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히말라야여행동호회
 
 
 
 
 
카페 게시글
─…네팔 여행기 스크랩 추쿵에서 히말라야를 가슴에 담다
태평양 과객 추천 0 조회 338 10.01.11 03:24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떠오르는 태양 아래 마을을 둘러 싼 봉우리들이 황금 빛으로 찬란하다. 사진기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는데 한기가 몸을 감싼다. 4천미터를 훨씬 넘어선 곳이라 역시 딩보체의 아침은 춥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춥다고 마다 할 수는 없다. 학창시절  산에 한참 미쳐 있을 때 일본 등산서적에서 보았던, 히말라야의 산 봉우리들이 햇살을 받으면서 황금빛으로 빛나던 바로 그 사진들이 눈앞에 재현되고 있다 .  

 

오늘은 딩보체에서 2-3시간 거리인 추쿵(4750)함께 다녀 올 계획이었지만 H양은 롯지에 남기로 한다. 두통이 더 심해지지는 않았으니까 하루 쉬면서 경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원래 계획은 당일치기로 추쿵을 다녀 올 생각이었는데 마음을 바꾼다. 출발 시각도 9시 반으로 늦어진 형편인데다가 추쿵의 일몰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야크존이란 웹사이트 (대원스님이란 분이 운영)에서 얻어들은 얘기도 생각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쿵 뒷편의 추쿵리(5550)라는 산에서는 다섯번째로 이 세상에서 높다는 마카루(8462) 주변의 히말라야를 즐감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카루는 4면이 모두 암벽으로 이뤄진 피라미드 모양의 산이라는데 등반하기가 어려운 산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추쿵리도 올라 보면서 아예 하룻밤 지내기로 한다.

 

 

추쿵에 가려면 비바레라는 곳을 지나야 한다. 이곳도 롯지가 있는 마을이려니 했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작은 티하우스 한 채만 있을 뿐이다. 찻집을 보고 차 한잔 마시지도 않고 지나칠 수는 없는 법, 밀크티 한잔을 시킨 후 한뼘씩 더 가까이 다가와 있는 히말라야를 눈 속에 담는다.

 

다른 포터들과 얘기를 나누던 나왕이 기쁜 소식을 전한다. H양의 카메라를 찾았다는 것이다. 추쿵까지 함께 간 후 자기는 딩보체로 내려가고 대신 학빠를 올려 보내겠다고 한다. 보상금 문제를 타협지려면 자기가 낫겠다는 것이다.

 

보상금으로 얼마줘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8천루피는 줘야 않겠냐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액수다. 8천루피라면 100달러가 넘는 금액이다. 산 속 물가가 아무리 비싸다지만 너무 심하다. 소형 디카는 2-3백달러면 신형을 살 수 있다. 3백달러를 줬다 하더라도 네팔 돈으론 2만 루피를 약간 상회할 뿐이다. 그래서 보상금은 원 물건 값의 10퍼센트 정도가 적당하니 2-3천루피 선에서 해결해 주라고 당부를 한다.  

 

 

아무리 꼼지락 거려도 추쿵까지는 3시간이면 충분하다. 도착하니 해가 아직 중천이다.  파노라마 롯지란 곳에 짐을 푼다. 식당으로 나가니 엊그제 딩보체 오르는 길에 만났던 로체 남벽 원정대가 남기고 간 포스터가 반긴다. 

 

 

 

나왕에게 세르파 스튜를 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부엌에 들어갔다 온 나왕은 다시 딩보체로 내려가고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데 음식이 영 나올 생각을 않는다. 트레킹 롯지에서 음식을 시킨 후 1시간쯤 기다리는 것은 예사지만 이미 두시간 이상 지났다. 

 

주문한 음식이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으니까 언제 주문했느냐고 오히려 반문을 한다. 어제 오후부터 계속 일이 꼬인다. 홧김에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내 배만 고프다.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선지 추쿵에서 보이는 히말라야는 역시 장관이다. 산 속 깊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드는 광경이 즐비하다.

 

 

아마다블랑은 바로 코앞에 있어서 그냥 껑충 한번 뛰면 꼭대기에 오를 것처럼만 보이지만 그 옆으로 뻗은 빙폭 줄기가 이곳이 지구의 지붕임을 상기시킨다. 

 

 

피라미드로처럼 삼각형 모습으로 갑자기 땅위로 솟은 임자체 (영어로는 아일랜드 피크)도 추쿵에서 멀지 않다. 비교적 손쉽게 오를 수 있다고 해서 트레커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산이다. 그러나 한쪽은 암벽, 또 다른 쪽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서 그리 쉽게 오를 수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롯지는 한산하다. 독일에서 왔다는 노부부가 또 다른 투숙객일 뿐이다. 자연스럽게 말벗이 된다. 올해 일흔 둘이라는데 마지막 여행삼아 부부가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왔다고 한다. 트레킹은 자신없다고 시애틀에 남아있는 누구 한사람이 갑자기 미워지는 순간이다.

 

 

대원스님이 극찬하던 대로 추쿵의 일몰은 아름답다. 산등성이 너머로 석양에 물든 하늘은 신비로운 색감으로 바뀌고 산 자락에 걸린 구름은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다. 

 

 

롯지 주변을 돌면서 석양에 붉게 타는 산 풍경을 사진기에 담고 있는데 학빠가 올라온다. H양은 아직 두통을 호소하고 있고, 카메라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는지 모르겠단다.

 

 

사람 일들이 어찌 돌아가든 석양을 받으며 산들은 여전히 의연하다. 어차피 삶은 순간, 순간의 연속인 줄 알면서도 언제나 마음은 분주하니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다음검색
댓글
  • 10.01.12 02:53

    첫댓글 덕분에 잘보고 읽고 갑니다.무사귀환을 빌며...

  • 10.01.12 05:15

    잘 봣습니다 감사요

  • 10.01.12 19:24

    여행기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 10.01.14 16:52

    사진이 매우 좋습니다. 사진이 많으니 읽기도 수월하군요.

  • 10.01.20 14:49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 10.02.03 02:31

    정말 멋있네요 감사합니다

  • 10.02.08 15:03

    추쿵에서의 일몰은 정말 멋지죠? 롯체의 일몰과 빙벽이 멋진 이름도 어려운 압프로차(??)의 모습도 정말 좋았답니다.저는 1월11일에 거기 있었는데...추쿵에 가신 분이 있다니 반갑네요^^

  • 10.02.09 11:01

    아름다운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10.03.29 18:45

    쿰부히말 트레킹 사진과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고소가 와서 ebc는 못가고 그 다음날 칼라파트라 다녀 왔는데 힘들었습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