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가정교회
지난 주 화요일(2014년 8월 12일)에 우리 가족은 여름수양회를 갖기로 했다. 멀리 충청남도에 가기로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갖는 기회였다. 우리 가족은 들떠있었다. 특히, 더운 여름 동안 공부하느라 지친 아들은 매우 좋아했다.
남편이 목회를 시작했을 때 아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다. 그 전에도 우리 가족이 가족 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못했지만 목회자 가족이 된 후에는 더더군다나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목회 초에는 교회의 부속 건물을 짓는다고 남편은 한시도 짬을 낼 수 없었고 나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느라 온 가족이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에는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보건교사를 하고 있는 딸이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8월 11일(월)에 내려와서 수요일까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마침 아들은 휴학하고 군대를 가서 제대를 했는데 다시 새로운 대학에 간다고 집에서 수능을 대비하여 공부하고 있어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했다.
월요일에는 오후 1시에 정읍 역에 도착하는 딸을 마중 나가서 점심으로 유황오리쌈밥을 먹고 나서 내장사 경내를 산책했다. 가끔 산책길에서 만난 목사님들이 “온 가족이 산책 나오셨군요?”라고 물어주어서 기분이 우쭐하고 좋았다. 다 큰 자식들을 대동하고 나온 산책이라니, 감개가 무량했다. 내가 너무 흥분한 건가? 정읍에서 구불구불한 오름길로 드라이브를 하며 쌍치를 경유하여 구절초 공원을 빙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며칠 전에 잡아다 삶아서 국물과 다슬기 살을 빼놓은 것으로 온갖 야채를 썰어 넣고 다슬기 수제비를 끓여 먹었다. 점심을 늦게 먹은 탓에 3인분을 끓인다고 밀가루 반죽을 적게 했는데도 집에서 농사지은 싱싱한 야채를 듬뿍 넣다 보니 5인분이 넘어 보였다.
딸이 말했다.
“엄마 손은 너무 커. 오늘 배 터지겠네.”
내가 말했다.
“저녁 식사 후에 운동하면 돼. 우리의 운동 코스로 아주 멋진 데가 있거든. 오늘은 온 가족이 함께 저녁 산책을 해보자.”
아들이 말했다.
“엄마는 항상 1인분이 초과되게 한다니까.”
저녁 식사 후에 우리 가족은 천변 둑길로 산책을 갔다. 달은 양떼구름 사이로 들락날락 하면서 우리의 길을 은은하게 비추어주었다. 딸은 서울에서는 맡을 수 없는 싱싱한 공기 맛에 감탄하고 감격하고 감사했다.
다음 날 화요일에는 늦잠을 자고 나서 아침식사를 거르고 10시 30분에 출발하여 전주에 가서 우리 부부의 단골 음식점인 황제면가(皇帝麵家)에 가서 아점(brunch)으로 비빔소바와 고구마치즈돈가스를 먹고 충남 금산 제원천에 가서 다슬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사실 어젯밤에 먹은 다슬기가 지난주 금요일에 제원천에서 잡은 다슬기였던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에 천안에서 필로스 여름수양회에 관한 임원회의를 가졌는데 그때 제원면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님이 자기 동네 냇가에 다슬기가 많다는 얘기를 하자 집에 오는 길에 들러 다슬기를 잡아 왔던 것이다. 우리 동네 동진강에는 우리가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에는 다슬기가 아주 많았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뭐든지 희소가치성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다슬기가 많던 시절에는 다슬기를 거의 안 먹었었는데 다슬기가 희귀해진 요즘에는 가끔 다슬기 수제비가 먹고 싶다.
화요일 아침에 나는 오랜만에 집에 온 딸을 위해 떡집에 떡을 하라고 주문하고 와보니 10시경이었다. 모두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딜 갔다 왔느냐고 물어댔다.
“응, 우리 예쁜 딸에게 맛있는 시골 떡을 해서 먹이고 서울 갈 때 몇 개 가져가라고 주문하고 왔지.”
남편이 지금 당장 어디 좀 갈 데가 있다고 했다.
“곧 전주로 출발해야 하는데 지금 어딜 간다고? 오늘 우리 가족 평생에 몇 번 없을 여름수양회 가는 날이잖아.”
“좀 전에 주지영(가명) 집사에게서 SOS 전화가 왔어. 그 집 난리가 났나봐. 빨리 옷 갈아입어. 금방 갔다 옵시다.”
주 집사는 정읍에서 우리 교회를 나오는 젊은(30대 중반) 집사이다. 그녀는 10여 년 전 아들 하나와 살던 이혼녀였다. 그녀의 어머니가 우리 교회 구역 내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다. 일찍 연애결혼을 했으나 몇 년도 못 되어 파탄을 맞았다고 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남편이 알코올 중독에, 폭행을 일삼았다고 했다. 이혼하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와 있었다. 그때 우리 교회 ◯ 권사님 아들이 물고기 양식업을 하는데 가끔 일군들과 함께 그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둘은 곧 사랑하게 되었다. 여자가 남자를 더 사랑했다. 남자는 아버지가 장로요, 어머니가 권사이지만 아직 구원의 확신도 없는 교회만 다니는 사람(church-goer)이었다. 그래도 작은 교회라서 그는 찬양대원이었다. 여자는 학생시절에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던가 보았다. 둘이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안 권사님은 목사님에게 상의했다. 남자는 사업 초기라서 한 가정의 살림을 꾸려갈만한 경제 능력이 없었다. 목사님은 두 연인을 만났다. 여자는 가정만 꾸리게 허락해주면 먹고 사는 문제는 부모님이나 목사님 걱정 안 하게 할 자신이 있다며 어떻든지 결혼만 하게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목사님이 강력하게 둘의 결혼을 밀어주었다. 그때부터 여자는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둘은 결혼을 했고 한동안 깨가 쏟아지게 행복하게 사는 듯했다. 그러나 두 딸을 낳은 후 가끔 여자의 얼굴에는 그늘이 덮여 있었다. 남자가 사업상이라면서 밤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해서 집에 오고 집에 오면 잠만 자느라 딸들 얼굴도 볼 시간이 없이 산다고 했다. 두 딸이 아빠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죽는 모습을 인형극으로 연출하며 논단다. 온 가족이 외식 한 번 안 해봤고 가족여행 한 번 가본 적 없단다. 그리하여 여자는 남편의 버릇을 고친다고 가끔 남편과 똑같은 방법으로 술을 마시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 남편의 심사를 괴롭게 했다고 한다. 부부는 종종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며 싸웠다.
아파트를 찾아갔다. 오늘 아침에도 부부싸움을 했단다. 남자는 여자를 들어 9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밖으로 던지려 했단다. 여자는 악을 바락바락 쓰며 대들었다. 화가 난 남자는 소주병을 깨뜨려 여자를 죽인다고 난리를 쳤단다. 방에는 온통 깨진 병조각이 널려 있었다. 그 와중에도 두 딸은 유치원에 갔다. 중학생인 아들은 방학이라 집에 있었다. 아들의 슬픈 표정을 보고 나는 울컥 눈물이 났다. 사춘기라서 자기 삶도 힘들 텐데 부모가 화목하지 못하니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초등학교 때는 시험을 볼 때마다 올백을 맞았느니 한 개 틀렸느니 하면서 자랑스러워하더니만 중학생이 되어서는 공부를 안 한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왜 이렇게 사니? 잘 살지 못하고. 사는 게 지옥이구나.”
부부는 서로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결론적으로 둘은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혼을 한다고 했다. 양쪽의 얘기를 듣기만 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은 서로 흥분한 상태이니 따로 떨어져서 생각을 해보라 했다. 목사님은 하나님이 맺어준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다, 라며 절대 이혼은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 부부는 다음 날부터 그 가정이 온전한 가정교회를 이루게 해달라고, 가정을 무너뜨리려는 악한 영과 싸워 이기게 해주시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주일이 되었다. 10시 50분, 주 집사 가족이 예배당으로 들어왔다.
나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할렐루야! 결국 승리했구나. 감사합니다, 주님.”
사탄은 가정을 무너뜨리려고 발악을 한다. 그러나 믿음의 성도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정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아무리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면서라도 가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가정을 깨면 사탄이 신나서 박수를 칠 것이다.
부부는 찬양대석에 앉았다. 나는 찬양이 끝나고 기도한 후 설교 전에 목사님이 전 교인 인사하는 시간을 줄 때 뒷줄에 앉은 부부의 손을 꼭 잡고 승리를 축하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찬양이 끝나고 인사 시간이 되어 뒤를 돌아보니 주 집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찬양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찬양하기 전에 자리를 떠났나 보았다. 좀 서운했다. 사람을 보지 말고 예수님을 바라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나의 모습이 아무리 부족하다할지라도, 연약하다할지라도, 비참하다할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면 사랑이 많으시고 인자하시고 자비하신 하나님은 잘했다, 칭찬하실 텐데…… 사람의 몸을 입고 친히 사람의 연약함을 체휼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낮은 마음으로, 죄스런 마음으로, 회개하는 마음으로 찬양을 드리면 매우 기뻐하실 텐데…… 우리의 허물이 아무리 많을지라도 오직 십자가에 달려 우리 대신 돌아가신, 우리의 연약함을 담당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고마워”라고 찬양을 부르는 성도가 되자.
첫댓글 모처럼 휴가 받음 가정에 주집사님 가정이 사모님 마음을 무겁게 만드셨네요...힘들고 어려운 주의길 항상 주님의 사랑과 기쁨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건강한날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