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천안에 가는 날이다. 듀애슬런 경기가 있다고 한다. 5km, 10km 런, 중간에 40km 자전거.
그 정도야 뭐… 처음 5km 런을 좀 오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쳤던 것이다.
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오더니 이젠 제법 내린다.
7시경 도착하니 우감사님, 이재무님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현호님도 이것 저것 알려 주시고 회장님 내외, 김대영님, 하대호님도 준비가 한창이다.
좀 쌀쌀하긴 했지만 동마때와는 달리 전혀 긴장되지도, 걱정되지도 않는다. 그동안 컨디션도 좋았고 어제 잠도 잘 잤다.
어이~ 난 준비됐다니까! 어여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언덕이 나오는데, 언덕이 끝났나 했더니 또 나오는데, 언덕 끝나고 내리막도 힘이 드는데, 그걸 두 번을 돌아야 하는데... 5km가 조금 힘드네. 쪼끔.
이제 자전거. 이것 저것 신고 쓰고 올라타니 내려 오란다. 저쪽 가서 출발하라고. 클릿 빼다가 자빠질 뻔, 겨우 살았다.
라이딩 경험은 안전기원제 이후 두번째, 클릿슈즈 사용은 이번이 처음, 더구나 엊그제 0˚로 바꾼 클릿은 끼우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비틀비틀 겨우 끼우고 출발하는데 이상하게 안장이 날카롭다. 아뿔싸, 패드팬츠를 겉에 입어야 하는데 달리기할 때 입었던 쫄바지 그대로 왔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롤라 탈 때와는 달리 거시기에 충격이 대단하다. 도무지 이건 안장이라고 볼 수 없다. 모든 고통은 그곳으로 이어지고, 천천히 마비되면서, 조금씩 새는 것도 같은데. 오...
다리가 저려오고 페달링 한번 한번이 고통이다.
맞바람 속에 무한 추월을 허용하는데, 추월하는 사람들이 다 평페달인데 난 2013 최신 sidi일 뿐이고... 물병 한번 뽑으려다 식겁한 후 물 마실 생각은 아예 못하고 조심조심 자빠링 없이 끝내는게 목표가 되었다. 손발이 발발 떨리는 상황에서 위험해서 코는 못 풀고 모아 모아 옆으로 침을 탁 뱉었는데 그거 맞은 일반부 여 50대 3xx번 그분. 죄송합니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그리운 바꿈터로 들어오는데 항상 ‘파이팅’ 이라고 외치던 애들이 옆에 주욱 서서 나를 보고 이상한 말을 웅얼거린다. ‘뭐라고 하는 거지?’ 그런데 갑자기 건장한 청년이 뛰어나와 나를 가로 막으며 하는 말.
“서요!!!” 섰다. 자빠링~
태양을 등지고 건장한 청년은 당당하게 서 있고 난 그 앞에서 처참하게 찌그러진다. 아, 그렇게 조심했던 자빠링을 다 와서,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하고 만 것이다. 팔꿈치와 무릎에서 피가 났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마음이 아팠다.
이제 10km만 달리면 된다. 운동화로 갈아 신고 바꿈터를 나가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바꿈터 나가는 통로 앞에서 누가 뛰어 가길래 따라 뛰었다. 그런데 코너를 돌자마자 휘니쉬 라인이 나오는게 아닌가?
오메, 여기가 아닌가벼. 휙 뒤로 돌아 반대로 뛰는데 진행자가 마이크로 “앗. 196번 선수... @#$%^&*$%” 하는 소리를 얼핏 들었다. 한시간 뒤에 다시 올 테니 196번은 제발 잊어 주세요.
조금씩 샜던 것은 드라이핏이니 잘 말라 있었지만 안장에 조사진 골반은 움직이기 힘들었다. 출산의 고통이 이것보다 더할까 생각하며 뛰는데 아까 자빠링할 때 다쳤던 무릎도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이렇게 4바퀴를 돌고 피니쉬로 들어 오는데 사회자가 ‘아! 아까 그 196번입니다~’ 할까봐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테이프를 배에 걸고 골인하는 기분은 끝내준다.
3.48.39.
이로써 나는 잘하는 것이 생겼다. 시간초과 완주 전문, 클럽 꼴찌 전문.
재밌었다.
골프처럼 약이 오르지도, 남을 이기겠다고 계략을 짜지 않아도 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파이팅을 외쳐 주는 내 친구이니 마음이 참 좋아지는 운동이다. 골프는 굿샷을 외쳐 주지만 다들 내 적이고 심지어는 캐디도 안 믿는다. 그래서 세명의 여자 즉 마누라, 캐디, 네양의 말을 잘 들으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는가.(네비게이션 안내양)
날씨 좋은 주말, 집에서는 혼자 나가 있는 아빠를 보는 눈치가 심상치 않지만 오늘 여주CC에서 돈을 세고 있을 내 친구들과는 비교 할 수 없는 좋은 시간을 보낸 만큼 시간초과라도 꼴찌라도 행복하다.
하루 전부터 가서 준비해 주신 우감사님, 이재무님.
이재무님 ‘파이팅’ 덕분에 싸이클 탈 때 힘 엄청 났어요.
우감사님 바이탈 잘 먹었습니다. 레이스벨트 짱이에요.
이것 저것 자상하게 알려주신 이현호님.
다음엔 몸 풀 때 꼭 데려가 주세요.
사모님은 스티커를 까 주시고 회장님은 자전거에 부쳐 주시고.
항상 자상한 도움에 감사 드리며 귤과 쵸코렛도 잘 먹었습니다.
먼길 마다 않고 응원 와주신 현고문님.
같이 뛰셨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클럽 평균 성적 까먹어 죄송합니다.
5km 런 끝내고 들어올 때 당찬 표정으로 페달링하며 지나가던 김대영님.
경인수영 이후 김대영님 없으니 계속 시간초과네요 ㅠㅠ
뭐니뭐니해도 2등 입상한 하대호님. 부럽삼.
트로피 한번 보여 주세요. 네에?
모두 감사 드리고 요로케 듀애슬런 머리 올림을 신고합니다.
첫댓글 아이고 너무 웃겨요. 깔깔깔깔~
아프다는데 웃어서 죄송.
오늘은 정말 힘드셨네요.
오르막 경사에,
엉덩이 무패딩에,
강한 바람에,
정지선 꽈당에...
이제 바닷물만 들이키시면 완벽한 triathlet!!!
기대합니다^^*
첫 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스티카 까 주시고 ㅋㅋㅋ ㅎㅎㅎ
회장님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지키시는 환상적인 management. 한수 부탁 드립니다.
ㅎㅎㅎ
언덕이 무지 길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바람도 많이 불고...
꼴찌 전문은 회장님께 양보하세요.ㅋㅋ
비가 와서 고생하겠다 생각했는대
무사??아니 완주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아직은 미완성? 삼종으로 멋지게 골인할 날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패드 없는 옷은 유바에 몸을 의지하고 안장에 안지말고 ㅇ열나게?페달링하면 되는대요..ㅎㅎㅎ
너무 고생 하셔서 웃음이 나와도 마음은 아파요!ㅠ
부상 당한곳은 아이싱 꼭 하세요!
운동중 부상 당한곳 방치하면 상당히 오래 가요!!
전 아직도 고생중 입니다 ㅋ
대회에 나가야 추억도 전우에도 생기는대..
같이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멋진 철인을 위하여. 꼴찌화이팅!!
전에 출전 경험이 있으시군요.
말씀 들어보니 전에는 더 험한 코스였다고 하던데.
바람은 진짜 많이 불었어요. 바람막이가 태극기 소리를 내더군요.
아이싱은 안했지만 회복상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절했지만 당당하게 꼴찌로 자빠링하며
강남철인클럽복 안입고 골인한게 아쉽네요.
웃음이 하하하
긴 얘기는 낼 해요
회복잘하시고 빨간약 바르셨죠?
다행이 팀복 안입어서 제가 강남철인인지 아무도 모를겁니다.^^
빨간약은 안발랐습니다. 집에 빨간약이 없어요. ㅠㅠ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마치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저의 머리 올리는 날 모습 ......
천병호님 !!
정말, 대단히, 많이, 엄청 수고하셨습니다.
푹 쉬십시요.
감사합니다. 홍성철님은 그런일 없으실거에요. 자전거도 오래 타셨고 수색대시잖아요 ㅋㅋ
이젠 잉크도 다말라갈 때가 되어서 수색대원도 후들거립니다.ㅠㅠ
우~ 하하 !!!
천병호씨에게 이런 본능이 있을 줄이야 ... 개그작가 하셔도 되겠다 ^(^
하여간 실감나며, 충분히 공감하고 모두가 경험이 있는 부분입니다.
- "좃아진 골반" 저 이거 정말 진저리가 납니다. -
고통이 즐겁게? 전해지며 아주 재밌게 후기 읽었습니다.
다음에는 분명히 또다른 새로운 경험이 생길거예요. 홧팅!
안장을 꼭 바꾸고 말겠습니다.
다들 처음엔 고생하셨겠지만 저 안장은 아닌것 같네요.
새로운 경험을 위해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후기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글솜씨가 남다르시네요.
잔거탄 경력이 몇번안되시니 고통 동반은
당연한것이지요,
언제나 화이팅을보냄니다!
저도 항상 우감사님의 격려를 먹고 삽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어저께 힘든거 내일쯤이면 다 잊어진답니다...
그 무서운 바람이기고 완주 하신거 축하 합니다...
첫 머리 올리신거 한턱 쏘셔야하는디~~~
글쎄 제가 그생각을 못했네요. 한턱 내야 하는데...
힘든건 벌써 잊혀졌고 재밌는 기억만 남습니다.
모든 시합은 다 best를 하게 되어있지요. 자주 대회 참석많이 훈련100번 하는것보다
선생님입니다. 좋은 경험. 앞으로 더더욱 발전하리라 생각되네요. 후기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대회 참가 많이 하겠습니다. 후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시며 완주 후기글을 보며 철인의 정신이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철인의 정신까지는 아직 아닌것 같구요. 좌충우돌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철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예비철인 천병호님 축하 합니다..
집안에 완주메달 높은곳에 걸어놨죠? 완주증도 식구들 잘 보이는곳에 놔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