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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김은진(가명·30)씨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여기 서울인데요. 아이들의 보호자를 찾습니다." 김씨는 10년 가까이 연락이 되지 않던 조카들의 반가운 소식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막연히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조카들이 아동시설에 맡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씨의 오빠가 이혼하자 윤영(가명·13),자영(가명·12),인영(가명·10)이 등 3명의 김씨 조카는 서울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습니다. 보육원에서 여기저기 보호자를 찾던 끝에 고모인 김은진씨에게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조카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서울로 향한 김은진씨는 또 한번의 충격에 몸서리쳐야 했습니다. 부모와 헤어져 아동시설에서 생활해온 것도 모자라 자영이가 소아암으로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개월전 갑작스런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자영이에게 뇌종양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수술을 했지만 과연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고 합니다. 자영이의 하얗기만 한 얼굴,창백한 입술,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린 머리에는 굵은 수술자국이 선명합니다.
자영이는 일주일에 2~3번씩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힘겹게 병마와 싸우며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지만 아픈 고통을 힘껏 견뎌내며 항상 해맑은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현재 의료보호 1종수급자로 의료비를 일부 지원 받고 있지만 암과 투병중인 자영이에게는 병원비 걱정이 태산입니다. 보건소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의료비 1천만원도 이제 조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김씨의 사정 역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지하방 2칸인 집에서 정신지체 2급장애인인 두살배기 아들을 돌봐야 하고 미숙아로 태어난지 두 달이 채 안된 딸에게 젖을 먹여야 합니다.
남편은 조카 3명을 집에 데려와 돌보는 것을 흔쾌히 동의해줬지만 건설현장 일일근로자로 일하고 있어 생활이 넉넉치 못한 형편입니다. 가족이 늘어나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지만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햇살 한줄기 들어오기도 어려운 지하방에서 이들은 곧 닥쳐올 추위와도 싸워야 됩니다.
특별한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온 식구가 서로 사랑하며 오손도손 즐겁게 살아가는 소박한 삶을 기대할 뿐입니다. 이들에게는 그런 삶조차 왜 이렇게 멀기만 한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줄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을 기대해 봅니다.
신미라·수영구 수영동사무소 사회복지사 051-610-4903. 지난주 조수미씨 이야기 97명의 후원자 505만4천5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