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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作法講義] 26講
소설 쓰기에서의 대화문(1)
-글로리아 켐튼(Gkoria Kempton) 소설 쓰기 텍스트에서
소설가가 작품에다 삽입하는 대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 그 자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소설을 쓰면서 대화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러면 그 고민에서 놓여나자면 무엇에서 벗어나야 하는가? 아니 무엇을 잊어버려야 하는 문제와 마주 서게 된다. 이런 문제를 타이사 프랭크(Thaisa Frank)와 도로시 월(Dorothy Wall)은 그들의 공저 『작가의 목소리를 찾아라: 창의적인 소설 쓰는 법(Finding Your Writer’s Voice: A Guide to Creative Fiction)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위대한 배우는 자신의 말투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취할 줄 안다. 인물에게 몰입해 그 인물을 다룰 때, 소설가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무의식적인 목소리, 즉 평소 자신의 말투로 나오게 하는 목소리를 버리고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취해야 한다.”
소설가도 연기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연기할 주인공의 말투를 배우기 위하여 거리에서 또는 그들의 생활권을 찾아가서 생생한 말투를 익히듯 습득해야 한다. 하다못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항상 예민하게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 소설에 등장시킬 인물에 관하여 외부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내면에 담겨있는 감정을 끌어내면 등장인물에 대한 대화문을 쓰기가 자연스러워진다.
대화의 목적
우선 대화의 시각적인 효과는 여백이다. 단순히 공간의 여백이 아니라 독서의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공간이면서 인물에게 생명력을 부여해 감각적인 매력을 창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공간에서 이야기의 전개, 인물의 정보, 외부와 대립하는 내부 정황의 표출, 감정의 긴장감이 조성된다. 이 모든 상황의 정보를 속도감 있게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소설가는 대화문에 고심하게 된다. 그러면 대화문의 작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1). 인물의 동기를 규정하고 그것을 드러낸다.
대화문은 인물의 동기를 규정하고 그것을 드러낸다. 주인공과 그의 상대가 함께 있는 공간을 상상해 보자. 둘은 등장해서 원하든 원치 않든 대화하는 장면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 장면에서 독자가 두 인물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대화 속에 동기(이야깃거리)를 집어넣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음은 영국 소설가 잭 히긴스(Jack Higgins, 1929∼)의 『폭풍의 눈(Eye of the Storm. 1992』소설 일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상황은 이렇다. 주인공의 상대역 딜런은 20년 동안 테러리스트로 살았으며 KGB 요원인 요제프 마케예프에 따르면 ‘감옥 구경을 한 번도 안 해봤다.’ 마케예프는 첩보활동 중에 딜런을 체포하는 데 실패하자, 한때 배우 생활했던 딜런에 관해 다른 KGB 요원인 마이클 아룬과 나누는 대화다.
“내가 말한 대로 그자는 단 한 번도 체포된 적이 없고 수많은 IRA(*註 Irish Republican Army 아일랜드 공화국군) 동료들과는 달리 언론의 환심을 사려고 한 적도 없어. 그 이상한 어린 시절 스냅사진 말고 다른 사진이 있는지도 모르겠단 말이야.”
“배우 시절 사진은 없습니까?”
“있을지도 모르지만, 벌써 스무 해나 지난 일이야. 마이클.”
“제가 거액을 제의하면, 이 일에 착수할까요?”
“아니, 그 작자는 돈만으로는 안 돼 늘 일 자체에 관심을 두니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그래 얼마나 흥미로운지를 중요하게 여기지. 그는 연기가 전부였던 남자야. 우리가 제의하는 건 새로운 배역인 셈이지. 무대가 거리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연기하는 거야.”
메르세데스가 개선문 주변의 교통에 합류했고, 그는 웃음을 지었다.
“기다려보자고 라시드한테서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려.”
인물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반드시 자신의 동기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인물들의 입을 통해 상대방의 동기를 언급하면 그 동기를 효과적으로 알려줄 수 있기에 간접적 동기도 가능하다.
2). 이야기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화문은 소설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두 인물을 소설의 분위기를 강조해줄 한 공간에 배치해라. 공포물에서는 어둡고 오싹한 뒷골목, 로맨스 소설에서는 섬의 눈부신 해변이면 되겠고, 아니면 이런 것을 색다르게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어두운 뒷골목이나 공포소설에 나오는 해변으로 설정해도 좋다. 소설을 통틀어 전달하고 싶은 분위기나 감정에 초점을 맞춰 대화 장면을 써라.
다음은 미국 여류 소설가 애너 퀸들런(Anna Quindlen, 1952∼)의 『단 한 가지 진실(One True Thing. 1994』소설 일부분이다.
-상황은 이렇다. 1인칭 관점 소설이다. 주인공 엘렌 굴덴과 아버지이자 주인공의 상대인 조지 굴덴은 대립관계다. 조지는 엘렌을 설득해 암으로 죽어가는 엄마를 돌보게 한다. 엘렌은 마지못해 동의하고, 이 임무에 관한 엘렌의 태도가 곧 이야기의 분위기가 된다. 다음 대화 장면에서 엘렌이 어떤 태도를 지녔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엘렌, 우리 둘이 으르렁댈 까닭이 없다. 네 엄마는 도움이 필요해. 엄마를 사랑하잖니.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 보여줘요.”
내가 말했다.
“뭐라고?”
“보여달라고요. 증거를 대라고요. 마음이 아파요? 걱정돼요? 울어본 적이 있어요? 애초에 어떻게 엄마가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둔 거죠? 엄마가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 왜 엄마를 억지로라도 의사에게 데려가지 않았어요?”
“네 엄마는 성인이다.”
아빠가 말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실은 아빠의 작은 세상이 무너지는 게 싫어서 아니었어요? 엄마가 곁에 있어야 모든 게 술술 굴러갈 테니까요! 이젠 엄마가 그럴 수 없으니 저를 끌어다 놓으려는 거잖아요. 아빤 절 여기 데려와서 이 난장판 한복판에 던져놓고도 제 성격과는 판이한 사람으로 변하길 기대하죠. 간호사, 친구, 상담인, 가정주부를 한데 모은 역할을 하라고 말에요.”
“딸 역할도 잊지 마라. 넌 언제든 딸이 될 수 있다.”
“제발, 아빠. 제게 죄책감을 줄 생각일랑 마세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플롯에 따라 일어나는 여러 사건 때문에 엘렌이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이한 것은 이 작품 이러한 방법으로 전체 플롯을 유지하고 있다.
3). 이야기의 갈등을 심화한다.
대화문은 갈등을 심화한다. 두 인물이 낙태나 사형제도, 안락사 및 저자가 주제로 선택한 주요 쟁점에 관해 도덕적 측면에서 논쟁하고 있다. 이 두 인물 사이에 갈등을 심화할 대화 장면을 써 보라. 논쟁이 계속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여주라.
다음은 미국 소설가 주드 데브루(Jude Deveraux, 1947∼)의 『만조(High Tide. 1999』소설 일부분이다.
-상황은 이렇다. 여주인공 피오나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사업가인 그녀는 부유한 고객인 로이 허드슨을 만나려고 그의 배를 찾아가는데, 로이가 피오나에게 집적대기 시작한다. 피오나는 몸싸움을 벌여 그를 떼어내고 녹초가 되어 배 위에서 잠드는데, 한밤중에 깨어보니 그의 몸에 짓눌려 있다. 다름 아닌 ‘죽은’ 몸이다. 그다음 이어지는 대화 장면에서 남주인공 에이스 몽고메리는 피오니와 그 살인에 대해 나누는 대화이다.
그녀는 심호흡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싶어요. 제가 살인죄로 수배 중이더군요. 신문에서는…….”
“아니, 우리가 수배 중인 거지요.”
그는 냉동식품 꾸러미들을 다시 냉장고에 집어넣고 이제는 찬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팬케이크 만드는 법 알아요?”
그 말에 피오나는 두 팔을 양옆으로 늘어뜨리고 주먹을 쥔 채 입을 벌려 비명을 질렀다. 에이스는 피오나 폐에서 공기가 새어나가기도 전에 손바닥으로 그녀의 입을 덮었다. 에이스가 물었다.
“대체 뭘 하자는 거요? 누가 목소리를 들었으면 이상하게 살피러 왔을 거요.”
에이스는 천천히 손을 떼고 부엌 조리대 쪽으로 고개를 까닥했다.
“내가 아침을 만드는 동안 앉아 있어요.”
피오나는 꼼짝하지 않고 말했다.
“그럼 좀 도와줘요. 무슨 영문인지 얘기해주지 않으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러버릴 테니.”
“정말이지 화를 조절할 줄 모르는군요. 상담받아 볼 생각 안 해봤어요?”
그 말에 피오나는 다시 입을 벌렸지만, 에이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뭔가 가늠하려는 듯 바라보기만 했다. 피오나는 입을 다물고 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대체 왜 경찰서에 가지 않은 거죠, 박애주의자 선생님? 몇 시간 전만 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으니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젠 당신마저 수배 중이고, 우린 이렇게 숨어 있군요.”
“펜케이크에 블루베리. 괜찮겠소?”
“대답 좀 하라고요!”
그녀가 소리쳤다.
이것은 로맨틱 스릴러이기 때문에 갈등을 심화하면서 장면마다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즉 살인 중심으로 한 플롯과 더불어 남녀 주인공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 장면은 두 가지 조건에 모두 만족하고 있다.
4). 긴박감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대화문은 긴박감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두 인물이 차량 접촉사고를 냈다. 주인공의 상대편은 아직 운전실습 허가증만 받은 상태고 보험도 들지 않은 처지인데, 질주를 해보려고 가족의 차를 몰고 나왔다. 두 인물 사이에 긴박감이 흐르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긴장감이 팽팽한 대화 장면을 써보라.
다음은 미국 소설가 로빈 쿡(Robin Cook, 1940∼)의 『치명적 치료(Fatal Cure. 1993』소설 일부분이다.
상황은 이렇다. 주인공 안젤라는 살인마를 찾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임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적인 임무인 까닭은 남편 데이비드가 최근에 이사한 집 지하실에서 매장된 시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 앞서 안젤라는 용의자를 찾는 경찰이 무능력한 데다 시큰둥한 태도로 수사를 벌인다며 경찰국장에게 따지는 장면이다.
“날 히스테리에 걸린 여자라고 몰아갈 생각은 하지 마.”
안젤라는 차에 타며 말했다.
“지역 경찰국장의 화를 돋워봤자 좋을 게 없어.”
데이비드가 말했다.
“여긴 작은 마을이란 걸 명심해.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돼서 우리 집 지하실에 버려졌는데 경찰은 누가 범인인지 잡는 데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어. 그런데도 그냥 내버려두라고?”
“호지스가 처참하게 죽은 건 사실이지만,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관계 당국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데이비드가 말했다.
“뭐?”
안젤라가 외쳤다.
“한 남자가 흠씬 두들겨 맞고 죽어서 우리 집 우리 부엌에 있었어. 당신이 인정하든 말든 이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고, 난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밝혀내야겠어. 살인자가 이 마을을 어슬렁거린다니 생각만 해도 싫어. 난 뭐든 할 거야. 일단은 데니스 호지스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아봐야 해.”
소설가는 이 장면에서 안젤라와 데이비드가 다른 태도로 사건을 대하며 맞서 싸우게 해서 긴박감을 일으킨다. 이러한 긴장감은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살인자 때문에 뭐든 해야겠다는 안젤라의 결심에서 유발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효과적인 대화문은 언제나 긴장감을 자아낸다.
5). 장면의 속도를 올린다.
대화문은 장면의 속도를 올린다. 당신이 쓴 소설 장면 중에서 지루한 서술 부분을 찾아 대화로 변환해보되, 장면의 속도를 올려라. 서술이나 행동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을 뿌리쳐라. 대화가 장면의 속도감을 얼마나 쉽게 높이는지 발견할 수 있도록 장면 대부분을 대화로 구성하라. 소설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면, 책장에 있는 다른 소설을 골라 실습해라.
소설가에게는 소설을 쓸 때 사용할 도구가 많다. 예를 들어 서술, 행동, 묘사, 대화 등이다. 이야기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을 때는 서술과 묘사를 쓰면 천천히, 꾸준히, 편안하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속도를 올리고 싶다면 행동과 대화를 택하는 게 좋으며 특히 대화는 훨씬 효과가 더 크다.
위 5)에서 인용한 작품 로빈 쿡(Robin Cook, 1940∼)의 『치명적 치료(Fatal Cure. 1993』에서 다시 인용한 부분이다.
일곱 시가 다 됐을 때, 안젤라는 데이비드에게 캐롤라인과 아니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데이비드는 기꺼이 그렇게 했고, 니키도 따라왔다. 데이비드는 아이 둘이 깜빡 잠이 든 후 잠깐 니키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처음에 둘은 학교와 니키의 새 담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데이비드가 지하실에서 발견된 시체가 많아 신경 쓰이느냐고 물었다.
“조금요.”
니키가 말했다.
“기분이 어떤데?”
데이비드가 물었다.
“다시 지하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
“나도 그 기분 안다. 어젯밤에 장작을 가지러 갔는데 좀 섬뜩하더구나.”
데이비드가 말했다.
“아빠가요?”
“그럼. 하지만 재미도 있고 도움도 될 만한 계획이 하나 있지. 관심 있니?”
데이비드가 말했다.
“그럼요! 뭔데요?”
니키는 열광하며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된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걱정 마시라고요.”
니키가 장담했다.
함께 집으로 가며 데이비드는 계획을 대강 설명했다. 말을 끝마친 데이비드가 물었다.
“어떠냐?”
“멋진데요.”
니키가 대답했다.
“명심해라. 비밀이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맹세할 수 있어요.”
위 문장을 보면 처음에는 작가는 서술체로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는데 전개의 속도는 느리다. 그러다가 대화체로 변환되면서 테니스공처럼 빠르게 전개된다. 이런 식의 대화체는 권장할 바는 아니지만, 장면의 속도를 높일 때는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는 있다.
6). 배경과 뒷이야기 일부분을 알려준다.
대화문은 환경과 배경의 일부분을 알려준다. 당신이 직접 쓴 것이든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것이든 소설의 배경을 드러내는 대화 한 줄을 찾아내라. 다른 소설가의 소설이라면 배경의 한 부분을 대화 속에 어떻게 집어넣어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에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만들었는지 연구하라.
다음은 미국 여류 소설가 조이스 캐널 오츠(Joyce Carol Oates, 1938∼)의 『멀베이니 가족(We Were the Mulvaneys. 1996』소설 일부분이다.
-상황은 이렇다. 관점의 인물인 패트릭과 동생인 매리앤은 몇 년 만에 만났다. 패트릭은 대학 공부가 어떠냐고 물었고 매리앤은 두 과목을 이수하지 못해 다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리앤이 현재 사는 킬번이란 마을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그리고 나중에 저자가 현재의 무대인 패트릭의 방에 관한 디테일을 어떻게 슬쩍 끼워 넣는지 살펴보자.
“그게…….”
매리앤은 삐죽삐죽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몸을 비틀었다.
“일이 터졌어. 갑자기.”
“무슨 일?”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협동조합에 비상사태가 일어났어. 매장 부지배인인 아비바가 아팠고…….”
“매장이라니? 무슨 매장?”
“참, 오빠. 내가 말했잖아. 아닌가? 그 마을 킬번에는 그린 아일 아웃렛이 있다니까. 잼이랑 피클이랑 병조림을 팔고, 여름이면 채소와 과일도 팔아. 빵 종류도 있고, 내 호박 호두 빵이 인기 만점이지. 난…….”
“네가 그 매장에서 일한단 말이지? 일주일에 몇 시간이니?”
매리앤은 미심쩍어하는 패트릭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으로 따지진 않아.”
매리언이 말했다.
매리앤은 패트릭의 소파(집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아파트에 그나마 갖춰진 허름하고 칙칙한 가구 중 하나였다.)에 앉아 있었고, 패트릭은 약간 위압적인 위치인 책상 의자에 앉아 느긋하면서도 공격적인 자세로, 오른쪽 발목을 왼쪽 무릎에 올리고 동생을 마주 보고 있었다.
핀치 스타일로 난 ‘난 물을 권리가 있어. 내가 아니면 누가 묻겠어?’라고 생각하면서,
“그럼 뭘로 따지는데?”
“그린 아일 협동조합은 기업처럼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야. 그보다는 뭐랄까. 가족 같아. 서로서로 돕는 거지.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거야.”
이 대화문에서 그 마을 이 어떤 곳인지는 물론 물리적인 디테일까지 짐작하게 된다. 대화 장면을 이렇게 배경을 섞으면 흥미로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7). 주제를 전달한다.
대화문은 주제를 전달한다. 책장에서 소설책 최소한 3권을 꺼내서 주제를 전해주는 대화를 한두 줄 찾아보라. 전혀 찾지 못하겠다면, 그 소설의 주제라고 생각되는 것을 분명히 전달하는 대화를 직접 써보라.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Stephen King, 1947∼)의 자서전『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2000』에서 주제에 대하여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책을 쓸 때 여러분은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고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그 일이 끝나면 뒤로 멀찍이 물러서서 숲을 봐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모든 책은, 그러니까 적어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면, ‘그 무엇’을 다루는 것이라야 한다.” 여기서 그 무엇이 바로 주제다.
2항의 미국 여류 소설가 애너 퀸들런(Anna Quindlen, 1952∼)의 『단 한 가지 진실(One True Thing. 1994』소설 일부분을 다시 인용해 보자.
이런 상황이다. 이 소설은 전개되는 내내 주제를 엮어 넣는다. 소설이 끝을 향해 가면서 엘렌은 어머니를 죽였다는 의심을 받고 증언대에 서는데, 저자는 대화문을 이용해 주제를 한 번 더 끄집어낸다. 검사는 엘렌에게 어머니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엘렌의 대답은 이렇다.
“쉽게 대답하면 그렇다 예요. 하지만 엄마에 관해서라면 우린 그렇다는 대답이 오히려 쉽게 나오지 않아요. 엄마에 대한 마음은 사랑보다 훨씬 더한 거예요. 뭐랄까. 그건 전부라고요. 그렇지 않나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엄마예요.”
내 두 손은 어느새 가슴에 포개져 있었고, 파란색 정장을 입은 여자는 반지를 마구 돌렸다.
“엄마가 세상을 뜨면 우린 과거 잃어버리는 거예요. 사랑보다 훨씬 더한 거죠.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인생의 그 어떤 것보다도 더한 거죠. 난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는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랐어요.”
이 대화문은 전체의 주제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이야기하는 명제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보편적인 인생의 담론이기 때문이다. 대화문은 주제를 전달하는데 무미건조한 해설을 늘어놓은 긴 문단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 뿐만 아니라 더 감정적이고 진솔하게 독자의 마음을 직접 건드린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설계나 훈계조로 늘어놓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2. 대화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1). 내 인물들이 말을 했는데, 내 바람과는 딴판으로 독자가 그 인물을 어리석다고 느끼면 어떡하지?
2). 내 인물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모두가 똑같은 말만 한다는 인상을 주면 어떡하지?
3). 내 인물들이 하는 말이 독자의 기대와 어긋나면 어떡하지?
4). 내가 쓴 대화문이 밋밋하고 지루하게 들리고 이야기를 전혀 진행시키지 못하면 어떡하지?
5). 내가 쓴 대화문이 딱딱하고 형식적인 느낌을 주어서 독자들이 ‘작가가 인물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구나. 그저 대화문을 쓰려 애를 쓰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6). 내 인물들이 대화하다가 장면이 엉뚱한 데로 가버리면 어떡하지?
7). 내가 서술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아서 독자가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설상가상으로 서술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대화가 늘어지면 어떡하지?