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산악회 제129차 정기산행
▶ 일 시 : 11월 25일(일) 07시 40분
▶ 출발장소 : 부산 농협(구 대연농협) 07시 40분
서면지하철역 8번출구( 스타벅스 서면점앞) 08시
▶ 산행 지 : 포항 운제산(482m)
▶ 산행지 위치 :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와 대송면 산여리
▶ 산행코스 : 오어사주차장~자장암~산불감시초소~깔딱재~바위재~정상밑 이정표
~운제산 정상(팔각정)~476봉~헬기장~대왕암~이사구점~임도~산여고개 ~
422m봉(헬기장)~갈림길~원효암~오어사주차장(점심시간포함 4시간 30분)
B코스 : 오어사주차장~원효교~삼거리~남생바위전망대~원터골안내판
~황새등쉼터~안항사입구~외항사~향사리마을회관~오이지둑~오어사주차장 (점심시간포함 4시간)
▶ 준비물 : 중식, 식수, 간식, 우의, 여벌 옷, 스틱 등 각자 개인장비
▶ 참여비 : 3만원
▶ 산행신청 전화 : 010-3889-2718, 051) 626-1752
▶ 산행지 소개
근육질을 자랑하는 골산이 아니라도, 그 웅장함에 입이 떡 벌어지는 산이 아니라도 꼭 한 번은 걸어보고 싶은 산이 있게 마련이다. 1등은 아니지만 3등은 할 것 같은 조망을 갖고 있고 빼어난 산책로처럼 잘 가꿔진 길은 아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편안함을 느끼는 산길을 가진 산이 그럴 테다. 게다가 본격적인 산행을 할 때는 걷는 행위 자체에 충실할 수 있게 해주고, 들머리와 날머리에는 기억에 남을 포인트가 있는 코스로 구성된 산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포항 운제산(雲梯山·482m)~시루봉(502m)이 딱 그런 산이다. 산행 내내 험한 바윗길 하나 통과하지 않는 평범한 육산 코스지만 신라 천년고찰인 오어사를 기점으로 초입부에는 절벽 위 자장암의 위용을, 날머리에서는 원효암의 고요함을 흠뻑 느낄 수 있어 더욱 그리워지는가 보다. 이 가을, 고승들의 전설이 살아 있는 운제산으로 '성찰의 산행'을 떠나보자.
경북 포항 오천읍의 오어사 부속 암자인 자장암에서 운제산 정상 방향을 바라본 풍광이 장관이다. 산행 말미 원효암에서 오어사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는 아래쪽에서 오어사 뒤편 절벽과 그 위의 자장암을 볼 수 있는데 그 또한 절경이다.
전체 코스를 요약하면 오어사 입구 주차장~자장암~산불감시초소~깔딱재~바위재~정상 밑 이정표~476봉~헬기장~대왕암(되돌아서)~운제산 정상(팔각정)~시루봉 갈림길~평해황씨 묘~안부사거리~시루봉(되돌아서)~안부사거리~산여고개~422m봉(헬기장)~갈림길~원효암~오어사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총 14㎞로 짧지 않은 거리지만 험한 구간이 없고 길 찾기도 좋아 순수하게 걷는 데만 5시간이면 완주 가능하다. 휴식시간을 합치면 6시간 조금 더 걸리겠다.
오어사 주차장에서 고개를 들어 오른쪽 위를 보면 절벽 위에 앉은 자장암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길이 열려 있다. 가파른 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신라 때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자장암. 절벽 끝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자장암은 오어사 탐방객들이 반드시 들르게 되는 필수 코스. 아래로는 운제산에 둘러싸인 오어사와 가을 햇빛에 반사된 오어지(吾魚池)의 금빛 물살이 단풍과 조화돼 비경을 이룬다.
자장암에서 오른쪽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200m쯤 가면 삼거리 갈림길. 왼쪽으로 조금 더 임도를 따라 걸으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5분 뒤 다시 콘크리트 임도를 만나는데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100m쯤 가면 입산신고소를 겸하고 있는 산여산불감시초소.
초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열린 등산로로 접어든다. 길이 고속도로처럼 넓고 반질반질하다. 포항 시민은 물론이고 인근의 산꾼들이 그만큼 즐겨 찾았다는 방증인 것 같다. '국민과 함께, 해병대와 함께'라 적힌 해병대신병교육대의 붉은 현판이 보인다. 좀 더 오르면 벤치가 있는 공터. 왼쪽으로 길을 잡아 오르면 10분 뒤 '도전·인내'라는 글씨가 적힌 해병대 붉은 현판이 나온다. 사실 운제산은 해병대 신병들의 기초 행군훈련 코스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자신이 해병대 출신이라면 아마도 끔찍함과 아련함이 동시에 되살아날 수도 있겠다. 두 번째 현판을 지나면 Y자 갈림길. 오른쪽 사면을 따르는 길을 택해 느슨한 오르막을 걷는데 갑자기 경사가 심해진다.
5분가량 헐떡이며 오르니 '깔딱재'라 적혀 있다. 이름만으로는 설악산 봉정암 오르는 길이 생각나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3분 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왼쪽으로 '운제산 0.9㎞' '대왕암 1.5㎞'를 가리키고 있다. 잠시 숨을 돌리는데 포항 시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영일만이 눈에 들고 포스코(POSCO)를 비롯한 굴지의 산업체 굴뚝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보인다.
왼쪽으로 조금 가파른 길을 5분쯤 오르니 '바위재'다. 곧바로 작은 무덤을 지나 10분쯤 오르니 운제산 정상 밑 4거리. 이정표가 있다. 그런데 이 이정표에는 왼쪽으로 0.12㎞를 가야 정상이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정상은 직진해서 나무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팔각정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다. 표기 오류인것 같다.
취재팀이 오어사 앞 연못인 오어지를 지나고 있다.
운제산 산행에서 대왕암을 빼놓을 수 없어 일단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2분 후에 오른 봉우리에 모 산악회에서 만든 운제산 정상석이 있다. 하지만 이곳의 높이는 해발 476m로 운제산 정상은 아니다. 게다가 명색이 정상석인데 산악회 이름은 세로로 크게 음각해 놓고 산이름과 해발 높이는 아주 작게 적어 놓았다.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헬기장이 있는 475m봉까지는 5분 정도 걸리는데 길옆 작은 꽃밭이 앙증맞다. 헬기장에서 대왕암까지는 단 3분.
일명 '천자봉'으로도 불리는 대왕암은 신라 초기 박혁거세의 왕비인 알령부인의 수호신이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높이 10m가 조금 넘어 보이는 봉우리 끝 바위인 대왕암 앞에는 '귀신 잡는 해병의 찬란한 전통을 길이 계승하고자 이 대왕암에 해병 혼을 심는다'는 팻말이 서 있다.
길을 되돌려 팔각정이 있는 운제산 정상까지 되돌아가는 데는 10분이면 족하다. 해발 482m의 정상에 세워진 팔각정 전망대는 남서쪽의 시루봉에 이르는 산봉우리들과 조금 전 들렀던 대왕암, 그리고 그 사이로 움푹 패인 산여계곡의 가을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천혜의 조망처다. 또 북동쪽으로는 포항시내와 영일만, 그 너머 동해바다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거칠 것 하나 없는 이 조망 하나만으로도 포항의 옛 지명인 연일현의 진산이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듯하다.
박혁거세 왕비인 알령부인의 수호신이었다는 대왕암.
시루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 전 지나온 이정표 사거리로 되돌아 내려가도 되고 팔각정 뒤쪽으로 난 길을 타고 가파른 내리막을 타도 된다. 중간에 만난다. 취재팀은 팔각정 뒤편으로 길을 잡았다. 제법 험한 내리막을 5분가량 내려가면 오른쪽에서 연결되는 잘 닦인 등산로와 합류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하면 꼭대기에 감시초소가 있는 작은 봉우리가 나오지만 오른쪽 우회로를 탄다. 운제산 정상을 떠난 지 12분여 만에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영일만 온천단지'로 가는 길이고 시루봉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90도 꺾어 들어서야 한다. 하지만 표시가 없으니 안내리본을 참고해 길 찾기에 주의하자. 혹시 이 갈림길을 놓친다면 조금 더 가서 이정표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110도 정도 꺾어야 하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되풀이되긴 하지만 능선길을 따라 계속 걷기만 하면 되니 길은 어렵지 않다. 진행 방향 왼쪽에 우뚝 솟은 463m봉이 우람해 보인다. 30분 후 숲길을 빠져 나오는가 싶더니 갈림길이다. 확연히 넓어진 길을 따라 왼쪽으로 튼다. 마치 임도처럼 넓어진 능선길은 산책하듯 걷기에는 그만이다. 15분 뒤 정면에 좀 더 넓은 임도와 만나는 갈림길. 왼쪽 좁은 길로 방향을 잡는다. 5분 뒤 평해황씨 묘를 지나 시루봉까지는 무조건 직진이다. 중간 중간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내리막을 타면 암시밭골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운제산 정상 전망대에서는 영일만과 동해가 훤히 보인다.
무덤에서 시루봉 정상 직전의 안부 사거리까지는 25분이면 족하다. 하산을 위해서는 이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타고 내려서야 하는데 일단 오른쪽 100m 거리에 있는 시루봉 정상에 다녀오자. 정상은 주변 잡목 때문에 조망 면에서 별로다. 다시 안부로 돌아와 하산길을 잡으면 30분 만에 산여고개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반대편 능선으로 붙어야 한다. 완만한 오르막을 걷다보면 길이 왼쪽으로 90도 정도 휘어지는데 여러차례 오르막과 내리막이 되풀이된다. 진행방향에서 11시 방향에 대왕암에서 운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진다. 40분가량 헬기장이 있는 422m봉. 굳이 오르지 않아도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다. 10분 뒤 갈림길. 원효암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꺾는다. 3분 뒤 다시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번에도 왼쪽 길을 택해 능선을 타면 8분 후 원효암 위 갈림길에 닿는다.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으로 내려서면 7분 후 원효암 마당으로 떨어진다. 계절에 맞는 갖가지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암자다.
원효암에서 오어사까지는 계곡을 따라 15분만 내려가면 닿는다. 오어사로 건너가는 작은 다리가 가을의 단풍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 준다.
◆떠나기 전에
- 오어사 석탑은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
'포항의 진산'으로 통하는 운제산을 이야기할 때는 오어사를 빼놓을 수 없다. 오어사는 우선 절 앞의 오어지와 자장암, 원효암 등 부속 암자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멋진 풍광을 그려낸다. 신라 26대 진평왕(579∼632) 대에 창건된 절로서 원래 이름은 항사사(恒沙寺)였다. 하지만 이후 혜공선사와 원효대사가 법력(法力)으로 개천의 고기를 생환토록 시합을 했는데 그중 한 마리만 살아오자 서로 그 고기가 자기 고기라고 주장해 '나 오(吾)' '고기 어(魚)'자를 써 오어사(吾魚寺)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설이 유력하게 전해진다.
그런데 여느 절과는 달리 이 절에는 탑이 없다. 19세기 말 이 지역 지도에는 분명히 오어사 탑이 그려져 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 지난 1995년 오어지에서 발견된 동종이 보물 제1280호로 지정된 것에서 보듯이 저수지 조성 과정이나 다른 사정으로 없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산행 말미에 한적하고 예쁜 원효암을 거쳐 오어사로 내려오면 오어지의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잠시 숨을 돌리며 물속을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누가 알겠는가. 그 속에 탑이 있을지.
◆교통편
- 포항에서 오천읍까지 간 뒤 셔틀버스 이용
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포항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1시간20분, 요금은 7300원.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도로를 건넌 뒤 12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오천행 시내버스 102번이나 좌석버스 300번을 타고 오천 종점에서 내린다. 오천에서는 오어사행 셔틀버스를 타야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하루 4차례 운행.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포항 시내를 거쳐서 가도 되지만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내려 보문단지를 거쳐 가는 것이 더 편리하다. 경주IC에서 포항 방면으로 가다가 분황사 앞 사거리에서 4번 국도를 따라 감포 방향으로 우회전 보문호와 덕동호를 거쳐 기림사 입구까지 간다. 기림사 방향으로 14번 국도를 타고 좌회전, 기림사를 지나 성황재 고개를 넘어 15분만 가면 오어사 입구 용산삼거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들어가면 오어지가 나오고 좀 더 가면 오어사 주차장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