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병기
경북 영양 출생, 시인, 《한강문학》 31호(2023, 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현대자동차(주) 연구개발본부 근무(15년), 자동차부품 관련 회사 임원(10년). 家訓:〈아름다움과 멋을 느끼며 살자〉
잠
우 병 기
아침에 잠 깨우는 이
그대이면 좋겠습니다
잠 들겠습니다.
소 풍
이 세상에 소풍은 해찰일지도 모른다
도량 만큼으로 품어보다가
딱 그만치의 폼새로 훌훌
저 세상 소풍이야기 긴가민가하면서
어쩌면 욕심과 미련을 부여잡고
또 다른 세상으로 훌훌
또 소풍을 떠나겠지
도반들에게 손짓은 일일이 못하여도
봄까치꽃 다시 피니, 그게 또 고마워
조금 더 미덥게 바라보다가
조금 더 묵묵한 생각하다가
어제처럼 걷고 있는 이 세상 소풍길
저 하늘에 똑같은 별 하나 없는데
이 세상 만물에 똑같은 것 하나 없는데
어른 보다 더 큰 어르신인 아이들
소풍에는 그러한 아이들만 수북하길.
꽃샘추위
외투도 내복도 쉽게 벗지 말란다
섣불리 꽃망울도 터뜨리지 말란다
함부로 봄나들이 삼가 하란다
겨울 이별은 마무리 잘하였는지
새봄 맞을 준비는 야무지게 되었는지
봄날 품속에 오감으로 스며들 수 있는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듯
단단히 일러주는 얄궂은 표현일 게다
보살핌의 추위 같아, 많이 밉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