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간 163.1]
살며생각하며
종학대학원 문 앞에 서며, 나의 겨울이야기
- 종학대학원 입학소감
한상봉_도봉수유교구
2022년 임인년 1월 1일,
나는 신년 ‘합동배하식’에 참석하여
반가운 동덕분들과 희망찬 인사를 나누고
‘만세삼창’을 하였다.
뜻밖에 함께한 ‘만세 외침’은 불현듯 나에게
그간의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 주어
지난 입도소감 후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 가고자 한다.
나는 ‘작은방’ 진성당 허경일 선도사님이 계시는
도봉수유교구를 사랑한다.
시일 때마다 추운 날에도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할머님이 계시기에
교구 동덕분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고
다녀올 때마다 사랑 충만함을 지니고 돌아온다.
작년 11월 나는 교구장님의 안내로
첫 총부시일에 참석하였다.
환하게 맞이해주시는 가운데 주차장에서
우연히 교령님을 뵙고 인사드리면서
나의 총부 탐방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시일식 참석 전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도 발견하여
총부서점에서 한 권 구입하고 식후에는
윤석산 교수님과도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뻤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뒤늦게,
시일 때 들은 ‘도수사’의 글이 책 표지에
사진으로 되어있음을 보고는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이시구나’ 싶은 마음에
‘일독 후 용담에 가서
대신사님께 인사드려야 겠다’ 생각하였다.
중순의 한가롭던 어느 밤,
기사 하나가 번뜩 눈에 들어왔다.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선생 은거지 추정지 발견!’
몸을 일으켜 자세히 살펴보고는
즐거운 마음에 지인분들에게 알리고
시일 때 교구에서 간단히
‘복음을 접한’ 소식을 전하였다.
마을 주민분의 “
예전에 외할머니로부터 본인의 외고조부께서
이곳 은거지에서 동학당 일원으로 같이 생활했다는
말을 들은 것이 확실하다”는 증언에서,
‘동학당’이란 세 글자가 마음에 닿았다.
해발 1219m의 고도 일월산 정상부근의
여러 우물터와 식재한 살구나무들은
당시 우리 동학당들의 삶을 그려보게 한다.
일월日月의 산에서 해월海月은
동東의 창창대해(蒼蒼大海: 몹시 푸르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장구한 경전발간’의
역사를 이루어 갔던 것이다.
대신사님은 미리 아셨던 것 같다.
신사께서 낮에는 바다를 밤에는 달빛을 바라보며
동학당의 꿈을 이어갈 것임을.
용담수류사해원(龍潭水流四海源: 용담의 물은
흘러흘러 사해의 근원이 되고)
해월은 ‘바닷달’이 될 것임을.
나는 이번 발견에 스승님들의 혜안과 삶에
한층 감명받음과 동시에 교인으로 걱정도 있다.
영양군에서 ‘탐방로를 만들고 은거지를 복원하며
유허비를 세운다’는 말도 있으나 한편 그저 그런
등산로의 휴식터 하나가 보태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제넘는 생각도 해본다.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은 국조 단군을 기리고
고조선의 건국을 기념하는 개천대제의 성지이다.
나는 천도교와 더불어
독립운동사에 주역이었던 대종교를 존중하며
이러한 정황에서 일월산 역시
영양군에서 ‘천도교의 성지’로 인식하고
역사적 평가를 하기를 원한다.
우리나라 어느 종교가 이처럼
다시개벽, 후천개벽의 역사적 장소를 가지고 있는가?
얼마 전 ‘해월 최시형 묘소
경기도 문화재지정 기념 동학학술대회’가 있었다.
이번 발견은 동덕들의 연구 노력에 대한
감응으로 드러내 주신 것 같다.
때아닌 일월산의 산나물 내음이 물씬하다.
별도로, 윤석산 교수님께서 이번 보도와 관련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심에 감사하다.
11월 말. 코로나를 비롯 여러 핑계로
수년간 미루어 왔던 가족여행으로
‘용담’을 방문하였다.
해외여행 같은 요란함보단 짧고
소박하나 매우 뜻깊은 추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부모님, 형님을 모시고 즐겁게 시행하였다.
새로 지은 ‘수도기념관’과 ‘교육기념관’이
때마침 기다려주고 있어 흐뭇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용담의 아름다움을
책에서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눈과 마음에 담으니
무릉도원이 이곳이다 싶은
신비함, 상쾌함이 가득하였다.
최상락 수도원장님께서 직접 설명해주시니
대신사님이 더욱 가깝게 스며지고
용담의 약수는 너무나 새로웠다.
겨울 문턱의 산속 물답지 않게
차지도 세지도 않으면서
어찌나 목을 부드럽게 넘어가던지
여느 산에서 마셔봤던 것과는 분명
다른 차원의 따뜻함이 있었다.
대신사님의 마음이 아닐까.
초면에도 가족에게 보여주신 친절함에
용담 수도원장님께 감사하다.
12월 올겨울의 즐거웠던 또 하나의 추억은
혜진당 김춘옥 님과의 만남이었다.
천도교에 관해
많은 진심어린 애틋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고,
나는 용담검무에 대한 나의 관심과
부산지역 동학정신의
원곡학원 학교 이야기들도 나누었다.
혜진당님은
신앙심과 영성이 깊은 분임을 알게 되는 자리였다.
이후 우연인가 그 주 시일식에서
준암 박인준 종무원장님은
검결의 ‘용천검’과 부산지역 ‘동천고등학교’에 대한
말씀을 들려주시어 신기하였다.
혜진당님은 이것도 하나의 ‘감응’이라며
“앞으로 천도교 안에서
더욱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하고 하시며
나의 기쁨을 보태주셨다.
동덕에 대한 깊은 배려심에 감사하다.
시호시호 이내시호! 부재래지 시호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절호의 때다!
입도 초기부터 정의당 심점례 교구장님께서는
종학대학원 입학을 권하시곤 하셨다.
나는 ‘생각해 보겠습니다’ 말씀드렸을 뿐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실 나는 봉황각과
‘수의당 주옥경 여사님’에 대해 알고 있었던 터였다.
그것은 단순히 여성운동가라고만 일컬을 수 없는
큰 어른의 실천적 뜻에 대한 우러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남북 종교교류 촉진 세미나’를 접하면서,
이는 종학대학원에 가서 인사드리라는 말씀으로 들려
다음날 인사차 종학대학원을 찾았고
그날 우연찮게 교구장님도 총부에 와계셨었다.
옆에 앉아계신 교구장님의 무언의 압박(?)과
마음의 이끌림에
입학지원서를 제출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학위적인 지식보다는 더 갚진
많은 영적 지혜를 얻게 될 것을 알기에 앞으로
같이 나눌 많은 동덕 분들이 입학하길 바래본다.
친절히 안내해주신
종학대학원장님과 교무차장님께 감사하다.
요즘 나는
‘의암성사법설’의 말씀들이 너무나 신기하다.
어찌 이런 글들을 경전에서 볼 수 있는지…
갈 길이 멀다.
교구 내에서는
‘도정’이신 담암 노태구 교수님으로부터
많은 귀한 말씀과 과거 학문적 연구자료들을 통해
배움과 느낌이 크다.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2022년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받는 해다.
새해에는
강인함과 도전정신. 지혜가 충만하길 기원하며
나는 만세 부르고 있다.
단발흑의斷髮黑衣의 개혁,
쇄신의 정신으로 깨어나길 만세 부르고 있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동학당이 내려온다.”
“깨어나라! 동학당아. 깨어나라 보성의 혼이여.
동덕의 혼이여. 동학도의 혼들이여!”
“껍데기는 가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껍데기.
공작새처럼 치장만 하는 껍데기는 가라.”
“천도 동학의 학우들이 깨어나
‘동학당’으로 하나 되어 세계에 우뚝서라!”
“동학당 만세! 만세!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