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사는 나무… 껍질·몸통 가운데가 붉은색이에요
주목나무
스산한 겨울 날씨에 나무들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뾰족한 잎새 사이로 붉은 열매까지 조랑조랑 달고 매력을 뽐내는 나무가 있어요. 사시사철 푸른 '주목<사진>'입니다. 주목은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등지에 분포해요. 우리나라에선 설악산에서 한라산에 이르는 산지의 해발 100m 낮은 곳부터 1600m에 이르는 고산 지대까지 넓은 지역에 자생합니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나무인데, 지구 온난화로 자생지 환경이 나빠져서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주목은 껍질과 줄기 중심부(심재)가 붉어서 '붉을 주(朱)'에 '나무 목(木)'을 써서 '붉은 나무'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주목으로 만든 붉은색 지팡이는 악귀를 물리치고 무병장수하게 해준다고 알려져서 지팡이 중 으뜸으로 쳤다고 해요. 또 조선 시대엔 붉은 줄기에서 얻은 염료로 임금이 입는 곤룡포를 염색하기도 했답니다.
열매가 솔방울 모양인 다른 침엽수와 달리 주목의 열매는 앵두같이 동그랗고 붉은색이에요. 열매의 과육은 단맛이 나지만 씨에는 독성분이 있어서 조심해야 돼요. 그래서인지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왕을 죽인 독약이 서양 주목의 씨로 만들어졌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강원도 정선 두위봉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목 세 그루가 있는데, 나이가 1200~1400살로 추정되고 있어요. 주목은 오래 살고 죽어도 잘 썩지 않아서'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산다'고 불리며 한민족의 끈기와 인내를 상징하기도 해요. 느리게 자라는 주목은 나무 조직이 치밀하고 나뭇결무늬가 고와서 옛날부터 최고급 목재로 쓰였다고 해요.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의 나무 베개도 주목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유럽과 미국에는 서양주목, 태평양주목 등 우리나라 주목과 약간 다른 종이 자라고 있어요. 영국에선 주목이 '영원한 생명'을 뜻해서 교회 인근 묘지 주변에 즐겨 심었다고 해요. 중세 영국의 의적 로빈후드의 활이 주목을 깎아 만든 것이란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뜰에 원뿔 등 특색 있는 모양으로 가꾼 나무도 주목이고요.
1960년대 미국에서 주목의 껍질에서 난소암·유방암·폐암 등에 효과적인 항암 물질 탁솔(taxol)이 발견됐어요. 하지만 너무 소량만 추출된다는 단점이 있었죠.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연구진이 생명공학 기술로 주목의 씨눈에서 탁솔을 대량 생산하고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