 곡은
김수철 작곡/정인봉 편곡(초연) 풍음(風音)주법에 의한 "천년학(千年鶴)" - 영화 [서편제] 주제곡 이었습니다.
사실, 풍음(風音)주법을 저의 공연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날 공연이 처음은 아니었고, 지난 2004년 6월 27일 제23회 광주클래식기타 합주단 정기연주회 때 클래식기타와 2중주로 연주했던
바하 작곡/정인봉 편곡 "환상의 폴로네이즈(Polonaise from Orchestral Suite No.2)"
에서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는 아직 풍음주법이라는 명명을 하지 않았고, 이때 사용했던 목적은 이 곡을 연주할 때 한SF, 한AC, 소리나라 SC, 그리고 소울의 테너C키 이렇게 4개의 악기를 썼는데, 테너C키의 소리가 저음이다 보니 음량이 매우 빈약했습니다. 그래서 테너C의 적은 음량을 더 키우면서 그룹 로스 차코스(Los Chacos)의 "환상의 폴로네이즈"에 나오는 팬플룻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오게 하려고 테너C와 알토C키에서 풍음주법에 해당하는 주법을 일부 사용했지요.
오카리나의 맑은 소리와 함께 이 주법을 이용하면 바람소리가 섞이긴 하지만 음량이 훨씬 확대 되기 때문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500여석의 관객에게 클래식기타의 소리와 함께 테너C 오카리나 소리를 전달하려면 그 방법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팬플룻 주법"이라고 명명할까 생각하기도 했었지요. 그러다가 이번 공연에서 천년학을 연주하려고 마음 먹고, 연주하다보니 알토F로 연주했을 때 원곡의 대금과 비슷한 소리가 나왔고, 이 곡을 연주할 때에는 시종일관 풍음주법을 사용할 경우 음량도 커지고 대금 소리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며, p, f 등의 음량 세기를 표현하는데 많은 제한을 가지는 오카리나에 있어서 이 주법을 이용하여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천년학과 같은 국악곡은 서양음악처럼 정확한 음을 연주하기 보다는 부정확한 듯한 여러 음들을 섞어 연주하기에 더욱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
서론이 길었습니다. 풍음주법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사실 간단한 방법입니다만, 제가 우연히 오카리나로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발견한 것인데요. 오카리나를 정상적으로 잡지 않고 얼굴에 거의 수평이 되도록 잡고 정상적인 방식인 입술 앞으로 취구가 거의 수직이 되는 형태로 무는 것이 아니고 마치 팬플룻을 불듯이 취구를 입술과 거의 수평이 되게 한 상태에서 취구끝을 뭅니다. (위의 사진은 에코 오카리나 제작자 이태영님이 그날 공연 때 촬영하여 에코 사이트에 올린 것인데, 첫번째 사진은 일반적인 자세의 연주장면이고 두번째 사진이 마침 천년학 연주장면을 촬영한 사진이어서 인용합니다. 사진 촬영해 주셔서 감사~) 그렇게 하면서 떨청의 윗부분이나 좌측 부분 일부(3분의 1 이하 정도)를 자신의 턱으로 가립니다. 그렇게 하면 음정도 낮아지고 바람소리가 더 섞여 나오게 될 겁니다. 악기에 따라서는 떨청이 취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취구를 잘못 막거나 3분의 1 이상 막으면 아예 소리가 안 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적절한 음량과 음색이 얻어지는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면서 시도해 보세요.
그런데, 위의 사진에서는 저의 오른팔이 상당히 위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그것은 풍음주법을 위해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니라 (위의 사진은 에코 오카리나 알토F로 연주한 자세), 천년학 연주시 낮은 시, 낮은 라가 나오기 때문에, 정상적인 오른손 자세로 풍음주법을 연주하면서 그 음들을 내려면 알토F 악기가 커서 손이 제대로 닿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른 팔을 사진처럼 위로 올림으로서 저음 연주에 더 원활한 손놀림이 가능했기에 그런 자세를 취했을 뿐입니다. 사람마다 손가락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자세를 취하면 될 것입니다. 또한, 알토C 이상의 악기들에서는 일반적인 오른손 자세로도 충분히 구사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악기에 따라 다르지만 낮은 솔만 연주에 응용할 수 있는 음량으로 나와주는 악기도 있고, 낮은 파까지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악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입김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들은 낮은 파까지 가능했고, 조금 약한 입김으로 조율된 악기들은 낮은 솔 정도까지만 가능했습니다. 에코 알토F의 경우 매우 강한 입김을 필요로 하는 악기여서 낮은 파까지 큰 울림을 얻을 수 있었고, 이날 공연때 연주했던 비발디 사계 겨울 2악장은 원곡에서 낮은 파가 2번 나오는데, 소리나라 SC로 낮은 파를 연주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아주 작은 입김만으로도 음정이 변하는 소리나라의 노멀틱 튜닝 방식의 악기인 경우에 낮은 파가 가능한 예입니다. 제가 가진 40여개의 악기마다 모두 이 주법을 실험 해보진 않았지만, 소울SC의 경우에도(최근 나온 저음 솔까지 운지구멍을 만들어 둔 악기) 저음 솔을 연주하는 운지 상태에서 풍음주법 적용시 낮은 파까지 연주 가능했습니다.
물론, 이 주법은 정상적인 운지 구멍을 통한 음을 얻는 것이 아니고, 악기를 순간적으로 혹은 미리 턱에 밀착시킨 상태에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음정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숙달이 필요하고, 저음 솔 부분에서 빠른 패시지가 나오는 곡인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만, 특정 곡에서 한두번 오카리나 음역을 벗어나는 저음 솔, 파 등이 나와서 연주할 수 없었던 곡에 사용할 수 있고, 전체적인 곡에서 낮은 시, 낮은 라가 자주 나오는 경우 알토 오카리나의 음량상 그런 저음들은 공연에 이용하기에는 음량이 너무 빈약하다고 판단될 때 (소지로님의 경우 알토C에서 낮은 라는 아예 운지 구멍이 없지요, 그래서 충분한 음량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대황하와 같은 곡에서 알토C, 소프G, 소프C의 3가지 악기를 번갈아 연주한 것이구요) 이 주법을 이용하면 낮은 시, 낮은 라의 음량을 상대적으로 더 키워서 연주할 수 있으며,
또한 이번의 저의 공연처럼 국악적인 느낌을 최대한 가깝게 살려야 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오카리나는 원래 한 운지 상태에서 장2도에서 단3도 이상까지도 음정 변화를 줄 수 있어서 국악처럼 음이 흘러내리고 밀어올리는 기법이 자주 나오는 곡에 사용할 수 있지만 대신 한 운지구멍에서 호흡을 적게 넣으면 음량이 줄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실제 관객에게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풍음주법을 적용하면 훨씬 확대된 음량으로 장2도-장3도정도의 사이를 오가는 미분음들을 관객들에게 전달 할 수 있으며 대금 연주에서처럼 오카리나를 흔들면서 국악의 중요한 시김새인 추성(음을 밀어 올리는 것), 퇴성(음을 미끄러 떨어뜨리는 것), 요성(서양의 비브라토 보다 훨씬 폭이 깊이 음을 떨어주는 것)이나 퇴요성(음을 떨어뜨리면서 요성)을 표현할 수도 있으며, 그만큼 내지르고 통곡하는 듯한 표현력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악기에 따라 풍음주법이 제대로 적용이 안되는 악기도 있을 수 있고, 거의 대금에서와 비슷한 효과를 받아주는 악기도 있었습니다... ,,,,,
이상으로 대략적인 풍음 주법에 관한 설명을 드렸는데, 온라인 상에서 두서없이 적은 것이어서 잘못 전달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오카리나의 새로운 주법을 통해 더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내는 만능 재주꾼 악기로서 발전하는데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